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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감독놀음 _ 은밀한 공범, 죠죠 히데오 감독

그냥_ 2024. 3.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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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평범한 소재로 비범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있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다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죠죠 히데오 감독,

『은밀한 공범 :: 恋のいばら』입니다.

 

 

 

 

 

# 1.

 

<은밀한 공범>은 수입사가 지어 붙인 이름입니다. 원제는 のいばら. 그러니까 <사랑의 가시>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군요. 참고로 영어 제목은 Thorns of Beauty인데요. 이쪽이 그나마 더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기는 합니다. 실제 영화의 핵심은 '가시'로 은유된 각자의 마음에 있다는 면에서, 관계 중심적인 뉘앙스가 강한 '공범'이라는 우리말 제목은 썩 정밀해 보이지는 않죠.

 

양가적 감정에 놓인 두 여자의 갈등을 그린 작품입니다. 원제에 긍부정이 배치되는 두 개념을 접붙여둔 이유죠. 모모는 켄타로에게 집착과 파괴를 함께 느낍니다. 수차례 복제하고 있는 열쇠는 침입하고 싶은 욕망을 은유합니다. 동시에 켄타로의 파멸에 아랑곳 않는다는 면에서 이율배반적이기도 하죠. 리코에게는 동경과 질투를 가집니다. 자신을 버린 캔타로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질투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녀의 모든 것을 닮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동경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영화 내내 보이는 다정함과 클라이맥스의 입맞춤으로 상징됩니다. 리코와 켄타로가 애정을 나누는 모습을 옷장에 숨어 지켜보는 장면. 집착과 파괴와 동경과 질투가 뒤엉킨 모모가 흘리는 눈물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는 질문은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리코는 켄타로에게 사랑과 의심을 동시에 느낍니다. 적어도 모모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쨌든 멋지고 잘생기고 신사적인 켄타로를 사랑하고 있었음에 분명 하나, 그가 매일같이 끼고 다니며 이리저리 눌러대는 카메라와 찝찝한 그날의 기억은 의심을 가지게 만들기 충분하죠. 모모에게는 갈증 하던 안정과 복수를 느낍니다. 리코는 사실상 모모와 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와 하고 싶었을 법한 일들, 같은 목표로 대화한다거나 가족을 만난다거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거나 흥미로운 소동을 겪는다거나 멋진 바닷가에서 춤을 춘다거나 하는 것들을 리코가 켄타로에게 기대했을 것이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반면 침대 아래에서 모모가 켄타로를 덮치는 장면은 상처가 되기 충분하죠. 앞서 이야기한 리코와 켄타로의 애정씬에서 리코가 의식하고 있었던 건 오히려 켄타로보다 모모였을지도 모른다는 건 분명 흥미롭습니다.

 

 

 

 

 

 

# 2.

 

켄타로는 소유하고 싶지만 소유되고 싶지는 않아 하는 치졸한 인물입니다. 영화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범죄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상대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대변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리벤지 포르노를 다룬 여타 작품의 경우 그것이 공개됨으로 인한 파멸과 비극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작품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 건 영화가 사진이라는 개념을 윤리가 아닌 소유의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죠. 일련의 일방적인 관계 설정은 굳게 닫힌 문과 잠금장치와 도어체인과 컴퓨터 비밀번호로 점층 됩니다. 모호한 다정함을 미끼로 만났던 수많은 여자들을 '소유'하던 켄타로에게 두 여자가 복수하는 방식이라는 것 역시 그의 허무한 궁전을 휘날리는 깃털보다 민망한 얼굴을 박제한 사진이었던 이유죠.

 

반면, 모호한 관계를 누린 것은 모모와 리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몰래 열쇠를 훔쳐 복제할지언정 먼저 사귀자 말하지 못하는 모모구요, 켄타로가 모모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 만나자고 한 적도 없잖아'라는 비겁한 말로 복수한 리코니까요. 그런 면에서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모모가 리코에게 우리 친구 맞냐 묻는 장면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내내 두 사람은 누군가의 전 여친과 현 여친이라는 애매모호한 상태로 서로를 소유하지도 소유되지도 않은 채 방기 되고 있었다 할 수 있는데요. 그런 이기적인 상황을 극복한다는 의미에서 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 친구 맞냐고. 친구라는 명확한 관계로서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겠느냐고 말입니다.

 

켄타로가 여자들의 사진을 모은 것은 치매 걸린 할머니가 폐품으로 쌓아 올린 성과 같습니다. 성의 꼭대기를 장식한 리코의 목걸이는 켄타로의 사진첩과 할머니의 폐품성이라는 두 개념을 친절하게 연결합니다. 일방적인 소유로 쌓아 올린 왜곡된 관계의 궁전은 그만큼 허무하고 한심한 것이죠.

 

 

 

 

 

 

# 3.

 

일련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때, 영화의 결말은 세 사람 각자의 모순이 폭로되는 방식으로 귀결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일단 켄타로는 그러합니다. 결말의 타격은 분명하죠. 하지만 두 사람, 모모와 리코는 모순에 걸맞은 성장과 책임을 지지 못합니다. 잠자는 공주 이야기를 거론하며 자기 주도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결말은 감독의 시나리오 해석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원작 <공주복수기>의 시나리오를 인물의 모순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정말 단순하게 리벤지 포르노를 복수하는 이야기로 이해한 듯하달까요.

 

감독이 길을 잃고 있으니 그걸 보는 관객의 감상 역시 길을 잃는 건 당연합니다. 상황 설정과 캐릭터 구성은 재미있습니다만 그건 원작의 공이구요, 경쟁력은 굳이 이 이야기를 리메이크하기로 마음먹은 죠죠 히데오만의 인사이트일 텐데요. 연출자의 해석력이 빈곤하면 이런 시시한 영화가 나오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출들이 겉돌거나 거추장스럽습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라거나, 굳이 이름이 강조되는 수미상관의 사진첩, 치매 할머니의 성 디자인은 충분한 감동이 되지 못합니다. 맥락 없이 아무대서나 춤을 추는 리코, 영화관에서 열쇠를 복사하는 시퀀스의 서스펜스는 앙상하고 나태합니다. 엄마의 재혼과 늦둥이 남동생을 둔 리코의 가족사도 사족처럼 느껴지죠. 결말에 이르러 냅다 베개를 막 터트리더니 가사가 있는 노래가 나오며 두 주인공이 춤을 추는 등신 같은 전개는 뜨악하게 합니다. 갈 데까지 간 영화는 스위스 들판에서 춤판을 벌이는 지경까지 흘러가고, 켄타로에게 망신을 줘놓고 치매 걸린 켄타로의 할머니랑 다시 하하 호호 만난다는 결말에 이르면. 이건 대체 뭐 하는 영화지?라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럽게 감독의 이름과 필모그래피를 확인할 수밖에 없죠. 죠죠 히데오 감독, <은밀한 공범>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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