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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슬랩스틱 로맨스 _ 페어리, 도미니크 아벨 감독

그냥_ 2021. 3.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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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이곳은 상상想像과 수사修辭가 현실이 된 요정의 나라.

도미니크 아벨, 피오나 고든 부부에게 사랑은 그런 곳입니다.

 

 

 

 

 

 

 

 

'도미니크 아벨' 감독,

『페어리 :: La fée』입니다.

 

 

 

 

 

# 1.

 

지루한 일상은 내달리는 자전거와 반복되는 티브이 시청으로 구체화됩니다. 손님에게 무관심한 돔의 태도는 가방 안에 숨겨둔 강아지 미미를 알아채지 못하는 모습으로 과장됩니다. 요정 같은 환상적인 사랑과의 첫 만남은 직접 자신을 요정이라 소개한 후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고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의 심드렁한 마음은 연출된 퉁명스러움으로. 돌이켜보면 기적 같았던 우연은 실제 비현실적인 기적으로 표현됩니다. 나를 살려준 그녀의 손길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부드러웠기에 실제 피오나는 돔의 위에서 춤을 추죠.

 

'백화점에 디스플레이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첫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소녀의 바람은 고스란히 실천에 옮겨집니다. 그 사람이 원한다던 평생 무료 주유권을 선물하고 싶다는 간절함 역시 주유 탱크를 무작정 터는 것으로 확대됩니다. '첫 데이트를 나누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게 민망하고 쑥스럽다'는 생각은 카페 주인이 앞을 거의 보지 못한다는 설정으로 연결됩니다.

 

카페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사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즐기는 순간 머릿속에서 흘러나온 음악입니다. 음악이 바닷가 씬까지 자연스레 이어진 이유라 할 수 있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홀딱 벗고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은 일말의 주저 없이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으로 승화합니다. 그녀와의 물놀이는 마치 바닷속 요정이 된 것마냥 열정적이고 또 황홀합니다.

 

 

 

 

 

 

 

# 2.

 

계단을 구를 듯 급히 내려오는 순간은 진짜 굴러 내려오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홧김에 강아지를 던져버리고 싶다 생각한 순간엔 진짜 강아지를 던져버립니다. 그녀의 소식을 전해주었으면 싶은 순간엔 진짜 사람이 날아와 소식을 전하구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듯한 사랑의 결실은 풍선처럼 한순간 부풀어 오르는 배로 묘사됩니다. 사랑의 환상이 현실이 된 세상에서 제프 삼촌을 기다리는 바트는 정상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절망은 기꺼이 약을 씹어 삼키는 모습으로 극화됩니다. 이와 같은 문법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적용됩니다. 

 

개연성이나 핍진성을 진단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바람(wish)에 합리성을 기대하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요. [페어리인 피오나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가 아닙니다. 피오나를 요정으로 만들어 준 [돔의 사랑을 그린 영화]라는 것이 훨씬 섬세한 이해라 할 수 있습니다. 돔은 감옥에 갇힌 사람입니다. 사랑의 감옥에 갇힌 사람이죠. 피오나는 미친 사람일 뿐입니다. 사랑에 미친 사람 말이죠. 치사량의 달콤함이군요.

 

 

 

 

 

 

# 3.

 

일반적인 로맨스는 사랑이라는 무형의 감정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묘사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다른 구체적인 아름다움을 동원합니다. 이를테면 누구나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매력적인 주인공을 캐스팅하고, 누구나 꿈꿀 법한 완벽한 데이트와 그 완벽한 데이트를 위한 조작된 환경을 공들여 묘사하는 식이죠. 이런 외부요인에 의해 편리하게 전달된 직관적 아름다움을 발판 삼아 감독이 주목한 사랑의 형이상학적 아름다움을 미루어 연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기 마련입니다.

 

반면 이 영화는 그와 전혀 상반된 접근법을 선택함으로써 고유의 가치를 확보합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사랑을 아름답게 만들 법한 부차적 요소들을 제거합니다. 사랑만 고스란히 남겨 과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하는 사람의 방법론이랄까요. 실제 작품에는 로맨스라기엔 너무 괴기하거나 심지어 불쾌한 표현이 가득합니다. 아무리 좋게 봐도 두 주인공은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구요, 강아지를 하수구에 집어던진다거나 이상한 아저씨가 허공에 허우적 대는 장면들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죠. 특히나 바닷속에서 춤추는 주인공 한가운데로 방금 잡아 올린 듯한 싱싱한 참돔(...)이 떠다니는 걸 아름답게 보기란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 4.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랑스럽습니다. 미친 듯이 널을 뛰는 캐릭터와 서사에도 불구하고 마냥 괴랄한 영화가 아니라 사랑스러워 보이는 건 이 영화의 과장에 [사랑에 한껏 빠진 사람이 느끼고 있는 왜곡된 현실 감각]이라는 일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그 단단한 정서적 기반 위에 사소하지만 과장된 코미디를 더했을 뿐입니다. 이를테면 슬랩스틱 로맨스인 셈이죠.

 

영화를 보시고 어떤 감상을 느끼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이 영화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셨다면 그건 오로지 '사랑'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라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카페의 이름이 희미한 사랑(L' Amour Flou)인 건 감독의 재치가 엿보이는 역설적인 작명입니다. 영화는 그 어떤 로맨스보다 더 '선명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죠. '도미니크 아벨' 감독, <페어리>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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