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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그녀가 정녕 사랑했던 건 _ 맘마 미아! 2, 올 파커 감독

그냥_ 2018. 8. 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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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사랑

 

아름다운 감정이죠. 책에서 봤습니다. 되게 멋있는 거라면서요. 막 행복하고 그렇다면서요. 드라마 보면, 수술하다가도 연애하고 학교에서도 연애하고 수사하다가도 연애하고 연애하다가도 연애하고 막 그러더라구요. 엑박이 담긴 택배가 도착할 때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팬타킬이나 전원 처치 팟지에 비하면요? 길 가다 공돈 삼천 원 주웠을 때에 비하면 어떤가요? 더 좋다고요? 택배가 직구라 한 달 만에 왔는데? 패드리퍼 참교육해주고 받은 팟진데? 누구나 가슴에 삼천 원쯤은 있는데??? 그래도 더 좋다고요? 그런 게 어딨어! 연애 안 해봤냐고요? 너 이 자식 왜 시비세요??

 

 

 

 

 

 

 

 

'올 파커' 감독,

『맘마 미아! 2 :: MAMMA MIA! 2』입니다.

 

 

 

 

 

# 1.

 

감독은 개연성을 포기한걸까요?

 

솔직히 엉망진창입니다. 커플들을 바라보는 제 마음처럼 말이죠. 엄마 도나가 학교 졸업하고 세계 여행하다 호텔에 정착하는 과정과, 딸 소피가 같은 호텔을 완성해 엄마의 꿈을 이루는 장면을 교차 편집하고 군데군데 ABBA를 끼얹습니다. '같은 공간 다른 상황', '다른 공간 같은 상황'을 묶어가며 두 여자의 삶을 잇습니다. '다른 공간 다른 상황'은 주변의 나이만 다른 같은 인물들이 잡아주죠. 구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근데 왜 엉망진창이냐, 구성을 채우는 이야기가 하나같이 말이 안 되거든요. 도나는 여행을 다닙니다. 여행경비는 각지에 널려있는 남자들이죠. 결제는 릴리 제임스의 미모로 대신 합니다. 매력적인 도나를 안으려는 남자들이 각자의 진심을 노래합니다. 도나는 짧은 데이트로 화답하죠. 배경이 되는 칼로카이리 섬에 도달합니다. 아름다운 섬에 매료된 도나는 뷰가 기가 막히지만 방치된 낡은 집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때려 부숩니다. 그리곤 집을 보수해 호텔로 삼으려 하죠.

 

 

 

 

 

 

# 2.

 

폭우가 옵니다. 역시나 유용한 남자 하나가 나타나 도나를 도와줍니다. 갑자기 자기 마음대로 섬에서 같이 살재요. 그러더니 그 남자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걸 지가 찾고 지 혼자 삐집니다. 도나는 딸 소피를 임신합니다. 그런데 아빠가 누군지 몰라요. 약혼녀가 있으면서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엄청난 비난을 하던 술집 아줌마는 아비가 누군지도 모를 애를 임신한 도나를 위로합니다. 아줌마는 뷰 죽이는 낡은 집을 생판 남인 도나에게 덜컥 줍니다. 자기 아들은 내팽겨 치구요. 그러는 이유라는 게 자신의 소중한 말을 지켜줘서랍니다. 참고로 그 소중한 말은 다 무너져가던 집의 헛간에 방치되어 죽을 뻔 했습니다.

 

소피의 세 아빠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들을 내팽겨놓고 딸에게 달려갑니다. 이유는 소피가 좋아서. 세 아빠는 자신들 중 누가 아빠인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자신이 처고 다른 남자는 첩이라며 투닥거릴 뿐이죠. 관객은 세 아빠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상 도나와 소피의 액세서리 1,2,3 일뿐이니까요. 파티는 셀럽들이 아닌 세 아빠가 모은 동네 사람들로 채워지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비용이나 목적은 나 몰라라 해요.

 

할머니가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납니다? 그러더니 페르난도랑 사랑했던 사이였데요? 소피와 도나의 주변을 이루는 모든 인물은 두 주인공을 위한 소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도나를 조명할 땐 소피도, 소피를 조명할 땐 도나도 소품으로 처리되죠. 어찌 된 영화이기에 최소한의 설득력을 가지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걸까요. 감독은 개연성을 포기한 걸까요?

 

 

 

 

 

 

# 3.

 

네. 포기한 게 맞을 겁니다.

 

아니 챙길 생각 자체를 느끼지 않았을 겁니다. 감독이 바보여서 그런 건 아닙니다. 이 영화는 그런 게 중요한 영화가 아니거든요. 감독은 영화를 기존의 서사 중심의 영화처럼 만들 생각 자체가 없었을 겁니다. 서사와 개연성을 가져가려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는 결과물이거든요. 따라서 이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기존의 다른 영화들과는 전혀 달라야 합니다. 우와 연기 잘하네, 시나리오 죽인다 따위는 이 영화와 무관합니다. 만든 사람이 그럴 의지가 없는걸요.

 

 

 

 

 

 

# 4.

 

그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눈을 감아 보세요. 도나의 졸업식이 떠오르시나요? 도나가 갑자기 선생님에게 뽀뽀를 할 때 깜짝 놀라셨나요? 스카이와 소피의 다른 공간에서의 노래는요? 도나가 각기 다른 매력의 세 남자와 호텔에서, 보트에서,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폭우가 쏟아지는 날, 놀란 말과 씨름하는 도나는요? 같은 아이를 가지고도 축복받는 소피와 외로운 도나가 당신의 가슴을 울리시나요? 페르난도가 절로 흥얼거려 지시나요? 다른 영화에서 수십 번은 봤을 메릴 스트립을 보며 괜스레 눈물지으셨나요? 이 모든 장면들과 그보다 더 진한 정서들이 눈앞에 선명히 되뇌어 지시나요? 장면들이 떠오르는 동안 설명할 수 없는 미소가 입가에 떠오르시나요? 괜히 아바의 노래를 찾아 듣고 싶어지시나요? 물론 그런 분도 아닌 분도 계시겠죠.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기준으로 바라보고 이런 기준으로 평가해야 함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서사나 개연성으로 평가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마그리트의 '피레내의 성'이나 달리의 흘러내리는 시계를 물리적으로 논박하는 것만큼이나 공허하죠. 영화는 그저 여성이 일생 동안 만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사랑을 파편적으로 수집해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화면과 음악으로 나열할 뿐입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사랑, 엄마에 대한 딸의 사랑, 딸에 대한 엄마의 사랑, 젊은 날의 이성에 대한 사랑, 결혼을 생각하는 시기의 사랑, 사랑의 시련, 다양한 유형의 아빠와 딸의 사랑, 자유로운 삶 그 자체에 대한 사랑, 중년의 사랑, 노년의 사랑, 할머니와 손녀의 사랑, 엄마 친구들과의 사랑,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사랑과 엄마로서의 사랑. 이 모든 것이 한데 담겨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주크박스 타입의 뮤지컬 영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어쩌면 수집한 여자의 사랑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병렬적으로 전시한 추상적 전시 영상물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죠. 필연적으로 헐거워질 영화의 고리는 두 주인공의 매력과 화려한 영화의 색감, 그리고 ABBA가 아슬아슬하게 잡아줍니다.

 

 

 

 

 

 

# 5.

 

한 조각에 만 칼로리는 나갈 것 같은 달콤한 디저트 케이크입니다. 감성적이고 섬세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분들은 감독이 선사하는 황홀한 공간과 음악, 사랑의 감정에 매료되실 겁니다. 반면 이성적이고 서사와 논리를 중요시하는 분들에겐 개소리가 난무하고 좀 볼라치면 춤추고 노래하는 지루해 미쳐버릴 영화가 되겠죠. 어떻게 보면 '복수는 나의 것'이나 '아수라'와 같은 영화의 반대쪽 극단에 있는 영화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여자친구에게 억지로 하드보일드 영화를 보여준 적이 있는 분들은 이 영화를 함께 보는 걸로 속죄하세요. 그러다 헤어지면 더 감사하구요.

 

무더운 여름 평일 이른 오전의 영화관에서 다시 보기 힘든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코 고는 남편과 민망해하는 아내, 투정 부리는 커플 사이로 군데군데 울먹이는 소리와 깔깔대는 웃음과 아바를 따라 부르는 흥얼거림을 함께 들었죠. 놀랍도록 관객마다의 편차가 큰 영화였달까요.

 

물론 모든 영화가 이런 식이면 곤란할 겁니다. 하지만 달달한 디저트가 당길 때가 있듯 가끔씩은 이런 영화 싫지 않아요. 사랑이 그리운 분들에겐 위로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겐 큰 선물이, 아픈 사랑 속에 있는 사람에겐 응원이 될 영화. 호텔도 애인도 꿈도 여행도 음악도 친구도 가족도 아닌, 그녀가 정녕 사랑했던 건 사랑. '올 파커' 감독, <맘마 미아! 2>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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