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_ 작가 이기주 자크 드미 감독,『롤라 :: Lola』입니다. # 1.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다. 고약한 사랑은 제멋대로 나타나 제멋대로 싹트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처지인지, 사랑받는 사람이 어떤 처지인지에도 관심은 없다. 우연히 들린 출장지에서, 우연히 걷던 길가에서, 우연히 찾은 서점에서 만난 사람과 언제든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당장 다음 출항지로 떠나야 하는 수병의 사정도, 급작스레 직장을 잃고 해외로 나가게 된 백수의 사정도, 7년씩이나 아내를 찾아올 수 없었던 남자의 사정도 아랑곳 않는다. 그때와 다른 시간에 만났더라면 우리의 사랑은 달랐을까. 그때와 다른 곳에서 시작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