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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Social

모자이크 _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아녜스 바르다 감독

그냥_ 2020. 6.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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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영화의 제목은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입니다. 영화는 '이삭'의 의미와 '줍는 행위'의 의미와 '사람'의 의미와 '들'의 의미와 이들을 다시 줍고 다니는 '나, 아녜스 바르다'의 의미. 그리고 이 모든 '의미'들 속에서 다시금 자신이 찾던 것들을 주워갈 관객들의 의미를 관조합니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 Les Glaneurs Et La Glaneuse』입니다.

 

 

 

 

 

# 1.

 

작품 속에는 다양한 이삭들이 등장합니다.

 

땡볕 아래 아녀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게 했던 밀 이삭. 한숨짓는 싱글맘이 아이들을 먹일 감자. 비루한 행색의 노숙자가 뒤지는 쓰레기통과, 노련한 셰프의 와인이 되어줄 포도. 나눔을 역설하는 오래된 법전에 쓰인 양배추. 예술 작품을 하기 위해 주워지는 잡동사니. 줍는다는 핑계 뒤에 훔쳐지는 굴. 소비를 비판하는 젊은이들이 뒤지는 쓰레기통과, 버려진 것을 줍는 것이 불법이라 말하는 제도의 아이러니. 소식가 선생님의 사과와 '아녜스 바르다'의 시계까지 모두 이삭입니다.

 

 

 

 

 

 

# 2.

 

이삭은 주워지는 무언가들의 집합입니다.

 

감독이 포착한 이삭의 정체는 썩 모호합니다. 어느 누구도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동시에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쓰임이 다한 것이면서 동시에 쓰임이 온전히 남은 것이기도 합니다. 가치가 없는 것이지만 가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죠. 아니 가치가 없었던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이삭에 머물러 있던 무언가들은 줍는 순간 이삭이 아니게 되지만, 이삭이 아니게 됨과 동시에 무언가들은 다시 이삭으로 돌아갑니다. 어렵네요.

 

 

 

 

 

 

# 3.

 

각자의 이유로 이 이삭들을 줍는 사람들입니다.

 

직업으로서 취미로서 투쟁으로서 줍습니다. 자식을 먹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이익을 보기 위해, 혹은 주장하기 위해 창조하기 위해 사유하기 위해 줍습니다. 비루한 노숙자와 비겁한 도둑과 슬픈 눈의 싱글맘에서, 당당한 사업가와 셰프와 법률가와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겐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들을 표현하는 행위는 모두 한결같이 허리 숙어 무언가를 손에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줍다. 이 단순한 행위 안에 인간 군상이 모두 담겨 있을 수 있음을 감독은 통찰합니다.

 

 

 

 

 

 

# 4.

 

행위는 단순하지만 줍고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와 목소리에는 각자마다 형언할 수 없이 깊은 회한과 모순이 담겨 있습니다. 애써 가려져 있던 어쩌면 숨겨져 있던 삶의 여러 단면들 중 일부가 이삭과 감자와 쓰레기와 포도와 양배추와 잡동사니와 굴과 채소라는 시약들을 만나 화학적으로 반응되어 나오듯 화면에 펼쳐집니다.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소집해 메시지를 구축합니다.

 

 

 

 

 

 

# 5.

 

수집된 사람들의 단면들이 모자이크처럼 인생과 사회와 공동체와 시대 가치와 예술 따위의 통시적 개념들을 조립합니다. 무언가를 줍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예술적 가치를 줍고 있는 '아녜스 바르다'의 모습으로부터 당신은 무엇을 주워갈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제목 속 '나'는 감독이지만 동시에 관객이기도 하죠.

 

다만 일련의 보편적 가치 뒤로 미묘한 회의적 시선이 함께 느껴지기는 합니다. 감독 특유의 마르크스주의적 이념 철학이 슬며시 묻어나는 대목이죠.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아녜스 바르다'는 참 감성적이면서도 무서우리만치 영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 6.

 

하나의 아이템만으로도 장편 영화 몇 편쯤은 넉넉히 나올법한 주제의식들을 고이 '주워' 81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묵직이 담아내는 작품입니다. 단편이지만 관객의 성향에 따라선 그 어떤 영화보다도 볼륨이 큰 작품이 될 수도 있겠네요. 내일 해가 뜨면 저도 무언가 주울만한 게 없나 찾아봐야 겠습니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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