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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그냥_ 2019. 4. 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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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 0.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 편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정주행 하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딱히 리뷰 할 생각이 없었지만 리뷰를 안 하곤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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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독수리 자리 너머, 도미니크 보이든 감독 외 3인

 

<무덤을 깨우다>와 정반대 되는,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실사 지향 애니메이션입니다. 화면의 디테일이 시작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16분여 남짓에만 쓰이고 끝난다는 게 아쉬울 만큼 황홀한 우주 SF 묘사와 압도적인 코즈믹 호러풍 연출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우주 항로 설정 오류로 인해 지구와 한참 떨어진 독수리자리 근처로 표류되어버린 '톰' 일행. 표류된 정류장에서 옛 썸녀 '그레타'를 만나게 되지만, 그곳에 있을 리가 없는 그녀의 존재와 '수지'의 당혹스러운 반응에 '톰'은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레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사실대로 알려달라고 하자, '그레타'는 마지못해 '톰'이 처한 현실을 알려줍니다. 만, 그 후 이어지는 강렬한 반전은 직접 보시는 걸로 하죠. 중반부쯤부터 '그레타'가 일부러 '톰'을 소유하기 위해 경로를 이탈하도록 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만 결말은 이런 예상보다 더 파괴적입니다.

 

 

 

 

 

 

# 13.

 

반전을 알고서 다시 보면 시작부터 대놓고 복선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독수리자리로의 항해가 시작된 후 비극을 암시하는 듯한 붉은 조명이 연출되는 점, 그와 동시에 아기 예수를 끌어안은 성모상이 '톰'의 얼굴 위를 지나는 점, 대문짝만 하게 보여주는 SYSTEM ERROR 메시지 등 말이죠.

 

'Living in the shadows'라는 음악의 제목과 가사도 의미심장하군요. '수지'의 존재를 '톰'이 만들어 낸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에 대한 무의식'으로 해석한다면, 관객이 본 영화 속 '톰'의 환상은 처음 겪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코즈믹 한 호러는 그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무한히 반복되는 셈이군요.

 

여타 작품들 중엔 장편으로 만들어졌으면 싶은 것들도 많았습니다만, 이 작품은 딱 이 정도의 단편이라 더 강렬하고 좋은 것도 같습니다. 드넓은 우주에 표류되고 고립된 데에 대한 공포, 압도적인 외계 생명체에 대한 경외적인 공포,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인 루프에 대한 공포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수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아참, 수위 높은 배드씬은 덤입니다. 이거 궁금하셨던 거 맞잖아요?

 

 

 

 

 

 

# 14.

 

굿 헌팅, 올리버 토마스 감독

 

이질적이란 기준에선 이 작품이 단연 최고입니다. 구미호로 대변되는 동양 설화와, 서양의 증기 로봇 주류의 스팀펑크, 영국에 의한 중국의 식민지 시대와, 인종차별을 비롯한 약자에 대한 폭력과 저항이라는 도무지 안 어울릴 것만 같은 소재들이 얽혀있습니다.

 

초반부 '량'의 아버지가 '옌'의 어머니를 사냥하는 달빛이 가득한 밤의 액션씬은, 서양인들이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의 신비로움과 처연함이 전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림체에서나 색감, 대사처리에서 뮬란이 연상되는군요. 시간이 흘러 '량'의 아버지가 죽고 마을에 기차가 들어옵니다. 영국에 의해 중국이 식민지화되면서 증기 기관에 베이스를 둔 기계와 로봇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마법과 신비는 점점 자리를 잃고 사라져 갑니다.

 

더 이상 여우로 변할 수 없게 되어버린 구미호 '옌'은 사냥꾼에서 사냥감이 되어 버립니다. 살기 위해 웃음을 파는 창녀가 된 '옌'은 뜻하지 않게 로봇 성애자를 손님으로 만나 강제로 사이보그가 되어버리죠. 이 사실을 알게 된 '량'은 그녀의 몸을 원래의 여우의 몸으로 변할 수 있도록 개조하게 되고, 다시 사이보그 여우가 된 '옌'은 범죄자들을 '사냥'하러 다니게 되며 막을 내립니다.

 

 

 

 

 

 

# 15.

 

영화의 제목이 말하는 '굿 헌팅'이 의미하는 바가 중의적입니다. 홀려낸 사람을 사냥하러 다니는 구미호가 사냥꾼에게 사냥을 당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혼자된 '옌'은 다시 사냥꾼으로 성장해 들짐승들을 잡지만, 문명이 들어온 세상에선 다시 사냥감이 되어버리죠. 그리고 마지막, '량'의 도움을 받은 '옌'은 다시 사냥꾼이 되며 마무리됩니다. 인물들은 모두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다시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그 역할이 교체됩니다. 언제나 그들은 같은 사람입니다만 무엇이 그들을 사냥감, 혹은 사냥꾼으로 규정하게 하는 것일까요. 무수히 교체되는 사냥 중에서 '굿 헌팅'과 '배드 헌팅'은 어떤 사냥을 말하는 걸까요.

 

특유의 처연한 오리엔탈리즘과 건조한 스팀펑크를 소재로 '저항'과 '복수'라는 파괴적 정서를 다룬다는 게 이채롭습니다. 소재를 가지고 노는 솜씨가 그야말로 예술적이네요. 물론 관객의 입장에선 이질감을 극복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그럴 수만 있다면 실사영화와는 달리 애니메이션만이 줄 수 있는 묘미가 가득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득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들이 보고 싶어 지는군요.

 

 

 

 

 

 

# 16.

 

쓰레기 더미, 하비에르 그라시아 감독

 

뭔가 비슷한 게 있었는데... 뭔가 떠오를 법 한데... 뭐지... 뭐지... 아! 서부극!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가 떠오를 듯한데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습니다만 나중에서야 생각났습니다. 이 작품은 서부극이네요. 쓰레기장에 사는 노인과 미스터리에 대한 코미디처럼 보입니다만 훼이크입니다. 이 작품엔 군데군데서 서부극의 향수가 짙게 나니까요. 어디 따라가 볼까요?

 

대부분의 서부극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데이브'는 전형적인 마초입니다. 동시에 어디서 태어나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방랑자죠. 호쾌하게 화기를 다루는 유능한 총잡이이면서 다소 수다스러우며 무용담을 늘어놓길 좋아합니다. 평생을 같이한 나귀마냥 기중기를 멋들어지게 몰고 다니죠. 그는 당연히 백인이고 그를 방해하는 뺀질뺀질한 인종 불명의 검은 머리의 사내는 애완동물의 먹잇감으로 적합합니다.

 

서부극의 보안관들 마냥 데이브에게도 지켜야 할 자신의 마을도 있습니다. 주인공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괴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주인공의 매력에 이끌려 친구가 되어 있군요. 영화의 마지막 그의 손에 떨어지는 금빛 라이터는 골드러시를 하던 서부개척시대가 연상되기에 충분합니다. 괴물에 잡아먹힌 조사관의 손목이 주인공 앞에 툭 떨어지는 장면은 서부극의 총잡이들이 상대의 손목을 쏴 떨어트리는 연출들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이는군요.

 

 

 

 

 

 

# 17.

 

다만 그가 지켜야 할 곳은 더 이상 일확천금과 낭만의 서부가 아닌 쓰레기장입니다. 거기다 쓰레기장의 보안관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도 않죠. 언제나 새로 산 듯 새하얀 복식은 온 데 간 데 없고 남루하고 지저분한 몰골만이 남았습니다. 그에게 맥주를 건네는 건 바텐더가 아닌 죽은 벌레뿐이죠.

 

서부극이라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르에 대한 묘한 향수와 트렌드에서 완전히 밀려나버린 옛것에 대한 묘한 동정이 코미디의 밑바닥을 이루고 있습니다. 흘러간다는 건 그 대상이 무엇이든 참 슬픈 일이네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이렇게라도 간간히 만나는 걸 고마워할 수밖에. 반가워요, 보안관.

 

 

꿀잼 ⅳ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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