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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헤어졌어 _ 연기, 김경래 감독

그냥_ 2022. 9.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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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헤어졌어.

갑자기? 왜 헤어져요?

 

 

 

 

 

 

 

 

김경래 감독,

연기 :: While you play』입니다.

 

 

 

 

 

# 1.

 

무수히 많은 연습으로 이뤄진 이별, 무수히 많은 이별로 도달한 사랑입니다. 이별을 연기하는 동안 시간도, 환경도, 성격도, 상황도, 해석도, 심지어 입장까지도 계속해서 뒤바뀝니다. 테이크를 굳이 숨기지 않는 등 오롯이 타인을 연기하는 가상의 행위임을 명확히 합니다. 하지만 그런 표피적인 것들과 무관하게 정서는 단일한 방향으로 깊어만 갑니다. 사랑이죠.

 

절정부 포차를 나선 후, 헤어지자 말하는 순간의 상대와 키스하는 순간의 상대는 다른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이고, 그 말을 하는 남자 역시 다른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입니다. 입맞춤에 화들짝 놀라는 여자 역시 이별을 원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사랑을 바라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매 시점마다 무수히 많은 상황과 인격과 감정과 연기가 겹쳐져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을 통할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해석과, 자신의 해석을 직관적인 상황에 녹여내는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질척거리지 않는 결말은 밤의 입맞춤보다 더 좋습니다. 남자의 '헤어졌어'라는 말과, '갑자기? 왜 헤어져요?'라는 여자의 물음은 담백합니다. 지긋이 바라보다 눈길을 돌리는 남자와, 이를 받아내는 여자의 미묘한 표정은 다소 밋밋할 수도 있었을 영화가 도달해야 할 정서를 한마디 대사의 도움 없이 멋들어지게 묘사합니다. 끝까지 [헤어지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감독의 뚝심과 집중력, 자신감 또한 인상적이죠. 나쓰메 소세키는 i love you를 달이 아름답네요 정도로 옮겨두라, 그걸로도 전해질 것이라 했다는데요. 어쩌면 서로의 마음만 있다면 헤어졌어라는 역설적인 말로도 사랑은 충분히 전해지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 2.

 

장르적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철학적인 맛도 있습니다. 괜히 제목이 <연기>가 아니었달까요. 연기와 실존. 이별과 사랑. 거짓과 진실. 흑과 백입니다. 남자는 결혼을 앞둔 오래된 연인이 있고 여자는 떼어내고 싶은 남자가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마음이 있고 남자는 그 사실을 모르지만, 정작 연기하는 동안엔 남자가 매달리고 여자는 거절합니다. 기본적으로 상당히 이분법적이면서 대칭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편의점에서 밥을 먹고 길을 나서다 갑자기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그 순간 카메라 앞을 지나는 행인입니다. 두 사람과 두 사람을 계속 따라온 관객은 두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지만, 길을 지나던 행인에겐 연기가 아닌 방금 헤어진 연인에 불과할 겁니다. 두 사람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 헤어지고 있는 것이기도 한 것이죠. 이별을 연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랑을 발견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연기라는 행위 속에서 다층적 자아들을 관찰하며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나와, 연기하는 나와, 연기하는 타인을 연기하는 나와, 연기하는 자신을 연기하는 나와, 타인을 연기하는 나를 연기하는 나. 이 모든 경계가 중첩되는 감각이 전달하는 입체성은, 작게는 연기하는 사람과 연기를 만드는 사람의 직업적 가치를, 크게는 모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할 수 있을 겁니다. 김경래 감독, <연기>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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