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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미녀는 괴로워 _ 드래그 미 투 헬, 샘 레이미 감독

그냥_ 2022. 6.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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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어쩌면 샘 레이미는 그냥 알리슨 로만을 괴롭히고 싶었던 걸지도?!

 

 

 

 

 

 

 

 

샘 레이미 감독,

『드래그 미 투 헬 :: Drag Me to Hell』입니다.

 

 

 

 

 

# 1.

 

어떤 사람들은 연기의 목적을 '재연'이라 생각합니다. 특정한 상황에 노출된 인간의 반응을 보다 완벽하게 재연하는 것을 뛰어난 연기라 평가하는 식이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체계적 훈련과 논리적 연구에 기반한 기술적 연기법 보다,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 배역에 동화되는 메서드 연기법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하는 데에는 연기의 본질이 재연에 있다는 생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메서드는 연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연기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메릴 스트립이나 케이트 블란챗과 같은 배우들이 선보이는 테크니컬 한 연기들은 훌륭한 반례라 할 수 있겠죠. 연기의 목적은 재연이 아닙니다. 전달이죠. 관객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배우 혼자 자기 느낌에 취한 메서드만큼 허무한 것도 없습니다.

 

# 2.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들은 호러 영화의 완성도가 캐릭터를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정도에 종속된다 오해하곤 합니다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무턱대고 관객을 무섭게'만' 만드는 것 또한 정확한 목적은 아니죠. 무서움이라는 감정은 수단에 불과합니다. 장르가 무엇이 되었든 영화인 이상 본질적으로 관객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죠.

 

캐릭터를 괴롭히는 것이 왕도라 착각한 감독들은 작품을 캐릭터를 학대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곤 합니다. 또 다른 감독들은 관객을 맹렬히 공격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기도 하죠. 일련의 투박한 방법론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나는 무서움에 대한 역치가 높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마니아층의 허세가 더해진 결과가, 당대의 호러 영화를 너저분한 스타일의 마이너 장르로 내몬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 3.

 

<이블 데드>의 아버지, 샘 레이미는 이와 같은 호러 영화 메타를 환기합니다. 호러 영화의 목적이란 호러의 방식으로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그야말로 샘 레이미스러운 방식으로 구현합니다. 여타 공포 영화에 비해 장르가 작동하는 순간의 파괴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음에도, 어떻게 하면 관객을 더 옥죌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듯한 보편의 공포 영화들과 달리 압도적으로 편안하고 유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합니다.

 

# 4.

 

클라이맥스와 조응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작품의 서사를 운명론으로 감싸 안습니다. 예상대로 일반적인 오컬트 호러 무비에서 기대할 수 있는 플롯을 친절하게 따라가죠. 평범한 사람이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 벌어진 사소한 실수. 나에겐 사소하지만 타인에겐 가혹한 선택. 단추나 손수건 따위의 익숙한 오컬트 아이템에 담긴 예속적 성격의 저주. 목숨에는 목숨, 모욕에는 모욕이라는 절대적인 등가교환 원칙. 과학과 논리를 비웃는 압도적인 오컬트 세계관 등을 거장의 솜씨로 능숙하게 조립합니다.

 

심리 드라마의 그것인마냥 관객의 관점을 주인공의 시선에 강하게 종속시킵니다. 그 외 주변 캐릭터는 운신의 폭을 조정하는 기능으로 활용합니다. 실제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어렵다거나 난해하다거나 불편하다거나 하는 대목은 발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니, 조심스러울 것도 없죠. 불가능합니다.

 

 

 

 

 

 

# 5.

 

일련의 편안하고 안전한 이야기 위로

B급 코드의 코미디가 두텁게 깔립니다.

 

호러물로서의 정체성을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그로테스크한 연출에 대한 저항감만 없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볼법한 '코미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틀니 빼고 사탕 먹더니 바구니 채로 가방에 챙기는 노파 '가누쉬'의 등장은 우스꽝스럽습니다. 주인공 '크리스틴'과 가누쉬가 차 안에서 스테이플러 들고 뒤엉키는 액션이라거나, 차 밖으로 내팽개쳐진 가누쉬가 슬로로 벽돌을 들어 올리는 장면은 골 때리죠. 점쟁이 가게의 분홍분홍 디자인과, 5:5 가르마를 깔끔하게 넘긴 원숭이 머리와, 그 옆에 인도계 배우가 기타 들고 있는 싼마이 앨범 재킷, 야심 차게 등장하는 앞가슴 풀어헤친 '렘 제스'의 느끼한 비주얼은 하나같이 유쾌한 농담입니다.

 

굳이 미녀의 콧구멍을 한번 들어갔다 나온 후 입으로 돌진하는 파리와, 분수처럼 뿜어내는 코피와 은행장의 호들갑, 탈모인 눈물짓게 만드는 쉴 새 없이 쥐어 뜯기는 머리카락과, 어처구니없는 채식주의자 드립과, 가누쉬의 팔뚝을 입안에 넣고 태연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크리스틴의 표정과, 우울해 아이스크립을 퍼먹는 여자 친구의 유당 불내증을 걱정하는 클레이도 코믹하죠.

 

 

 

 

 

 

# 6.

 

한껏 분위기 잡으며 몰려든 잡령들이 '산 데나'의 말 한마디에 호롤롤로 사라진다거나, 귀신 들린 남자가 불 위에서 탭댄스를 춘다거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라미아에게 경고하던 램 제스가 날아든 의자에 나뒹구는 장면도 재미있구요. 입안으로 날아드는 손수건을 손가락 끝으로 잡아채는 달밤의 체조도 유쾌합니다.

 

특히 공동묘지에서의 한바탕 몸싸움은 이 영화가 호러 영화가 맞나 싶은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영화 내내 쥐어뜯기던 머리카락을 마지막까지 또 뜯긴다거나, 삽자루로 시체의 입을 벌리는 폭력적인 호쾌한 연출. 전쟁 영화 주인공에 빙의한 듯 멋들어진 표정으로 가누쉬에게 저주를 옮긴 직후 무덤을 올라서지 못해 버둥거리는 몸개그에, 십자가 모양 묘비에 뚝배기를 맞고 기절하는 장면은 박장대소하게 되죠.

 

여기에 세상 사랑스러운 '알리슨 로만'의 처절한 개고생과, 괴롭히는 건지 괴롭힘을 당하는 건지 모를 '로나 레이버'의 눈물 나는 고군분투가 더해집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영화인가 싶은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날 지로 모릅니다만 보다 보면 이 모든 것이 너무 웃겨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말죠.

 

 

 

 

 

 

# 7.

 

유능한 코미디라는 토양 위에 호러 연출이 적절히 가미됩니다. 표현의 절대적 수위는 그리 높지 않음에도 코미디와 호러를 오가는 동안의 낙차는 분명해 장르적 재미는 재미대로 확실하죠. 일반 관객들이 썩 좋아하지 않는 점프 스케어라거나, 소름 돋는 폭력, 구역질나는 질감의 오물, 징그러운 벌레떼 따위도 자유롭게 활용되고 있습니다만 영화 자체가 워낙 유쾌해 상당 부분 편안하게 수용하게 되는데요. 전적으로 연출자의 역량 덕이라 해야 할 겁니다.

 

유쾌한 장르적 재미로 파격적인 묘사와 전개의 이물감을 설득한다는 측면에서 B급 호러 영화의 정석이란 무엇인가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호러 영화를 작업하던 감독이 스파이더맨을 찍는다 그랬으니 당시 얼마나 걱정이 많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역으로 이렇게 장르를 잘 다루는 감독이기에 위대한 스파이더맨 트릴로지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군요. 샘 레이미 감독, <드래그 미 투 헬>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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