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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주인공만 3명 _ 조안, 김지산 / 유정수 감독

그냥_ 2021. 5.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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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이젠 제법 익숙한 소셜 미디어 까는 영화입니다.

 

 

 

 

 

 

 

 

'김지산', '유정수' 감독,

『조안 :: Joan』입니다.

 

 

 

 

 

# 1.

 

일반적으로 떠올릴 법한 소셜 미디어의 비판적 문제의식을 소집해 하나의 이야기 속에 녹여낸 단편입니다. 제프 올롭스키의 <소셜 딜레마>나, 츠노 메구미의 <데이터>와 유사한 문제의식 위로 불쾌하고 섬뜩한 미스터리 호러의 장르적 재미를 살짝 더한 작품 정도로 이해하시면 적당하겠군요.

 

영화에는 총 세 인물이 등장합니다. 조안과, 소개팅남, 그리고 이름 모를 내레이터죠. 이야기는 조안이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데이팅 어플을 통해 새로운 남자와 소개팅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과정을 소셜 미디어의 의인화로서 내레이터가 전개하는 구성이죠.

 

각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소셜 미디어의 폐해를 비판적으로 대변합니다. '조안'은 과시적인 가상의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대인의 불안한 내면을 상징합니다. '소개팅남'은 알게 모르게 노출되는 개인 정보와 보호 받지 못하는 사생활의 불안을 대변하죠. '내레이터'는 축적된 데이터가 인간의 사고 패턴과 행동원리를 분석할 뿐 아니라 이후의 상황까지 통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표현합니다. 다소 평이한 메시지들이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각기 다른 세 층위의 메시지를 8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하나의 상황에 엮어 냈다는 점은 분명한 성취라 할 수 있겠네요.

 

 

 

 

 

 

# 2.

 

하지만 역으로 등장인물 모두가 메시지를 짊어지고 있다는 건 셋 모두 주인공이기만 할 뿐 조연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의 덜컥거림이나 이물감은 메시지를 짊어진 주인공들 간의 충돌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전개를 위해 필연적이었긴 했겠습니다만, 소개팅남의 캐릭터는 조금 더 담백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당황하는 모습 하나 없이 거짓말을 쏟아내다 보니 마치 소셜 미디어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사이코패스 스토커에 대한 영화처럼 보이고 말았죠. 조안이 눈치채지 못한 채 데이트를 잘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만, '한결'이라는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던 것 같은데?" 라며 소름끼친 표정을 짓는 정도의 마무리였더라면 작품의 균형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 3.

 

내레이터를 구태여 감정적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 효과적인지에도 의문은 있습니다. 정체를 잠시나마 숨겨 반전으로 활용하고자 한 의도는 읽힙니다만, 그 대가로 조안을 확실히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은 옅어지고 말았네요. 영화 그 자체를 타인의 소셜 미디어를 관음 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나름대로 신경 쓴 티가 나는 구도와 연출이 보이긴 합니다만, 보다 적극적으로 필터도 먹이고 컷도 나눠 인스타 포스트 파노라마처럼 보이게끔 과시적이고 도전적인 연출을 시도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은 남더군요. 조안 역의 배우 주인영에게서 평범한 영화를 찍을 때마냥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 역시, 디렉팅의 부재라 할 수 있을 듯하구요.

 

 

 

 

 

 

# 4.

 

뭐, 몇 아쉬움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위의 것들 모두 그리 큰 단점이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단편 독립영화니까요. 단점 따위보다 매력포인트가 선명하냐가 훨씬 중요한 영화고, 이 작품은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나름의 매력은 안정적으로 확보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지금까지도 의아한 건 왜 굳이 내레이션을 영어로 해야 했을까 라는 점입니다. 그 이유가 설득되지 않는다면 소셜 미디어의 공허함과 허영을 비판하는 영화가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진 것과 다를 바가 없을 텐데 말이죠. 김지산, 유정수 감독, <조안>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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