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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ⅳ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그냥_ 2019. 4. 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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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 0.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 편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정주행 하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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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늑대 인간, 가브리엘 펜나치올리 감독

 

신화적 아이템을 활용해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사회문제를 다룬 에피소드입니다. 감독은 탈레반과 교전 중인 미군에서 용병으로 뛰게 된 늑대 인간을 통해 차별이란 행위와 차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건넵니다.

 

작품 속 늑대 인간들은 제대로 된 보호구는커녕 군화조차 지급받지 못합니다. 일상화되어버린 종과 관련된 직접적인 모욕을 늘 감내해야 하죠. "쟤들은 자기 종족만 알아!"라는 동료의 조롱은 "흑인들은 지들끼리만 다녀", 혹은 "아시안들은 자기들만 알아.'라는 선입견과 닮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럼에도 내 나라 내 조국을 말하는 늑대인간들의 사고방식은 차별받는 소수 인종의 이민자 미국인들의 그것과 닮아 있죠.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차별이 일어나는 공간이 다른 곳도 아닌 군대라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당장 그들은 눈 앞에 적을 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이니까요. 자신들의 생사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늑대인간들임에도 병영 안의 인간들은 거리낌 없이 차별을 행합니다. 심지어 관객은 그런 차별에 위화감을 느끼지도 않죠.

 

 

 

 

 

 

# 19.

 

아무리 연민의 대상이라 하더라도 늑대인간이 인간이 되는 건 아닙니다. 총에 맞아도 죽지 않고 냄새로 사람을 추적하는 존재와 동질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늑대 인간이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차별해도 별 문제없는 무언가란 뜻일 수도 있습니다. 미군 내에서 늑대 인간들에게 차별을 자행하는 사람들 중에 흑인도 섞여 있다는 게 의미심장합니다. 감독은 관객에게 질문합니다. 인종차별이 극복되면 차별이 없어질까. 혹시 인간은 소속감을 위해 또 다른 차별을 생산해 내지 않을까. 차별하지 않는 인간이란 과연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인 걸까.

 

결국 군번줄이란 이름의 '목줄'을 벗어던지고 동족의 시체를 들고 병영을 떠납니다. 군복으로 형상화된 애국심과 사회의 소속감을 벗어던지고 야생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낳습니다. 자신은 군번줄과 군복을 벗었음에도 친구의 군번줄은 그의 무덤에 걸어주는 장면은 차별당해 배제된 이들의 진심은 그저 함께 하고 싶은 것이었을 뿐임을 의미합니다. 떠나가버린 늑대를 바라보는 군인들 위로 조기로 계양된 성조기는, 이런 식의 차별이 미국의 미래에 부정적일 것임을, 무자비한 차별 속에서 미국 사회가 반드시 지켰어야 할 대단히 중요한 무언가가 사망하고 있음을 은유합니다.

 

앤솔로지의 이름이 머쓱하게도 러브도, 로봇도 등장하지 않는 에피소드입니다. 대신 상당한 디테일의 그래픽과 대단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유혈 묘사, 마치 1인칭 게임을 하는 듯한 독특한 화면 구성과 이질적 요소들의 유연한 접합이 매력적인 단편이죠.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철저히 복무하는 씁쓸한 맛의 주제의식까지 있습니다. 훌륭한 단편이네요.

 

 

 

 

 

 

# 20.

 

구원의 손, 존 여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가 떠오르지 않기는 힘들 겁니다. 마치 '다이어트 그래비티' 같은 에피소드군요. 우주에서 작업을 하다가 날아드는 우주 쓰레기에 의해 우주선으로부터 이탈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상황은 라이언 스톤 박사의 상황보다 더 가혹합니다. 도움을 받을 동료도 없고 일말의 추진체도 없으니까요. 그녀의 상황은 오히려 스톤 박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코왈스키의 상황에 더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SF임에도 이물감이 크게 없었는 데 반해 이 에피소드는 불편한 지점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 바로 '안전줄'이죠. 예전 같으면 그런 것 따위 생각도 못했겠지만 이 앤솔로지가 공개된 2019년엔 너무도 많은 우주 영화를 관객이 본 이후란 게 문제입니다. 멀리서 날아든 볼트 조각이 주인공에게 날아든 순간부터 '어? 안전줄은?' 이란 생각에 몰입감이 깨지는 게 아쉽군요. 코믹스 스타일의 캐주얼한 작품이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성을 지향하는 작품의 스타일을 생각할 때 우주 묘사에 대한 이런 허점은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 21.

 

대신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실사영화 못지않은 심리 묘사가 탁월합니다. 우주로 이탈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반작용을 얻기 위해 보호복과 심지어 얼어붙은 자신의 팔을 던져 살아오는 주인공의 내면은 관객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전달됩니다. '죽는 마당에 팔 쯤은 버릴 수 있다'라는 게 말이야 쉽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일 테니까요.

 

'구원의 손'이라는 제목의 중의성이 간결하면서 동시에 인상적입니다. 그녀는 위기 상황에서 누구로부터의 도움도 받지 못하다 결국 자신의 목숨을 살릴 '구원의 손'을 버림으로써 살아남았지만, 삶에 대한 의지와 스스로 팔을 잘라낼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자유의지란 이름의 '구원의 손'이기도 하니까요. 감독은 철학적 메시지와 서양철학의 근간이 되는 기독교적 함의를 짧은 이야기에 녹여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주제가 뭐냐구요?

위험한 상황에선 안전벨트를 해야한다는 것!

 

 

 

 

 

 

# 22.

 

해저의 밤, 데미안 네노프 감독

 

18개의 에피소드 사이에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는 독특하면서도 미려한 카툰 렌더링이 인상적입니다. 정적인 공간을 잡아내는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구도가 돋보입니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국 만화책들의 컷을 넘겨가며 읽는 듯한 기분이군요.

 

쨍한 느낌의 색감이 특유의 마초적인 멋을 뽐냅니다. 장중한 음악이 분위기를 지배합니다. 과장된 디테일 없이도 적절한 광원의 활용으로 환생과 현실의 경계를 효과적으로 묘사합니다. 환상에 빠져버린 젊은 사원의 표정과 움직임에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의 홀린듯한 모습이 투영되는 듯합니다. 화면을 가득 메운 큼지막한 달 위를 흐르는 붉은 핏자국이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상황에 특유의 처연함과 공포감, 몽환적인 느낌을 한층 더합니다. 좋네요.

 

<슈트로 무장하고>와 비슷한 느낌의 쉬어가는 에피소드입니다. 다소 철학적이거나 현학적인 다른 에피소드들과 달리 오감에 집중하며 감독이 그린 세상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즐기는 작품이네요. 오래전 바다 밑바닥이었던 사막을 떠도는 물고기 유령들에 대한 전설 속 이야기를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연출로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역시 사고력과 상상력의 경계를 쉴 새 없이 넘나드는 게 이 앤솔로지의 매력이죠.

 

꿀잼 ⅴ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ⅳ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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