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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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72

대환장파티 _ 디스 이즈 디 엔드, 에반 골드버그 / 세스 로건 감독

# 0.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순서대로 자리합니다. 앞사람이 말한 단어의 마지막 글자로 시작하는 새로운 낱말을 늘어놓아야 합니다. 단어의 길이에 제약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두 글자면 두 글자, 세 글자면 세 글자 글자 수를 맞춰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대체로 두음법칙은 적용 가능합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것도 허용되곤 하지만 재미를 위해 썩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외래어나 외국어, 고유명사나 인명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 그러지 않느냐를 놓고 변주를 줄 수도 있죠. '에반 골드버그', '세스 로건' 감독, 『디스 이즈 디 엔드 :: This Is the End』입니다. # 1. 플레이어 간에 합의된 룰에만 부합한다면 모든 어휘는 허용됩니다. 다음에 왜 가 나오는지, 죄 없는 은 왜 매번 에..

Film/Comedy 2021.04.07

물과 기름 _ 더 파티, 샐리 포터 감독

# 0. 예전엔 이런 류의 영화를 어떻게 소개해야 좋으려나 싶어 골치가 아팠습니다만, 이젠 딱 한마디면 손쉽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영화라고 말이죠. '샐리 포터' 감독, 『더 파티 :: The Party』입니다. # 1.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비스무리한 작품입니다. 개성 강한 예닐곱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축하받을 만한 경사를 맞는 누군가가 호스트가 되어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초반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수다스럽게 나눌 테지만 딱히 집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캐릭터들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얼추 15분여 동안 인물 소개가 적당히 끝나고 나면 차례차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인물들이 한데 모이게 됩니다. 처음엔 호스트를 축하하는 식의, 적당히 격식을 갖춘 정돈된 언어, 정돈..

Film/Comedy 2021.03.17

큰 잘못을 했나 보다 _ 무비 43, 엘리자베스 뱅크스 외 감독

# 0. 어느새 왓챠 피디아에 등록한 영화의 수가 네 자리를 훌쩍 넘어가네요. 확실히 일정 숫자 이상의 평점을 등록하면, 나름 신뢰할만한 추천 시스템이 갖춰진다는 게 왓챠의 최대 장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장르 편식을 유도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긴 하지만요. , .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10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치고 빠질 수 있는 옴니버스식 코미디 영화라는 기준에선 썩 나쁘지 않은 추천입니다. 늦은 저녁 시계를 힐끗 쳐다본 후, 기분 좋게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다섯 개 만원 하던 편의점 맥주를 한 캔 꺼내 들었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마음 깊이 반성했죠. 내가 왓챠에 뭔가 큰 잘못을 했나 보다. 최근에 넷플릭스나 구글 무비를 자주 찾은 바람에 화가 난 건가. 돈도 얼마 안 ..

Film/Comedy 2021.03.12

하드코어 빌런 _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제롬 엔리코 감독

# 0. 썩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많은 마니아분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프랑스 영화'입니다. 대부분은 다양한 장르의 실험작들과 도발적인 예술영화들, 혹은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나 역사성, 완성도, 자유로움 때문에 프랑스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듯합니다. 만, 솔직히 저는 그냥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 도덕 경계, 그 상식을 일말의 주저도 없이 파괴하고 뛰어넘어 버리는 과격함 때문에 좋아합니다. 이 영화는 그 기대에 정확히 부응하는 작품들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죠. '제롬 엔리코' 감독,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 Paulette』입니다. # 1. 본론에 앞서 도저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왜 마케팅을 이따위로 하는 걸까요..

Film/Comedy 2021.03.07

냉동 고추 바사삭 _ 11:14, 그렉 마크스 감독

# 0. 우연과 필연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스릴 넘치면서 유쾌한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 '그렉 마크스' 감독, 『11:14』입니다. # 1. 본 영화도 몇 편 안 되는 주제에 구미를 당기는 작품이 없다고 투덜거리면서 온종일 영화 목록을 뒤지는 건 바로 이런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일 겁니다. 대작의 화려함이나 걸작의 유려함은 없지만 대신 세상 잃을 것 없는 놈들의 자유분방함과 창의적인 발상, 도발적인 전개로 함께 놀아보자 덤비는 이런 영화들 말이죠. # 2. 이게 바로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입니다. 제작비만 오지게 때려 박았을 뿐 이야기는 클리셰 대충 비벼 만들어 놓고선 "영화는 영화일 뿐이잖아?" 라거나, "킬링 타임용 영화가 이만하면 됐지!" 라 말하는 감독들의 엉덩이를 시원하게 걷어 차는 것만 같은..

Film/Comedy 2021.03.03

유쾌하게 조롱당할 수 밖에 _ 디어스킨, 쿠엔틴 두피유 감독

# 0. "조르주는 전 재산을 털어 100% 사슴가죽 재킷을 구매한다. 덤으로 받은 캠코더로 영화감독 행세를 하던 그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재킷을 입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재킷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 이 설명을 읽고 어떻게 안 볼 수 있겠어요. '쿠엔틴 두피유' 감독, 『디어스킨 :: Le daim』입니다. # 1. 서두에 말씀드린 괴랄한 소개 그대로입니다. '조르주'라는 남자가 순도 100% 사슴 가죽 재킷 하나에 전재산을 꼬라박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의 털북숭이 호구를 낚은 사기꾼은 등쳐먹은 게 영 찝찝했던지 덤으로 캠코더를 하나 선물하죠. 사슴 재킷을 입고 신난 호구는 바에서 술을 마시는 데 웬 창녀가 직업이 뭐냐 묻자 영화감독이라 구라를 칩니다. 의자에 걸쳐둔 사슴 가죽과 복화술..

Film/Comedy 2021.03.02

로코풍 스릴러 _ 맨해튼 미스터리, 우디 앨런 감독

# 0.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소름 돋게 만드는 서늘한 감각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의지하게 만드는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끔찍한 살인마의 잔혹함도 필수요소인 듯하고, 살인 사건에 얽힌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의 웅장한 마무리 또한 생각이 납니다. '우디 앨런' 감독, 『맨하탄 미스테리 :: Manhattan Murder Mystery』입니다. # 1. 대체로 위와 같은 접근들은 모두,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가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정석적 방법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요하고 오싹해야 관객이 긴장감을 가지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 테구요. 주인공에게 카리스마가 있어야 감정이입이 수월하겠죠. 살인마가 잔혹해야 사건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

Film/Comedy 2021.01.21

저비용 고효율 _ 강박이 똑똑,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

# 0. 저명한 심리 치료 전문가 '팔로메로' 박사를 만나기 위해 상담소를 찾은 중증 강박증 환자! 약속 시간이 되었건만 예기치 않은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박사는 나타나지 않고! 심지어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동시에 여섯이나 되는 환자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이 스스로 그룹치료를 통해 강박증을 극복하고자 하는데!!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이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웃음과 감동이 가득한 저예산! 휴머니즘! 메디컬! 코미디! 블랙유머! 캐릭터 쇼! 스페인 영화!!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 『강박이 똑똑! :: Toc Toc』입니다. # 1. 영화라기보다는 연극의 냄새가 짙게 풍깁니다. 신기하다 싶어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원작이 연극이었군요. 연극에서 영화로 재구성하는 과정 일체를..

Film/Comedy 2021.01.18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_ 차인표, 김동규 감독

# 0. 자학성 풍자개그와 병맛 코미디를 동시에 잡고자 했습니다만 풍자와 코미디가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남은 건 자학하는 병X 뿐이란 의미죠. 저런... '김동규' 감독, 『차인표 :: What Happened to Mr. Cha?』입니다. # 1. 애초부터 난이도가 너무 높은 아이템입니다. 스스로를 놀림감으로 삼는 풍자물을 만들려면 풍자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의 높은 리얼리티가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데 리얼리티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병맛 코미디를 펼치기엔 되려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병맛 코미디에 무리하게 포커싱을 했다간 자학개그들에 페이소스가 상실되며 풍자가 아닌 가상의 바보연기로 전락하고 말 겁니다. 이 영화가 정확히 그러하죠. 굳이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면 병맛 코미디 보다는 풍..

Film/Comedy 2021.01.08

아담 샌들러 홈커밍 _ 머더 미스터리, 카일 뉴어첵 감독

# 0. 아담 샌들러 + 제니퍼 애니스턴입니다. 전형적인 미국식 말장난 코미디물이라는 거죠. '카일 뉴어첵' 감독, 『머더 미스터리 :: Murder Mystery』입니다. # 1. 말장난 코미디이자 대리만족 포르노입니다. 범접할 수 없는 경제력을 가진 부호들 한복판에 떨어진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평범한 중산층 커플'이 그들 수준의 부를 맘껏 누리는 걸 보며 대리만족을 즐기는 영화죠. 여기서 멈추면 영화가 끝나고 난 후 부러움과 질투심, 열패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만 남게 될테니 끝나기 전에 현실로 돌아와 으쓱할 수 있도록 부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한방 먹이며 자존감을 회복할 겁니다. 그 한방이라는 것은 언제나 돈보다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역설하는 훈계질로 귀결될 가능성이 클테죠. # 2. 세부적인 방..

Film/Comedy 2020.11.15

의식의 흐름 _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신정원 감독

# 0. 타고나길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습니다만 수능은 유난히도 거하게 조졌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매년 시월 즈음해서 슬럼프에 허덕이는 빌어먹을 바이오리듬의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당시는 무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여하튼 그 때문에 직장생활을 할 때나 프리랜서 생활을 할 때나 연중에 휴일을 거의 가지지 않다가 시월에 몰아 쓰는 게 버릇이 되고 말았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휴가를 몽땅 집안에서 태웠습니다만 작년엔 제주를 다녀왔었더랬죠. 자전거를 타고 일주를 했었는데 그거 해보겠답시고 여행도 전부터 운동을 미리 하느라 똥줄 탔던 기억입니다. 참, 그러고 보니 그때 당시 한창 다니던 피트니스 클럽이 최근에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빵집이 생겼더라구요. 쓱 스쳐 지나가는 길에 소시..

Film/Comedy 2020.11.01

리디아를 위하여 _ 비틀쥬스, 팀 버튼 감독

# 0. 판타지의 거장은 아이러니 하나를 다뤄도 이렇게나 현란하게 요리합니다. 평범한 캐릭터가 어째 단 하나도 없습니다. 상식적인 설정 또한 하나도 없습니다. 편의적인 전개도 일절 찾을 수 없고 결말 역시 관객의 예상과는 완전히 따로 놉니다. 물론 2020년의 시각에선 익숙한 설정이라 할법한 표현이 몇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가 개봉된 시기는 1988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33년 전이죠. '팀 버튼' 감독, 『비틀쥬스 :: Beetlejuice』입니다. # 1. 유령이 된 아담과 바바라 부부는 마치 사람 같아 보입니다. 그들은 시종일관 평범한 사람의 복식과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 행동합니다. 125년간 지내게 될 집을 가장 아끼며 가꾸는 이들은 이 유령 부부입니다. 유령은 '잘 살고' 싶어 합니..

Film/Comedy 2020.09.03

리빙 포인트 _ 마스크, 척 러셀 감독

# 0. 판타지 계열 만화 혹은 게임 원작 영화라고 하면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툼 레이더』나 『레지던트 이블』과 같은 수작들이 없는 것은 아니거니와 설령 평가는 좋지 않다 하더라도 원작 팬덤의 세에 힘입어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까지 포함한다면 제법 수가 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타율이 좋다 이야기하기엔 좀 민망하죠. 때문에 적지 않은 수의 원작 팬들은 아예 자신이 애정 하는 작품이 영화화되지 않길 바라기도 합니다. 괜히 개판으로 만들어놔서 시리즈에 오점을 남기는 게 싫거든요. '척 러셀' 감독, 『마스크 :: The Mask』입니다. # 1. 만화나 게임 원작 영화가 흥행하기 힘든 이유는 표현의 질감과 수용자의 마인트, 경험적 목표 따위가 본질적으로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

Film/Comedy 2020.09.01

펜로즈의 계단 _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 다비드 륌 감독

# 0. 뱀파이어 신화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함께 엮어낸 영화. 라고는 합니다만 뭘 알아야 이해를 하죠. 급하게 심리학 전공의 친구에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란 놈을 3줄 요약해 달라 했더니 돌아온 건 "그걸 알면 내가 교수를 하지. 개소리 말고 술이나 한잔 하실?"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뜻밖의 술값 지출은 감독에게 청구해야겠네요. '다비드 륌' 감독,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 :: Der Vampir auf der Couch』입니다. # 1. 평범한 현실과 신화적 무의식이 아닌, 뱀파이어가 존재하는 현실과 평범한 무의식이 만드는 역설적 세계관 속에 유로피언 B급 감성 코미디를 버무려낸 독특한 작품입니다. 네 명의 주인공 각자의 욕망과 교수의 잠꼬대, 최면과 꿈, 히스테리와 강박증, 불안, 그림자,..

Film/Comedy 2020.08.07

조진웅 쇼 _ 퍼펙트 맨, 용수 감독

# 0. 명확한 증거도 없이 당사자가 부정하는 상황에서 작품에 '표절'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게 그리 보기 좋은 모습 같진 않습니다만, 사실 여하와는 별개로 이 작품이 관객으로 하여금 기시감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는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는 거겠죠. 굳이 '올리비에르 나카슈', '에릭 톨레다노' 감독의 『언터처블 : 1%의 우정』을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 조폭 코미디물과 JK 식 공장제 영화의 승리 공식에 대한 기시감을 너무 많이 불러일으킵니다. '용수' 감독, 『퍼펙트 맨 :: Man of Men』입니다. # 1. 늘 그렇습니다. 훌륭한 성취를 거둔 외화 두어 편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다행스럽게도 감독은 해당 작품을 일절 알지 못합니다. 어차피 외국에 팔 것도 아니니 ..

Film/Comedy 2020.08.05

스타일리스트의 매력 그리고 한계 _ 메기, 이옥섭 감독

# 0. 에헤이~ 상상력이 많으면 그 인생 고달퍼~ '이옥섭' 감독, 『메기 :: Maggie』입니다. # 1. 교회의 십자가는 누군가의 바람에 의해 병원이 됩니다. 재개발지의 푸른 장막은 누군가의 사명감에 의해 해수욕장이 됩니다. 타인의 성기가 찍힌 X-ray는 누군가의 부끄러움에 의해 주인이 뒤바뀝니다. 병원 식구들의 병가는 누군가의 의심에 의해 섹스 스캔들을 면피하기 위한 꾀병이 됩니다. 펜던트의 사진은 누군가의 선입견에 의해 딸의 것으로 오해됩니다. 어린 소녀는 얼토당토않은 소문에 의해 살인미수라는 오명을 쓰지만, 그녀 역시 친구가 아빠에게 떠밀려 건물에서 떨어진 것이라 근거 없이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과를 깎다 다쳤다 말하는 사람의 말을 믿었지만 그의 배에서 나온 건 총알이었고, 사람을 믿어야 ..

Film/Comedy 2020.07.27

달이 아름답네요 _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리 토시오 감독

# 0. 코스프레에 재능 있는 아내와 연기파 직장인 남편입니다. 저 정도 손재주와 미모면 그냥 직장 생활 관두고 유튜버로 전직하면 떼돈 벌거 같은데요. 아직 한창인 3년 차에 이혼 같은 뻘소리 하지 말고 저랑 골드 버튼이나 노려보는 게 어때요? '리 토시오' 감독,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 家に帰ると妻が必ず死んだふりをしています』입니다. # 1. 범용성 높은 가족 코미디를 늘어놓은 후 마지막 신파의 폭풍으로 한방을 노리는 한국식 드라마 영화들에 반해, 일본의 드라마 영화들은 만화적인 모에캐의 카와이かわいい한 덕후 감성으로 분량을 때운 후 안분지족安分知足식 교훈극으로 승부를 보고자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보편적인 일본 드라마 영화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네요..

Film/Comedy 2020.07.09

할리우드산 마살라 _ 센트럴 인텔리전스, 로슨 마샬 터버 감독

# 0. '마살라'라 불리는 영화들이 있죠. 3시간 여에 달하는 무지막지하게 긴 런타임 동안 이쁜 누나야들과 느끼한 오빠야들이 심심하면 떼거지로 뛰쳐나와 칼군무를 추고 콧수염 휘날리는 멋쟁이 주인공이 펼치는 물리법칙 따위 깔끔하게 무시한 초현실적 액션이 난무하는 가운데 청춘 남녀의 선정적 연애담과 3대 4대를 넘나드는 대가족의 끈적한 유대감과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원시 신앙에 대한 절대적 신봉 따위의 토속적이고 또 통속적인 아이템들로부터 절대 벗어나지 않는. 흔히 '인도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장르물들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로슨 마샬 터버' 감독, 『센트럴 인텔리전스 :: Central Intelligence』입니다. # 1. 우리 관객들의 눈엔 다소 조악해 보이지만 사실 마살라 영화들의 괴..

Film/Comedy 2020.07.01

B+ _ 기묘한 가족, 이민재 감독

# 0. '에드라 라이트' 감독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 '루벤 플레셔' 감독의 『좀비랜드』같은 클리셰를 비트는 호러 코미디에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스러운 캐릭터 구성과 '신정원' 감독의 『시실리 2km』식 코리안 컨츄리 병맛 코미디를 적당히 섞어 만든 영화입니다. 호러물의 클리셰를 비트는 부조리 코미디라는 게 특별히 독창적인 장르는 아닙니다만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봐도 범죄 스릴러 아니면 최루성 드라마 천지인 한국의 영화판에서라면 이런 이색적인 시도. 그 자체로 감사할 수 밖에 없죠. '이민재' 감독, 『기묘한 가족 :: THE ODD FAMILY : ZOMBIE ON SALE』입니다. # 1. 줄거리를 적당히 간추린다는 게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만 난이도를 떠나 줄거리를 말씀드리는 것 자..

Film/Comedy 2020.06.23

낙선 ⅱ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낙선 ⅰ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 0. 정치인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풍자극이라는 거죠. 자고로 풍자극이라 함은 1.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권력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2. 비꼼에 위트와 내 morgosound.tistory.com # 8. 앞선 글에서 거짓말이라는 아이템을 규정하고 변주해 만들어냈어야 할 내러티브가 통채로 붕괴되어 있다 말씀드렸는데요. 일관성의 근거가 될 플롯이 붕괴했다면 이야기로서의 짜임새와 연출의 완성도는 보나 마나겠죠. 얼마나 개떡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았을지 짚어볼까요? # 9. 저주에 걸린 첫날 라미란은 남편과의 아침 식사에서 자신이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이해했습니다. 차량을 통해 이동하며 다시금 확인까지 했죠. 당연히 스케줄을 ..

Film/Comedy 2020.06.09

낙선 ⅰ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 0. 정치인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풍자극이라는 거죠. 자고로 풍자극이라 함은 1.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권력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2. 비꼼에 위트와 내용이 있어야 하며 3. 매 순간마다 능청스러운 탈룰라각을 잡아놔야 합니다. 4.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디테일의 참신함과 5. 희극적 결말에 도달하는 동안의 페이소스까지 지켜진다면 더욱 훌륭하겠죠. 놀림감이 된 정치인들이 성질이 뻗혀 톰처럼 쫓아오는 동안 제리처럼 유유히 도망 다니는 감독의 재치로부터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성공하지 못한다면 정치 풍자해 보겠답시고 관객 호응 유도나 하다 사라진 개콘 꼴이 되고 말겠죠. '장유정' 감독, 『정직한 후보 :: HONEST CAND..

Film/Comedy 2020.06.08

절반은 성공 _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감독

# 0. 정말이지 맛있는 영화입니다. 배우 '문소리'만큼이나, 감독 '문소리'와 그의 작품 역시 참 매력적입니다. '문소리' 감독, 『여배우는 오늘도 :: The Running Actress』입니다. # 1. 영화는 3개의 막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파트는 짐짓 화려해 보이는 배우라는 직업의 이면에 숨겨긴 여배우 문소리의 현실적 비루함을, 두 번째 파트는 그런 여배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자연인 문소리의 현실적 곤궁함을 다룹니다. 세 번째 파트는 여배우라는 직업의 철학적 가치들을 돌아보며 일련의 비루함과 곤궁함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왜 이 직업을 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소회를 다룬다 할 수 있습니다. 파트를 구분케 하는 '막'은 기본적으론 연극의 단락을 세는 단위로서의 막幕으로 기능합니다만 동시에 ..

Film/Comedy 2020.05.27

과적 금지 _ 판소리 복서, 정혁기 감독

# 0. 병구가 돌린 전단지를 본 민지는 체육관을 찾아와 복싱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 문의합니다. 글쎄요. 다이어트는 날아갈 듯 날씬한 혜리보다 이 영화가 더 필요해 보이는데요? '정혁기' 감독, 『판소리 복서 :: My punch-drunk boxer』입니다. # 1. 번개 같은 주먹! 병구 주먹! 천둥 같은 장단! 민지 장단! 예고편을 본 관객들은 판소리 복서 엄태구가 혜리의 장구 가락에 맞춰 흐느적흐느적 주먹을 휘두르는 걸 본 순간 끝났다 생각했을 겁니다. 아이템의 파괴력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이 병신 같지만 멋있는 매력을 찰지게 풀어내기만 하면 무조건 대박이다 생각했을 겁니다. 우리의 주인공 병구가 의 김수현 같은 빙구미를 뽐낼 수만 있다면. 병구와 민지의 투샷이 미묘하게 사랑..

Film/Comedy 2020.05.24

엄복동을 이겼다 -2-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이전글 : 엄복동을 이겼다 -1-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영화가 자살했다 아주 사소한 장면 하나를 애피타이저 삼아 씹는 걸로 글을 이어갈까요. 어딘지 모를 풀 숲 한가운데 있던 범죄자의 냄새를 쫓는 장면. "잘했어."(주태주), "잘했지."(알리), "제법인데?"(주태주), "제법이지."(알리)로 이어지는 대사는 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서수남', '하청일' 콤비의 만담을 반세기의 시간을 건나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그 외에 온갖 단역들이 『서프라이즈』에서도 컷 당할 수준의 오버 연기를 남발하고, 셰퍼드와 대화하기 위해서 흑염소 역시 종에 맞지 않는 개소리를 지껄이지만, 다행히도 이 모든 것들은 판다 옷을 입고 돌려차기 하는 '배정남'만큼 절망적이지는 않습니다. 앞선 글에..

Film/Comedy 2020.04.10

엄복동을 이겼다 -1-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한국 영화에 새로운 역사가 쓰였습니다. UBD라는 천년의 유산을 남긴 『자전차왕 엄복동』(이하 엄복동)이 『라스트 갓파더』의 시대착오적 코미디와 퓨전해 한층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이 영화는 무려 '엄복동'을 이깁니다. 심지어 위대한 『리얼』의 아성에까지 도전해 볼 법합니다. '김태윤' 감독, 『미스터 주 _ 사라진 VIP :: MR. ZOO 』입니다. 환상적 스타트 오프닝을 주목해 보는 건 이어 보게 될 영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명작들은 시작부터 자신이 얼마나 잘 다듬어진 대단한 영화인지를 가감 없이 자랑합니다. '봉준호' 감독 작 『마더』의 압도적인 오프닝 시퀀스는 좋은 예라 할법하죠. 반면, 폭망작들 역시 오프닝에서 자신이 얼마나 망작인지를 가감 ..

Film/Comedy 2020.04.09

구찌 장바구니 _ 거짓말의 발명, 리키 제바이스 감독

# 0. 명품 가방을 장바구니로 쓰는 듯한 영화입니다. 포르셰 사서 동네 마실만 도는 영화입니다. 다금바리를 잡아 어묵을 만들고 해외여행 가서 한식당만 다니는 영화입니다. 누군가는 부잣집 지하실에 사람이 산다는 가벼운 설정만으로 오스카와 칸을 동시에 연성해내지만, 누군가는 거짓말이 없는 세상이라는 거창한 아이디어로 이런 한심한 결과물을 내기도 합니다. 감독의 손에 우연찮게 진주 목걸이가 쥐어졌지만 걸고 보니 안타깝게도 돼지 목이었습니다. '리키 제바이스', '메튜 로빈슨' 감독, 『거짓말의 발명 :: The lnvention Of Lying』 입니다. # 1. 재미없기가 어려운 소재입니다. 거짓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나만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그 거짓말은 모든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의심받지 않는다라..

Film/Comedy 2020.02.21

기막힌 영화 _ 브라 이야기, 바이트 헬머 감독

# 0. 부정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에서도 괴기합니다. 인상적인 화면과 음향, 대사 없이도 유려하게 흘러가는 동화적 이야기, 관능적인 아이템들과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독특한 코미디. 이 모든 걸 품어내는 아제르바이잔의 황홀한 전경이 독보적인 매력을 확보하게 합니다. 동시에 대단히 불친절한 은유들과, 통념을 벗어난 행동들로 인한 핍진성의 부재, 밑도 끝도 없이 널을 뛰는 플롯과 이 모든 걸 한층 심화시키는 '대사가 없음으로 인한 불편함'이 관객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죠. 어떤 분들에겐 영화제에서 상 탈만하다 싶은 인상적인 영화가 될 테지만, 누군가에겐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불쾌한 경험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영화를 좋게 보신 분들도 단점들을 부정하지는 못하시리..

Film/Comedy 2020.02.19

구연동화 _ 잭은 무슨 짓을 했는가, 데이비드 린치 감독

# 0. 무서운 영화입니다. 장르적으로 무서운 건 아니구요. 감독이 '데이비드 린치'이기 때문이죠.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이자 제54회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그 감독 맞습니다. 살얼음을 내딛는 듯하군요. 까딱 헛소리를 잘못했다간 마니아들에게 영알못이라고 까일 테구요. 별 내용도 없이 좋다고 나댓다간 허세충으로 내몰릴 겁니다. 아! 그래서 감독 이름이 린치인 걸까요? '데이비드 린치' 감독, 『잭은 무슨 짓을 했는가 :: What did jack do?』 입니다. # 1.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닭가슴살 부드러운 여자 친구를 둔 말하는 원숭이가 일흔 넘은 감독에게 취조 당하는 영화죠. 능청스럽게 원숭이 앞에 앉아 온갖 개드립을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십여 분간 주절대다 원..

Film/Comedy 2020.02.17

영상물 _ 걸프렌드 데이, 마이클 폴 스티븐슨 감독

# 0. 『Daum Movie』는 영화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불운한 기념일 카드 작가가 불행을 당하는 영상물. 정확합니다. 저 문장이 전부입니다. 주인공은 불운하게 실직한 이혼남이구요. 기념일용 카드 문구를 만드는 작가였구요. 이야기 내내 불행하구요. 결과물은 영화가 아닌 '영상물'이죠. '마이클 폴 스티븐슨' 감독, 『걸프렌드 데이 :: Girlfriend's Day』 입니다. # 1. 고전적 화면비의 기념품 카드 광고. 시도 때도 없이 대문짝만 하게 들이미는 주인공의 얼굴. 과감하다면 과감하고 과격하다면 과격한 설정들. 정적인 구도에서 갑자기 벗어나는 핸드헬드 카메라. 미친놈인가 싶은 부엉인지 올빼민지 모를 닭둘기와 섹스하는 전 마누라에, 월세 대신 맡겨진 짐덩어리 꼬맹이가 제각각 따로 놉니다..

Film/Comedy 2019.09.23

야한 척 _ 오, 라모나!, 크리스티나 제이콥 감독

# 0. 『몽정기』 같은 영화입니다. 사춘기 언저리의 사랑... 이라는 말로 순화된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청춘들의 영화죠. 이런 류는 기본적으로 유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찌질할 수밖에 없고 민망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아무리 유치하더라도 그보다는 더 귀여워야 합니다. 아무리 찌질하더라도 그보다는 더 순수해야 하고 아무리 민망하더라도 그보다는 더 솔직해야 합니다. '크리스티나 제이콥' 감독, 『오, 라모나! :: Oh, Ramona!』 입니다. # 1. 누가 봐도 잘생기고 비율 좋은 남자 주인공이 찐따라 우기며 등장합니다. 수다스러운 동성친구와 함께 앉아 있는 테이블 맞은편에는 첫눈에 반한 퀸카가 자리하고 있죠. 결국 영화는 저 퀸카 '라모나'와 어떻게든 한번 자보려는 발버둥... 인가 싶었는데 어라? ..

Film/Comedy 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