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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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화 49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ⅱ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이전글 :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유독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 morgosound.tistory.com # 12.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죠. 일련의 연출법은 난해한 아이템을 이해시키는 덴 성공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장르와 합치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압박감의 성격보다 더 우선시되는 압력의 크기. 인물을 포위하는 듯한 엄격한 연출의 통제.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보다 심미성에 더 많이 할애되는 듯한 메타포. 사건이 고조되는 순간의 과격한 표현 따위 등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작법들인데 반해 이 영화의 메시지는 누가 뭐래..

Film/Thriller 2021.02.18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시 볼 정도로 좋았었는데요. 단독 주연작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거겠죠. 영화가 뭐 어떻다구요? 그래서 므요, 으쯔라구요. 1시간 30분 여신 영접했으면 된 거 아닌가요?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스왈로우 :: Swallow』입니다. # 1. 영화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잠시 치워두고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주연 배우 얘기부터 해 봅시다. 제 아무리 작가주의적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캐스팅만으로 주저 없이 티켓값을 지불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다들 몇 명씩은 있죠. 저는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선 '전도연'과 '문소..

Film/Thriller 2021.02.17

일생 ⅱ _ 붉은 거북, 미카엘 뒤독 더 빗 감독

이전글 : 일생 ⅰ _ 붉은 거북, 미카엘 뒤독 더 빗 감독 # 0. 고요하면서 웅장합니다. 섬세하면서 장엄합니다. 간결하면서 화려하고, 차분하면서 격렬합니다. 명료하지만 동시에 대단히 치밀하고, 단순하지만 더없이 디테일하기도 합니다. 누구도 아무 morgosound.tistory.com # 14. 첫 번째, 두 번째 장까지의 영화 전반부는 문학적 - 미학적인 파트였다 한다면, 지금부터의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직설적이며 서사적입니다. 심미적인 시퀀스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전반부와 같은 구성이 영화 끝까지 계속 이어졌다면 제법 피곤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관객 경험을 고려한 영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군요. 세 번째 장은 입니다. 부부 사이에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이는 섬에서 태어난 최초의 인간, 외로움의 ..

Film/Animation 2021.01.22

일생 ⅰ _ 붉은 거북, 미카엘 뒤독 더 빗 감독

# 0. 고요하면서 웅장합니다. 섬세하면서 장엄합니다. 간결하면서 화려하고, 차분하면서 격렬합니다. 명료하지만 동시에 대단히 치밀하고, 단순하지만 더없이 디테일하기도 합니다.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함의는 깊을 사색을 필연적으로 요구합니다. '미카엘 뒤독 더 빗' 감독, 『붉은 거북 :: La tortue rouge』입니다. # 1. 언어는 논리입니다. 체계입니다. 계산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아무리 창의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약속된 어휘가 허락한 사고의 틀을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에 음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는 것 ..

Film/Animation 2021.01.20

해체주의자의 하이퍼리얼리즘 _ 러브, 가스파 노에 감독

# 0.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싶었던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를 죽이고 그녀의 가슴을 열어 선홍빛 심장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얻은 소녀의 심장은 그의 바람과 달리 차갑게 식고 말았답니다. '가스파 노에' 감독, 『러브 :: LOVE』입니다. # 1. 사랑입니다. 사랑을 구성하는 모든 감수성입니다. 모든 것들을 극단적인 스타일로 전시합니다. 열정과, 질투와, 설렘과, 일탈과, 욕망과, 욕구와, 환상과, 기대와, 환희와, 실증과, 후회와, 안정과, 인정과, 본능. 그리고 이들 모두를 압도하는 강력하고 파격적인 성애性愛입니다. 수집은 아닙니다. 해체에 가깝습니다. 사랑이라는 선망의 대상을 과격하게 포획한 후 해체해 그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영화입니다. 감독은 해체된 감수성의 편린을 강박적으로 ..

Film/Romance 2020.08.20

마리옹 꼬띠아르 _ 라비앙 로즈, 올리비에 다한 감독

# 0.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를 들어 에디트 피아프보다 더 에디트 피아프 같은 마리옹 코티아르라 평했다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론 50줄이 넘은 '이 평론가'가 태어나기도 전인 63년에 사망한 사람이 원래 어떠했는지를 피차 알 턱이 없는 마당에 저 평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만, '올리비에 다한' 감독, 『라비앙 로즈 :: La Vie en Rose (La Môme)』입니다. # 1. 영화를 보고 난 후 너무도 적절한 평이었다는 걸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목소리로 노래하는 사람은 아마도 '마리옹 꼬띠아르'가 연기한 '에디트 피아프'였을 것이다를 넘어 이런 목소리로 노래하는 사람은 분명 '마리옹 꼬띠아르'의 '에디트 피아프' 였어야 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관객 스스로 부..

Film/Drama 2020.08.13

모자이크 _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아녜스 바르다 감독

# 0. 영화의 제목은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입니다. 영화는 '이삭'의 의미와 '줍는 행위'의 의미와 '사람'의 의미와 '들'의 의미와 이들을 다시 줍고 다니는 '나, 아녜스 바르다'의 의미. 그리고 이 모든 '의미'들 속에서 다시금 자신이 찾던 것들을 주워갈 관객들의 의미를 관조합니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 Les Glaneurs Et La Glaneuse』입니다. # 1. 작품 속에는 다양한 이삭들이 등장합니다. 땡볕 아래 아녀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게 했던 밀 이삭. 한숨짓는 싱글맘이 아이들을 먹일 감자. 비루한 행색의 노숙자가 뒤지는 쓰레기통과, 노련한 셰프의 와인이 되어줄 포도. 나눔을 역설하는 오래된 법전에 쓰인 양배추. 예술 작품을 하기 위해 주워지는 잡동사니. 줍..

Documentary/Social 2020.06.12

비처럼 음악처럼 _ 쉘부르의 우산, 자끄 드미 감독

# 0. 대화를 포함한 극의 전반을 음악으로 구성하는 오페라의 매력과, 노래하는 동안의 캐릭터와 연기를 북돋우는 뮤지컬의 매력과, 연출과 편집이 적극적으로 극에 개입하는 영화의 매력을 환상적으로 배합해 낸 작품입니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샹송과 황홀하고 매혹적인 색감이 비가 되어 관객을 사랑으로 흠뻑 적십니다. '자끄 드미' 감독, 『쉘부르의 우산 :: Les Parapluies De Cherbourg』입니다. # 1.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항구도시 '쉘부르'에서 엄마와 함께 우산가게를 운영하는 '쥬느뷔에브'와 자동차 정비공 '기이'. 두 젊은 연인의 열렬한 사랑이 알제리 전쟁으로 인해 어긋나게 되는 과정과 그 후를 그린 비극적 멜로 영화입니다. 역사적 사건이라는 거대한 풍파에 떠밀린 개인의 비극이라는..

Film/Romance 2020.05.18

무제 _ 아무르, 미카엘 하네케 감독

# 0. 굳게 잠긴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서는 저택. 깊은 방 침대 위 곱게 눈을 감은 노년의 여인. 누가 놓았는지는 몰라도 사랑이 가득 담긴 것만은 확실한 꽃잎들과, 무언가가 자유로이 날아간 것만 같은 열린 창. 사랑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AMORE. 영면에 든 노인과, 그녀와 마지막을 함께 했을 누군가에게 보내는 듯한 청중의 긴 박수소리. 일련의 오프닝 시퀀스는 사실 이 작품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의 서사는 여인이 마지막으로 건넜을 켜켜이 겹쳐진 시간들과, 그녀를 마지막까지 사랑한 누군가들과, 이들의 여정에 존중의 박수를 보내는 이유에 대한 각주라 할 수 있죠. '미카엘 하네케' 감독, 『아무르 :: Amour』입니다. # 1. 깊고 좁은 복도를 걸어 들어가는 노부부. 잘 들리지도 않는 ..

Film/Romance 2020.05.06

에스프레소 _ 콜드 워,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 0. 포스터만 봐도 어려운 영화입니다. 감독 이름에서부터 심상치가 않죠. 도스토예프스키든, 차이코프스키든, 로만 폴란스키든 어쩌고 저쩌고 스키 들어가면 대부분 엄청 대단하면서 동시에 무지막지하게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이 감독...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는데, 세상에나. 『이다』의 감독이었군요.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콜드 워 :: Cold War』입니다. # 1. 정서와 서사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때깔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전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패턴화 된 오브제들의 감각적인 리듬, 적재적소에 4:3 비 화면을 명확한 의도 하에 과감하게 잘라 들어가는 굵은 선, 깊은 여운을 불러일으키는 여백 등의 이미지가 구현하는 심미성은 이번에도 역시나 감동적입니다. 흑백의 ..

Film/Romance 2020.05.05

실신 주의 _ 베리드,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 0. 압도적 콘셉트의 영화입니다. 파격적 발상의 영화입니다. 그 어느 작품보다 도발적입니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발견한 후 그 안에서의 심리상태를 추적하는 동안의 집중력이 어마어마합니다. 감독은 배우 한 명 섭외해 관짝에 냅다 집어넣는 걸로 무려 95분을 멋들어지게 비벼내는 데 성공합니다. 심지어 개봉 직후 선댄스와 토론토까지 훔칠 뻔했다죠. 꺼무 위키에 따르면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는 과호흡으로 7번이나 실신했다고 하는데요. 겨우 7번 밖에 실신하지 않은 배우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베리드 :: Buried』입니다. # 1. 노골적인 공간에 주인공과 관객을 한데 구겨 넣어 대단히 직관적인 몰입감을 유도하는 데 성공합니다. 한 발자국은커녕 몸..

Film/Thriller 2020.05.04

해부학 실험실 _ 비브르 사 비, 장 뤽 고다르 감독

# 0. 실험적이고 과감한 기법이 영화 전반을 지배합니다. 자유를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 무기력하게 몰락해가는 여인 ‘나나’의 삶이라는 핵심 서사보다 감독의 철학과 색체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뭐랄까요. 이를테면 영화적 기법들을 전시해 놓은 듯한 인상이랄까요. 지금의 기준에선 다소 작위적이고 촌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현대 영화들의 체계적으로 훈련된 표현들의 유려함에 비하면 당시의 기법이란 아직 제시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명하고 뚜렷한 목적의식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장 뤽 고다르’ 감독, 『비브르 사 비 :: Vivre sa vie』입니다. # 1.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기법과 효과가 1 대 1로 매칭 되며 그 작용 관계에 대해 진중하게 고찰합니다. 마치 영화..

Film/Drama 2020.01.04

뼈를 주고 살을 취한다 _ 무드 인디고, 미셸 공드리 감독

# 0. 독특한 스타일과 파격적 상징과 직설적 은유가 쏟아집니다만 감흥은 없습니다. 영화와 대화하고 있다는 감각은 희미합니다. 스타일만 널브러져 있는 걸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에 훨씬 가깝습니다. 나름의 정서가 있긴 합니다만 관객에게 전달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법이죠.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메시지만큼 공허한 것도 없으니까요. 전체적인 맥락과 분위기를 리드할 선명한 스토리텔링이 없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작품이 나옵니다. 미셸 공드리 감독, 『무드 인디고 :: Mood Indigo』입니다. # 1. 미친 것 같습니다. 미친 듯이 피곤합니다. 피아노를 치며 칵테일을 만드는 순간까지, 기껏해야 영화 시작 5분여 정도만 오호라? 하고 솔깃한 뿐입니다. 이후부터는 넘쳐나는 과잉에 체력이 쭉쭉 빨려나가는 느낌..

Film/Romance 2019.12.07

이런 위로도 있다 _ 내 몸이 사라졌다, 제레미 클레팡 감독

# 0. 그로테스크한 표현과 육중하게 침전되는 감각, 독특한 상상력과 따뜻한 주제의식이 인상적입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소년 '나오펠'의 곤궁하고 허무한 삶의 여정, 해부학실을 탈출한 '손'의 위태롭고 불안한 모험이 분리된 서사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서를 주고받는 화학적 결합에 다다릅니다. 직접적이고 말초적인 불쾌감과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불쾌감을 교차적으로 매칭 하는 방식이 효과입니다. 비 내리는 저녁의 피자배달, 나무로 만든 옥상의 이글루, 돌고 돌아 몸 옆에 자리하는 손, 차갑고 위태롭게 서있는 타워 크레인의 모습들 마다마다 서정성이 상당합니다. '제레미 클레팡' 감독, 『내 몸이 사라졌다 :: J'ai perdu mon corps』 입니다. # 1. '나오펠'의 삶은 보통의 드라마들처..

Film/Animation 2019.12.04

에피타이저 탕수육 _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아녜스 바르다 / JR 감독

# 0. 사실 작년에 본 영화입니다. 독립극장의 예술영화관에서 봤었죠. 하지만 리뷰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꿀잠을 잣기 때문입니다. 나랑 안 맞는 영화였나 보다 하며 잊고 지냈는데요. 최근 넷플릭스에 이 영화가 걸렸더라구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영화의 무엇이 20년 차 모범 불면증 환자인 저마저 숙면에 빠트리게 한 것일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쌩돈 들여 간 영화관에선 잠을 쳐 잔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다시 보고 말았습니다. 물론 2017` 칸 특별부문 초청작이라는 걸 알고선 마음이 조금 더 동하기도 했구요. 권위에 굴복한 것 맞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아녜스 바르다', 'JR' 감독,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 Visages, Villages』입..

Documentary/Art 2019.10.06

다섯 번째 유령 ⅱ _ 퍼스널 쇼퍼,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다섯 번째 유령 ⅰ _ 퍼스널 쇼퍼,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 0. 삶의 이유를 지배하는 유령. 불안함과 두려움을 대변하는 유령. 금기에 대한 숨겨진 욕망을 끄집어내는 유령. 희망과 안식의 도피처로서의 유령. 그 한 가운데 표류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morgosound.tistory.com # 7. '모린'의 정체성은 다면적입니다. 영매가 주목될 수도 있었구요. 쌍둥이가 핵심이 될 수도 있었죠. 날아다니는 혼령에 대한 이야기를 심화할 수도 '루이스'에 엮인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굳이 영화의 제목으로 를 결정합니다. 타인을 위해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는 사람. 그런 직업적 역할 관계를 내면화한 삶과 영혼에 대한 내제적 접근을 풀어 보겠노라 규정합니다. 돌이켜 보면 영..

Film/Thriller 2019.10.02

다섯 번째 유령 ⅰ _ 퍼스널 쇼퍼,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 0. 삶의 이유를 지배하는 유령. 불안함과 두려움을 대변하는 유령. 금기에 대한 숨겨진 욕망을 끄집어내는 유령. 희망과 안식의 도피처로서의 유령. 그 한 가운데 표류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대한 집요한 탐구입니다. 매력적인 반전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퍼스널 쇼퍼 :: Personal Shopper』입니다. # 1. '모린'은 '키라'의 퍼스널 쇼퍼입니다. 모린은 그녀에게 직업적으로 경제적으로 복무합니다. 모린의 시간과 땀은 키라의 삶을 더욱 화려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합니다. 값비싼 보석과 화려한 드레스를 구매하는 순간엔 마치 주인이라도 되는 양 결정을 내리곤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들은 그녀의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거라면 볼 일 없었더라면 ..

Film/Thriller 2019.10.01

꽃을 찢고 질문하다 _ 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 0. 독특합니다. 고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이야기가 관객의 이목을 부여잡습니다. 서사가 어떻게 굴러가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꽂힙니다. 설정은 각자의 영역에서 자기 매력을 지키되 따로 놀지 않습니다. 완성도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감동을 다른 영화에서 얻기란 매우 힘들어 보입니다. 이 영화는 누군가에겐 '요르고스 탄티모스'라는 이름을 평생 기억하게 할 계기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반면, '요르고스 탄티모스' 감독, 『더 랍스터 :: The Lobster』입니다. # 1. 기괴하고 불편합니다.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설정 위에서 이야기는 밑도 끝도 없이 널을 뜁니다. 서사에 깊은 개연성..

Film/Romance 2019.09.03

7000원에 영화 세편 _ 델마, 요아킴 트리에 감독

# 0. 영화의 서사는 간결합니다. 초능력 가진 짱짱녀 딸이 각성 전에 사고를 치고, 딸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엄마 아빠가 딸을 담그려 하지만 역관광 당하고, 마침내 능력을 각성한 딸이 여자 친구와 뽀뽀한다는 영화죠. 네. 이 영화는 백하ㅂ... 간결한 서사임에도 관객의 머릴 아프게 만드는 건 116분의 런타임 내내 쏟아지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 때문입니다. 그것도 적당히 아는 놈 알고 모르는 놈 몰라란 식으로 숨겨두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쏟아냅니다. 눈앞에다 흔들면서 '야! 이거 암시야, 암시! 뭐게! 맞춰봐!' 라 합니다. 관객들은 놀란만으로도 충분히 벅찹니다. 왜 북유럽 갬성 형님들까지 이러시는 건가요. '요하킴 트리에' 감독, 『델마 :: Thelma』입니다. # 1. 엄마는 하반신 불구입니다. 아빠..

Film/Thriller 201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