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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손가락 _ 자이고트, 닐 블롬캠프 감독

그냥_ 2022. 5.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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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오츠 스튜디오(Oats Studios)를 아시나요. 

 

 

 

 

 

 

 

 

닐 블롬캠프 감독,

『자이고트 :: Zygote입니다.

 

 

 

 

 

# 1.

 

<디스트릭트 9>의 닐 블롬캠프 감독이 설립한 실험 영화 제작사입니다. 감독 특유의 성향이 물씬 묻어나는 단편들을 적당히 뿌려 간을 보다가 각이 나온다 싶으면 장편으로 태세 전환하려는 응큼한 속셈의 프로젝트죠. 이렇게 말하면 뭔가 온갖 감독들의 사적 프로젝트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듯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까짓 게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요. 넷플릭스 긁어보다 얻어걸린 거 맞습니다.

 

# 2.

 

좋은 세상입니다. 적당한 광고 시청을 지불하면 어지간한 단편 영화나 고전 영화들은 공짜로 볼 수 있는 세상이죠. 앞서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말씀드렸습니다만 오츠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유튜브와 스팀에서도 공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에는 누락된 작품도 있으니 기왕이면 유튜브를 이용하시는 것이 좋겠네요.

 

글을 쓰는 시점에는 시즌을 의미하는 vol.1까지 공개되어 있습니다. 20분 남짓의 런타임을 가진 Rakka, Firebase, Zygote, ADAM과 그 외 3분에서 5분 사이의 자투리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Zygote를 골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굳이 Zygote를 고른 데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시고니 위버가 열연한 Rakka와 다코타 패닝의 Zygote가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시고니 위버보다 다코타 패닝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죠.

 

 

Oats Studios

We make experimental short films.

oatsstudios.com

 

Oats Studios

 

www.youtube.com

 

 

 

 

 

# 3.

 

익숙한 것들이 익숙하지 않은 맥락에 노출되는 순간의 강렬한 위화감입니다.

 

자이고트의 세계는 시종일관 불안하고 폭력적이고 공포스럽습니다만, 적어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것으로 인한 공포(이를테면 외계인이나 괴물, 귀신, 재난 따위의)는 묘사하지 않습니다. 매일같이 보는 눈이 조금 다른 곳에 붙어 있거나 없을 뿐입니다. 매일같이 만지는 손이 조금 많이 붙어 있을 뿐입니다. 매일같이 다니던 벽에 숨겨진 전선이 드러나 있을 뿐입니다. 매일 같이 보던 경고등이 켜져 있을 뿐이죠.

 

언제나와 같은 자신이지만 카나리아 계급의 인조인간이 아니라 헐값에 사들인 고아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혼란입니다. 똑같은 손가락, 똑같은 손목이지만 사람의 몸에 달려 있을 때와 떨어져 나왔을 때를 전혀 다르게 느끼는 불쾌감입니다. 하얀색 로비에서 칠흑 같은 눈발을 지나 붉은 통로를 건너는 동안, 괴물의 정체와 손의 주인과 자신의 정체와 자신의 미래 모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무기력함입니다. 일련의 내적 공포를 움켜쥐는 이미지를 투영한 '손 무더기'로 연결하고,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자아에 대한 갈구를 '지문'에 연결해, 그를 기반으로 압도적이고 그로테스크한 괴물을 창조하는 데 성공합니다.

 

스스로 눈을 버린 후 정면을 응시(?)하는 요원 퀸의 피가 흘러내리는 얼굴. 혼자된 바클리를 저 멀리 어둠을 찢으며 다가오는 괴물의 형상. 쓰러진 괴물에 주렁주렁 매달린 수많은 팔과 눈의 디테일한 표현. 집중을 방해하는 경고음과 소름 돋는 비명소리. 괴물 팔 하나를 도끼로 내리찍는 순간의 박력은 과연 굉장하죠. 연구소의 정체와,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의 내막과, 퀸이라는 인물의 과거와, 내팽개쳐진 고아 바클리의 미래 따위에 대한 이야기 역시 효과적으로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 4.

 

그리고 요런 단편이 무려 3편이나 더 있습니다. 자투리는 더 많구요. 날이 점점 더워져 가는데요. 그럴 때 이런 호러 영화 하나씩 빼먹으면 꿀맛이죠. 닐 블롬캠프 감독, <자이고트>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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