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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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541

꿀노잼 성장드라마 _ 범블비,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

# 0. 마이클 베이의 막장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리부트, 그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를테면 트랜스포머 홈커밍이랄까요. 딱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리부트 하는 게 트렌드인가 보죠. 영화도 리부트, 드라마도 복고풍, 게임도 M, 디아블로도 이모탈. 그럼에도 세태에 편승하지 않고 내적 성장에 자체 슬로모션이 걸려버린 망해버린 자식 놈을 리부트 시키지 않으시는 우리의 부모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황급히 영화 얘기로 넘어가 봅시다.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 『범블비 :: Bumblebee』입니다. # 1. 시작부터 설 연휴마다 펼쳐지는 어설픈 발음과 어울리지 않는 한복 차림의 외국인 노래자랑만큼이나 상투적인 오토봇 진영과 디셉티콘 진영의 축제 한마당이 펼쳐집니다. 전작에 비하면 상당히 소소해진 총알 주고받..

Film/SF & Fantasy 2019.01.07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_ 코렐라인, 헨리 셀릭 감독

# 0. 한국의 배급사들은 애니메이션 뒤에 부제를 안 달면 죽는 병이 걸린 게 아닐까요? 롤링이 버릇 다 버려놨습니다. 뭔가 해리포터스러운 발랄한 폰트, 어드벤처를 강조하는 부제, 가족영화라도 되는 듯한 발랄한 색감의 국내판 포스터에 낚여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단추와 바느질의 가위눌림에 밀어 넣으셨죠. 영화는 '코렐라인'이라는 아이가 엄빠 따라 이사 갔다 환상의 세계로 가는 문을 넘어 눈이 매력적인 마녀에 홀리나 싶더니 결국 역관광에 성공하고 현실로 돌아와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하죠. 크게 보면 나 , 나 최근의 등과 같은 아동용 어드벤처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영화입니다. 환상의 나라를 돌아다녀봤자 재밌는 건 잠깐이고 결국 집 떠나면 개고생이니 엄마 아빠 말 잘 들어! 라는 초등학교 교..

Film/SF & Fantasy 2018.12.24

영화 - 배우 = 0 _ 마약왕, 우민호 감독

# 0. 벌써 2018년도 다 지나갔네요. 야심한 밤, 미떼 광고 속 아저씨들처럼 스웨터 차림에 핫초코 한잔 뽑아 들고 창가에 서서 지난 한 해를 떠올려 봅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2017년은 아마도 김수현 주연 의 광풍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간 해로 기억되시겠죠. 곱게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날 모텔로 향하는 커플을 본 솔로의 마음처럼 너덜너덜 해진 팬들에게, 12월 끝자락에 혜성같이 나타난 장준환 감독의 은 1달 만에 뽑기 성공한 무신사 할인 쿠폰처럼 따뜻하셨을 겁니다. 다행히 올해 2018년은 과 같은 인피니티 건틀렛 장착한 타노스가 나타나진 않았습니다만, 슬프게도 유례를 찾기 힘든 망작의 다단 히트에 멍든 한 해로 기억됩니다. 관상과 이승기 팬덤 빨로 날로 먹으려다 체한 이..

Film/Thriller 2018.12.20

20% 부족할 때 _ 아메리카 타운, 전수일 감독

# 0. 미군부대 근처에 만들어진 기지촌, 그곳에서 자의 반 타의 반의 성매매를 했던 소위 '양공주'들과 그런 양공주에게 첫사랑을 느낀 사진관 소년의 비극입니다. 오프닝의 콘돔이 버려진 차갑고 건조한 벌판, 그 위를 가르는 찢어질 듯한 비행기 소리처럼 일관되게 삭막하고 투박합니다. 모든 순간에 온기도 정서도 없습니다. 다들 나름의 절실함을 살지만 그들 모두는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줄만 알았던 시대,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줄만 알았던 공간을 다룹니다. 아이템은 매력적이죠. 아이템만 매력적이란 게 문제지만요. 전수일 감독, 『아메리카 타운 :: America Town』 입니다. # 1. 냉정히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진 못할 것 같습니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의 억양이나 대사처리에..

Film/Drama 2018.12.18

HELLO, HOW ARE YOU, WHO ARE YOU _ 김씨표류기, 이해준 감독

# 0.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키덜트 한진우 박사를 데려다 살을 뒤룩뒤룩 찌우게 만들어 성전환 수술을 꿈꾸는 트랜스젠더 씨름 선수로 만든 미친 영화죠. 짝사랑하는 선생님은 초난강, 씨름부 감독은 백윤식, 쿵짝을 맞추는 동료는 개그맨 문세윤입니다. 막장 영화 아니냐구요? 전혀요. 주연 류덕환은 천하장사 마돈나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7개의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게 되는걸요. 이 골 때리는 영화를 만든 사람이 2009년 차기작이라고 가져온 영화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천만명이 사는 서울 한복판에 표류된 남자를 다룬 케스트 어웨이. '이해준' 감독, 『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입니다. # 1. 남자 김씨는 신용불량자입니다. 부모의 무모한 기대, ..

Film/Comedy 2018.12.17

다시보기만 50번째 _ 첫 키스만 50번째, 피터 시걸 감독

# 0. 특별한 영화는 아닙니다. 꼭 봐야 할 명작도 흥행에 성공한 대작도 영화사에 남을 걸작도 아니죠. 매년 대여섯 편씩은 나오는 흔해빠진 할리우드식 가족형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하나일 뿐입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아역 출신 배우 드류 베리모어 최고의 영화도, 미국식 코미디 드라마의 대가 아담 샌들러 최고의 영화도 아니죠. 국내 관객은 겨우 22만. 이 정도면 적어도 한국에선 망했다고 봐야겠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글의 제목처럼 이 영화를 셀 수 없을 만큼 보고 또 봤습니다. 좋아하니까요. '피터 시걸' 감독, 『첫 키스만 50번째 :: 50 First Kisses』입니다. # 1. [주인공]은 [저주]에 걸려 있습니다. 저주는 금기와 의식 따위로 연결됩니다. 저주는 본인의 과오로 인해 생긴 ..

Film/Comedy 2018.12.15

언젠가 4월이었을 당신에게 _ 4월 이야기, 이와이 슌지 감독

# 0. 일본 영화 좋아하시나요? 일본 영화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뇨, 애니메 말구요. 아뇨, 빌어먹을 코스프레 특촬물 말구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혹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나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영화들 말이죠. 글쎄요. 저는 말보다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약간은 게슴츠레하게 뜬 눈을 슬쩍 사선으로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회상하는 사람. 피식 웃는 입꼬리는 한쪽만 가볍게 올라가고, 마음속 깊이 쌓인 무언가를 숨에 담아 긴 호흡에 내보내는 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 언제든 자리를 뜰 수 있다는 듯 어설피 걸터앉은 엉덩이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한가로운 오후 하늘을 올려..

Film/Drama 2018.12.13

5센치처럼 보이는 3센치 _ 맨 프럼 어스, 리처드 쉥크만 감독

# 0. 혹시 그럴 때 없으신가요? 우리 모두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 삶의 시계가 죽기 10분 전, 5분 전, 1분 전, 1초 전에 반드시 도달하리라는 절망감. 그 순간에도 지금처럼 살아있어야만 하는구나 라는 공포감. 이따금 그런 생각이 엄습할 때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식은땀을 닦게 되는 게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때문에 한 번쯤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도 하실 겁니다. 100년, 1000년, 10000년.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없어지면 힘들 거라고? 웃기고 있네. 넌 뭐 살아봤냐? 라는 식의 철없는 망상이랄까요. 이런 범용적이고 간편한 상상이 영화에 쓰이지 않을 리가 없죠. 오늘은 14000년이나 살아온 크로마뇽인을 이야기해 ..

Film/SF & Fantasy 2018.12.12

역설로 빚은 잔혹동화 _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

# 0. 빈방이 있습니다. 각진 빈방을 노려보던 감독은 창문과 문이 거꾸로 매달리게끔 방을 뒤집습니다. 침대를 거꾸로 천장에 붙입니다. 협탁과 수납장 역시 천장에 뒤집어 붙입니다. 책상도 의자도 붙입니다. 이불과 배게, 카펫, 거울, 그 외 사소한 장식 모두 빠짐없이 거꾸로 매답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앨리스를 방에 들여보냅니다. 눈 앞에 모든 것이 뒤집힌 세상이 보입니다. 어지럽네요. 다행히 감독의 생각을 이해한 성실한 주인공은 스스로의 몸도 천장에 거꾸로 매답니다. 그랬더니 어머나. 모든 것이 뒤집힌 세상이 잔인하리만치 똑바르게 보이지 뭐예요. '안국진' 감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 Alice In Earnestland』 입니다. # 1. 모든 것을 뒤집어 세상을 적나라하게 비추려 드는 ..

Film/Drama 2018.12.10

두 글자로, 손절 [성난황소, 김민호 감독]

전작 『동네사람들』 리뷰에서 '김새론' 양을 너무 심하게 까서 였을까요. 납치에도 고작 셀프 이발만 했던 아저씨가, 웬 듣도 보도 못한 리뷰어 따위에게 아끼던 동네 꼬맹이가 털리는 걸 보더니 머리끝까지 화가 나 벌크업을 잔뜩 하고 장첸에게 죽은 장이수를 예토 전생시켜 옆구리에 차고 득달같이 쫒아옵니다. 정신 나간 불수능에 야귀가 되어버린 수험생들을 현빈마냥 무찌르며 가까스로 도착한 극장에서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찰나. 기어코 그곳까지 쫒아온 아저씨는 범죄도시,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이라는 탄환을 제 멘탈의 방탄유리에 꽂아 넣고 선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 한발 남았다." '김민호' 감독,『성난황소』 입니다. 클리셰를 찾아라 예상하시는 그 영화, 그 대로입니다. 그 배우 주연, 그 배우들 조연. 그 플..

Film/Action 2018.11.26

밀려나 버린 것들, 지워져 버린 것들 _ 이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 0. 전쟁이 할퀴고 간 참혹한 상처. 원래의 길에서 밀려나 버린 것들, 지워져 버린 것들. 그들이 만들어 낸 공백입니다. 세상은 정적이고 엄숙하고 삭막하며 육중합니다. 색과 온기를 잃습니다. 사람들은 얼굴만 겨우 보일 정도로 밑바닥으로 끝으로 밀려납니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이다 :: Ida』 입니다. # 1. 어디서 뭘 하는지 원망스러운 신을 모시는 수도원입니다. 대화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귀퉁이로 밀려나는 동안 빈자리는 건조하고 차가운 여백이 차지합니다. 카메라는 픽스되어 있습니다. 인물들은 전시되어 있습니다. 최소한의 목소리는 앵글 밖에 있는 사람에게 맡깁니다. 생동감은 극단적으로 제한됩니다. 관객은 메마르게 정지된 시간을 관찰하게 됩니다. # 2. '안나'는 정식 수도자가 될 서원식..

Film/Drama 2018.11.22

섹시한 가영씨 _ 밤치기, 정가영 감독

# 0. 영화를 좋아합니다. 좋은 감독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이야기를 듣노라면 고작 두어시간 동안만에 수십년의 인생을 덤으로 사는 느낌이 든 달까요. 문지방을 넘는 데만 성공하면 수백명의 사람들이 수백억의 돈과 수년여의 시간을 들여 만든 온전한 세계를 단돈 만원에 접할 수 있습니다. 엘프와 드워프가 오크 머릿수를 세는 헬름 협곡을 지나, 수다스러운 조지 클루니와 함께하는 우주를 건너, 시가를 비스듬히 문 제이미 폭스의 묵음 D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거 될 수 있는 환상적인 취미죠. 매주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기 무섭게 영화관을 찾는 건 아직 영화보다 더 남는 장사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보다 영화관이란 공간을 조금 더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커플들과 사랑하려는 사람들, 외로운 솔로들과 자녀 ..

Film/Romance 2018.11.15

너무 비겁한 거 아닌가요? _ 동네사람들, 임진순 감독

# 0. 또 마동석이 또 적당히 개그 치다 또 적당히 아이를 만나 또 적당히 빡치다가 또 나쁜 놈들 후드려 패는 영화입니다. 임진순 감독, 『동네사람들 :: Ordinary People 』입니다. # 1. 카톡은 하지만 SNS는 하지 않는 신기한 시골에서 여고생이 실종되고, 옥상에서 감성 셀카 어플의 파스텔 톤으로 빨래를 하던 김새론이 사라진 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세상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슈퍼히어로 마동석이 나타나 어른들은 몰라요! 몸뚱이가 2배로 불어난 아저씨와 친구를 찾지만 주검으로 돌아오고, 피납치 전문가 김새론이 cctv와 사람이 드글드글한 병원 한복판에서 납치되자 빡친 마동석이 이보영 남편 후드려 패고, 장광 코앞까지 가서 친절하게 유리문 열어준다는 영화입니다. 은 액션 스릴러입니..

Film/Action 2018.11.11

어린이용 엽떡 순한 맛 _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 일라이 로스 감독

# 0. 판타지물로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등장 이후, 액션 어드벤처물로서는 아이언맨의 개봉 이후, 동화라는 장르도 어른들의 주요 소비분야가 되면서 정작 어린이들을 위한 시장은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미취학 꼬꼬마들이야 아빠가 들려준 스마트폰 속 뽀로로나 보면 된다지만 취학 아동이면서 아직 15세 물을 소비할 수는 없는 나이, 이때의 아이들은 오히려 영화 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겨울왕국의 엽기적인 흥행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라이 로스 감독,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입니다. # 1. 뭐랄까요. 어린이용 엽기떡볶이, 순한 맛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엽기떡볶이는 매운 음식 브랜드죠. 이 영화도 매워요. 아니, 정확히는 매운맛을 보여주려 노력은 합니다. 근데 타깃이 애들이어서 ..

Film/SF & Fantasy 2018.11.08

아시발꿈 _ 완벽한 타인, 이재규 감독

# 0. 시작부터 독특합니다. 누구나 유해진들이 나올 줄 알았을 텐데 웬 아이들이 물고기 낚시를 하거든요. 늦은 밤 강가에 모여 물고기를 구우며 월식을 구경하면서 그곳이 강인지 바다인지로 다툼을 벌입니다. 쉽게 규정할 수 없는 타인과 개인의 경계를 슬며시 은유하며 이후 어른이 된 캐릭터들도 은근히 들이밉니다. 능구렁이 같네요. 재밌습니다. '이재규' 감독, 『완벽한 타인 :: Intimate Strangers』입니다. # 1. 수십 년이 지나 친구들이 모입니다. 석호의 집들이 겸 월식 구경 겸 식사 모임이네요. 유해진과 염정아, 조진웅과 김지수, 이서진과 송하윤 등의 낯익은 얼굴들이 앞다퉈 스크린에 등장해 무섭게 대사를 쏟아냅니다. 바삐 대화가 오가는 사이 인물들의 배경과 관계, 성격에 대한 소개가 이루..

Film/Comedy 2018.11.05

그냥 퀸이 깡패임 _ 보헤미안 랩소디, 브라이언 싱어 감독

# 0. 전기 영화는 늘 어렵습니다. 눈 시퍼렇게 뜬 마니아들이 영화가 좋으면 누가 깔까 봐 화가 나 있고, 영화가 안 좋으면 감독을 조지느라 화가 나 있거든요. 실화 영화처럼 대상이 서사면 좀 수정해도 넘어 가지지만, 실존 인물의 전기는 까딱 잘 못 건드리면 부두술사 빙의한 팬들의 저주를 맨몸으로 받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실패하면 인생 조지는 거 한 순간이죠. 그럼에도 전 역적이 될 각오를 했습니다. 백만 퀸덕들이 죽일 듯 한 눈으로 죽창을 들고 있겠지만 이불 안에서라면 제 절개는 쉬이 꺾이지 않죠. 미리 말씀드리건대 전 이 영화에 불만이 많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 『보헤미안 랩소디 :: Bohemian Rhapsody』입니다. # 1. 우선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어요. 보헤..

Film/Drama 2018.11.04

모두에 대한 모욕 _ 창궐, 김성훈 감독

# 0. 면전에 대놓고 욕을 들으면 이런 기분일까요. 감독이 나타나 얼굴에 침을 뱉고 도망가면 이런 기분일까요. 아닙니다. 그래도 이거보단 기분이 덜 나쁠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얼마들지 않은 관객 중 1/3이 중간에 일어났습니다. 몇몇으로부터는 욕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만 그게 제가 한 소린지 나가는 사람들이 한 소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은 관객들은 주요 인물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실소를 터트리거나 짜증을 냅니다. 앞의 관객이 휴대폰을 꺼내도 아무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누가 전화 통화를 하며 큰 소리로 "야! 지금 ㅈ같은 영화 보고 있어!"라 소리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대단한 영화를 봤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습니다. 빨리 가죠. '김성훈' 감독, 『창궐 :: Ram..

Film/Horror 2018.10.30

물이 반이나 있네 _ 스타 이즈 본, 브래들리 쿠퍼 감독

# 0. 약쟁이 록스타 남편이 마누라 키워놓고 승천하자 마누라가 이제 다신 사랑 안 해 하는 영화입니다. 1937년 처음 시작한 뮤지컬 영화의 4번째 작이라고는 하는데요. 제일 최신작이 1976년 작이라는군요. 그러니까 일제강점기 때 처음 만들어서 박정희 총 맞기 3년 전에 리메이크하고 이번에 새로 만들었단 거네요.... 이 정도면 사실상 새 영화라 봐야겠죠. 브래들리 쿠퍼 감독, 『스타 이즈 본 :: Star is born』입니다. # 1. 감독은 섹시가이 브래들리 쿠퍼입니다. 돈이 썩어 나는 배우가 포커페이스 누나 데리고 영화 찍었습니다. 결과물은 뭐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애매합니다. 본인이 스타라 그런지 화려한 셀럽의 삶과 이면의 어둠을 섬세하게 표현하기는 하는데 연출에서의 장점은 딱 그거밖엔 없..

Film/Drama 2018.10.27

폭주하는 해방감 _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

# 0. 최고의 한국영화가 뭐라 생각하냐 물으신다면 아무래도 을 고를 듯합니다. 하지만 과 중 뭘 보겠느냐 물으신다면 라 답할 겁니다. 만약 박찬욱 최고의 영화가 뭐냐 물으신다면 역시 를 꼽을 듯합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 영화 중, 아니 한국 영화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 물으신다면 전 이 영화를 고르겠습니다. '박찬욱' 감독, 『친절한 금자씨 :: Sympathy for Lady Vengeance』입니다. # 1. 의 주제 의식에 관한 해석은 대충 구글링만 해 봐도 징글징글하게 많이 나옵니다. ⑴ 금자의 뿌리 깊은 죄책감과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에 대한 탐구라든지, ⑵ 천사는 내가 부를 때만 나타난다는 둥의 편의적이고 왜곡된 종교관이라든지, ⑶ 야매 미용실에서의 기도 후 개의 몸을 ..

Film/Thriller 2018.10.25

방치된 사람들에 대한 진중한 시선 [미쓰백, 이지원 감독]

영화는 소외된 사람들의 상처, 그리고 그 모두에 대한 연민을 이야기합니다. 주요 인물들은 모두가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들입니다. 미쓰백과 지은은 물론이거니와, 미쓰백에게 절망적인 유년기를 물려준 엄마 정명숙, 심지어 지은의 아비 김일곤과 그 애인 주미경도 악인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의지할 곳을 상실한 사람들이죠. 그들의 서로에 대한 폭력과 냉소의 연쇄, 대물림의 참상이 이어집니다. 그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감독 나름의 대답을 이야기의 형식으로 풀어갑니다. '이지원' 감독,『미쓰백』 입니다. 지옥같은 연쇄를 끊어낼 수 있을까 감독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위태로운 삶을 이야기합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상처받은 인물들 사이사이로 각자의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

Film/Drama 2018.10.16

Your Friendly Neighborhood [베놈, 루벤 플레셔 감독]

베놈이 단독시리즈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것도 무려 믿고보는 배우 톰 하디와 함께!! 기대가 안될 수가 없죠. 데드풀 게 섯거라! 소니-형 안티히어로가 간다! 분명 피 칠갑하는 쿨간지 내뿜는 빌런의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쿨 시크하게 귀찮게 하는 놈들이라면 착한 놈이든 나쁜 놈이든 다 때려잡는 박력! 짐승과 괴물의 중간 어딘가의 괴기한 움직임! 멀리서 지켜보는 스파이디의 뒷모습을 쿠키영상으로 땋! 흥미진진한 새로운 유니버스의 시작!!! 응? PG-13이라고요? 그럼 15세란 거잖아? 베놈인데? 설마! 또 닦을 거라고? 아니야!!! 이 기생충 녀석, 내 머리에서 나가!!!!! '루벤 플레셔' 감독,『베놈 :: Venom』 입니다. 사랑꾼, 베놈 영화를 보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 이상 당..

Film/SF & Fantasy 2018.10.07

범죄 3, 드라마 7 [암수살인, 김태균 감독]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본,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들 중에선 이게 의심의 여지 없이 1등, 1등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영화도 한 해를 대표할 최고의 영화... 라고 하기면 좀 빠지는 점들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거보다 나은 영화는 없었다. 라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끽해야 뒤를 이을 괜찮은 영화라면 공작, 안시성, 버닝, 곤지암, 너의 결혼식 정도 될까요? 지갑에 수북이 쌓인 도장 찍힌 티켓들을 보며, 한국영화에 때려 박은 티켓값을 생각하니. 새삼, 씨X이네요. 여튼, 그런 이유로 이 영화는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리뷰하려 합니다. 같은 돈 써야 한다면 이런 영화에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김태균' 감독,『암수살인』 입니다. 웰-메이드 범죄 드라마 스스로 살인을 저질렀다..

Film/Drama 2018.10.06

게으르거나 안일하거나 [원더풀 고스트, 조원희 감독]

오늘은 쓸데없는 얘기를 줄이겠습니다. '죽이고 싶은'의 조원희 감독이 이미 죽은 귀신 장르를 데리고 죽이고 싶은 영화를 가지고 왔거든요.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서 이걸 예매한 절 죽이고 싶었죠. 명절. 감동. 코미디. 어후 지겨워. 저 세 글자만 들어도 딱 각이 나오시죠? 꼰대가 제 멋대로 정의한 훈훈한 청춘, 닭똥 같은 눈물 뚝뚝 흘리는 이쁘장한 아역, 양산형 아침드라마에서나 볼법한 가족과 연인의 어색한 콜라보, 삼류 양아치 팔뚝에 새겨진 '차카게 살자' 식의 권선징악, 억지로 접붙인 공동체와 '씨X 제발 좀 감동해주면 안 될까?'라는 2시간에 걸친 감정 구걸. 배우 이미지와 개인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억지 개그. 네, 정답. 아냐! 이 영화는 명절. 감동. 코미디에 귀신을 더했다고! 아~ 귀신~~?..

Film/Action 2018.10.04

마리오네트 _ 협상, 이종석 감독

# 0. 윤제균 제작자님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죠. 추석 시즌만 되면 영화관에 쓰레기 같은 마이너카피작들 걸어서 돈 빼먹으려 든다라거나, 관객을 대화 상대가 아닌지 주머니 속 호구 물주로만 본다라거나, 사람들을 감정적으로만 자극하는 삼류 신파극만 만든다라거나 하는 식인데요. 이런 비겁한 날조가 아직도 판치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 않지 아니할 수 없지 않습니다? 윤제... 아니, 이종석 감독의 『협상 :: THE NEGOTIATION』 입니다. # 1. 감독님에 대한 오해들을 볼 때면 너무나도 마음이 무겁습니다만 제 이런 부질없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영화산업의 수호자, 대한민국 크리에이터의 자존심, 매번 참신한 시도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명가, 윤제균 감독님은..

Film/Thriller 2018.09.28

캐릭터를 생성하시겠습니까?_ [안시성, 김광식 감독]

영화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우리 모두는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습니다. 당 태종 이세민이 15만 대군을 우르르 몰고 와서 안시성을 공격하다 우주 방어 전문가 양만춘에게 막혀 열폭하고, 에라이하고 토성 쌓았더니 양만춘이 토성 낼름 뺏어가면서 눈깔 주고 GG친다는 내용이죠. 네?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저처럼 수업시간에 조셨나 보군요. 이럴 땐 순진하게 모르는 티를 내기 전에 저처럼 꺼무위키를 켜 안시성 전투를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김광식' 감독,『안시성』 입니다. 공들여 만든 전쟁신 물론 그렇다고 2시간 내내 전쟁만 할 수는 없겠죠. 그럴만한 사료도 충분치 않거니와, 사료가 충분하다 하더라도 2시간 내내 전쟁만 하면 추석 기념으로 자식 손주들 거느리고 영화관을 찾은 어르신들이 당 태종보다 ..

Film/Action 2018.09.24

땅의, 땅에 의한, 땅을 위한 _ 명당, 박희곤 감독

# 0. 월세 15만 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에서 종부세 기사들을 읽으며 현타가 오던 차에, 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아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되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돈 많은 인간과 권력 잡은 인간과 왕손 금수저가 비싼 땅을 놓고 2시간 동안 싸우는 영화를 만들었다기에 보고 왔습니다. 역시 현실도피엔 대리만족만 한 게 없죠. 문제는 이 영화가 대리만족도 제대로 못시켜주는 영환 줄은 몰랐단 거지만요. '박희곤' 감독, 『명당 :: FENGSHUI』입니다. # 1. 요약이랄 것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그냥 땅이에요. 모든 게 땅입니다. 이원근이 고생하는 이유도 땅 때문이고, 조승우가 망한 것도 땅 때문이고, 백윤식이 잘 나가는 것도 땅 때문이고, 김성균이 막 나가는 것도 땅 때문이고, 지성이 고종..

Film/Drama 2018.09.24

욕망의 항아리 _ 아이 엠 러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 0. 캐스팅만으로 영화가 예상되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김명민이 아빠랍니다. 재난 터지고 가족 구하러 발버둥 치겠죠. 류승룡이 주연입니다. 약자를 바보로 묘사하다 얻어터지면서 눈물 짜내는 영화겠군요. 강하늘, 박서준 같은 배우들은 감독이 강요하는 '건강한 젊은이'를 기계적으로 연기할 겁니다. 조진웅은 바바리에 올백머리로 등장할 테고, 김윤석은 면도 안 하고 2시간 내내 뛰어다니겠죠. 임원희는 얼굴개그를 할 테고, 박철민은 말장난을 할 테고, 김정태는 누군가를 때리다가 마지막엔 역관광 당할 테고, 뭐가 됐든 고창석은 그 옆에서 귀엽게 웃고 있을 겁니다. 갑수 옹은 돌아가실 타이밍을 재고 있을 테고, 이경영은 두 상영관에 동시 출현 중일 테고, 김민교와 정상훈은 굳이 스크린에서까지 SNL을 찍고 있겠죠. ..

Film/Drama 2018.09.03

7000원에 영화 세편 _ 델마, 요아킴 트리에 감독

# 0. 영화의 서사는 간결합니다. 초능력 가진 짱짱녀 딸이 각성 전에 사고를 치고, 딸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엄마 아빠가 딸을 담그려 하지만 역관광 당하고, 마침내 능력을 각성한 딸이 여자 친구와 뽀뽀한다는 영화죠. 네. 이 영화는 백하ㅂ... 간결한 서사임에도 관객의 머릴 아프게 만드는 건 116분의 런타임 내내 쏟아지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 때문입니다. 그것도 적당히 아는 놈 알고 모르는 놈 몰라란 식으로 숨겨두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쏟아냅니다. 눈앞에다 흔들면서 '야! 이거 암시야, 암시! 뭐게! 맞춰봐!' 라 합니다. 관객들은 놀란만으로도 충분히 벅찹니다. 왜 북유럽 갬성 형님들까지 이러시는 건가요. '요하킴 트리에' 감독, 『델마 :: Thelma』입니다. # 1. 엄마는 하반신 불구입니다. 아빠..

Film/Thriller 2018.08.29

그녀가 정녕 사랑했던 건 _ 맘마 미아! 2, 올 파커 감독

# 0. 사랑 아름다운 감정이죠. 책에서 봤습니다. 되게 멋있는 거라면서요. 막 행복하고 그렇다면서요. 드라마 보면, 수술하다가도 연애하고 학교에서도 연애하고 수사하다가도 연애하고 연애하다가도 연애하고 막 그러더라구요. 엑박이 담긴 택배가 도착할 때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팬타킬이나 전원 처치 팟지에 비하면요? 길 가다 공돈 삼천 원 주웠을 때에 비하면 어떤가요? 더 좋다고요? 택배가 직구라 한 달 만에 왔는데? 패드리퍼 참교육해주고 받은 팟진데? 누구나 가슴에 삼천 원쯤은 있는데??? 그래도 더 좋다고요? 그런 게 어딨어! 연애 안 해봤냐고요? 너 이 자식 왜 시비세요?? '올 파커' 감독, 『맘마 미아! 2 :: MAMMA MIA! 2』입니다. # 1. 감독은 개연성을 포기한걸까요? 솔직히 엉망진창입니..

Film/Romance 2018.08.20

감사, 압도적 감사! [공작, 윤종빈 감독]

올해 개봉작들을 살펴봅시다. 우선, 독전이 나왔네요. 이런저런 문제가 참 많았지만 더 문제가 많았던 다른 영화들 덕에 올 상반기 흥행 1위를 이룬 영화죠. 연상호 감독의 염력이 보이네요. 아.. 이 영화도 참 할 말 많은데요. 시간이 된다면 한 번 갈아 마실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의 명성과 실력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버닝이 나왔고요. 보자, 인랑이 나왔네요. 들어가주시고요. 궁합이 나왔네요. 같이 가주시고요.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영화도 나왔네요. 어디 보자.. 제작사가.. j.. k? 넘어갑시다. 오랜만에 나온 웰메이드 공포영화 곤지암도 나왔네요. 7년의 밤은 사라진 밤이랑 손잡고 7년간 사라져 주시고요. 골든 슬럼버가 나왔네요. 강동원과 한효주는 인랑까지 2연타석 삼진이네요. ..

Film/Thriller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