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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꽉찬 육각형 _ 해피 피트, 조지 밀러 감독

그냥_ 2020. 5.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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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사람들은 어떤 영화를 좋은 대중 영화라 평할까요? 아무래도 이야기가 직관적이고 쉬우면 좋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뻔하기만 해서는 곤란할 겁니다. 등장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되 그들의 구분과 관계는 선명하면 좋을 테고요. 남녀노소 모두가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볼거리, 들을 거리가 풍성하면 좋겠죠. 코미디든 스릴러든 뭐가 되었든 지향하고자 하는 장르적 재미가 확실하면 더욱 훌륭할 겁니다.

 

새로운 영상 기술이나 기법을 경험할 수 있다면 땡큐, 그게 단순한 기술 자랑을 넘어 고유한 정서를 건드려 주기까지 한다면 때댕큐겠죠. 사회적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테구요. 혹 그 이상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까지 한다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일 겁니다.

 

 

 

 

 

 

 

 

'조지 밀러' 감독,

『해피 피트 :: Happy Feet』입니다.

 

 

 

 

 

# 1.

 

한 군데 특출 난 면이 있어 그 포인트로 승부를 보는 실험작이나 문제작은 아닙니다. 포스터에서부터 드러나다시피 치밀히 조립된 고고한 예술영화는 더더욱 아니죠. 런타임만큼의 시간을 소비하며 한바탕 즐기고 치우는 소모적 킬링타임 영화들과도 조금은 결이 다릅니다. 뚜렷한 목적의식이나 승부처를 가지고 도전해오는 바 없이 무난한 작품입니다만 그렇기에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영화입니다.

 

지금껏 호평했던 영화들, 이를테면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델마』,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이다』,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 '이치카와 준' 감독의 『토니 타키타니』와 같은 영화들의 경우 취향을 상당히 타는 스타일리시한 작품들이었기에 개인적 호감도와 별개로 타인에게 쉽게 추천하기엔 주저하게 되는 작품들이 많았는데요. 이 영화만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안전하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2.

 

턱시도를 입은 노오란 가슴털의 황제펭귄들 수천 수만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빵댕이를 흔드는 순간 영화는 끝난 것과 같습니다. 복사 붙여 넣기 한 것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모션 캡처를 통해 하나하나 살아 있는 개별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데 성공한 순간 영화는 끝난 것과 같습니다.

 

심지어 쉴 새 없이 노래까지 부르는데, 라인업은 <Somebody to Love (sung by Queen)>, <My Way (sung by Frank Sinatra)>, <Kiss (sung by Prince)>, <Golden Slumbers (sung by Beatles)> 와 같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환상적인 클래식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식하게 남이 만든 노래 빨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심미적 연출까지 착실히 준비해 뒀죠.

 

아! 심지어 이것들이 탭댄스도 춥니다.

 

 

 

 

 

 

# 3.

 

그렇다고 말랑말랑하기만 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예상하시면 곤란합니다.

 

물론 영상 그래픽 기술 분야라는 게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탓에 장장 14년의 시대적 이물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영화가 그려내는 수많은 CG 펭귄들이 운집해 있는 장관은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특히나 영화의 전반부, 쉴 새 없이 미끄러지고 내달리고 헤엄치는 동안의 속도감은 스릴 넘치는 어드밴처로서도 충분히 작동합니다. 한없이 시니컬한 저 같은 어른의 눈으로 보더라도 말이죠. 

 

주인공 '멈블'과 히로인 '글로리아', 표현이 서툰 아빠 '멤피스'와 헌신적인 엄마 '노마 진'에 유쾌한 동료 '라몬 일당'이라는 안정적 구성 위로, 미스터리 한 주술사(?) '러브레이스'와 사회적 빌런, 물리적 빌런, 구조적 빌런이 인물 구조를 다각화합니다. 인상착의로 구분하기 쉽지 않은 주요 펭귄들만 10여 마리에 달함에도 각 캐릭터들은 모두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각자의 서사적 역할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과도하게 버려지거나 짐을 짊어지는 캐릭터 없이 균형 있게 조립됩니다.

 

 

 

 

 

 

# 4.

 

기본적인 이야기 토대는 『미운 오리 새끼의 귀환』입니다.

 

미숙하게 태어난 괴짜 주인공 '멈블'이 무리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배타당하지만 결국 영웅이 되어 귀환해 무리를 구원한다는 영웅 서사죠. 알에서 태어나 동료를 만나고 러브레이스와 함께 '금지된 해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는 안정적입니다. 이 안정적인 서사 위로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영상미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음악. 육해공을 넘나드는 미끄럼 어드밴처가로 흥을 돋우죠.

 

위압적인 범고래를 한순간에 압도하는 쇄빙선이 등장하는 후반부부터 영화는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운동성으로 급선회합니다. 채 2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1. 쇄빙선에서 시작해 2. 극지방 과도한 조업 행태를 지나 3. 비 인륜적 아쿠아리움과 4. 동물보호와 5. 경제주권의 영역을 건너 6. 생태 연구와 7. 생명 보편의 상생에 대한 메시지에까지 내달리는 속도감 있는 전개는, 전반부 격렬한 물리적 운동성 못지않은 서사적 운동성으로 전달됩니다.

 

 

 

 

 

 

# 5.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떼 지은 황제펭귄 무리 만큼이나 다채롭습니다. 관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에서 벗어난 개인의 개성을 다루는 작품들은 대부분 그런 개성을 통제하는 사회를 손쉽게 '악'으로 그려버리는 우를 범합니다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공동체와 소속감란 결코 악이 아니라는 점은 특별합니다.

 

'멈블'이 추구하는 세상은 탭댄스를 좋아하는 '나 혼자' 만이 탭댄스를 추는 개인주의적 사회가 아니라, 탭댄스와 하트 송이 공존하는 보다 품이 넓은 집단입니다. 개인성과 사회성의 균형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달까요. 단순히 <하고 싶은 것들 마음대로 하고 살자>는 식의 '유치'한 영화들에 비해 이 펭귄 애니메이션은 훨씬 '어른'스럽습니다. 

 

 

 

 

 

 

# 6.

 

황제펭귄들의 지도자 '노아'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밉상 펭귄으로 그려집니다만 그렇다고 영화의 결말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멈블'이 돌아와 외계인의 존재와 줄어든 물고기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장면에서야 말로 비로소 노래와 춤이 한데 어우러진 무대가 완성되죠.

 

춤이 빠진 하트송은 어딘가 허전하지만 모두가 '멈블'이 되어 탭댄스만 추는 세상 역시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다음 세대로의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가치가 '악당' 되거나 '짐'이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째 세대 대립이 심각한 우리 사정을 생각할 때 뜨끔하게 되는 지점이 있죠.

 

 

 

 

 

 

 

# 7.

 

부모와 자식, 연인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뿐 아니라 종교의 역할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다각적 관계에 대한 메시지들 모두 대단히 풍부합니다. '노마 진'의 이상적 신뢰와 '멤피스'의 현실적 걱정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멈블'과 '글로리아'는 사랑이란 정서의 본질이 양식의 완성도가 아닌 솔직함에 있음을 유쾌하게 그립니다. 아칼리 펭귄인 '라몬 일당'이 곱절은 큰 황제펭귄인 '멈블'을 대하는 걸 보노라면 우정이란 서로 손을 맞잡고 뛰 노는 동안 공유하는 정서에 담겨 있을 뿐, 외형에 따른 차별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확인하게 합니다.

 

빙하 위에 온기를 위해 서로 옹기종기 몸을 감싸 안는 펭귄들처럼 인류를 포함한 하나하나의 '종'들 역시 상생을 위해 지구 위에 옹기종기 뭉친 존재들이라 본다면, 그곳에서 이탈하는 것이 지금 당장은 우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결국 이탈을 방치하는 것이 공멸을 의미하게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죠. 펭귄들이 사람들을 구태여 '외계인'이라 부르는 것과 마지막 굳이 '지구'를 보여주는 대목 등에는 감독의 진한 의도가 묻어납니다. 

 

 

 

 

 

 

# 8.

 

어느 쪽의 메시지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각각의 감동이 살아 있는 다층적 작품입니다. 동시에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선 대단히 직관적이고 편안한 동물 애니메이션입니다. 어려운 것을 어려운 말로 논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진짜들은 어려운 걸 쉬운 말로 풀어내는 사람들이죠. 

 

어떤 관점과 스타일로 영화를 보든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위 육각형 꽉 찬 영화입니다. 날도 슬슬 더워지는 데 시원한 얼음 위에서 춤추는 펭귄은 어떠신가요. '조지 밀러' 감독, 『해피 피트』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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