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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ⅴ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그냥_ 2019. 5. 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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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ⅳ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 0.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 편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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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행운의 13, 제롬 첸 감독

 

행운의 13입니다. 등장하는 비행기의 별칭이죠. 그리고 이 작품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앤솔로지의 13번째 작품인 이 단편을 본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행운이 되어줄 테니까요. 이전 단편과 달리 실사에 그래픽을 입혀 놓은 작품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얼굴과 함께 주요 인물들의 모습과 배경의 경계가 묘하게 이질적이죠. 상당한 디테일의 그래픽으로 공중 교전 특유의 속도감과 타격감, 전투의 긴박감을 훌륭히 전달합니다.

 

기계가 로봇처럼 능동적으로 움직이진 않음에도 파트너쉽을 느끼게 만드는 연출이 흥미롭습니다. 13호기의 내장 카메라로 주인공 콜비 중위를 비추는 간결한 장면을 통해 기체를 단순한 기계에서 교감의 대상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별다른 리액션이 없음에도 비행기에 대한 연대감을 느끼는 중위의 멘탈리티를 이해하게 됩니다. 단순히 파일럿들의 미신이나 징크스에 대한 강박이 아닌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합니다. 오롯이 연출의 힘이죠.

 

 

 

 

 

 

# 24.

 

잔잔한 내레이션과 함께 누적되는 정서를 [자폭 명령 거부]라는 정적인 텍스트에 담아 폭발시키는 것이 역설적입니다. 기체에 대한 유대감을 파일럿의 상상력이 아닌 진짜 실존하는 것으로 살짝 비트는 SF적인 시나리오군요. 기체가 자폭한 후 13호의 빛나는 잔해가 마치 13호의 '영'처럼 보이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13호의 번호표가 마치 군인의 군번줄처럼 보이는 게 감성을 자극합니다. 13호는 중위에게 도구가 아닌 전우였습니다. 감독은 교감과 교류의 대상은 얼마든지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걸 시원시원한 전쟁 액션과 함께 멋지게 증명합니다. 마치 전장에 핀 한송이 꽃과 같네요.

 

 

 

 

 

 

# 25.

 

지마 블루, 로버트 벨리 감독

 

이게 최고였습니다. 철학적인 주제와 독특한 표현 때문에 범용적으로 추천드리기엔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럼에도 짧은 탄식마저 불러일으킬 만큼 강렬했던 건 이 에피소드가 유일했네요.

 

예술가 '지마 블루'가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보다 근원적인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넓은 우주로 확장되어나가는 인식이 흥미롭습니다. 지마가 그린 우주의 그림 한가운데를 메운 도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우주를 아무리 탐구하고도 눈 앞에서 지워지지 않는 자신의 과거일까요, 우주를 탐미하며 확장된 인식을 형상화한 거대한 자신의 모습인 걸까요, 결국 진리란 자신 안에 있음을 의미하고자 한 걸까요, 아니면 여러 형상을 바꿔가며 진화한 자신의 내면에 비해 우주가 쪼그라들고 있는 걸까요.

 

로봇의 도움으로 물리적으로 완벽한 인간이 된 지마가 깨달은 건 결국 처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지마가 자신이 처음 출발했던 수영장을 헤엄치며 그것이 "내가 아는 전부이자 알아야 하는 전부"라 말하는 대목은 울림이 상당합니다. 일을 잘 처리했을 때 느끼는 단순한 기쁨만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마의 모습에서 쉽게 설명하기 힘든 경건함이 느껴집니다. 단순한 것이 무지한 것이 아니고 기본적인 것이 비어있는 것이 아니며 감정적인 것이 죄가 되는 게 아닙니다.

 

 

 

 

 

 

# 26.

 

고요한 수영장의 낡은 타일을 닦는 지마에게서 이름 모를 노승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발우공양을 드리며 음식의 소중함을 구구절절 역설하는 대신 그릇을 보고 비우라 말씀하실 불가의 가르침을 듣는다면 지마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것만 같습니다.

 

관객은 끝내 지마의 존재를 알 수 없습니다. 인터뷰어의 말처럼 사람이 기계화된 것일 수도, 지마의 말처럼 청소로봇이 사람이 된 것일 수도 있죠. 지마는 처음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합니다. 그에게 '근원'은 돌아가야 할 곳이지만 그 마저도 중요하지 않죠. 어디선가 슬쩍 장자의 호접몽과 데카르트의 냄새가 얼핏 나는 것도 같네요.

 

SF와 현대미술에 동양 종교철학을 엮어 낸 솜씨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독특한 그림체와 화려한 색감, 시원한 화각이 눈을 배불리지만, 그런 것들 따위 쏟아지는 화두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감히 말씀드리건데 18편 중 딱 한편만 봐야 한다면 이걸 보세요.

 

 

 

 

 

 

# 27.

 

사각지대, 비탈리 슈슈코 감독

 

제일 평범하고 제일 투박하지만 제일 재미있는 코믹스 같은 단편입니다. 어렵고 복잡하고 스타일리시한 다른 에피소드들 사이에 쉬어가는 마지막 정거장이죠. 아마도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은 오래된 만화방의 손때 묻은 미국 코믹스를 휙휙 넘기며 보는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시원시원한 액션, 위트가 묻어나는 대사, 장난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동세, 속도감 쩌는 카체이싱, 펑펑 터져나가는 기체들, 다소 관습적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가 8분 남짓의 런타임을 순식간에 앗아갑니다. 마지막에 굳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할법한 트릭도 하나 있는데요. 그곳에서조차 감독의 장난기가 뚝뚝 묻어납니다.

 

말씀드린 대로 작품에 관련해서 곱씹어가며 할 말은 없네요.

쿨하고, 힙하고, 췰하게. 보세요.

 

 

꿀잼 ⅵ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ⅴ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ⅳ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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