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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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56

SF는 거들 뿐 _ 스토어웨이, 조 페나 감독

# 0. SF 물로서의 배경 묘사가 얼마나 디테일하고 논리적인가는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되려 여러분께서 그런 디테일을 주의 깊게 보시게끔 만들었다는 것, 그게 문제죠. ‘조 페나’ 감독, 『스토어웨이 :: Stowaway』입니다. # 1. 자식이 아픈 부모를 위해 약을 구해오는 영화가 있다면 우린 그 영화를 '효'에 대한 영화라 말할 겁니다. 올챙이가 개구리를 돕는 영화라거나, 아기 다람쥐가 엄마 다람쥐를 위해 도토리를 구해오는 영화, 로봇이 자신을 만든 박사를 구출하는 영화 모두 소재만 다를 뿐 '효'라는 같은 주제를 다룬 유사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겠죠. 만약 올챙이나 다람쥐가 나온다고 해서 '동물 영화'라 정의한다거나 로봇이 나온다고 해서 'SF 영화'로 이해한다면 이는 작품의 맥락을 전혀 짚지..

Film/SF & Fantasy 2021.05.14

천재사용설명서 _ 더 프로디지, 알렉스 호게이 / 브라이언 비달 감독

# 0. 2018년에 개봉한 테일러 실링 주연, 니콜라스 맥카시 감독 작 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그보다 한해 앞서 개봉한 동명의 다른 작품에 대한 리뷰죠. '알렉스 호게이', '브라이언 비달' 감독, 『더 프로디지 :: The Prodigy』입니다. # 1. 영화뿐 아니라 대부분의 서사 중심 창작물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캐릭터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 1순위는 천재 캐릭터일 겁니다. 여타 모든 종류의 캐릭터들과는 달리 설정이나 연출로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죠. 슈퍼맨보다 더 쎈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냥 쎄다고 하면 됩니다. 까짓 거 한 대 맞자마자 날아가는 슈퍼맨을 보여주기만 해도 설득은 충분하죠. 플래시보다 더 빠른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면 플래시를 앞지르는 모습만 연출하면 됩니다. ..

Film/Thriller 2021.02.25

예상한 대로 _ 승리호, 조성희 감독

# 0. 상상해 봅시다. 여러분이 영화 시나리오를 썼어요. "우주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산다. 꿈은 아득하기만 하다. 2092년, 기댈 곳 없는 낙오자 넷. 그들이 천진한 인간형 로봇을 손에 넣는다. 때가 왔다, 위험한 거래를 개시한다"는 내용으로 말이죠. 일단 미래 우주가 배경이네요. 쓰레기 주으며 사는 밑바닥 낙오자 무리에 대한 이야기면 아이템에서부터 어느 정도 중량감은 필연적이겠군요. 폭탄 어쩌구 하는 내용도 보이고 그걸로 거래를 하겠다는 걸 보니 배드 에스 기믹의 주인공 파티가 벌이는 유쾌 상쾌 통쾌 스페이스 오페라, 뭐 고런 타입의 영화를 썼다고 칩시다. '조성희' 감독, 『승리호 :: SPACE SWEEPERS』입니다. # 1. 자, 여러분이라면 이 시나리오의 주연배우로 누구를 캐스팅하고 싶으신..

Film/SF & Fantasy 2021.02.07

유지 보수 완료 _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 2, 스티브 블랙먼 감독

# 0. 히어로가 되고 싶은 찐따들이 종일 징징대다 시밤쾅 달 날려버리고 빤스런하는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두 번째 시즌입니다. 이전 시즌의 리뷰에서 '시즌 2는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수습을 위해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라 말씀드렸었는데요. 어쨌든 차기 시즌은 나왔고. 이번에도 보고 말았습니다. 역시, 본전 생각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제라드 웨이' 원작, '스티브 블랙먼' 감독,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2 입니다. # 1. 리뷰에 앞서 지난 시즌의 글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지배적인 설정과 큰 줄기만 잡아 놓은 채, 무지막지하게 조잡한 요소들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모아 모자이크처럼 붙여 놓았다 말씀드렸었네요. 시리즈를 지배하는 가장 큰 정서는 죽은 사이코패스 아빠에 대한 '징징거림'이며, 전체 ..

Series/SF & Fantasy 2020.08.18

허무한 이미지, 건조한 메시지 _ 9 : 나인, 셰인 액커 감독

# 0. 멋들어진 시각적, 철학적 이미지 몇 개만으로 80분짜리 장편 영화를 비벼보려 합니다만 에이...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있나요. '셰인 액커' 감독, 『9 : 나인』입니다. # 1. 감독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1. 심미적 디자인의 봉제인형 몇 개가 고군분투하는 코즈믹 호러 풍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 위로, 2. 거대 기계를 상대로 다양한 직업군의 파티가 레이드를 뛰는 액션 어드벤처를 장르적 동력으로 삼아, 3. 각 캐릭터에 투영된 인간 본연의 철학적 가치들의 본질과 소중함을 역설하겠다. 는, 뭐 고런 영화죠. # 2. 문제는 이게 전부라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3개의 중심축을 엮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하는 데 실패합니다. 상징은 상징에 머물러..

Film/Animation 2020.07.03

로스트 같은 거 _ 어둠 속으로, 제이슨 조지 제작

# 0. 태양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겨 해가 뜨면 전자레인지 안에 있는 것 마냥 맛있게 구워지게 되는 재난이 발생함에 따라, 살아 남기 위해 비행기 타고 지구 자전 역방향으로 겁나 빨리 빤스런을 하면서, 육지에선 파밍하고 비행기 내에선 투닥거리거나 썸을 타는 드라마입니다. 'Netflix Original 벨기에 TV 시리즈', 『어둠 속으로 :: Into the Night』입니다. # 1. 범지구적 스케일의 재난과 불안정성 높은 환경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속출합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 모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갈등과 협력을 강요받게 되죠.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에 대해 이해와 용서를 조금씩 넓혀가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성장하거나 혹은 책임지게 됩니다. 이 일관된 구조가 ..

Series/Thriller 2020.05.08

원기옥 _ 지옥행 특급택시, D.C 해밀턴 감독

# 0. 그런 영화들이 있습니다. 다 덮어놓고 반전 한방 딱!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는 영화들 말이죠. 주머니 사정을 가늠케 하는 지극히 단출한 세트와, 이를 가리면서도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기 위한 다양한 광원과 화각의 화면 연출. 그리 비싼 개런티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만 같은 많아야 세명 안쪽의 주인공 라인업과, 이들의 개인기를 사골처럼 쥐어짜 표정연기와 대사를 쏟아내는 걸로 간신히 버티는 수다스러운 서사 진행. 2/3 지점에서 터지는 한방 반전과, 그 반전을 최대한 거창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후반부의 호들갑까지. 이렇게만 말하면 혹평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말씀드린 2/3 지점에서의 반전만 확실하다면 창의적인 아이템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수작이 ..

Film/SF & Fantasy 2020.02.25

천재감독이 빙의물을 만들면 _ 퍼스트맨, 데미안 샤젤 감독

# 1. 좋아하는 영화감독 있으신가요? 없으시다구요? 저런.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가뭄에 콩 나듯 영화 얘기를 하게 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배우가 아니라 감독, 그것도 외국 감독 이름을 몇 개 얘기하면 아는 게 없어도 뭔가 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이름 몇 개 붕권마냥 질러두고 이후엔 다 안다는 듯이 팔짱 끼고 고개만 끄떡이면 지식인의 완성이죠. 메모해 두세요. '존 도'라는 희대의 또라이를 만든 '데이빗 핀처'나 스칼렛 요한슨을 캐스팅해서 목소리만 뽑아 쓰고 버린 her의 '스파이크 존즈', 주드로, 메이슨 총리, 레아 세두, 볼드모트, 에드워드 노턴 같은 배우들을 불러다 단역으로 쓰면서 주연은 웬 처음 보는 과테말라계 미국 배우에게 맡긴 '웨스 앤더슨', 사람 못 죽여서 안달 난 '쿠엔틴 ..

Film/Drama 2019.10.03

너무 줄인걸까 -2- [버드 박스, 수사네 비르 감독]

이전글 : 너무 줄인걸까 -1- [버드 박스, 수사네 비르 감독] 공산품 캐릭터 자, 이제 아쉬운 점들을 이야기해 볼까요? 솔직히. 주인공 파티의 캐릭터 구성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상투적입니다. 뭔가 '이야기'라는 걸 하라면 으레 갖추어야만 할 것 같은 캐릭터들이 기계적으로 군집해 있는 모양새랄까요. 만능에 가까운 잔다르크 주인공과 수다스럽고 정 많은 여동생, 건강하고 밝고 착하면서 희생정신으로 온데 무장한 스테레오 타입의 백마 탄 왕자님과 차분하고 이성적인 게이 집주인,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백인 중년 마초, 조용하고 지혜로운 할머니와 회의적 허무주의에 빠진 약쟁이, 어설픈 여자 경찰 연수생에, 살찐 오덕 너드, 유약한 임산부까지. 딱히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들이 주..

Film/SF & Fantasy 2019.08.15

너무 줄인걸까 -1- [버드 박스, 수사네 비르 감독]

영화의 제목에서처럼 디스토피아 속 사람들 역시 케이지에 갇힌 새의 신세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해할 수 없고, 파훼할 수 없는 압도적 존재 앞에서의 무력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육중하게 지배합니다. 극단적인 상황 하에 강제로 발가벗겨진 사람들의 본성과, 관계나 외로움과 같은 인성의 근원에 닿아 있는 관념들에 대한 고찰을 흥미롭게 제시합니다. 영화의 장르는 분명 공포, 서스펜스,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진중하고 건조한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분위기가 기저에 흐르는 건 이런 철학적 주제의식과도 연관이 있는 거겠죠. 『진격의 거인』의 그것도 얼핏 연상됩니다만, 빌어먹을 쓰레기 극우 작가 놈 때문에 손절한 만화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으니,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킹덤』을 연상하는 걸로 대신하도록 합시다. '수사..

Film/SF & Fantasy 2019.08.13

갑자기 분위기 기독교 _ 나의 마더, 그랜트 스퍼토어 감독

# 0. 신뢰는 연역적 결과인 걸까요 귀납적 결과물인 걸까요. 영화는 두 견해의 극단적이고 구체적인 충돌을 다룹니다. 믿음직스러운 행동을 하는 신뢰할 수 없는 존재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경쟁적으로 딸의 마음을 사기 위해 대립합니다. 각각을 대변하는 '마더'와 '여자'라는 강렬한 대척점에 사이에서 딸은 갈등합니다. '그랜트 스퍼토어' 감독, 『나의 마더 :: I am Mother』입니다. # 1. '마더'는 분명 딸을 헌신적으로 보살폈습니다. 동시에 프로그래밍에 의해 작동하는 로봇이기도 하죠. 마더가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타의 인간과 같이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딸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딸을 보살피는 행위는 여러 가지 목적으..

Film/SF & Fantasy 2019.07.06

꿀잼 ⅵ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ⅴ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ⅳ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morgosound.tistory.com # 28. 아이스 에이지, 팀 밀러 감독 팀 밀러는 치사하게 실사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제작자라 땡깡이라도 부린 걸까요. 남들은 뼈 빠지게 그래픽 만들고 디테일을 다듬고 작화를 하는 동안 제작자 팀 밀러는 배우 '토퍼 그레이스'와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작은 집 한 채를 섭외하는 것으로 영화 한 편을 날로 먹는 데 성공합니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갑질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성에가 두껍게 낀 ..

Series/Animation 2019.05.06

꿀잼 ⅴ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ⅳ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 0.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 편만 보 morgosound.tistory.com # 23. 행운의 13, 제롬 첸 감독 행운의 13입니다. 등장하는 비행기의 별칭이죠. 그리고 이 작품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앤솔로지의 13번째 작품인 이 단편을 본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행운이 되어줄 테니까요. 이전 단편과 달리 실사에 그래픽을 입혀 놓은 작품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얼굴과 함께 주요 인물들의 모습과 배경의 경계가 묘하게 이질적이죠. 상당한 디테일의 그래픽으로 공중 교전 특..

Series/Animation 2019.05.02

꿀잼 ⅳ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 0.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 편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정주행 하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morgosound.tistory.com # 18. 늑대 인간, 가브리엘 펜나치올리 감독 신화적 아이템을 활용해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사회문제를 다룬 에피소드입니다. 감독은 탈레반과 교전 중인 미군에서 용병으로 뛰게 된 늑대 인간을 통해 차별이란 행위와 차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건넵니다. 작품 속 늑대 인간들은 제대로 된 보호구는커녕 군화조차 지급받지 못합니다. 일상화되어버린 종과 관련된 직접적인 모욕을 늘 감내해야 하죠..

Series/Animation 2019.04.29

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 0.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 편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정주행 하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딱히 리뷰 할 생각이 없었지만 리뷰를 안 하곤 못 morgosound.tistory.com # 12. 독수리 자리 너머, 도미니크 보이든 감독 외 3인 와 정반대 되는,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실사 지향 애니메이션입니다. 화면의 디테일이 시작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16분여 남짓에만 쓰이고 끝난다는 게 아쉬울 만큼 황홀한 우주 SF 묘사와 압도적인 코즈믹 호러풍 연출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우주 항로 설정 오류로 인해 지구와 한참 떨어진 독수리자리 근처로 표류되어버린 '톰' ..

Series/Animation 2019.04.08

완벽 ⅱ _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감독

완벽 ⅰ _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감독 # 0. 천재 감독이 인생 역작을 만들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그래비티 :: Gravity』입니다. # 1. 관객을 가지고 노는 솜씨는 예술입니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기술을 동 morgosound.tistory.com # 7.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의 눈앞에 우주정거장 ISS가 보입니다. 버틸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산소와 연료가 긴장감을 더하죠. 중력을 잃고 표류한다는 건 위태롭고 숨 막히는 일입니다. 충분하지 못한 연료 탓에 안정적으로 ISS에 닿지 못한 두 사람. 우주 공간으로 튕겨나가려는 찰나 가까스로 박사의 발에 끈이 걸립니다만 헐거운 끈은 두 사람의 체중에 부합하는 운동량을 버텨내지 못합니다. 이대로..

Film/SF & Fantasy 2019.02.22

완벽 ⅰ _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감독

# 0. 천재 감독이 인생 역작을 만들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그래비티 :: Gravity』입니다. # 1. 관객을 가지고 노는 솜씨는 예술입니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기술을 동원해 시각과 청각을 흔들 수 있는 방법을 이상적인 형태로 총집합시켜놓은 듯 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600km 상공에선 생명이 사는 게 불가능하다'는 상투적인 문구와 함께 시작합니다. 사실 일련의 문구들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저 관객이 스크린을 가까이에 있는 평면으로 받아들이게끔 하기위해 동원된 문장에 불과하죠. 관객의 등을 의자에서 떼어 내 스크린 앞으로 끌어당긴 감독은 연이어 600km 상공에서 내려다본 지구를 압도적인 스케일로 보여줍니다. 눈 앞에 있던 평면에 어마어마한 깊이감이 생깁니다...

Film/SF & Fantasy 2019.02.20

찐따들의 대환장파티 _ 엄브렐라 아카데미, 피터 호어 감독

# 0. 뭔가 하나를 재밌게 즐기고 나면 뽕이 남아 비슷한 걸 더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여행을 가도, 게임을 해도, 쇼핑을 해도, 영화를 봐도 그렇죠. 이번에도 여지없이 버릇이 터져 『킹덤』으로 생긴 드라마뽕이 와버렸네요. 그런 우스갯소리가 있죠. YG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내가 좋아하는 걸 준비했어', JYP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날 준비했어.', SM은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다 넣어봤어'라는 마인드로 아이돌을 만든다고 말이죠. 이 드라마는 'SM 식 사고방식'의 결정체라 할법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좋아할지도 모를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그게 효과적이냐 아니냐는 둘째치고 말이죠. '제라드 웨이' 원작, '피터 호어' 감독, 『엄브렐라 아카데미 :: The Umbrel..

Series/SF & Fantasy 2019.02.18

샤말란이 돌아왔다?! _ 글래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 0. 트릴로지를 좋아합니다. 단편 영화들은 선명하고 간결한 맛은 있지만 아무래도 세계관에 대한 묘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고, TV 드라마물은 섬세하게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대신 무난하게 늘어지는 감이 있죠. 트릴로지는 이 두 가지의 장점을 적절히 섞은 시리즈라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어딜 가나 반반이 정답이네요. 일방적으로 후라이드나 양념을 강요하는 독재자들은 이참에 반성하시길 바랍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글래스 :: Glass』 입니다. # 1. 슈퍼히어로물의 21세기적 재해석의 모범이라 할 법한 샘 레이미 감독의 나 역대 최고의 슈퍼히어로 시리즈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는 대사를 달달 외울 만큼 좋았습니다. 역시 훌륭하죠. 윌 스미스의 촐싹거림과 외..

Film/SF & Fantasy 2019.01.28

Citizens, Be Ambitious _ 브이 포 벤데타, 제임스 맥테이그 감독

# 0.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토록 이 영화에 열광하게 하는 걸까. '제임스 맥테이그' 감독, 『브이 포 벤데타 :: V for Vendetta』입니다. # 1. Revolution도, Revenge도 아닌 Vendetta의 'V'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토록 'V'에 열광하게 하는 걸까요. 낭만적인 언변 때문일까요? 화려한 가면 때문일까요? 유려한 칼솜씨 때문일까요? 아니면 신사적이고 여유로운 태도 때문일까요? 마지막 모습에 담긴 비장미 때문일까요? 아니면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지적인 존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부패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투영하는 걸 수도 있겠죠.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그 이외의 것 때문일 수도 그 모든 것 때문일 수도 있겠죠. 다만 분명한 ..

Film/Action 2019.01.17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삽니다. 선제시 _ 그녀, 스파이크 존즈 감독

# 0. 변태 감독이 부리부리한 눈이 매력적인 배우를 불러다 찐따 같은 헤어스타일에 콧수염을 붙인 다음 컴퓨터 프로그램과 폰섹스를 하게 만들고 까이게 만들어 0 고백 1 차임의 나락으로 떨어트린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주소록에 여자번호라곤 엄마밖에 없는 우리 모태솔로들도 기술적 특이점까지만 버티면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를 한 여친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도 주는 작품이죠. 한 작품으로 인싸에겐 빅엿을 먹이고 아싸에겐 정신승리를 안기다니. 역시 아카데미 각본상은 아무나 타는 게 아닙니다. 잠시 애인이 있다는 상상을 해봅시다. 아, 진정하시구요. 상상 정도는 해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꼼냥 거리는 상상 연애는 각자 많이들 해 보셨을 테니 과감히 생략하고 있지도 않은 애인이 바람이 난 단계로 넘어갑시다..

Film/SF & Fantasy 2019.01.10

꿀노잼 성장드라마 _ 범블비,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

# 0. 마이클 베이의 막장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리부트, 그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를테면 트랜스포머 홈커밍이랄까요. 딱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리부트 하는 게 트렌드인가 보죠. 영화도 리부트, 드라마도 복고풍, 게임도 M, 디아블로도 이모탈. 그럼에도 세태에 편승하지 않고 내적 성장에 자체 슬로모션이 걸려버린 망해버린 자식 놈을 리부트 시키지 않으시는 우리의 부모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황급히 영화 얘기로 넘어가 봅시다.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 『범블비 :: Bumblebee』입니다. # 1. 시작부터 설 연휴마다 펼쳐지는 어설픈 발음과 어울리지 않는 한복 차림의 외국인 노래자랑만큼이나 상투적인 오토봇 진영과 디셉티콘 진영의 축제 한마당이 펼쳐집니다. 전작에 비하면 상당히 소소해진 총알 주고받..

Film/SF & Fantasy 2019.01.07

5센치처럼 보이는 3센치 _ 맨 프럼 어스, 리처드 쉥크만 감독

# 0. 혹시 그럴 때 없으신가요? 우리 모두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 삶의 시계가 죽기 10분 전, 5분 전, 1분 전, 1초 전에 반드시 도달하리라는 절망감. 그 순간에도 지금처럼 살아있어야만 하는구나 라는 공포감. 이따금 그런 생각이 엄습할 때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식은땀을 닦게 되는 게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때문에 한 번쯤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도 하실 겁니다. 100년, 1000년, 10000년.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없어지면 힘들 거라고? 웃기고 있네. 넌 뭐 살아봤냐? 라는 식의 철없는 망상이랄까요. 이런 범용적이고 간편한 상상이 영화에 쓰이지 않을 리가 없죠. 오늘은 14000년이나 살아온 크로마뇽인을 이야기해 ..

Film/SF & Fantasy 2018.12.12

어린이용 엽떡 순한 맛 _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 일라이 로스 감독

# 0. 판타지물로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등장 이후, 액션 어드벤처물로서는 아이언맨의 개봉 이후, 동화라는 장르도 어른들의 주요 소비분야가 되면서 정작 어린이들을 위한 시장은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미취학 꼬꼬마들이야 아빠가 들려준 스마트폰 속 뽀로로나 보면 된다지만 취학 아동이면서 아직 15세 물을 소비할 수는 없는 나이, 이때의 아이들은 오히려 영화 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겨울왕국의 엽기적인 흥행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라이 로스 감독,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입니다. # 1. 뭐랄까요. 어린이용 엽기떡볶이, 순한 맛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엽기떡볶이는 매운 음식 브랜드죠. 이 영화도 매워요. 아니, 정확히는 매운맛을 보여주려 노력은 합니다. 근데 타깃이 애들이어서 ..

Film/SF & Fantasy 2018.11.08

Your Friendly Neighborhood [베놈, 루벤 플레셔 감독]

베놈이 단독시리즈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것도 무려 믿고보는 배우 톰 하디와 함께!! 기대가 안될 수가 없죠. 데드풀 게 섯거라! 소니-형 안티히어로가 간다! 분명 피 칠갑하는 쿨간지 내뿜는 빌런의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쿨 시크하게 귀찮게 하는 놈들이라면 착한 놈이든 나쁜 놈이든 다 때려잡는 박력! 짐승과 괴물의 중간 어딘가의 괴기한 움직임! 멀리서 지켜보는 스파이디의 뒷모습을 쿠키영상으로 땋! 흥미진진한 새로운 유니버스의 시작!!! 응? PG-13이라고요? 그럼 15세란 거잖아? 베놈인데? 설마! 또 닦을 거라고? 아니야!!! 이 기생충 녀석, 내 머리에서 나가!!!!! '루벤 플레셔' 감독,『베놈 :: Venom』 입니다. 사랑꾼, 베놈 영화를 보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 이상 당..

Film/SF & Fantasy 2018.10.07

본격 점쟁이 체험 [앤트맨과 와스프, 페이턴 리드 감독]

히어로 영화 깎는 노인이 되어버린 마블이 가족영화를 하나 깎아 왔습니다. 작아지고 커지는 히어로라니. 좀 심심하지 않나 하며 영화관을 들어선 전 반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히어로는 앤트맨이 아니더군요. 히어로는 당신입니다. 하다 하다 마블은 이제 관객을 예언 능력을 갖춘 슈퍼히어로로 만들려고 하나 봅니다. 이 영화는 마치 두 자릿수 덧셈을 수십, 수백 문제 나열하던 눈높이 문제집 같습니다. 아이들은 왜 이 빌어먹을 문제집은 줄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가라는 전생의 업보에 대한 고찰을, 부모님은 이 애새끼는 누굴 닮아 이렇게 게으를까라는 존재적 회의를 하게 만드는 굉장히 철학적인 문제집이었죠. 새삼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걸 틀리냐 하던 어머님의 사랑의 손길이 다시 떠오르는군요. 어머니 사랑합..

Film/SF & Fantasy 2018.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