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Action

너무 비겁한 거 아닌가요? _ 동네사람들, 임진순 감독

그냥_ 2018. 11. 11. 02:17
728x90

 

 

# 0.

 

또 마동석이 또 적당히 개그 치다 또 적당히 아이를 만나 또 적당히 빡치다가 또 나쁜 놈들 후드려 패는 영화입니다.

 

 

 

 

 

 

 

 

임진순 감독,

『동네사람들 :: Ordinary People 』입니다.

 

 

 

 

 

# 1.

 

카톡은 하지만 SNS는 하지 않는 신기한 시골에서 여고생이 실종되고, 옥상에서 감성 셀카 어플의 파스텔 톤으로 빨래를 하던 김새론이 사라진 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세상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슈퍼히어로 마동석이 나타나 어른들은 몰라요! 몸뚱이가 2배로 불어난 아저씨와 친구를 찾지만 주검으로 돌아오고, 피납치 전문가 김새론이 cctv와 사람이 드글드글한 병원 한복판에서 납치되자 빡친 마동석이 이보영 남편 후드려 패고, 장광 코앞까지 가서 친절하게 유리문 열어준다는 영화입니다.

 

<동네사람들>은 액션 스릴러입니다. 당연히 서사와 개연성이 생명이죠. 인물들의 행동이 '나라도 그러겠다'는 납득이 돼야 그 스릴에 몰입할 테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말이 되는 부분을 찾는 게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허술합니다. 여타 영화 같으면 하나하나 따지겠지만 그러기엔 솔직히 너무 많구요. 그냥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들을 대충 나열해 놓겠습니다. 미리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의문들의 절대다수는 영화에서 전혀 회수되지 않습니다.

 

 

 

 

 

 

# 2.

 

어린 학생이 실종됐는데 김새론 혼자 찾아다닌답니다. 같이 찾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대요. 뭐하는 학굔데 2010년대에 선생이 학생한테 직접 공납금을 받으러 다닌답니다. 안내면 졸업 안 시킨다고 학생들을 협박한답니다. 학생들도 가정교육 독학한 것마냥 선생 면전에서 생긴 게 저따위냐는 둥의 막말을 해 대구요. 담임이 자기 반 학생이 실종됐는데 귀찮다고 안 찾는답니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월담하는 걸 본 교사가 학생을 찾으러 나가 인형 뽑기를 합니다. 친구 찾아 나선 김새론이 나이트를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데 아무도 문 앞을 안 지킨답니다. 실종된 학생 수연에게는 말짱한 정신의 할머니도 있는데 이 할머니는 하나뿐인 손주가 사라졌는데 잘 부탁한다 말만 하고 집에 앉아 있답니다. 잘생긴 미술선생이 갑툭튀 하더니 여학생이랑 멜로 톤을 잡는구요. 여고 화장실에 몰카가 설치돼있다더니 그건 또 미술선생 작품이라네요. 근데 그 미술선생이 몰카를 학교 교무실에서 보고 있답니다.

 

미술선생은 하다하다 김새론을 납치합니다. 얼쑤! 미술선생 집을 찾아간 마동석은 자기 학생이 줄에 묶이고(!) 입이 테이프로 막히고(!) 얻어맞아 다친 자국까지 있는데(!) 미술선생이 기간제 교사라 학교에 알려지면 잘린다니까 경찰에 신고하는 걸 주저합니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김새론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서에 가는 김에 사라진 학생의 실종신고를 재접수하는데요. 다른 경찰이 신고 내역을 그냥 또 지운답니다. 전산망에 올라가는 실종신고 그런 거 원래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거였는지는 또 몰랐네요.

 

마동석 여친은 전화만 하면 꼰대질을 날립니다. 비 오는 날 실종된 아이가 강에서 방치된 주검으로 발견되는데요. 기자들... 안 옵니까? 경찰이 오지 마! 하면 원래 안 오는 건가요? <실종 여고생의 의문의 살인 유기 사건>인데?

 

 

 

 

 

 

# 3.

 

마동석이 진선규의 나이트를 뚜벅뚜벅 찾아갑니다. 그러더니 접대부 관리하는 마담이랑 얘기를 하네요. 근데 이 마담이란 여자는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술술 불어주는데 가만있어봐, 이거 녹취는 왜 안 하지?

 

무려 사학재단 이사장이자 유력 지자체장 후보이자 비리의 온상인 장광의 오른팔 진선규가 그 휘하의 조직폭력배를 무려 5명 데리고 나타납니다. 영세 자영업이었나 보네요? 진선규는 개폼 잡다 얻어터지고는 예고편에도 나오는 '내가 죽인 거 아니라고!!'를 외치는 데 그러고는 진선규의 회상씬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니까 진선규는 "내가 죽인 거 아니라고!!! ... 사실 어떻게 된 거냐면요. 그날 저녁에 주유소를 갔는데..." 하면서 설명을 했다는 거네요?

 

갑자기 알고 보니 납치범 미술선생이 이사장 아들이었답니다. 이사장 아들이 그 개고생을 하고 기간제 교사로 그렇게 허름한 집에 살고 있었다는군요. 심지어 재단 이사장 아들인 걸 동료 교사, 교감 아무도 몰랐답니다. 이 납치 빌런이 또! 또! 김새론을 납치합니다. 이번엔 자기 집이 아니라 아빠 집에 데려갔는데요, 마동석이 도착하니까 어라? 문이 열려있네요? 집에 도어락도 없나 보군요. 마동석은 또다시 이 미술선생 겸 이사장 아들을 패는 데 좀 패다 말고 살려달라니까 그냥 내버려 둡니다. 그러다 미술선생한테 칼빵 맞죠. 이 영화의 마동석은 뇌도 근육인가 보죠?

 

 

 

 

 

 

# 4.

 

무수히 많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단연 최악은 오락 영화 주제에 관객에게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을 씌우고 또 씌워 놓고 전혀 해소해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동석이 근육 휘날리며 액션 활극을 찍어내는 동안 얻어터진 사람들은 진선규와 그의 똘마니 네댓 명 그리고 장광의 아들뿐입니다. 자기 반 학급 학생이 실종돼 죽어나가도 나 몰라라 하는 담임은 여전히 그 학교의 선생이고 자기 자리 보존에만 관심 있는 꼰대 교감 역시 여전히 그 학교의 교감이죠.

 

학생을 돈줄로만 보는 동료 선생들 역시 학교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죽은 수연은 돌아오지 않고 수연의 할머니는 병원신세를 지고 있으며 죽을 뻔했다 겨우 살아난 유진은 그 지옥 같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미성년자 추행, 정경유착, 사학비리, 언론통제, 조직폭력배 운영, 가정폭력, 미성년자 살해 및 시신 유기 등 영화에서 발생하는 모든 악의 근원 장광은 건조한 뉴스 보도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나올 뿐 이런 끔찍한 짓거리들에 대해 영화 내에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장광으로부터 받은 뒷돈 몇 푼에 미성년자 실종 사망사건을 덮으려 들던 경찰들도 어떻게 됐는지 전혀 묘사가 없고 그런 악질적인 인물을 군수로 뽑은 '동네사람들' 역시 아무런 성찰이 없죠.

 

마동석은 온갖 개고생과 무관하게 학교에서 잘린 앞길 막막한 실직자일 뿐입니다. 동네를 도망치듯 떠나가는 마동석의 뒷모습이 무슨 감동이라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그리고 하나만 물어봅시다. 진선규를 두들겨 패고 이상엽을 작살내고 심지어 일말의 주저도 없이 운전기사 턱에 주먹을 꽂아 넣는 마동석이 왜 마지막 순간 장광에게는 주먹질 한번 못하는 거죠? 씨x... 이건 너무 비겁한 거 아닙니까?

 

 

 

 

 

 

# 5.

 

관객을 심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소재란 소재는 다 끌어모아다가 억지로 접붙이기해 장광 부자에게 몽땅 뒤집에 씌운 후 그 뒷수습은 마동석에서 무책임하게 전가합니다. 와중에 권력자인 정치인이나 경찰 간부는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사회적 반발이나 발언력이 약한 약자들인 학생, 일선 교사 등은 무자비하게 비하하고 모욕하고 있죠. 감히 말씀드리건대 이런 식의 액션물을 빙자한 시대에 뒤떨어진 폭력 비하 포르노는 상업적으로 철저히 실패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아직 보헤미안 랩소디도 완벽한 타인도 상영 중이네요. 이미 보셨다 하더라도 차라리 그 영화들을 한번 더 보세요. 그게 백배 천배 만배 낫습니다.

 

 

 

 

 

 

# 6.

 

저는 코미디 영화와 액션 영화를 사랑합니다. 박찬욱과 봉준호의 아류를 자처하는 감독들이 송강호와 황정민과 최민식의 아류를 자처하는 메서드 연기류 배우들을 데려다 만드는 양산형 누아르가 점령한 한국영화에서 코미디 영화와 액션 영화의 희소가치는 더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마동석은 모처럼만에, 어쩌면 처음으로 등장한 자연스러운 코미디와 호쾌한 액션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분들이 마동석을 이야기하시며 우리나라에도 드웨인 존슨 같은 배우가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저 역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이 배우가 우리나라의 드웨인 존슨이 가능하다면 그 이상이 되어주면 정말 좋겠습니다.

 

마동석의 영화들. 어떤 평론가들은 마동석이라는 장르라는 둥의 알맹이 없는 얘기도 합니다만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장르는 분위기와 정서인데요, 마동석의 액션 영화들이 주는 지루함의 본질은 분위기와 정서가 아니거든요. 지금 쏟아지는 마동석 영화들은 문제점은 '플롯'이 같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플롯이 같은 영화를 같은 '장르'라 부르지 않습니다. '아류작'이라 부르죠.

 

 

 

 

 

 

# 7.

 

마동석 영화 중 그의 액션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영화들은 설정만 조금씩 다를 뿐 놀라울 만큼 일관된 플롯을 가집니다. 적당히 소시민적인 마동석이 일상을 살아가다가 감정의 동화를 일으키는 약자(대부분 경우 어린아이들)를 만나 꼼냥 거리며 친해지는 중에 절대 악에 가까운 인물이 등장해 패악질을 놓다가 우연히 이 '약자'를 건드리고 이에 빡친 마동석이 나도 적당히 사는 놈이지만 너는 정말 개새끼다라고 말하며 악당을 조진다는 구조죠.

 

<이웃사람> 보죠. 적당히 이기적인 사채업자 마동석이 여자아이와 꼼냥 거리다 살인마 김성균이 이 아이를 죽이려 하자 '나도 나쁜 놈이지만 너는 정말 개새끼다.'라고 말하며 조집니다. <범죄도시>는 어떤가요. 적당히 세력 균형만 유지하고 접대도 받는 경찰 마동석이 조선족 소년과 꼼냥 거리다가 이 아이를 절대악 장첸이 위협하자 '나도 적당히 사는 놈이지만 너는 정말 개새끼다.'라 말하며 조집니다.

 

<원더풀 고스트>로 갈까요? 적당히 비겁하고 이기적인 체육관 관장 마동석이 귀신과 꼼냥 거리다가 임산부 이유영이 위험해지자 '나도 적당히 이기적인 놈이지만 너는 정말 개새끼다.'라며 주진모를 조집니다. 이번 영화 <동네사람들>. 적당히 평범한 체육교사 마동석이 김세론과 꼼냥 거리다가 자기 학교의 여학생 김새론이 위험에 빠지자 빡쳐서 '나도 적당히 사는 소시민이지만 너는 정말 개새끼다.'라며 장광의 무리들을 조집니다.

 

똑!! 같죠. 플롯이 이 정도로 똑같으면 관객이 기시감을 느끼지 않으래야 않을 도리가 없고 지루하지 않으래야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말하고 보니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지 않으신가요? 아! <강철중>이네요.

 

 

 

 

 

 

# 8.

 

지금 쏟아지는 마동석 영화들은 사실상 강우석 감독 공공의 적 시리즈의 아류작들입니다. 인생 적당히 사는 부패 경찰 강철중이 절대 악인 이성재, 정준호, 정재영이 약자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자 '나도 나쁜 놈이지만 너는 정말 개새끼다.'라며 조지는 영화니까요. 설경구에게서 양아치스러움을 빼고 근육을 붙이면 짜잔 마동석인 셈입니다. 물론 강철중 시리즈도 썩 좋은 영화는 아니거니와 그 이전에 이런 류의 레퍼런스를 찾자면 강철중에서도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겠지만 적당히 넘어가도록 하죠.

 

이런 류의 영화들은 주인공의 매력과 주인공의 연기력에 영화의 성패를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배우만 확실하면 흥행은 얻겠지만 그 대가로 배우의 생명력을 극도로 희생시키죠. 그래서 강철중 시리즈도 3편 (심지어 한편은 외전)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차이는 당시 설경구는 강철중을 찍기 전부터 국내 최고 레벨의 안정적인 주연배우였지만 지금의 마동석은 이제 겨우 단독 주연으로 넘어가냐 마냐 하는 기로에 있는 배우라는 점입니다. 이런 식의 이미지 소모는 설경구는 버티지만 마동석은 못 버팁니다.

 

걱정입니다. 배우의 연기도 좋고 호감형 이미지도 좋고 시원하고 호쾌한 액션도 좋은데 그것과 상관없이 다음 마동석 영화를 기대하지 않게 되는 게 걱정이네요. 이달 말 <성난 황소>가 개봉한다 하는데요. 솔직히 이젠 슬슬 기대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쩜 좋나요. 임진순 감독, <동네사람들>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