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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라이온 킹 리포지드 _ 라이온 킹(2019), 존 파브로 감독

그냥_ 2020. 2.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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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한식을 모르는 사람이 한식당을 차립니다. 자동차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신제품을 만듭니다. 여권도 없는 사람이 해외여행 가이드를 나서고, 워크래프트를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리마스터를 만듭니다. 결과야 뭐... 보나 마나 겠죠.

 

 

 

 

 

 

 

 

'존 파브로' 감독,

『라이온 킹 :: The Lion King』입니다.

 

 

 

 

 

# 1.

 

스스로 뭘 만드는 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벌이면 이런 참사가 벌어집니다.

 

원작 시리즈에 대한 이해 이전에 [동물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세부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기획한 영화입니다. 팬들에게 이 영화는 깐크래프트 리펀디드 만큼이나 기만적입니다. 핵 잡고 신캐릭을 내놓으란 요구에 2-2-2를 걸어 놓는 오버워치 만큼이나 기만적이죠. 다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존 파브로를 비판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가 말한 만드는 사람은 감독을 의미하는 게 아니거든요. 네. 저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작한 '월트 디즈니 픽처스'의 헤드들에게 아주 화가 나 있습니다.

 

의인화된 동물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사람들은 왜 좋아하는 걸까요? 동물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을 왜 보고 싶어 할까요? 마냥 동물이 좋아서? 그렇다기엔 에드, 반자이, 쉔지와 같은 지저분한 하이에나나 표독스러운 스카는 인기가 많은 동물이 아닐 텐데요. 유치한 아동용 영화라서? 라기엔 이 영화를 소중히 하는 다 늙은 아저씨 아줌마가 한둘이 아닐 텐데요.

 

제 대답은 사람이 아닌 대상과 사람처럼 소통하고 싶어서입니다. 일종의 종種 레벨의 분리불안이랄까요. 아종을 말살하면서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가 가지는 자신과 다른 형상을 하고 있지만 자신처럼 행동하고 대화할 수 있는 존재와 소통하고자 하는 본능적 갈증을 부분적으로 투사한 장르랄까요.

 

 

 

 

 

 

# 2.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사람 같은 동물에서 '사람'이 핵심이냐, '동물'이 핵심이냐는 말이죠. 『주토피아』, 『아이스 에이지』, 『미니언즈』, 『쿵푸팬더』, 『정글북』, 『토토로』, 『패딩턴』, 『포켓몬스터』, 슈렉 뿐 아니라 당장 자사의 인어 공주, 곰돌이 푸, 알라딘, 미키마우스와 같은 '사람 같은' 동물 영화 외에도 바이센테리얼 맨, 로보캅,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 월-E, 아이로봇, 리얼 스틸 등과 같은 '사람 같은' 로봇 영화나, 촛대를 의인화 한 미녀와 야수, 장난감을 의인화 한 토이스토리』, 마음을 잃은 양철 나무꾼의 오즈의 마법사 등의 '사람 같은' 사물 영화는 다 열거하는 게 불가능할 만큼 지천에 널려있지만 사람이 아닌 무언가 같은 동물 영화는 없습니다. 수요가 아예 없다는 것이죠. 막말로 파리처럼 움직이는 사자라거나, 돌멩이처럼 가만히 있는 원숭이를 보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상업 영화에서 진짜같은 호랑이나 진짜같은 독수리를 봐서 뭐할까요.

 

의인화된 동물 애니메이션의 매력이자 본질은 '사람 같음'에 달려있습니다. 비단 『라이온 킹』이라는 개별 작품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의인화된 무언가들이 동화풍으로 등장하는 모든 영화들을 아우르는 태생적 장르 특성에서부터 말이죠. 근데 신기술을 자랑하겠답시고 '사람 같음'이라는 본연의 매력을 거세해버리면 어쩌자는 건가요. 사람같은 역동적인 표정과 과장된 동세를 모조리 제거해 놓으면 어쩌자는 건가요. 이래 놓고 좋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라고 밖엔 달리 말할 수 없겠죠.

 

애초에 이 작품의 원작을 보면서 실사화를 꿈꿨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기본적으로 원작의 매력 역 인간 사회를 닮은 권력지향적인 이해관계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작품인데요. 이런 식으로 실사화를 만들겠다고 돈을 갈아 넣을 바에야 차라리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하는 직립보행 야심가 심바를 만드는 게 차라리, 차라리 이것보다는 덜 나빴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직립 보행 심바는 그것대로 욕 먹어야했겠지만요.

 

 

 

 

 

 

# 3.

 

물론 어떤 평론가들은 디즈니가 기술을 갈아 넣어 만들어낸 풍광은 멋있었다 말하기도 합니다만 억지로 나쁘지 않은 이유를 찾은 것에 불과합니다. 멋들어진 화면의 때깔을 칭찬하는 영화는 그 때깔이란 것을 현실에서 쉽게 구현할 수 없는 작품들. 이를테면 『인터스텔라』의 '가르강튀아'의 비주얼 같은 걸 칭찬할 때나,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처럼 심미적인 미장센으로 연출된 화면을 칭찬할 때나 쓰는 용어죠. 자연 풍광 기가 막힌 거 보고 싶으면 아프리카 사바나에 드론 띄워 찍은 4k 다큐멘터리들 찾아보면 실제 펼쳐지고 있는 훨씬 더 리얼한 화면을 백배 천배는 더 광활하고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어떤 분은 "뭔 개소리야?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 알아?"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성취는 어디까지나 시리즈의 원작의 권위에 대한 팬들의 기억과 기대 때문이지, 이 영화가 독립적으로 이룬 성취는 아닐뿐더러, 작품의 상품성의 작품의 완성도를 직접적으로 대변해 주지는 못합니다. 『괴물』도 천만이지만, 『해운대』도 천만이잖아요?

 

# 4.

 

신기술 좋죠. 하지만 영화는 영화입니다. 기술도, 연기도, 연출도, 모두 영화가 영화로서 존재하기 위한 본연의 목적에는 복무해야 합니다만 이 영화는 그 상식이 망각되어 있습니다. 마치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에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상을 타볼 요량으로 온갖 돈과 기술 자랑을 했던 마블처럼 말이죠. 결과는? 무지막지한 돈지랄과 언론플레이를 무색하게 만든 무관 따리와, 맥도널드가 아무리 많이 팔려봐야 미슐랭을 받을 수는 없다는 조롱뿐이었죠.

 

이 영화는 최고급 포장지를 만드느라 알맹이를 넣지 않은 아이스크림과 같습니다. 최고급 데코를 했지만 먹을 수는 없는 플라스틱 음식과 같습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집적했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와 같고, 주연배우 딴엔 관객이 작품의 행간을 읽어내지 못했다 자위하지만 그래 봐야 아무도 봐주지 않은 망한 영화와 같죠. 어떤 일에서건 마찬가지겠지만 영화에서 역시 아무리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일의 선후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와 원칙에 대한 인식은 환기하고 또 환기하며 단단히 가져가야 합니다. 각론을 둘러싼 긍-부정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그 다음의 문제죠. 억울한 '존 파브로' 감독과 멍청한 '디즈니'의 라이온킹 리포지드, 『라이온 킹(2019)』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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