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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어린이용 엽떡 순한 맛 _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 일라이 로스 감독

그냥_ 2018. 11. 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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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판타지물로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등장 이후, 액션 어드벤처물로서는 아이언맨의 개봉 이후, 동화라는 장르도 어른들의 주요 소비분야가 되면서 정작 어린이들을 위한 시장은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미취학 꼬꼬마들이야 아빠가 들려준 스마트폰 속 뽀로로나 보면 된다지만 취학 아동이면서 아직 15세 물을 소비할 수는 없는 나이, 이때의 아이들은 오히려 영화 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겨울왕국의 엽기적인 흥행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라이 로스 감독,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입니다.

 

 

 

 

 

# 1.

 

뭐랄까요. 어린이용 엽기떡볶이, 순한 맛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엽기떡볶이는 매운 음식 브랜드죠. 이 영화도 매워요. 아니, 정확히는 매운맛을 보여주려 노력은 합니다. 근데 타깃이 애들이어서 애들에게나 매울 정도인데 그렇다고 애들이라고 막 울고불고할 만큼 매우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그러니까 어린이용인 엽기떡볶이이긴 한데 순한 맛인 거죠. 애들한테도 이 정도라면 보통의 어른들에게 이 영화의 공포와 어드벤처로써의 매력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양키 꼬맹이들을 위한 공장제 어드벤처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법한 지점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공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상당수는 백인 아이들의 일상에 최대한 밀접한 아이템들에게서 공포와 모험심을 발생시키거든요. 주인공인 루이스가 등장하면서부터 그런 성격을 선언적으로 들이밉니다. 고글을 이마에 걸치고, 지 몸뚱이만큼이나 큰 백팩에 백과사전을 넣고, 나비넥타이를 두르고 포근한 스웨터를 입은. 그 정도의 풍요로움은 당연한 디폴트 값이라는 듯한 영미권의 백인 아이. 우리는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 아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장사를 할 거야.라고 말이죠. 누구나 집채만 한 벽걸이 뻐꾸기시계 하나쯤은 가지고 계시잖아요? 누구나 집에 도서관 같은 서재 하나쯤은 만들어 두셨잖아요? 누구나 집에 중세 기사 갑옷이나 야외 테라스 딸린 정원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동네 어디서나 근사한 2층 저택 흉가 하나쯤은 찾을 수 있잖아요?

 

 

 

 

 

 

# 2.

 

부모의 죽음, 특히나 어릴 때일수록 감정의 동화가 쉬운 엄마의 상실로 공포의 근원을 만듭니다. 어이쿠야, 이거 너무 매운 거 아냐? 그래서 감독은 삼촌, 그것도 마법사인 삼촌이란 쿨피스를 허겁지겁 준비합니다. 그걸론 부족한가 싶어 잡아먹을 듯 이빨을 세우고 위협은 하지만 실제론 고작 끈끈이를 토해내는 호박등이라는 단무지와, 득달같이 몰려들어하는 거라곤 주인공들을 곱게 들어다 집 밖으로 내 쫒는 게 전부인 괴기한 인형들이란 어묵 국물까지 내놓습니다. 사람들이 몽땅 사라지긴 하는데 죽는 게 아니라 어려져서 사라진다는 설정이나, 특정한 설정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절대 피를 보여주지 않는다거나, 끊임없이 등장하는 사탕과 쿠키, 셰이크 따위 역시 아이들을 위한 친절한 설정이죠.

 

아이들의 캐릭터 묘사는 하나같이 현실적입니다만 어른들의 캐릭터는 상당히 만화적으로 그려집니다. 판타지 어드벤처를 즐긴 아이들을 일상으로 돌려보내 주려면 그러는 게 편했을 테니까요. 영화를 다 보고 스텝롤이 흐르고 나면 자막으로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제작과정에서 훼손한 의자나 조경식물은 없습니다.' 이건 뭐... 거의 아스파탐 급 달콤함이죠. 물론 그럼에도 절제되지 못한 감독의 고어 본능이 새어 나오는 부분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악마 숭배에 대한 설정이나, 구더기가 끓는 시체의 손, 괴기하게 뒤틀리는 셀레나 이자드의 변신 모습 같은 것들 말이죠. 특히, 아기가 된 잭 블랙은 좀 많이 역겹기는 합니다.

 

 

 

 

 

 

# 3.

 

잭 블랙의 매력은 그냥 없다시피 합니다. 배우의 개인기로 개그를 때워보려 하지만 그 역시 연령제한의 한계를 넘지는 못하죠. 대신 케이트 블란쳇 누나가 부족분을 이자까지 낭랑하게 쳐서 메워줍니다. 액션 연기와 개그 연기와 감정 연기를 동시에 말끔히 해냅니다. 어른의 기준에서 이 영화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부분이 이 누나의 연기입니다. 그래픽 역시 빈말로라도 좋다고는 못하겠습니다. 2018년에 나온 상업영화라고 하기엔 디테일이 너무 무너져 있거든요. 특히나 마법을 쓸 때의 그 허우적거림은 어른의 기준에선 견디기 힘들 정도입니다.

 

다만, 색감은 상당히 화려하고 좋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원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밸런스가 좋습니다. 특히나 정원에서 우주를 펼쳐 보이는 장면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연출이죠. 나쁘게 말하면 좀 얍삽한 느낌이기는 합니다만, 좋게 말하면 타깃 분석이 정확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 4.

 

어린이에게도 순한 공포영화란 속성과 백인 꼬마를 위한 공장제 어드벤처라는 속성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어린이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지구 반대편 동양의 어른들에게는 거의 고문에 가까운 지루함을 선사합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봐야 할까요? 라 물으신다면 전 단호히 NO라 답할 겁니다. 이걸 굳이 어른이 봐야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집에 아이가 있는 데 이 영화를 같이 보러 갈까요? 라 하신다면, 글쎄요. 잠시 고민은 하겠지만... 결국 NO라 답하겠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 영화의 어린이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지만, 너무 많은 부분들에서 양키 GAEM성에 의존하고 있는 걸 부정할 수는 또 없거든요. 적어도 이 영화가 한국에서 메리트를 가지려면, 잭 블랙의 영화를 보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는 광팬이라거나, 데려가시려는 아이의 나이나 성향이 비판적 능력보단 공감, 수용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경우여야 할 겁니다. 집에 있자니 심심해서 아웃렛에 나갔는데, 하필 성인복 매장이 쉬는 날이라 유아복 매장을 억지로 돌아다닌 기분이네요. 옷은 뭐 귀엽고 이쁜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사입을 수야 없죠. 형은... 그냥 고어 길만 걷자. '일라이 로스' 감독,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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