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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반칙 _ 토토리!, 아릴 외스틴 오문센 / 실리에 살로몬센 감독

그냥_ 2023. 11.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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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자연과 인물의 위력이 완성도를 무시한다.

 

 

 

 

 

 

 

 

 

아릴 외스틴 오문센 / 실리에 살로몬센 감독,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 Tottori! Sommeren Vi Var Alene입니다.

 

 

 

 

 

# 1.

 

딸아이 둘 데리고 캠핑 떠난 안전불감증 아빠가, 아내가 알았으면 곱게 죽지 못할 대형 사고를 친 걸, 9살짜리 첫째와 5살짜리 둘째가 2박 3일간 <나는 자연인이다> 찍으면서 수습한다는 내용의, 효도 영화입니다. 진짜루요.

 

사실 서사만 떼어놓고 보면 제법 가혹하고 엉성하고 심지어 나태합니다. 떨어지면 어쩌려는 건지 싶은 높다란 나무에 맨몸으로 불쑥 올라간다거나, 맨손으로 물고기 낚아보겠다고 까불다 개천에 빠진다거나, 절벽에서 겁도 없이 뒷걸음질 치다 추락하는 등 아빠는 못 죽어 안달 난 듯한 한심한 행동을 반복합니다. 다리 부러진 아빠가 몇 날 며칠 동굴 안에서 죽어가는 데 영화는 별 관심 없구요, 엄마는 또 왜 병원에 집어넣어 둔 건지 누구도 알 수 없죠.

 

보험 사기가 의심되는 노숙자 아저씨가 건네준 라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은 억지스럽습니다. 철새와 개구리를 비롯한 단편적인 메타포들의 운용은 과격합니다. 뮤지션 히키코모리와 치매 할머니 등의 캐릭터 활용은 과도하게 기능적이구요, 꼬마 둘이서 기생충 가득한 민물생선 잡아다 구워 먹는 장면은 뜨악하게 되죠. 적당히 건너가도 될 법한 흔들 다리는 무섭다고 안 건너면서 막상 성인이 되어서도 절대 오르면 안 될 것 같은 절벽은 미친 듯이 기어올라가는 시퀀스에서 눈을 의심하다, 결국 무지성 도르래 앤딩까지 도달하고 나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가 눈을 비비게 됩니다. 도입에서 영화는 스스로를 조막만 한 손이 꼼지락거리는 것으로 소개하는데요. 그 손에 들린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애가 만든 수준의 조악한 영화라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죠.

 

 

 

 

 

 

# 2.

 

작품의 주제의식은 크게 ⑴ '난관을 극복하는 아이들의 자기 주도적 성장과 추억으로서의 과정의 의의', ⑵ '다양성에 대한 이해에 기반해 깨우치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 정도로 대충 축약할 수 있을 텐데요. 두 가지 모두에서 특별함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깊이가 얕고 과도하게 도식적이라 감독이 아이들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교훈적 메시지에 1:1로 매칭되어 작품을 심심하게 합니다. 흔들 다리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 뭐, 그런 겁니다. 철새는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찰입니다. 손을 넘는 개구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이미지의 차용이구요, 히키코모리와 할머니는 자신의 길과 가족이라는 관계를 잃은 사람의 반면교사, 병 안에 담긴 편지는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슈퍼히어로의 초능력은 엄마 아빠 사랑해요일 뿐이죠.

 

하지만,

 

 

 

 

 

 

# 3.

 

일련의 조악함은 '자연'과 '인물'이 모조리 집어삼킵니다.

 

무해함을 보장하는 경음악 사운드와, 온화함을 보장하는 자연경관과, 경쾌함을 보장하는 '토~토리!'와, 평화로움을 보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문자 그대로 반칙입니다. 보다 보면 연출적 조악함마저 조막만 한 고사리 손으로 조물조물 빚어낸 귀여움 포인트처럼 느껴질 지경이죠.

 

80여분 동안 펼쳐지는 두 딸의 잔망스러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데, 촬영 기간 내내 카메라 너머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영화감독 엄마아빠를 상상하면 흐뭇함이 흘러넘칩니다. 촬영의 기술적 완성도가 충분히 조력하고 있다는 인상이 매우 옅음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의 들판과 강물과 동굴과 오두막은 그 자체로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증명하는 최고의 미장센이 됩니다. 대자연과 어린이라는 두 개의 기둥이 조합되어 만드는 안전하고 무해한 아이들의 모험담이 그 자체로 높은 관객 경험의 저점을 보증하고 있는 것이죠. 기가 막히게 경제적인 영화랄까요. 아릴 외스틴 오문센 / 실리에 살로몬센 감독,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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