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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해체주의자의 하이퍼리얼리즘 _ 러브, 가스파 노에 감독

그냥_ 2020. 8.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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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싶었던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를 죽이고 그녀의 가슴을 열어 선홍빛 심장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얻은 소녀의 심장은 그의 바람과 달리 차갑게 식고 말았답니다.

 

 

 

 

 

 

 

 

'가스파 노에' 감독,

『러브 :: LOVE』입니다.

 

 

 

 

 

# 1.

 

사랑입니다. 사랑을 구성하는 모든 감수성입니다. 모든 것들을 극단적인 스타일로 전시합니다. 열정과, 질투와, 설렘과, 일탈과, 욕망과, 욕구와, 환상과, 기대와, 환희와, 실증과, 후회와, 안정과, 인정과, 본능. 그리고 이들 모두를 압도하는 강력하고 파격적인 성애性愛입니다.

 

수집은 아닙니다. 해체에 가깝습니다. 사랑이라는 선망의 대상을 과격하게 포획한 후 해체해 그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영화입니다. 감독은 해체된 감수성의 편린을 강박적으로 소집해 게걸스럽게 표현합니다.

 

가스파 노에 감독은 포르노의 차이가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의도의 차이'라 답합니다. 네, 감독에게 파격성은 그 자체로 본질이 아닙니다. 감독은 보이는 걸 담았을 뿐입니다. 영화는 충격적이고 파격적이지만 사실 충격적이지도 파격적이지도 않습니다. 직설적일 뿐이죠.

 

노골적인 성적 묘사는 사랑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성분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감독이 파격적인 표현을 선택한 건 그 모습이 가장 현실적이고 선명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는 그렇게 섹스를 나누고 잠자리에 누워 그렇게 사랑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실 속 사람들의 사랑에는 모자이크도 편집도 은유도 없습니다.

 

 

 

 

 

 

# 2.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타일과 디테일과 에너지를 얻는 동안 사랑의 본질적인 온기를 놓치고 맙니다. 감독의 거친 손길 앞에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게 되고 맙니다. 온기를 잃은 사랑은 죽은 사랑이죠.

 

관객이 영화를 보며 느끼는 불편은 단순히 과격하고 파괴적인 표현 때문이 아닙니다. 뜨거운 표현과 차갑게 죽어있는 감정 사이에서 발생하는 위화감 때문이죠. 갈갈이 찢어져 해체된 차갑게 식은 사랑과 열정적이고 자극적인 성애의 대조가 만드는 공허한 불쾌감은, 영화의 긍정적인 면들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선정성에 민망해하다, 점차 불쾌해졌다가, 결국엔 연민하게 됩니다. 주인공 머피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해 감독에 대한 연민으로까지 확장됩니다. 상냥한 정서에 스스럼없이 칼을 들이미는 단호한 힘은 인상적이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칼을 들이밀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엾은 영혼의 발버둥 또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머피와 감독은 모두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사랑한다 말합니다. 감독에게 정서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텅 빈 우주를 유영하듯 자유롭고 황홀하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부유하는 것만 같은 두려움이었던 걸까요.

 

 

 

 

 

 

# 3.

 

혹자는 감독과 영화를 들어 <파격적이다>라는 평을 넘어 <악마적이다> 라고까지 말합니다. 악마는 언제나 불쾌하고 두렵지만 동시에 매혹적이고 아름답기도 한 존재죠.

 

정서의 틈을 갈라내고 들여다보며 열어젖히는 문틈. 인물을 강하게 옥죄는 3 분할 구도의 반복적 활용. 강압적으로 제압해 짓이겨 누르는 듯한 클로즈업과 프레임. 스크린 밖의 공기까지 집어삼킬 듯한 색감과 공간. 강렬한 묘사. 과감하면서 섬세한 사운드의 조화는 충분히 심미적입니다. 호불호와 별개로 완성도까지 부정될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라는 소리죠.

 

# 4.

 

앞선 온갖 뜬구름 잡는 헛소리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기본적으론 대단히 과격한, 사람에 따라선 불쾌할 수도 있는 영화임엔 분명합니다. 영화를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유희이자 취미 정도로 대하는 관객이시라면,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 영화의 서사와 표현과 메시지는 그 정도의 위험부담과 피로감을 감수할 정도로 특별하거나 탁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양한 영화적 스펙트럼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희소성만으로도 한 번쯤 도전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는 생각입니다. 유수의 영화제들이 이런 작품들에 환장하는 건 이런 류의 영화가 그만큼 매혹적으로 수집욕을 자극하기 때문이죠. '가스파 노에' 감독, 『러브』였습니다. 

 

 

 

 

 

 

# 5.

 

사족 하나 달자면 작품을 둘러싼 논란과 선정성과는 별개로 누군가의 창작물에 그것도 성인을 위한 창작물에 심의를 의유로 칼을 대는 건 대단히 불쾌한 일입니다. 설령 특정 매체가 정서적으로 유해하다는 주장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그 유해함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일방적으로 박탈당한 채 소위 '더 단단하고 고차원적이고 뛰어난 인격의 누군가'들로부터 보호라는 이름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언제나 참 역겹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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