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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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34

설산에 홀로 헐벗은 듯 _ 레버넌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 0. 실존하는 인간의 생이란 매 순간 가감 없이 선명한 것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 The Revenant』입니다.     # 1. 〖 1823년 8월, 그랜스 강 유역에서 곰에게 습격당해 살해당한 줄 알았던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 휴 글래스가 6주 동안 320km를 이동해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입니다. 〗 당시에도 신문 같은 것이 있었다면 대충 이런 식이지 않았을까.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적잖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느꼈겠으나, 그럼에도 실제 경험한 이에 비하면 심드렁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것은 비단 19세기 사람들만의 무신경함이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의 비장한 사건이 두어 문장에 실리는 동안 사람들은 찰나와 같은 감상 끝에 흘려보낸다..

Film/Action 2025.03.20

세계관 최강자 _ 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0. 세게관 속 최강자 말고 세계관 만들기 최강자라는 뜻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천공의 성 라퓨타 :: 天空の城 ラピュタ』입니다.     # 1. 을 극장에서 봤던 순간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난쟁이 둘의 눈물겨운 장거리 하이킹, 대단한 걸로 대단한 절대 반지의 존재감, 둘이어도 넷이어도 안될 것만 같은 삼총사의 우정, 스텟을 잘못 찍은 게 분명한 힘법사 간달프와, 뜻하지 않게 작품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골룸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소년의 눈망울을 반짝이게 하는 즐거움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가장 매력적인 건 톨킨에 의해 창조된 세계 그 자체다. 평화로운 호비튼의 언덕에서부터 황량한 운명의 산에 이르기까지. 음습한 팡고른 숲에서부터 폭압적인 아이센가드 탑에 이르기까지. 배수진..

Film/Animation 2025.02.22

노스탤지어의 풍경화 _ 문라이즈 킹덤, 웨스 앤더슨 감독

# 0. 사진이 아닌 그림이고 설명이 아닌 문학이며 대화가 아닌 음악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문라이즈 킹덤 :: Moonrise Kingdom』입니다.     # 1. 사소하다. 뉴 펜잔스 섬의 곳곳도, 카키 스카우트의 야영장도, 낡은 경찰서와 항구도, 사랑의 도피를 떠난 샘과 수지도, 그들의 탐험과 낙원도 모두 작고 사소하다. 웨스 앤더슨은 그 심각성이 사소해 보일 수 있도록 다운스케일링된 이야기를 최대한의 사랑스러움으로 가다듬어 인형의 왕국을 축조한다. 사소함을 역설하는 달뜨는 왕국에서 감독은 무엇을 찾고 싶었던 걸까. 무엇을 담고 싶었던 걸까. 세계는 안전함과 별개로 구속적이다.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 그러하다. 울타리에 둘러싸인 야영지가 그러하다. 스카우트의 규율과 규율을 증명하는 무..

Film/Comedy 2025.01.30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 _ 마션, 리들리 스콧 감독

# 0. I'm pretty much fucked.That's my considered opinion.Fucked.        리들리 스콧 감독,『마션 :: The Martian』입니다.     # 1.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희대의 명문으로 시작하는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마션은 주인공의 숙고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된다. 우주 탐사 중 예기치 못한 폭풍으로 홀로 화성에 남겨진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우주 모험을 넘어 인간의 생존 의지와 연대의 가치를 탐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장르를 선언적으로 보여준다. 일상적인 탐사대의 활동이 갑작스러운 모래폭풍으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장면은, 관객을 긴장감 ..

Film/SF & Fantasy 2024.07.24

신화의 탄생 _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감독

# 0. 신화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조지 밀러 감독,『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Mad Max Fury Road』입니다.     # 1. 신화란 마땅히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와 할머니와 할머니의 할머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당연히 존재하던 것이라고 말이다. 가끔은 충분히 오래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신화냐 볼멘소리를 듣기도 하는 데, 이쯤 되면 시간은 신화가 신화이기 위한 필수적 요건인가 싶기도 하다.  때문인지 몰라도 신화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은 오랜 시간을 전제한다. (2004)와 같이 신화를 고스란히 재현한 작품은 물론이고, (2011), (2009), (2012)와 같은 재해석한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1994), (2010) 등 현대를 배경으로 풀..

Film/Action 2024.06.26

개판 _ 스트레이스, 조쉬 그린바움 감독

# 0.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유기견 이야기로 19금을 받을 수 있는 거지?!        조쉬 그린바움 감독,『스트레이스 :: Strays』입니다.     # 1. 누구에게나 감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수천 편 이상의 영화를 보다 보면 (매번 적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지간하면 견적이 보인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가 복수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소개된 넷플릭스 영화에 큰 기대를 걸 정도로 미련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봤던 것은 딱 하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이 소재로 19금을, 호러도 아닌 코미디로 19금을 받을 수 있었던 걸까. 확인 끝에 찾은 대답은 음담패설이다. 사랑스러운 네 마리의 강아지 위로 섹스와 성기와 마약과 기타 등등의 이야기가 ..

Film/Comedy 2024.06.02

마른 인간 연구소 _ 우주인, 조한 렌크 감독

# 0.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조한 렌크 감독, 『우주인 :: Spaceman』입니다. # 1. 징그러운 거대 거미와 징그러운 아담 샌들러가 포옹하는 우주 영화입니다. 야로슬라프 칼파르시의 소설 을 원작으로 합니다. 조한 렌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아담 샌들러가 주연으로 열연합니다. 같은 작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양산형 로코물 탓에 비아냥을 많이도 샀던 아담인데요.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확실히 분기점이 된 듯합니다. 노아 바움백의 와 샤프디 형제의 에 이어 2022년 공개된 까지 필모그래피가 만개하고 있는데요. 정극 연기하는 아담 샌들러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건 격세지감이라 할 법하죠. 다만, 앞서의 작품들과 이번 은 결이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익숙한 불안과 폭발보다는 오히려 ..

Film/SF & Fantasy 2024.03.12

호수 위의 소년 _ 어웨이,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

# 0. 내 안의 용기와 마주하는 그곳,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 『어웨이 :: Away』입니다. # 1. 기본적으로는 비행기 사고로 인해 불시착한 소년이 미지의 섬에서 맞닥뜨린 거인을 피해 지도 끝에 위치한 마을에 도달하는 어드밴처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할 겁니다. 이 관점에서는 보이는 것은 보이는 그대로, 들리는 것은 들리는 그대로 솔직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황량한 모래사장에 불시착한 사람의 불안과, 정체 모를 거인을 마주하는 순간의 공포와, 포근하고 평화로운 오아시스에서의 안도감을 만끽하면 좋습니다. 작고 사랑스러운 노란 새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바이크의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의 용기와, 높고 위태로운 다리를 건너는 순간의 긴장과, 거슬러 올라오는..

Film/Animation 2023.12.02

모닥불 _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 0. 값비싼 자동차를 몰기 위해 뾰족구두에 못은 박았지만, 그럼에도 모닥불은 피어나 얼어붙은 기타리스트를 깨운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입니다. # 1.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입니다.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시네필인 척하고 싶을 때 써먹으면 가성비가 무지 좋은 감독이죠. 나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정도를 거명한 후, 차갑고 건조한 미장센, 비정한 세상에 대한 날 선 조소, 투쟁하는 노동자 계급을 향한 다정함, 무성 영화에 대한 동경 따위를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늘어놓다가, 대화가 끝날 즈음 그의 진가는 작품을 지배하는 서늘한 문제의식보다 그럼에도 결코 잃는 법이 없는 웃음이라는 말과 함께 커피 한 모금 홀짝이며 창밖 멀리를 쳐다보면..

Film/Comedy 2023.11.06

반칙 _ 토토리!, 아릴 외스틴 오문센 / 실리에 살로몬센 감독

# 0. 자연과 인물의 위력이 완성도를 무시한다.         아릴 외스틴 오문센 / 실리에 살로몬센 감독,『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 Tottori! Sommeren Vi Var Alene』입니다.     # 1. 딸아이 둘 데리고 캠핑 떠난 안전불감증 아빠가 아내가 알았으면 곱게 죽지 못할 대형 사고를 친 걸 9살짜리 첫째와 5살짜리 둘째가 2박 3일간 나는 자연인이다 찍으면서 수습한다는 내용의 효도 영화입니다. 진짜루요.  사실 이야기만 떼어놓고 보면 제법 가혹하고 엉성하고 심지어 나태합니다. 떨어지면 어쩌려는 건지 싶은 높다란 나무에 맨몸으로 불쑥 올라간다거나, 맨손으로 물고기 낚아보겠다고 까불다 개천에 빠진다거나, 절벽에서 겁도 없이 뒷걸음질 치다 추락하는 등 아빠는 못 죽어 안달 난 듯..

Film/Drama 2023.11.02

z의 감각 _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웨스 앤더슨 감독

# 0. 웨스 앤더슨이 선사하는 기상천외함이란 웨스 앤더슨 감독,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입니다. # 1.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걸린 단편입니다. 누가 봐도 '그 이름'이 떠오를 법한 독특한 화면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오이형의 모습은 관객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죠. 영국의 소설가 로알드 달(Roald Dahl)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데요. 한편도 아니고 , , 까지 무려 4편이 연달아 공개되었습니다. 참! 잘했어요. 알고 계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두 해전쯤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Roald Dahl Story Company, RDSC)를 넷플릭스가 인수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해당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겠군요. 혹여 문..

Film/SF & Fantasy 2023.10.02

어쩌면 그 이상 _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호아킴 도스 산토스 외 2인 감독

# 0. 스파이더맨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 어쩌면 그 이상. 호아킴 도스 산토스 / 켐프 파워스 / 저스틴 K. 톰슨 감독,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입니다. # 1. 스파이더맨하면 뭐가 떠오르실까요. 북미 만화 특유의 역동적인 그림체가 떠오르실 수 있겠죠. 코믹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은 한국 관객들은 실사 영화 시리즈들을 먼저 떠올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화풍으로 그려낸 작품들도 많거니와, 비단 작화가 아니더라도 레고 블록이나 동물, SD풍 데포르메 따위로 변주한 굿즈 상품들도 즐비하죠. 에피소다마다 아예 다른 설정으로 리뉴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나이도 성격도 능력도 각양각색인 경우도 많습니다. 멀티버스 메타가 성행한 이후론 진짜 막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빌런이..

Film/Animation 2023.08.20

눈 가리고 아웅 _ 인어공주, 롭 마셜 감독

# 0. 답이 뻔한데 왜들 이러실까.        롭 마셜 감독,『인어공주 :: The Little Mermaid』입니다.     # 1. 인어공주는 결국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눈부신 붉은 머리와 경쾌한 안다다씨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과 별개로 서너 가지의 딜레마와 그 안에서의 가혹한 선택이라 요약한다 해도 무리는 없는 작품인 것이죠.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던 첫 번째 딜레마는 다들 아시는 대로 아름다운 [미모]와 인어라는 [운명]입니다. 에릭 왕자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마녀 우르슬라를 찾아가 [다리]를 얻는 데 성공하지만, 대가로 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불하게 되죠. 이후 원작에서는 왕자와의 [..

Film/SF & Fantasy 2023.05.26

착각의 늪 _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아론 호바스 / 마이클 젤레닉 감독

# 0. "자기감정에 속기도 하거든요." 아론 호바스 / 마이클 젤레닉 감독,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 The Super Mario Bros. Movie』입니다. # 1. 이 영화를 리뷰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 2. 극장을 나서며 든 첫 번째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마리오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영화라는 그릇을 빌린 [마리오]였기 때문이죠. 좋게 말하면 칼 같은 손익계산에 힘입은 영리한 초정밀 타게팅 상품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박하게 말한다면 팬심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서비스 덩어리라 해도 무리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하다못해 마리오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마리오가 벌이는 '이 영화만의 특별한 모험'을 기대한 사람들을 위한 요소는 그냥 전무하다 해도 무방..

Film/Animation 2023.05.18

할리우드의 모든 것 _ 백 투 더 퓨쳐,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 0. 어차피 분석적인 이야기, 디테일한 비하인드는 검색하면 차고 넘치거니와, 30년도 더 지난 마당에 이제와 새삼스럽기도 합니다. 자세한 건 꺼무위키 찾아보시구요. 오늘은 평소보다 더 어깨 힘을 빼고 소소하게 수다나 떨도록 하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백 투 더 퓨쳐 :: Back to the Future』입니다.     # 1. 못해도 십 수 번은 본 것 같은데요. 하하. 또 봤습니다. 이젠 처음 본 게 언젠지도 가물가물한데요. 85년 개봉작이니 영화관에서 보진 않았을 테고. 대충 명절 특선이나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봤을 것 같네요. 개봉시기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즈음에 많이들 보셨을 테니 70년대생 분들께 더욱 특별한 영화로 기억되실 겁니다. 적잖은 수의 40대..

Film/SF & Fantasy 2023.03.04

아이템 원툴 _ 트롤의 습격, 로아 우다우그 감독

# 0. 주제의식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관된 주제의식 하나 없이 영화를 만들 수도 없는 법이죠. 로아 우다우그 감독, 『트롤의 역습 :: Troll』입니다. # 1. 클리셰가 많다? 그 수준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괴수물 클리셰를 일부러 모아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초반엔 무슨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지 싶어 짜증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 싶은 생각에 되려 흥미진진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캐릭터, 서사, 플롯, 설정, 공간, 코미디, 액션, 구도, 묘사, 편집 등등등. 거의 모든 부분들이 30년 지기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워 영화 내내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물론 타겟층이 명확한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긴 해야 합니다. 등산 마니아 아빠가 ..

Film/Action 2022.12.08

외롭고 버거운 별들의 맞잡은 손 _ 애드 아스트라, 제임스 그레이 감독

# 0.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네 가슴에 별 하나 숨기고 살아라 끝내 그 별 놓치지 마라 네가 별이 되어라 - 너는 별이다. 나태주 - 제임스 그레이 감독, 『애드 아스트라 :: Ad Astra』입니다. # 1. 우주 SF입니다. 문제적 감독 제임스 그레이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갈수록 멋있어지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 '로이 맥브라이드'를 연기하구요, 맨 인 블랙의 K로 익숙하실 토미 리 존스가 로이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를 맡았습니다.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 '리마'를 이끌던 클리포드는 오래전 실종되었다 합니다. 그를 영웅으로 여긴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우주 비행사로 성장하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해왕성 방면으로부터 전류 급증 현상이 초래되어 지구가 위험에 노출됩니다. 사태에 리마 ..

Film/SF & Fantasy 2022.10.12

폭동 _ 카터, 정병길 감독

# 0. 야한 동영상을 줄여서 '야동'이라 부르던가요. 그럼 폭력 동영상은 '폭동'이라 불러야겠군요.        정병길 감독,『카터 :: Carter』입니다.     # 1. 멜로와 포르노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가장 큰 것은 의도의 차이라 해야 할 겁니다. 멜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부신 순간들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정서의 입체성을 관찰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성애(性愛)는 결실을 표현하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죠. 성애를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몇몇 작품들 조차 중요한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어루만지는 손길에 담긴 감정의 표현에 있습니다. 파격적인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던 같은 작품들만 하더라도 각각의 베드신마다 각기 다른 정서를 구분 지어 표현하는 미학적 성취가 뛰어난 작품이었..

Film/Action 2022.08.12

아이 착해 _ 클라우스, 세르지오 파블로스 감독

# 0. 매년 한두 편씩은 꼬박꼬박 나오는 겨울겨울 한 분위기의 편안편안하고 선량선량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철딱서니 없는 금수저 '제스퍼'의 개과천선이라는 개인 서사에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신화적 서사를 적절히 엮어낸 순진무구한 동화죠. 안정적인 이야기와 편안한 전개,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들과 선량한 주제의식. 네 축의 든든한 기반 위에 펼쳐지는 풍부한 영상 구성과 장엄하면서도 섬세한 음악을 즐기는. 전형적인 디즈니식 성공 모델을 차용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세르지오 파블로스' 감독, 『클라우스 :: La leyenda de Klaus』입니다. # 1. 장난감 만드는 목수의 이름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 익숙합니다. 의심을 확신으로 키우는 풍성한 흰 수염의 배불뚝이 외모. 주인공이 드나드는 굴뚝과, 뒤에..

Film/Animation 2020.11.14

토끼와 여우 _ 프로젝트 파워, 헨리 유스트 / 아리엘 슐만 감독

# 0. 센스로 비비는 민첩케 '조셉 고든 래빗'이 영화 내내 빵야빵야 악당들 죽입니다. 올 스텟 만능형 군인 '제이미 폭스'가 영화 내내 투닥투닥 악당들을 때립니다. 학교 땡땡이치고 마약 밀매를 일삼는 중범죄자지만 심성만은 착한 차세대 래퍼 '도미니크 피시백'이 서폿을 뜁니다. 끝~~~~~ '헨리 유스트', '아리엘 슐만' 감독, 『프로젝트 파워 :: Project Power』입니다. # 1.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그게 전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는 없어요. 인물들이 어떤 가치나 철학을 표상하고 있다거나, 단단한 기반의 플롯을 감싸는 내러티브를 즐긴다거나, 시나리오를 지배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거나, 독창적인 캐릭터성과 배우의 연기력을 즐긴다거나, 심미적이고 은유적인 세계관이나 미장..

Film/Action 2020.09.04

글만은 못하다 _ 하트 오브 더 씨, 론 하워드 감독

# 0. 허먼 멜빌의 은 저 같은 문외한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긴 합니다만 부끄럽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비교 대상과 관련된 불필요한 정보나 명작의 권위에 관한 선입견, 원작 팬으로서의 쓸데없는 자긍심 따위 없이 담백하게 작품을 볼 수 있었죠. 영화를 보고 난 후 서재를 둘러보니 언제 산지 기억도 나지 않는 모비딕이 묵은 먼지에 덮혀 있네요. 이번 주말엔 고전 소설이나 한편 읽어봐야겠군요. '론 하워드' 감독, 『하트 오브 더 씨 :: In the Heart of the Sea』입니다. # 1. 그렇다고 소설을 고스란히 영화화한 작품으로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모티브가 되었던 '모카 딕 Mocha Dick'이라 이름 붙여진 난폭한 향유고래가 포경선 에식스 호를 침몰시..

Film/Action 2020.08.12

정도껏 하지 ⅱ _ 정도, 진덕삼 감독

정도껏 하지 -1- [정도, 진덕삼 감독] # 0. 무슨 일이든 편견을 가진다는 건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누적된 경험이 만든 귀납적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무시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의 경우엔 『 morgosound.tistory.com # 10. 아직 영화가 절반이나 남은 줄 미처 몰랐던 동일롱과 진강은 열심히 추훈을 설득합니다. 설득의 내용이라는 건 '천하제일 무술대회를 우승해 대장군이 되고 나면 관 태사를 탄핵할 수 있지 않느냐'는 거네요. 그러니까 관 태사는 스스로 대회를 열어 자신만큼 권력이 큰 직책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거군요. 동시에 누가 될는지는 몰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우승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대평가 토너먼트 대회의 후보자들 허리춤에 쇠사슬을 끼워 넣은..

Film/SF & Fantasy 2020.07.30

정도껏 하지 ⅰ _ 정도, 진덕삼 감독

# 0. 편견을 가진다는 게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누적된 경험이 만든 귀납적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무시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의 경우엔 『대군사 사마의』나 『삼국』과 같은 고퀄리티 작품들도 곧잘 나오곤 합니다만 영화. 그중에서도 거대 자본이 투입된 의 경우엔 무지막지한 숫자의 자국 관객만을 타깃으로 한 상업적 성공과, 중화사상 고취를 목적으로 한 체제 선전물이었던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죠. '멧 데이먼'의 필모그래피에 만리장성보다 더 큼지막한 오점을 새긴 『그레이트 월』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아이돌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중국의, 그것도 판타지 역사 영화. 관객이 지레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Film/SF & Fantasy 2020.07.30

허무한 이미지, 건조한 메시지 _ 9 : 나인, 셰인 액커 감독

# 0. 멋들어진 시각적, 철학적 이미지 몇 개만으로 80분짜리 장편 영화를 비벼보려 합니다만 에이...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있나요. '셰인 액커' 감독, 『9 : 나인』입니다. # 1. 감독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1. 심미적 디자인의 봉제인형 몇 개가 고군분투하는 코즈믹 호러 풍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 위로, 2. 거대 기계를 상대로 다양한 직업군의 파티가 레이드를 뛰는 액션 어드벤처를 장르적 동력으로 삼아, 3. 각 캐릭터에 투영된 인간 본연의 철학적 가치들의 본질과 소중함을 역설하겠다. 는, 뭐 고런 영화죠. # 2. 문제는 이게 전부라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3개의 중심축을 엮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하는 데 실패합니다. 상징은 상징에 머물러..

Film/Animation 2020.07.03

왜 이러는 걸까 ⅱ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morgosound.tistory.com # 6. '잭 모건'이라는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집채만 한 성조기 때문에 대단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중요한 인물은 아닙니다. API 관리도 하는데 우회 프로그램도 같이 파는... 공무원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WARNING 사이트 우회하는 VPN 같은 거 말이죠. 비밀 남친이 부패 공무원을 만나 쇼핑하는 동안 우리의 MIT 출신 천재 해커 누나는 위조지폐를 만들며 '선수 입장' 각..

Film/Action 2020.06.16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이 영화가 그 첫 번째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 The Last Days of American Crime』입니다. # 1.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캐릭터와는 무관하게 X나 느끼한 말투로 허세를 부리는 데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을 다 소개받기도 전에 항마력이 남아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거의 모든 대사는 도치되어 있거나 문학적 수사로 떡칠되어 있습니다. 거의..

Film/Action 2020.06.15

꽉찬 육각형 _ 해피 피트, 조지 밀러 감독

# 0. 사람들은 어떤 영화를 좋은 대중 영화라 평할까요? 아무래도 이야기가 직관적이고 쉬우면 좋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뻔하기만 해서는 곤란할 겁니다. 등장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되 그들의 구분과 관계는 선명하면 좋을 테고요. 남녀노소 모두가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볼거리, 들을 거리가 풍성하면 좋겠죠. 코미디든 스릴러든 뭐가 되었든 지향하고자 하는 장르적 재미가 확실하면 더욱 훌륭할 겁니다. 새로운 영상 기술이나 기법을 경험할 수 있다면 땡큐, 그게 단순한 기술 자랑을 넘어 고유한 정서를 건드려 주기까지 한다면 때댕큐겠죠. 사회적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테구요. 혹 그 이상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까지 한다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일 겁니다. '조지 밀러' 감독, 『해피 피트..

Film/Animation 2020.05.22

아이가 쓴 동화 _ 벼랑 위의 포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0. 단순한 이야기, 동화적인 그림체와 별개로 영화 자체는 제법 난해합니다. 이후의 글에선 이 난해함이 대한 제 개인적인 인상과 해석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만 언제나와 같이 헛다리 짚는 뻘소리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냥 이렇게 본 놈이 하나쯤은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겠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벼랑 위의 포뇨 :: 崖の上の ポニョ』입니다. # 1.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이름값이나 흥행에 비해 왜 그리도 욕을 먹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엉성하고 조악하게 접붙여져 있거든요. 벼랑 위에 사는 꼬꼬마가 우연찮게 인면어를 득템하고 제초제 뿌리는 수상한 아저씨를 지나 엄마 차 타고 어린이집을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방생했더니 쓰나미가 몰려와 사람으로 만들어 환..

Film/Animation 2020.04.29

길가의 고양이 _ 고양이의 보은,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

# 0. 사거리 혹은 오거리 정도 여러 갈래 길이 겹쳐 드는, 자동차보다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더 많은, 북유럽풍 카페거리 느낌의 광장 한가운데 펼쳐진, 어느 노천카페 허름한 테이블의 낡은 의자에 걸터앉아, 한적하게 걸어 다니는 길고양이 몇 마리를 곁눈질로 힐긋 보며, 문득 든 상상을 자유롭게 떠오르는 대로 조립해 놓은 영화입니다. 후~ 숨차라.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 『고양이의 보은 :: 猫の恩返し』입니다. # 1. 심드렁하게 드러누운 늘어진 뱃살의 '무타'처럼 늦은 휴일 오후를 보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만 같은 영화입니다. 거친 질감의 싸구려 공책에 손이 가는 대로 쓰고 그리던 상상을 자유롭게 빚어낸 느낌의 영화입니다. 하울의 성처럼 다양한 길고양이들을 파편적으로 수집한 후, 그 모습들을 자유..

Film/Animation 2020.03.14

라이온 킹 리포지드 _ 라이온 킹(2019), 존 파브로 감독

# 0. 한식을 모르는 사람이 한식당을 차립니다. 자동차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신제품을 만듭니다. 여권도 없는 사람이 해외여행 가이드를 나서고, 워크래프트를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리마스터를 만듭니다. 결과야 뭐... 보나 마나 겠죠. '존 파브로' 감독, 『라이온 킹 :: The Lion King』입니다. # 1. 스스로 뭘 만드는 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벌이면 이런 참사가 벌어집니다. 원작 시리즈에 대한 이해 이전에 [동물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세부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기획한 영화입니다. 팬들에게 이 영화는 깐크래프트 리펀디드 만큼이나 기만적입니다. 핵 잡고 신캐릭을 내놓으란 요구에 2-2-2를 걸어 놓는 오버워치 만큼이나 기만적이죠. 다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존..

Film/Animation 2020.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