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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외로움 _ 별의 목소리, 신카이 마코토 감독

그냥_ 2022. 1.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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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감독의 날것 그대로를 맛보고 싶다면 언제나 데뷔작 만한 게 없죠.

 

 

 

 

 

 

 

 

'신카이 마코토' 감독,

『별의 목소리 :: ほしのこえ』입니다.

 

 

 

 

 

# 1.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으며 스펙트럼을 과시하는 감독들도 있습니다만,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만들어 반복적으로 가다듬고 심화시키는 감독들도 있습니다. 때론 지루하다거나 심지어 자기 복제 아니냐라는 가혹한 평을 듣기도 하지만 대신 필모그래피를 천천히 따라가는 동안 한 인간의 철학과 깊이 있게 소통하는 감동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죠.

 

'신카이 마코토'는 대표적인 감독 중 하나라 할 법합니다. 그중에서도 데뷔작 <별의 목소리>는 작품 철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겠죠. 심각하게 못생긴 인물 작화 정도를 제외하면(...) 이후 반복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코드들이 어디서부터 어떤 목적으로 태어난 것인가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 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외로움입니다.

전할 수 없는 감수성의 슬픔입니다.

 

내가 상대를 느끼고 있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는 존재들의 아픔입니다. 상대가 나를 느끼고 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의 고독입니다. 내가 가진 정서를 아무리 쓰다듬어 보아도 결코 온전해질 수 없는 교감에 외로워하는 사람들의 슬픔입니다. 목이 터져라 고백하는 동안의 절실함과, 상대도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연약한 믿음. 그 앞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탐구입니다.

 

이후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부터 <날씨의 아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작품들은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환경 다른 기억 속 같은 정서를 가진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의 교감하지 못하는 숙명의 변주라 할 수 있습니다. 성별을 비틀어보기도 하고, 나이를 비틀어보기도 하고, 멀리 이사를 보내보기도 하는 식이죠. 혹자는 뜬금없다 느꼈을지도 모를 좋게 말하면 과감한, 나쁘게 말하면 과격한 sf적 상상은, 감독이 느끼는 거리감의 시공간적 과장의 예시입니다.

 

 

 

 

 

 

# 3. 

 

쏟아져 내리는 비는 슬픔과 필연성을 상징합니다. 감독에게 세상은 비 오는 곳, 우리는 비 오는 곳의 사람들입니다. 필연적 슬픔의 존재들이죠. 이후 비가 계속 오느냐, 눈이 되어 내리느냐, 비가 개느냐에 따라 작품마다 전개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이 작품에서는 눈이 내리는데요. 여전히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지만 오랜 단절에 상심하며 얼어붙은 '노보루'의 심리 상태를 날씨로 은유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빛의 질감을 활용하는 것도 특징적이죠. 그래픽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은 놀라울 정도로 탁월합니다만, 눈부시지만 붙잡을 수 없는 물성이 공허함을, 적극적인 반사 표현이 간접적인 관계성을 은유하기도 합니다. 특유의 투명한 질감이 정서의 순수성을 북돋우기도 하구요.

 

열차도 곧잘 등장하는 아이템입니다. 보통 열차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가지는데요. 빠르기도 하구요. 정해진 트랙 위를 달리기도 합니다. 방향성도 있죠.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에게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열차보다 '건널목'입니다. 경고하듯 울려 퍼지는 종소리입니다. 열차는 앞으로 걸어가고자 하는 주인공을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막아 세웁니다. 움직이려는 의지를 아예 끊어낼 만큼 길다는 것과, 목소리가 닿을 수 없게 만드는 시끄러움입니다. 열차는 그 자체로 단절이죠.

 

영화에 내레이션이 많이 등장하는 건 그의 테마가 단절에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할 수 없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영화에서 수다를 떨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멀리 떨어져 있고, 내달리고, 내레이션을 하고, 문자를 보내고, 편지를 붙이는 건 본질적 단절에 대한 반복된 은유와 발버둥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방식이 빈약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거나, 중2병스럽다는 혹평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요.

 

 

 

 

 

 

# 4.

 

"있잖아. 우리는 우주와 지상으로 갈라 놓인 연인 같아."

"24살이 된 노보루, 안녕! 나는 15살의 미카코야. 난 아직도 노보루를 아주 많이 좋아해."

 

 

두 대사는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통합니다. 우주와 지상은 공간의 거리입니다. 24살과 15살은 시간의 괴리입니다. 공허하고 칠흑 같은 우주 같은 세상입니다. 머나먼 거리를 두고 떨어진 별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별빛처럼 빛나는 순수한 정서와, 지워질지언정 내지르는 목소리의 간절함과, 쏟아져 내리는 눈물의 고독과, 그 끝에 절반쯤 비워진 불완전한 모습으로나마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절실함입니다. 이 모든 것의 이름. 신카이 마코토 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별의 목소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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