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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미결로 완성될 영원의 바다 _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그냥_ 2022. 7.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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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며 제목 잘 지었다 싶은 작품은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JSA는 JSA구요. 올드보이는 원작 제목이었죠. 박쥐나 스토커, 아가씨 모두 완성도와 별개로 특색 있는 제목은 아니었습니다. 기껏해야 복수는 나의 것이나 친절한 금자씨 정도가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창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 봐야 거기까지죠.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창작을 하나 꼽으라 한다면 저는 제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 Decision to Leave』입니다.

 

 

 

 

 

# 1.

 

헤어지면 됩니다.

 

그냥 헤어지면 됩니다. 헤어지는 데에는 결정決定이면 충분하죠. 하지만 영화의 제목은 헤어질 결심決心.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 왜 결심하는 걸까. 헤어져지지 않기 때문이죠. 안되니까. 안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기 때문에 결심합니다. 헤어져야 한다. 헤어져야 한다. 이번엔 헤어져야 한다... 영화는 무수히 많은 헤어져야 할 사람들과의 헤어질 결심들로 귀결되지만,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정서의 핵심은 헤어지려 결심하고 또 결심해도 헤어져지지 않는 마음에 있습니다.

 

 

 

 

 

 

# 2.

 

기본적으론 탕웨이의 '서래'와 박해일의 '해준'의 영화입니다. 이정현의 정안과 박용우의 호신과 고경표의 수완과 김신영의 연수도 작지 않은 역할을 맡고 있죠.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를 하나 고르라 한다면 저는 질곡동 사건의 '산오'를 고르겠습니다.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 중심 서사와 분리된 거의 유일한 인물. 옥상에서 총 맞고 자살하는 양아치 맞습니다.

 

관객은 산오의 마지막을 미련하다 느꼈을 겁니다. 아니 정확히는 '판단했을' 겁니다. 아직 한창의 나이고 여자는 크게 매력적인 듯 보이지 않으니까요. 죽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고, 까짓 거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 테고, 가슴 아팠다던 순간이라 해봤자 기껏 1달에 불과하니까요. 왜 굳이 그렇게까지 잔혹하게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는 것인가 의아해하고 한심해하고 때론 조소합니다. 자극적인 문신과 날붙이 따위의 폭력적 디자인은 이와 같은 냉소적 판단을 강하게 추동하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영화의 서사란 본질적으로 산오의 1달을 확대하고 확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산오는 영화로 드러나지 않은 1달을 지나 사랑하는 여인의 기억 속을 영원히 살기 위해 자살을 결심했고, 서래는 영화로 드러난 13달을 지나 사랑하는 남자의 기억 속을 영원히 살기 위해 자살을 결심했을 뿐입니다. 막을 내린 후 서래의 마지막과 방황하는 해준을 애절하게 느낄 관객과, 산오를 미련하다 조소하는 관객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우유부단합니다. 생각보다 감정적이고 또 미련합니다. 산오도, 서래도, 해준도. 영화를 보고 있을 저도, 당신도 마찬가지죠.

 

 

 

 

 

 

# 3.

 

영화의 작동은 두 방향으로 토끼를 던지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놓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를 지켜보는 동안 몸뚱이는 하나뿐이라 어느 쪽으로도 내달리지 못해 붕괴되고 길을 잃은 자의 사랑이죠.

 

서사는 끊임없이 헤어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합리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묘사는 끊임없이 그럼에도 도무지 헤어질 수 없는 마음의 편린으로 귀결됩니다. 인물 배치와 공간 구분, 플롯의 구조와 자기 예언적 시퀀스 등 수많은 대칭과 반복으로 풀어나가는 작품입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대칭은 수많은 영화적 기교에 앞서 마음속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는 판단과 감정의 대칭에 있습니다.

 

서래는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헤어지는 것이 마땅한 사람이죠. 누군가에겐 청색으로 누군가에겐 녹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드레스처럼, 해준은 볼 수 없었던 피 묻은 붉은색 등산복처럼. 출신도 생각도 진실도 불분명한 미지의 인물입니다. 영악하고 표독스러운 방법으로 사람을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무려 넷이나 죽인 사람이죠. 합리화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지 않는 파렴치한이죠.

 

반면 정안은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헤어진다 판단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죠. 탕웨이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정현이구요. 아쉬움이 있어도 남편의 고충을 헤아려 넌지시 전달하는 배려심도 있습니다. 성실하고 지적인 과학자구요, 어떤 일이 있어도 주기적으로 잠자리를 가지자 말하는 현명한 아내이기도 하죠. 남편의 음식을 기쁜 마음으로 먹는 귀여운 아내이자, 남편을 위해 자라와 석류를 고민하는 착한 아내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는 것도 서래보단 훨씬 잘할 테죠.

 

 

 

 

 

 

# 4.

 

하지만 묘사는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최대한 감각적인 표현을 동원해, 헤어진다 판단할 수 없는 정안에게서 헤어지는 것이 마땅한 서래에게로, 해준과 해준의 시점을 공유하는 관객의 정서를 옮겨 담습니다. 영화의 성취는 깎아지른 구소산을 오르듯 윤리적 장벽을 간신히 넘어서는 순간들의 성실한 누적에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같은 종류의 인간을 만나는 순간의 숨길 수 없는 설렘. 용의자를 감시하는 형사로서의 알리바이를 즐기는 순간의 자유로움. 서래가 범인이 아니라 판단한 순간의 안도. 비 오는 날의 데이트와 상대의 마음에 다가가는 두근거림.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순간 느끼는 절망. 자신을 찾아온 서래를 보는 순간 되살아나 버린 원망과 그보다 큰 사랑.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친정으로 떠나는 정안의 뒷모습에서 설명할 수 없는 해방감을, 처연하게 해변의 구덩이에 들어앉은 서래의 앞모습에서 압도적인 서글픔을 설득하는 것이죠.

 

대칭과 대조와 반복과 자기 예언이 조화된 다층적 플롯을 오감의 붓에 나눠 담아 스크린에 얇게 바르고 바르고 또 바릅니다. 사랑이라는 '단일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겹치고 겹쳐진 물감은 두터운 정서로 승화되어 여타 멜로에서 기대하기 힘든 압도적인 입체성을 부여합니다. 특유의 벽지와 드레스로 상징되는 고혹적이고 우아한 미감은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겠죠. 수많은 중첩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라 한다면, 후반부 호미산과 앤딩의 바다를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요. 이 부분은 미결 사건이라는 코드와 함께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상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사랑스럽지 않은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이정현과, 절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의 행동들로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탕웨이, 고뇌 사이에서 잠들지 못해 피곤한 눈으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는 박해일의 연기는 특별히 짚어 칭찬할만한 뛰어난 성취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분명 박찬욱의 영화이지만 배우들의 기여는 여느 작품보다 더 특별하다는 생각입니다. 캐스팅이 이렇게 중요하죠.

 

 

 

 

 

 

# 5.

 

1부의 결말에서 해준이 말하는 붕괴란 열렬한 사랑을 비장하게 고백하는 자의 관계 중심적 개념뿐 아니라, 내면을 지탱하는 판단과 정서라는 두 기둥이 유리되어 무너져 내리는 자의 무력함을 통할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별을 고하는 해준을 서래가 뒤에서 끌어안는 장면을 보노라면 해준의 눈은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려 텅 비어버린 인격의 표정에 훨씬 가깝게 연기되고 있죠. 살아서 붕괴되어버린 해준의 넋 나간 표정과,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붕괴되지 않은 서래의 편안한 표정은 대비되어 작품에 비장미를 더합니다.

 

2부가 끝난 후 결국 정안은 헤어질 것을 결정합니다. 서래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 위해 헤어질 것을 결심합니다. 헤어질 결심을 하지도 헤어질 결정을 하지도 못해 매일 같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던 해준은, 산오가 죽어가는 앞에서도, 돌아서는 정안의 걸음 뒤에서도, 발아래 서래의 주검 위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영원의 바다를 헤매게 되고 말았죠.

 

 

 

 

 

 

# 6.

 

혹자는 언제나의 작가적 감독들의 작품처럼 메타포의 의미나 장르적 해석을 곁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필름 누아르'와 '미스터리'를 파괴하고 해체해 '멜로'로 변주하여 작동시키는 방식. 모티브가 된 음악의 제목이자 그 자체로 모호성을 상징하는 '안개'라는 환경. 공간과 사건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녹색과 붉은색 등의 활용. 스마트 워치를 비롯한 몇몇 특징적 장치들에 대한 미학적 해석 등을 논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 역시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으나, 개인적으로 이 같은 작품에서만큼은 썩 부질없다는 생각입니다. 치밀한 논리가 아닌 세심한 감각의 누적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죠.

 

시각과 청각과 후각과 촉각을 총동원해 차곡차곡 적층 된 마음의 힘으로 이성을 압도하는 영화에서 작동 원리를 지성으로 진단하는 것은 허무합니다.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구축하면서, 동시에 헤어질 수 없는 감정을 다층적인 감각에 힘입어 성실하게 조각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 7.

 

전반부를 장식하는 수많은 거울과 뷰파인더와 망원경 따위는 상대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중첩되어 공간과 시간에 수놓아지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흩뿌리는 연출입니다. 날리는 담배 연기와, 펜 위에 태워지는 사진의 냄새, 안개가 자욱한 바다와, 스크린 넘어 새어 나오는 듯한 피 냄새와, 수산 시장의 비린내 역시 각각의 장면에 해준과 관객의 기억을 후각을 통해 마킹하는 연출이라 할 수 있겠죠.

 

스마트 워치에 녹음된 각기 다른 음성들과 몇몇 주요한 순간의 서늘한 사운드 역시 인물의 추억과 미련을 청각적으로 새깁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의 거리감과, 거리감에 비례하는 조바심과, 조바심으로 정제되고 증폭되는 진심. 남자 목소리로의 번역과 여자 목소리로의 번역에서 들려오는 각기 다른 질감. 언제나처럼 뛰어난 말맛 모두 이 피비린내 진동하는 작품을 오롯이 멜로의 힘으로 설득하겠다는 목적에 예리하게 소집됩니다.

 

호미산에 올라 서래의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유해를 뿌리는 해준. 죽음을 앞둔 서래의 손을 타고 흐르는 모래의 촉감입니다. 유골과 산의 의미, 모래사장 모래의 상징성에 대한 미학적 해설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해당 메타포를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보다는 악수하듯 손에 흘러들었다 바스러져 흩어지는 무언가의 촉감을 허공에 손 비비며 느껴보는 것이 보다 작품의 본질에 다가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 8.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 볼까요. 엔딩의 바다는 그 자체로도 풍부한 공간입니다만, 그에 앞서 호미산과 연계해서 이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안개가 짙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의 호미산은 '길을 찾는 공간'입니다. 사건의 실체와, 서래에게 있어 호미산의 의미, 펜타닐 4알과, 도자기 속 유해를 확인하고 손에 쥐어 뿌려놓는 공간이죠. 무엇보다 영화 내내 안개에 숨은 서래의 진심을 뒤에서 와락 달려와 끌어안는 행동을 통해 확인하는 공간입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헤드라이트를 쓰고 앞을 비추는 서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준은 답을 찾아야 나아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서래로부터 답을 알게 되면 그는 더 이상 불면에 시달리지 않겠지만 떠나가고 말 겁니다. 과거와 사건은 '완결'되겠지만 서래와 해준의 사랑은 '미결'되겠죠.

 

반면 바다는 '길을 잃는 공간'입니다. 마찬가지로 안개가 짙고 점점 어두워지는 곳이지만 호미산과 달리 길을 잃는 것은 헤드라이트를 들고 앞을 비추는 서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서래의 사랑을 의미하던 밤의 헤드라이트는 거대한 태양으로 연결되어 더 밝고 뜨겁게 해준을 비추지만, 길을 알려주기는 커녕 야속하게 저물어 갑니다. 서래는 자신의 죽음을 완결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서래는 자신을 미결 사건으로 만듦으로써 서래와 해준의 사랑을 영원히 동결시킵니다. 바다 그 자체가 되어버린 서래가 '미결' 사건을 헤멜 해준을 '완결'적으로 품에 안으며 그들의 사랑은 완성됩니다.

 

관객은 서래가 바다 어디에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해준은 서래가 바다에서 사라졌다는 것만 아는 채로 작품은 막을 내립니다. 해준에게 있어 바다의 모든 공간은 서래가 '있을지도 모르는' 공간입니다. 해준에게 있어 바다는 서래 그 자체, 서래의 기억이자 내면이자 사랑을 상징한다 할 수 있겠죠.

 

해준은 형사로서 서래의 주검을 찾아 바다 '위를' 헤매는 것이기도 하지만, 서래를 사랑하는 남자로서 바다 그 자체가 되어버린 서래 '안을' 헤매고 있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전까지의 화면과 대비되는, 마치 <박쥐>의 엔딩이 떠오를 것만 같은 초현실적인 질감의 과장된 화면은 엔딩의 바다라는 공간이 물리적 공간을 넘어 심리적, 관념적 공간으로 승화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심미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장르적으로도, 관념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완성된 가히 기념비적인 엔딩입니다.

 

 

 

 

 

 

# 9.

 

여담으로 코미디언 김신영의 캐스팅이 소소한 이목을 끌었는데요. 연기력이 출중한 희극 배우라 생각했기에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인물을 사용하는 방식이 조금 더 인상적이었죠.

 

영화는 스스로 짚고 있다시피 첫 번째 남편의 죽음과 두 번째 남편의 죽음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두 사건은 구분되되 분리되어선 곤란합니다. 다른 상황에서의 대칭적 선택으로 전개되지만 정서적인 면에선 강한 연속성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죠. 환경이나 인물 디자인 따위를 통해 노골적인 구분을 할 수 없었던 감독은 고경표와 김신영이라는 두 보조 인물을 통해 문제를 해소합니다. 키 크고 다혈질적인 남자 수완과, 키 작고 수다스러운 여자 연수. 관객은 큰 불편함 없이 '수완과 다니던 해준'과 '연수와 다니던 해준'이라는 기준으로 편안하게 이야기에 안착합니다. 확실히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친절하죠.

 

식사에 대한 코드, 수면과 불면의 은유 또한 나름의 15세스러운 친절함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살기 위한 필수적인 행위인 '식'과 '주'의 결핍을 서로가 채워준다는 아이디어, 특히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순간의 애틋한 묘사는 다소 노골적이었달까요. 개봉 직후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어려운 영화가 아니니 편안하게 봐달라'라는 말에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걱정이기는 하겠으나, 그냥 느끼면 되는 멜로 영화를 제발 어렵게 꼬아가며 보지 말아 달라는 부탁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 10.

 

박찬욱입니다.

 

박찬욱의 세계란 결국, 그것이 사랑이든 복수든 무엇이 되었든 압도적인 감정 앞에 놓인 인간의 무기력함과 그럼에도에 대한 감각적 설득이라 이해하는데요. 이전까지의 작품들을 통해 넓게 넓게 풀어놓던 세계가 한꺼번에 겹쳐 들며 완성되는 것만 같다는 감상입니다. 필모그래피를 열심히 따라가는 관객의 입장에서 이정표를 발견하는 순간은 늘 행복한 법이죠.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뛰어난 시퀀스가 많다'는 인상이었다면, 리틀 드러머 걸을 보고 난 후 처음으로 '모든 컷이 전부 다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래서 다음 영화가 어떻게 나올까 몹시 기대했었는데 그 결과물이 <헤어질 결심>이었고, 큰 기대를 곱절로 보상받은 기분이라 즐겁습니다. 대부분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를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겠습니다만, 올드보이의 충격적 등장 이후 한동안 답보하던 박찬욱 감독이 '마침내' 자신의 고점을 경신했다 평가합니다.

 

다만 개봉 시기만큼은 불만입니다. 저는 영화관을 가고 싶다 생각하는 순간부터가 영화 경험이라 생각하는 쪽인데요. 이 영화는 습하고 무더운 날 영화관을 찾아보는 것에 최적화된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할 으른의 사정이 있었겠습니다만, 손끝이 마를 듯한 늦은 가을이나 차라리 살을 에는 겨울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은 두고두고 가시지 않을 듯합니다.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서너 번은 더 볼 생각입니다만, 시간이 넉넉히 지나 재개봉하게 된다면 그때는 가을이나 겨울이었으면 좋겠네요. 믿고 보는 박찬욱, <헤어질 결심>이었습니다.

 

# +11. 뛰어난 영화일수록, 마음에 든 영화일수록 여러 감정과 생각이 중구난방이라 글은 더 엉망이 됩니다. 속상하네요.

# +12. 김태용 감독은 사과를 하든 반성을 하든 뭐든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잘못한 게 있냐구요?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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