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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김치피자탕수육 _ 유로파 리스트, 세바스챤 코르데로 감독

그냥_ 2022. 12.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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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파운드 푸티지 베이스에 아마겟돈식 영웅 서사랑 크리쳐 앤딩을 비비면?!

 

 

 

 

 

 

 

 

세바스챤 코르데로 감독,

『유로파 리스트 :: Europa Report입니다.

 

 

 

 

 

# 1.

 

이상하겠죠. 실제 이상한데요.

그런데 생각보다는 또 볼만합니다.

 

명작은커녕 수작도 조금 버겁습니다만 컬트적인 재미가 없다 말하는 것은 그것대로 가혹합니다. 세상 건조하고 차가운 파운드 푸티지에 동료애 넘치는 뜨뜻한 갬성 서사를 더하고, 고증이 핵심인 우주 탐사 SF와 개 뜬금 판타지 크리쳐물을 비벼놨는데 덜컹거리긴 해도 어찌어찌 돌아는 갑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충돌함으로 인한 불가분의 장단점이 매우 뚜렷합니다. 극단적인 퓨전 요리인 탓에 빈말로라도 대중적이라 말할 순 없지만 동시에 좋아하시는 분들은 맛있게 드시기도 하는 김피탕 같은 영화랄까요.


우주 탐사물을 SF 어드벤처가 아닌 파운드 푸티지의 방식으로 풀어보겠다는 아이디어는 작품의 정체성과 같고 그 선택은 분명 유효합니다. 탐사선이라는 환경은 사각을 허락하지 않는 수많은 cctv를 설득합니다. 장거리 미션은 현장감을 더해줄 핸디캠을 설득하죠. cctv와 캠코더를 설득할 수 있다면 그래픽의 중요성은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의 우주적 풍경이라거나, 목성과 얼음 위성 유로파의 압도적인 전경, 우주선 내부 디테일 같은 돈 빨아먹는 괴물들에 대한 시각 연출이 좀 구려도 카메라가 그것보다 더 구리기에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높은 시각적 만족감이 필수적인 우주 SF와, 전달력을 포기하게 만드는 파운드 푸티지는 짐짓 상극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아이템과 장르의 일치도가 괜찮다는 경험은 과연 이색적입니다.

 

 

 

 

 

 

# 2.

 

아무래도 파운드 푸티지들은 캠 이외의 화면들은 몰입을 해치는 선택이라 여겨 최대한 지양하는 게 자연스러울 텐데요. 장르 특성에도 불구하고 방법론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흥미롭습니다. 쉽게 말해 cctv'만'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이사이 인터뷰도 넣고 음악도 넣고 자료화면도 넣어 제목처럼 리포트를 만들었다는 점 말이죠.

 

일련의 선택은 그 자체로 영화의 완급이 되어주기도 하구요. 중간중간 관객을 지구로 불러들이게 만들어 정서적으로 쉬어갈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탐사를 떠났고 결국 다 죽었다'라는 단조로운 서사를 조작하는 플롯으로도 활용되고 있구요. 겸사겸사 SF를 전개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브리핑의 형식을 빌어 공급하고 있기도 하죠.

 

 

 

 

 

 

# 3.

 

멤버들이 탈락하는 방식은 좋게 말하면 고전적이고 박하게 말하면 상투적입니다. 이들의 죽음은 모두 동료애와 인류애와 과학적 진보라는 위대한 당위에 철저히 복무합니다. 덕분에 편안하고 직관적이며 뭉클하고 감동적이죠.

 

다만, 이런 드라마적 감동을 만들기 위해 멤버들의 전문성을 희생했다는 점은 지적해야 할 겁니다.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불가항력적인 재난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대원들을 바보로 만드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죠. 엘리트 엔지니어라는 인간들이 등신같이 수리 모듈을 힘으로 잡아 뜯다가 우주복 찢어먹고 하이드라진을 뒤집어써 조지 클루니가 된다거나, 동료가 평정심 잃은 티 팍팍 내고 있는 데 대장이란 인간은 그걸 통제 못해 위험한 환경으로 내보낸다거나, 그렇게 탐사 나간 박사는 위태로운 와중에 유의미한 샘플을 채취했음에도 무지성 추가 파밍 하다 얼음 수영 앤딩을 맞이하거나 하는 식이라 황당합니다. 감독 스스로 말하길 최고의 전문가들이라면서요. 이건 너무 무능하잖아요.

 

장면마다 누군가가 퇴장하겠구나를 넘어 이번엔 정확히 누가, 심지어 어떤 식으로 퇴장하겠구나라는 것이 훤~히 보인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점점 줄어감에도 다음 번호표는 누구려나, 불안 보다 지루함을 먼저 느끼게 되고 말죠. 전반적으로 참신한 설정과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견인하기에 내러티브는 다소 부족한 작품이랄까요.

 

 

 

 

 

 

# 4.

 

말씀드린 대로 편집을 통해 소소한 낚시를 하긴 합니다만 결국 다 죽긴 죽습니다. 결말에서 우주선에 점점 차오르는 물의 폭발적인 연출은 압도적이죠. 결국 마지막 남은 대원과 함께 탐사선이 수심 100km의 바다에 가라앉는 순간!! 유로파의 얼음층 아래 거대 크리쳐가 카메라를 덮치며 영상은 종료됩니다.

 

그럭저럭 따라가던 감상을 한방에 무너트리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말입니다. 자! 대원들 목숨 값 여기 있다! 이렇게 값지다! 라는 것을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기 때문이죠. 크리쳐가 직접 등장하는 순간, 대원들의 희생은 인류를 위한 과학적 탐구라는 [가치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구체적인 크리쳐 탐색이라는 [성과를 위한 비용]으로 격하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대원들의 희생을 크리쳐가 증명하는 거라면 그럼 유로파에 아무것도 없었으면 그냥 개죽음인 거야? 라는 직관적인 질문 하나에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결말이라는 것이죠. 겸사겸사 파운드 푸티지의 현장감과 탐사 SF의 디테일로 승부를 보는 영화에서 대놓고 등장하는 노골적인 판타지가 그동안의 몰입을 허무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구요.

 

굳이 추측해 보자면 감독 나름의 현실적 타협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마무리에서라도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부담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죠. 연출자의 방어적인 태도는 대표의 입을 빌려 주제의식을 비굴하게 설명하는 앤딩에서 재차 확인됩니다. 글쎄요. 어차피 특색이 강한 김피탕을 만들 거라면 고유의 매력을 힘 있게 밀고 나가는 뚝심을 발휘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세바스챤 코르데로 감독, <유로파 리스트>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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