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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할리우드의 모든 것 _ 백 투 더 퓨쳐,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그냥_ 2023. 3.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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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어차피 분석적인 이야기, 디테일한 비하인드는 검색하면 차고 넘치거니와, 30년도 더 지난 마당에 이제와 새삼스럽기도 합니다. 자세한 건 꺼무위키 찾아보시구요. 오늘은 평소보다 더 어깨 힘을 빼고 소소하게 수다나 떨도록 하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백 투 더 퓨쳐 :: Back to the Future입니다.

 

 

 

 

 

# 1.

 

못해도 십 수 번은 본 것 같은데요. 하하. 또 봤습니다. 이젠 처음 본 게 언젠지도 가물가물한데요. 85년 개봉작이니 영화관에서 보진 않았을 테고. 대충 명절 특선이나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봤을 것 같네요.

 

개봉시기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즈음에 많이들 보셨을 테니 70년대생 분들께 더욱 특별한 영화로 기억되실 겁니다. 적잖은 수의 40대 중반쯤 되는 형님 누님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이며 인생 영화 중 하나로 백 투 더 퓨쳐를 꼽는 이유죠. 보통 그보다 앞 세대에겐 주윤발 따거의 <영웅본색>을 비롯한 홍콩 영화가, 뒷 세대에게 라면 적당히 <타이타닉>이나 <토이스토리> 정도가 비슷한 권위를 가지는 작품이라 이해하면 무난할 겁니다.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만 보지 못하게 만드는, 특정 시대 사람들에게 언제고 사춘기 감성을 물씬 자극하게 만드는 특별한 이름들이죠.

 

 

 

 

 

 

# 2.

 

따라서 30대인 제겐 백 투 더 퓨쳐가 '그렇게까지' 특별한 영화까지는 못됩니다. 대신 제가 가진 이 작품에 대한 이미지는 사춘기 소년성에 대한 회상보다는 '할리우드 영화' 그 자체에 더 가깝죠.

 

시간 여행이라는 꿈 꾸는 소년의 상상력과, 안전하고 선량한 가족주의 메시지, 말랑말랑 로맨스와 나이를 뛰어넘는 순수한 우정,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액션, 단순한 서사와 대비되는 다채로운 장르경험, 집중력을 한시도 놓치지 않는 능숙한 완급조절에, 당대 가장 화려한 시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유니크함과, 온갖 종류의 언어유희와 테마의 특색을 살린 위트까지. 흔히 대중들이 할리우드 영화에게 기대할 법한 모든 재미의 스펙트럼을 더없이 잘 보여주는 작품이랄까요.

 

물론 백 투 더 퓨쳐가 위대한 작품인 것과 별개로 그보다 더 뛰어난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다른 시대를 사신 분들이라면 뉴 아메리칸 시네마 시절의 걸작이라거나 혹은 그보다 더 이전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작품들이 진정한 할리우드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실 수 있고 그 지적은 분명 정당합니다.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할리우드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두 작품 중 하나라는 것이죠. 네? 두 작품 중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뭐냐구요?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입니다.

 

 

 

 

 

 

# 3.

 

영화 속 미래였던 2015년이 어느새 훌쩍 지나 그야말로 '백 투 더 퓨쳐'가 되며 제목에 중의적 의미가 더해졌다는 것도 새삼 흥미롭습니다. 1985년 백 투 더 퓨쳐가 상상하던 2015년과, 실제 현실의 2015년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를 놓고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이벤트를 열기도 했던 것도 새록새록 생각이 나는 데요. 그것도 벌써 8년 전이니 새삼스레 시간 참 빠르다 싶기도 하군요. 작금의 2023년에서 2050년이 어떨까를 상상하라 한다면 정확도를 논하기 이전에 상상하기 조차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한 오락 영화로서 뿐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탁월한 통찰이 있는 시리즈라 할 수 있겠죠.

 

영화 속 디자인이 지금의 기준에서도 크게 촌스럽지 않다는 점 또한 흥미롭습니다. 비단 1985년뿐 아니라 1편의 1955년의 디자인도 레트로 코드와 맞물려 힙해 보이기까지 하죠. 지수 곡선을 그리게 되는 과학의 발전과, 싸인 곡선을 그리게 되는 디자인의 흐름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감각 역시 백 투 더 퓨쳐 시리즈만의 고유한 재미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시간 다른 나이에 영화를 보면서 지금 내가 있는 시공간은 두 곡선의 어느 접점 위에 있는 가를 점검해 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것이죠.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영화가 제시하는 상상력과 타임 패러독스를 즐기면 되는 작품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엄마 로레인 맥플라이에 대한 감정선입니다. 장르적 기준에서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히로인임과 동시에 시간 여행으로 인해 같은 나이대에 만나게 된 아들과 엄마인데요. 관객 입장에서 로레인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마치 비윤리적인 것만 같은 압박감이 느슨하게 작동하는 것이 어떤 도덕적 로직에 의한 것일까를 고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 4.

 

트릴로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대부>, <반지의 제왕>, <토이스토리>, <매트릭스>, <다크나이트> 등과 함께 영화사를 대표하는 삼부작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트릴로지는 사실 세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즉 삼부작이라는 '구성'에 대한 용어인데요. 언젠가부터 완성도를 포함하는 말처럼 쓰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소포모어 징크스에 걸려 2편이 망해버리면 3편이 출항조차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거니와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다 하더라도 그건 트릴로지가 아니야!라는 소리를 듣곤 하는 식이죠.

 

개인적으론 백 투 더 퓨쳐를 최고의 트릴로지로 꼽습니다. 각 편이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으면서도 공유하는 세계관 속에 변주된 주제의식의 균형이 가장 비교적 뛰어난 시리즈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부는 걸작이라는 말조차 부족한 1,2에 비해 3편이 조금은 쳐진다는 느낌이 있구요. 반지의 제왕은 십계와 같은 긴 한 편의 영화를 영화를 쪼개놓은 것에 더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다크나이트는 트릴로지라기보다는 본편의 전후로 프리퀄과 시퀄이 묶인 구성이라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구요. 역으로 매트릭스는 위대한 1편과 2개의 부록처럼 보이는 맛이 있죠. 한 때는 토이스토리를 백 투 더 퓨쳐보다 앞서는 최고의 트릴로지라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만, 몇 해 전 4편이 출시되며 트릴로지를 졸업하고 말았네요.

 

 

 

 

 

 

# 5.

 

2015년. 30주년을 핑계로 백 투 더 퓨쳐를 보고 난 후로 8년 만에 다시 봤는데요. 돌이켜 보면 그전에도 대충 2000년대 말쯤 봤던 것 같으니 얼추 7~8년마다 생각이 나는 시리즈인 건가 싶기도 합니다. 흐름대로라면 2030년쯤 다시 이 시리즈가 생각날 텐데요. 그때는 또 어떻게 영화가 달리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군요.

 

마티가 박사에게 남긴 것처럼 '2030년에 열어보세요.'라는 제목으로 저 자신에게 편지를 써 방구석 어딘가에 숨겨두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했다가 미래를 망치면 어떡할 거냐구요? Well, I figured... What the hell?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백 투 더 퓨쳐>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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