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728x90

2024개봉 25

점, 선, 면 _ 모노노케 우중망령, 나카무라 켄지 감독

# 0. 차원을 뛰어넘어 메마른 마음에 닿기를        나카무라 켄지 감독,『모노노케 우중망령 :: モノノ怪 唐傘』입니다.     # 1. 일본식 전통 화지(和紙) 텍스쳐는 관객을 에도 시대 두루마리 속으로 초대한다. 동시에 적절한 CGI를 활용, 현대적인 개성을 함께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축제 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미닫이가 닫혔다 열리는 건 대표적이다. 시퀀스를 구분하기 위함도 있겠으나, 극 안에서 밖으로 관객을 밀어냈다 넣었다를 반복해 운동성을 환기하기 위함이다. 이차원적인 작화와 삼차원적인 운동의 결합뿐 아니라 전통적인 질감과 현대적인 표현의 결합 역시 고유의 미감에 기여한다. 배경이 되는 오오쿠의 카리스마와, 오오쿠를 집어삼키는 모노노케의 카리스마, 모노노케를 퇴치하는 약장수의 카리스마, 작..

Film/Animation 2024.12.14

짓궂은 우연 _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감독

# 0. 여기 독재자가 있다.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감독,『마리우폴에서의 20일 :: 20 Days in Mariupol』입니다.     # 1. 한때나마 유능하고 마초적인 모습으로 어필했던 그는 총기를 잃은 지 오래다. 독재자는 편협하고 극단적이며 반복적이고 농축적인 정보만을 탐닉한다. 내뱉는 어휘와 행동들은 이미 정상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 있다. 몇몇의 담화나 전언에서 확인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은 망가져도 단단히 망가져 있다. 암약하는 악을 처단해 민족을 지키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라 주장하지만, 동의하는 사람은 전체주의에 대한 황망한 향수를 가진 몇몇의 노년층 극단주의자들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의 존재야 말로 민족의 안녕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악이다. 주변에는 직언할 사람 없이..

실망입니다 _ 더 납작 엎드릴게요, 김은영 감독

# 0. 기대가 배신되면 관객은 반드시 실망한다.        김은영 감독,『더 납작 엎드릴게요 :: Will you please stop, please』입니다.     # 1. 사람은 누구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고 영화를 대하는 관객 역시 다르지 않다. 제목의 개성이든, 시놉시스의 창의성이든, 감독의 스타일이든, 배우의 명성이든, 박스오피스의 성적이든, 작품의 규모든 그 근거가 뭐가 됐든 말이다. 이때의 선입견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예측이고 다른 하나는 기대다. 예를 들어 조커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 가정할 때 '배트맨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것은 예측이고 '겁나 멋진 조커가 나를 가슴 뛰게 하겠구나!'라는 건 기대다. 예측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예측한 대로 배트맨이 나온다 해서 문제 될 ..

Film/Drama 2024.11.28

단단해지기 _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이시바시 유호 감독

# 0. 단단해지기를(을) 사용했다!효과는 굉장했다!        이시바시 유호 감독,『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 朝がくるとむなしくなる』입니다.     # 1. 평범하게 소박한 이이츠카의 이야기는 솔직함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에게 당연하고 평화로울 아침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애써 커튼을 당기듯 스스로 거짓되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거짓이란 타인을 향한 거짓과 자신을 향한 거짓을 모두 의미한다. 흔히 모든 거짓은 이기적이라 생각하지만 오해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다 숨기는 거짓말은 유리한 것이지만, 그런 자신의 인생에서 채워진 것으로서의 대견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 불리한 거짓말이다. 대부분의 거짓말이 유리함에도 어떤 거짓말들이 그렇지 않은 건, 그들에겐 거짓이 아플지언정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방..

Film/Drama 2024.11.12

시민의 의무 _ 더 커버넌트, 가이 리치 감독

# 0. 가이 리치가 이런 영화도 만들 줄 알았나        가이 리치 감독,『더 커버넌트 :: Guy Ritchie's The Covenant』입니다.     # 1. 자잘한 이야기를 리드미컬하게 썰어 들어가길 즐기던 가이 리치에게 이런 면도 있었던 걸까. 제이크 질렌할과 다르 살림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굵고 선명한 이야기를 힘껏 끌고 가는 맛이 인상적이다.  보통의 영화에서 큰 선택은 큰 동기에 의해 일어난다. 큰 희생을 통해 큰 우정을 표현한다거나 큰 결단을 통해 큰 신념을 관철하는 식이다. 반면 시작부터 삐걱거렸던 파견 군인과 현지 통역사의 브로맨스는 큰 행동을 움직이게 만드는 작은 동기에 대한 영화다. 감독이 포착하고자 하는 작은 동기란 제목에도 적시된 '계약'으로,..

Film/Action 2024.11.10

가족 모임은 집에서 _ 트랩,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 0. 때가 되긴 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트랩 :: Trap』입니다.     # 1. 원래 샤말란의 영화가 그렇다. 참신한 판타지 아이디어와 과격한 반전 플롯 아래로 강력한 가족주의 드라마를 깔아 두는 것이다. 걸작 (1999)에서부터 망작 (2010)에 이르기까지 어긋나는 법이 없다. 문제는 아이디어와 드라마를 접합하는 퀄리티에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마음처럼 풀리지 않을 때면 어린아이처럼 되지도 않는 억지까지 부려댄다는 점이다. 부활을 알렸던 (2015)로부터 얼추 10년. 쿨타임이 돌 때가 되긴 했다. 안 좋은 의미에서의 샤말란 말이다. (2016), (2019), (2021), (2023)까지 챙기는 시늉이라도 했던 최소한의 완성도는 신작과 함께 장렬히 무..

경이로운 순간 _ 와일드 로봇, 크리스 샌더스 감독

# 0. 올해 가장 경이로운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        크리스 샌더스 감독,『와일드 로봇 :: The Wild Robot』입니다.     # 1. 언젠가부터 영화에 완벽이란 말을 붙이는 걸 꺼려함에도, 숨겨지지 않는 사랑과 재채기처럼 찬사를 가릴 도리가 없다. 올라가는 앤딩 크레디트를 보며 확신한다. 언제나처럼 좋은 영화를 많이 본 한 해지만 올해의 애니메이션은 이 작품, 와일드 로봇이다.  특별히 모자라거나 과한 바 없는 영화는 완벽이란 평가가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탁월하다. 드림웍스 최고작이란 평가엔 이견의 여지조차 없고, 적당한 시간이 흘러 2020년대에는 어떤 영화들이 만들어졌는가 물었을 때 그 대답에 들어가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그때의 인류는 어떤 시점에서 어떤 생각과 어떤 고민 끝에..

Film/Animation 2024.11.06

육조거리의 무녀 _ 전, 란, 김상만 감독

# 0. 붉게 타오르는 분노와 푸르게 침몰하는 희망 사이에서 체제를 논할 뻔하다.        김상만 감독,『전, 란 :: Uprising』입니다.     # 1. 주인공은 강동원의 천영도, 박정민의 종려도 아니다. 신분제를 포함한 조선의 법도라는 체제(體制)다. 인물들은 체제를 대하는 각기 다른 방식들로 분류되어 배치되어 있고, 액션은 체제에 대응하는 방식들 간의 갈등 관계를 물리적으로 대신할 따름이다. 때문에 보다 보면 전혀 다른 장르임에도 마틴 맥도나의 (2022)가 계속 머리에 맴돈다. 허무를 대하는 각각의 방법론을 개인에 투사해 그 관계를 관찰했던 것과, 본 작이 체제를 대하는 방식은 제법 유사하다. 허무를 놓고 절친이 피 흘리던 영화의 제목을 이니셰린의 벤시라 한다면, 체제를 놓고 절친이 피 ..

Film/Action 2024.10.18

Fuxxing Man _ 조커 폴리 아 되, 토드 필립스 감독

# 0. 그 ㅈ같았던 영화를 위한 사소한 변호        토드 필립스 감독,『조커 폴리 아 되 :: Joker Folie à Deux』입니다.     # 1. 당황스러운 영화다. 전작을 호평한 사람들이 느꼈을 이질적인 인상은 평가와 별개로 부정할 수 없다. 더 잘 만든 영화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전작, 1편이다. 담백하게 그쪽이 완성도가 더 높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는 상당히 양가적인 감정으로 즐겼다. 대단히 ㅈ같은 영화이면서, 그렇기에 흥미로운 영화라는 것이 솔직한 양심이다. 리뷰한다면 내적인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당장은 어색할 듯하다. 언젠가 적당한 시기가 있지 않을까. 뮤지컬 영화인 탓에 (2016)가 함께 거론되곤 하는 데, 사실 방법론적으로는 같은 감독의 (201..

규범을 회의하는 두 개의 눈 _ 가여운 것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 0. 바라보는 눈과, 바라보는 눈을 바라보는 눈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가여운 것들 :: Poor Things』입니다.     # 1. 요르고스 란티모스다. 여지없이 과격하고 기괴한 스타일이지만, 진정 궁금한 것은 이번엔 또 어떤 관념에 도전하고 있을까라는 것이다. (2009)를 통해 언어와 사고 체계의 상관관계를 재고하고, (2015)를 통해 자아와 관계의 함의를 탐구했던 감독은, 야심 찬 엠마 스톤과 함께 규범과 사상을 회의한다. 단순히 규범을 어기는 일탈이 아니다. 규범을 어기는 것은 기존의 규범에 반하는 형태로 종속된 새로운 규범을 실천함이고, 이는 그가 어떤 명분과 대안을 제시하는 지와 무관하게 여전히 규범적이다. 란티모스는 규범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해 가치중립적으로 주목하고..

Film/Drama 2024.10.08

시점의 전환 _ 밤낚시, 문병곤 감독

# 0. 사물과 생물을 구분 짓던 과거를 지나 마침내 펼쳐진 새로운 미래        문병곤 감독,『밤낚시 :: NIGHT FISHING』입니다.     # 1. 전기 털어먹고 다니는 미상의 비행체와, 정체불명의 낚시꾼이 벌이는 하룻밤 사투다. 고작 13분짜리에 손석구를 태운 영화는, 숏폼 트렌드에 발맞춰 멀티플렉스에 정식 상영된 단편으로 이목을 끌었다. cj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염치도 없이 아이오닉 5가 크레디트에 올라가는 게 뻔뻔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작위적이지 않게 녹아 있어 광고 영화 특유의 불쾌감은 덜 하다는 것이다. 〈세이프〉(2013)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문병곤 감독의 야심은 '시점의 전환을 통한 인식의 확장'이다. 영화는 일관되게 생물과 사물을 ..

Film/Horror 2024.10.06

두려운 자의 품격 _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맷 브라운 감독

# 0. 고통이 두려워 신을 부정하는 자와 고통이 두려워 신을 갈망하는 자 사이에서의 품격        맷 브라운 감독,『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 Freud's Last Session』입니다.     # 1. 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아몬드 M. 니콜리 주니어(Armand M. Nicholi Jr.)의 저서 에서 영감을 얻어 쓴 희곡이다.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을 계기로 영국이 전면전을 선포하며 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겸 기독교 호교론자 C. S. 루이스(C. S. Lewis)가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파크컴퍼니가 ..

Film/Drama 2024.09.04

회장님 아들인가 _ 크로스, 이명훈 감독

# 0. 쓸데없이 친절한 시대착오적 코미디가 몸 둘 바 모를 정도로 황송하다.        이명훈 감독,『크로스 :: Mission: Cross』입니다.     # 1. 야구에는 지명타자(Designated Hitter, DH)라는 제도가 있다. 특수포지션인 투수들을 부상 위험에서 보호할 겸, 낭비되는 타석도 없앨 겸 대신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말한다. 당연하게도 투수를 대신해 들어가는 DH는 수비부담이 없기에 보통 '타격은 상위타석에 들만큼 탁월하지만 수비에 어려움을 겪는 베테랑 타자'가 서게 된다. 팀 입장에선 에이징 커브가 온 스타 선수의 남은 타격 능력을 뽑아 먹을 수 있으니 이득이고, 선수 입장에선 타자로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으니 역시 이득이다. 무엇보다 한여름 뙤약볕에 더그아웃 그늘에 ..

Film/Action 2024.08.12

겁쟁이 _ 스카이워커스, 제프 짐발리스트 감독

# 0. 자신 있게 못하는 늘 숨어만 있는나는 겁쟁이랍니다.        제프 짐발리스트 감독,『스카이워커스 사랑 이야기 :: Skywalkers: A Love Story』입니다.     # 1. 수학은 인간이 구축한 것 중 가장 일관되고 엄정한 논리체계다. 과학, 공학, 경제학 등 정교한 논리구조를 요구하는 학문들이 수학을 일종의 언어로서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엄격한 체계일수록 단 하나의 오류만으로도 손쉽게 붕괴된다는 점이다. 어째 숫자보다 알파벳과 로마자가 더 많이 보이는 방대한 현대 수학조차, 고작 [1+1=3]이라는 잘못된 명제 하나의 침입에 허망하게 무너진다.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가 부조리로 가득한 것은 그릇된 명체 하나를 끌어안는 과정에서 생긴 논리적 오류다. 지붕에 오른..

Documentary/Social 2024.07.26

잘 자요 _ 드림 시나리오,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

# 0. 잘 자요.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드림 시나리오 :: Dream Scenario』입니다.     # 1. 정갈한 머리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매일밤 꿈속에 나타나 당신을 지긋이 바라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니콜라스 케이지의 꿈을 수많은 세상 사람들이 똑같이 꾼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심지어 갑자기 꿈속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도발적 상상의 판타지 영화 는 (2002)로 데뷔한 크리스토퍼 보글리의 차기작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 역시 창의적인 설정과 도발적인 표현, 유쾌한 코미디 이면엔 알싸한 풍자가 가득하다. 주연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맡았다. (2021)에서 보여줬던 과격하고 야생적인 모습과 대조되는 소심하고 찌질한 연기를..

Film/Comedy 2024.07.10

이유와 방법 _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아리안 감독

# 0.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아리안 루이-세즈 플루프 감독,『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입니다.     # 1. 사람을 불쌍히 여겨 피를 빨지 못하는 뱀파이어 사샤와,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죽고 싶은 인간 폴의 이야기다. 굶주린 그녀를 위해 대신 죽어주겠다는 폴이지만 마음 여린 사샤는 소년을 헤치지 못한다. 대신 소년에게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말하는데, 그러면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피를 빨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년은 자신을 괴롭히던 또래들과 이를 방치하던 교사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고, 마지막으로 메인 빌런인 앙리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역으로 된통 당하고 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샤는 순간 이성을 잃고 앙리를 공격, 처음으로 사람을 ..

Film/Comedy 2024.07.04

네 명의 이름은 _ 스턴트맨,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

# 0. 스턴트만큼 영화도 사랑해 주었으면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스턴트맨 :: The Fall Guy』입니다.     # 1. 괜찮을 수 없는 순간에조차 언제나 괜찮아야 했던 나의 오랜 파트너들에게. 사랑을 담아. # 2. 극장을 나서며 느낀 가장 강렬한 정서를 다음과 같이 메모에 옮겼다. 감동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감독을 포함, 참여한 모든 이들의 진정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후 그 어떤 비판을 하더라도 말이다.  스턴트맨에 '대한' 영화가 아닌 스턴트맨을 '위한' 영화다. 배우 대신 몸을 던지는 스턴트맨들의 노고와 헌신과 기여, 그에 미치지 못하는 대우에 대한 불만이 알파이자 오메가다. 무수한 액션 영화들의 레퍼런스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가장 밀접하게 연상되는 작품은 셋이..

Film/Action 2024.06.14

개판 _ 스트레이스, 조쉬 그린바움 감독

# 0.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유기견 이야기로 19금을 받을 수 있는 거지?!        조쉬 그린바움 감독,『스트레이스 :: Strays』입니다.     # 1. 누구에게나 감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수천 편 이상의 영화를 보다 보면 (매번 적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지간하면 견적이 보인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가 복수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소개된 넷플릭스 영화에 큰 기대를 걸 정도로 미련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봤던 것은 딱 하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이 소재로 19금을, 호러도 아닌 코미디로 19금을 받을 수 있었던 걸까. 확인 끝에 찾은 대답은 음담패설이다. 사랑스러운 네 마리의 강아지 위로 섹스와 성기와 마약과 기타 등등의 이야기가 ..

Film/Comedy 2024.06.02

최면은 세 번이었습니다만 _ 악마와의 토크쇼, 케인즈 형제 감독

# 0. 도대체 언제부터... 내가 최면을 걸지 않았다고 착각한 거지?        캐머런 케언스, 콜린 케언스 감독『악마와의 토크쇼 :: Late Night with the Devil』입니다.     # 1. 내레이터의 보이스오버가 주인공 잭 델로이의 배경을 설명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그는 인기 심야 토크쇼의 진행자로 능력과 야망을 겸비한 인물이지만, 전설적인 진행자 자니 카슨(Johnny Carson, 1925-2005)의 뒤에 가려진 만년 이인자다. 급작스런 아내의 죽음으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그는, 재기를 위해 오컬트 에피소드를 기획하며 승부수를 던진다. 사이비 종교의 생존자 릴리, 심령술사 크리스투, 초심리학자 준 로스-미첼, 트릭 파괴자 카마이클의 라인업은 영원히 역사에 남을 에피소드를 예고..

Film/Horror 2024.05.22

사라짐, 그 응답의 부재 _ 일 부코,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

# 0. "그 사라짐, 그 응답의 부재가 저에게 매우 강한 감정을 줬습니다."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일 부코 :: il buco』입니다.     # 1. 이탈리아 감독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의 연출작이다.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장 봉준호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가 극찬한 작품으로 소소한 이목을 끌었다. 전작 을 촬영하며 겪은 일화는 10년 후 신작의 계기가 되었다 한다. 칼라브리아 지역의 시장에게 남부 이탈리아 산악 지역과 동굴을 소개받은 예술가는 처음엔 회의적이었으나 구멍 속으로 돌을 던지자마자 강한 영감을 받았다 회고한다. "바닥이 너무 깊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사라짐, 그 응답의 부재가 저에게 ..

Film/Drama 2024.04.30

달디단 _ 웡카, 폴 킹 감독

# 0.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초콜릿초콜릿        폴 킹 감독,『웡카 :: Wonka』입니다.     # 1. 움파룸파의 것을 훔쳐간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것이 순진한 웡카의 짓이든, 악독한 슬러그워스의 짓이든 괴팍한 주황색 소인은 괘념치 않죠. 웡카는 자신을 찾아온 누구나에게 초콜릿을 만들어 줍니다. 그것이 소버린을 지불한 도시의 사람들이든, 친절을 베푼 누들과 친구들이든, 오만한 피켈그루버든 상관없습니다. 웡카라는 이름을 이정표 삼아 극장을 찾은 관객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웡카를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웡카로부터 초콜릿을 선물 받습니다. 영화는 '엄마를 그리워 하는 소년 윌리가, 달콤 백화점에 가게를 차리고 초콜릿 공장을 세운 웡카가 된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

Film/SF & Fantasy 2024.03.20

역치는 차갑다 _ 아가일, 매튜 본 감독

# 0. 킹스맨의 그늘 아래 다소곳이. 매튜 본 감독, 『아가일 :: Argylle』입니다. # 1. 솔직해 집시다. 어차피 대부분은 매튜 본이라는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않습니다. 킹스맨 만든 감독이라 하면 그제야 '아~ 그 사람이야? 나 그거 재미있게 봤어!' 정도의 반응을 볼 수 있겠죠. 관객이 기대할 아가일의 세일즈 포인트 역시 재철 전어처럼 살이 포동포동 올라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라거나, 라데꾸를 날릴 것만 같은 플랫탑 스타일의 근육질 헨리 카빌이 아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던 콜린 퍼스의 슈트핏과 머가리 팡팡 터트리는 액션이라는 '그 맛'의 재해석일 가능성이 99.9%입니다. 이례적으로 성공을 거둔 우리나라 기준, 시크릿 에이전트는 600만이 들었습니다. 전작의 후광에 힘입어..

Film/Action 2024.03.16

마른 인간 연구소 _ 우주인, 조한 렌크 감독

# 0.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조한 렌크 감독, 『우주인 :: Spaceman』입니다. # 1. 징그러운 거대 거미와 징그러운 아담 샌들러가 포옹하는 우주 영화입니다. 야로슬라프 칼파르시의 소설 을 원작으로 합니다. 조한 렌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아담 샌들러가 주연으로 열연합니다. 같은 작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양산형 로코물 탓에 비아냥을 많이도 샀던 아담인데요.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확실히 분기점이 된 듯합니다. 노아 바움백의 와 샤프디 형제의 에 이어 2022년 공개된 까지 필모그래피가 만개하고 있는데요. 정극 연기하는 아담 샌들러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건 격세지감이라 할 법하죠. 다만, 앞서의 작품들과 이번 은 결이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익숙한 불안과 폭발보다는 오히려 ..

Film/SF & Fantasy 2024.03.12

치명적인 무해함 _ 침입자들의 만찬, 미즈노 이타루 감독

# 0. 부조리 위에 펼쳐진 탐욕과 위선을 제압하는 치명적인 무해함 미즈노 이타루 감독, 『침입자들의 만찬 :: 侵入者たちの晩餐』입니다. # 1. 영화는 뻔뻔스럽게 범죄 스릴러를 주장하지만 전반적인 톤은 코미디 어드밴처라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사건이 벌어지는 후지사키 나츠미의 집 역시 현실적 주거 공간이나 차가운 범죄 현장이라기보다는 흥미진진한 던전에 가깝게 연출되어 있죠. 응큼하고 지저분하지만 엉성하고 귀엽기도 한 여섯의 인물들이 각자의 음흉한 목적을 위해 지지고 볶는 하룻밤 소동극입니다. 소동극의 묘미라면 역시나 분투하는 인간들의 소동을 귀엽고 가엽게 그리는 시선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역시 그 온건함에 대단히 충실합니다. 각본가 바카리즈무의 기질이 묻어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죠. 작품을 견인..

Film/Comedy 2024.02.04

이연복의 피카츄 돈까스 _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 0. 별 수 있나요. 보긴 봐야죠. 최동훈 감독, 『외계+인 2부 :: Alienoid part.2』입니다. # 1. 한 번에 촬영된 시리즈이니만큼 애정을 주기 힘든 유치한 스타일이라는 전편의 약점은 어쩔 수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편 대비 훨씬 정돈된 티가 나기도 하고, 밀린 숙제를 열심히 해치우고 있고, 코미디의 분량도 크게 늘어 설득력이 압도적으로 개선된 후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코멘트하자면 1부는 짝퉁 전대물, 2부는 짝퉁 어벤저스라 평해도 크게 할 말은 없는 거겠죠. 그러니 많이들 하고 계신 지루한 동어반복은 생략하도록 하구요, 대신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소감을 짧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에도 저마다 주인이 있습니다. 모든 영화들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같은 아이돌 립서비스..

Film/SF & Fantasy 202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