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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하드코어 빌런 _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제롬 엔리코 감독

그냥_ 2021. 3.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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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썩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많은 마니아분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프랑스 영화'입니다. 대부분은 다양한 장르의 실험작들과 도발적인 예술영화들, 혹은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나 역사성, 완성도, 자유로움 때문에 프랑스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듯합니다. 만, 솔직히 저는 그냥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 도덕 경계, 그 상식을 일말의 주저도 없이 파괴하고 뛰어넘어 버리는 과격함 때문에 좋아합니다. 이 영화는 그 기대에 정확히 부응하는 작품들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죠.

 

 

 

 

 

 

 

 

'제롬 엔리코' 감독,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 Paulette』입니다.

 

 

 

 

 

# 1.

 

본론에 앞서 도저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왜 마케팅을 이따위로 하는 걸까요. 포스터 좀 보세요. 분홍분홍 배경 색감은 대체 뭐죠? 블링블링 레이스는 대체 뭔 정신으로 때려 박은 건가요. 각양각색의 디저트는 왜 또 조잡하게 넣어 둔 건데요. 뭐가 어째? "이 세상에 심통난 그녀, 달콤함으로 도전장을 던지다?" 달콤함?! 영화를 보긴 한 걸까요?

 

# 2.

 

원작 메인 포스터의 의미심장한 주인공 표정은 대체 어따 팔아버리고, 세상 따뜻한 할머니의 얼굴로 흐뭇하게 웃는 모습을 뽀샵으로 가져다 붙인 건데요.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이런 성격의 영화에다 <수상한 베이커리>라는, 마치 <카모메 식당> 류의 '오기가미 나오코'스러운 느낌적인 느낌의 선입견을 가지기 딱 좋은 미친 부제를 갖다 붙여 놓은 거냐 이 말입니다! 이... 이 써글 놈들아!!!!

 

요게 원작 포스터입니다.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시죠?

 

 

 

 

 

# 3.

 

오늘만 사는 하드코어 빌런 할매의 매운맛 블랙 코미디 19금 범죄 영화입니다. 작품의 주제의식은 무려 <무항산 무항심 (無恒産 無恒心)>이죠. 맹자가 말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정한 생업이 없다면, 그로 인하여 꾸준한 마음도 없어지게 된다.' 즉,

 

 

안정적인 소득이 없으면 도덕성이고 나발이고 개판 난다!

어떻게? 이렇게!!!!

 

 

 

라는 비판의식이 이 영화의 핵심 주제라구요!

 

# 4.

 

동양인 이민자로부터 오랫동안 가꿔 온 베이커리를 잃었습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은 흑인과 결혼 해 흑인을 낳습니다. 하나 남은 남편마저 술에 취해 먼저 세상을 떠나버렸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세상만사가 짜증과 불만으로 가득한 독거 할매 '폴레트'가 마약상으로 전직하는 영화입니다. 심지어 이런 식의 <할매 원탑 코미디물>들은 대체로 어떤 종류의 일탈을 했던지 간에 어쨌든 결말에서만큼은 인본주의적인 따뜻한 메시지라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반해, 이 영화는 '대마 팔다 집유 받고 풀려난 프랑스 할매들이 대마가 합법인 네덜란드로 날아가 거기서 한탕 더 땡긴다(...)'로 귀결됩니다. 근데 뭐라구요? 달콤한 도전장? 희망 백서?

 

 

 

 

 

 

# 5.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맵습니다. 동양인들이 하는 식당 음식에 바퀴벌레를 넣었다는 고해성사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딸을 데려간 검둥이가 작은 검둥이를 낳았다는 막장 푸념을 무려 흑인인 가톨릭 신부에게 말합니다. 경악하는 신부 앞에서 그래도 너는 신부니까 백인 취급을 받아도 된다는 소리를 위로랍시고 말합니다. 누가? 주인공이요.

 

영화 내내 종교와 고해성사는 주인공이 느낀 온갖 종류의 악행으로 인한 죄책감을 손쉽게 해갈시켜주는 수단으로 조롱당합니다. 신부는 한껏 놀란 표정으로 더 이상 죄를 지어선 안된다 말하지만, 굳건한 신앙심은 '폴레트'가 찔러주는 마약 팔아 번 돈 앞에 손쉽게 허물어지며 교회 발전 기금으로 활용되죠.

 

# 6.

 

염치없는 시식 털이는 귀여운 수준입니다. 그녀의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무려 쓰레기통 뒤지기죠. 길거리에 내버져진 대파 한단을 얻기 위해 싸우다가 수틀리면 눈에다 스프레이를 갈겨버리는 패기에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경찰 사위 앞에서 마약 운반 중이라고 태연하게 자백하는 모습에선 유럽 대륙의 드넓은 기상마저 느껴집니다.

 

남편과 사별한 자신을 위로하려는 이웃의 할아버지에게 "니 마누라는 만우절 거짓말로 죽었냐?"라 말하는 불꽃 패드립은 패시브구요. 치매 걸린 친구를 '알츠하이머'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도 모자라 "그냥 안락사하지 그러냐"는 개막장 막말은 덤입니다. 마약 팔이하며 패드립 날리던 할매는 핫플레이스 굴다리를 나와바리로 삼던 잼민이한테 비 오는 날 개 맞듯이 얻어터지구요. 손주가 납치되었다는 걸 안 할매들은 장난감 소총으로 중무장한 후 실탄 든 장정들을 협박해 인질을 구출합니다.

 

대충 어떤 톤의 영화인지 슬슬 감이 오시죠?

 

 

 

 

 

 

# 7.

 

서사를 살펴볼까요. 감당할 수 없이 쌓인 부채와 지불능력 상실로 인해 법원의 차압으로 빈털터리가 된 주인공은, 어차피 한번 살다 가는 인생 화끈하게 마약 판매에 뛰어듭니다. 초반엔 의욕만 앞서 어설프게 달려들었다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잼민이들에게 참교육을 당하기도 하지만, 작은 검둥이(...)의 돌발행동에 아이디어를 얻어, 대마를 반죽에 섞어 빵으로 팔아먹는 수완을 발휘,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죠.

 

이내 기존의 업자들을 역으로 채용하는 훌륭한 <지역 마약 유통의 거물>로 성장한 우리의 주인공은, 심지어 공급책까지 단숨에 집어삼키며 러시아 마약상과의 직거래 루트까지 트게 됩니다. 미모의 여자를 양 옆에 끼고 있는 러시아산 마피아에게 "그 여자들은 애인이냐, 창녀냐"라는 불꽃 애드립을 던지지만, 리무진 안에 노래방을 설치하는 또라이스러움에서 위험을 감지. 손을 털고 빠져나오려는 통찰력 또한 가지고 있죠.

 

# 8.

 

손 털기 전에 급식 손주와 동업자 친구들을 데리고 시원하게 카지노(!)를 한번 땡긴 주인공. 하지만, 핵심 조직원의 일탈을 방치할 수 없던 마약상은 '폴레트'를 협박하기 위해 손주 '작은 검둥이'를 납치합니다. (인종 차별하는 게 아니라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기 손주를 저렇게 불러요;;)

 

손주와 카지노 룰렛의 정을 쌓은 할매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장난감 총으로 인질을 무사히 구출한 후, 경찰에 체포됩니다. 대마 빵에 취하기라도 한 건지 레볼루숑의 나라 프랑스의 사람들이 대체 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폴레트'를... 석방하라... 시위한 덕에 노령을 핑계로 겸사겸사 집행유예를 받게 되구요. 눈 오는 암스테르담으로 빤스런을 한 후 '차 통에 있던 플라스틱' 괄호치고 대마를 빵에 섞어 팔며 부자가 됩니다. 만세!

 

 

 

 

 

 

# 9.

 

어떤 영화에서든 도덕적으로 타락한 주인공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끝맺음된다는 것은, 그 작품에 드라마가 아닌 다른 메시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영화에 담긴 주인공의 괴랄한 행동과 엽기적 서사는 짙은 풍자와 자조적 조롱을 위한 것들이죠.

 

# 10.

 

감독은 프랑스 사람들이 가진 이민자에 대한 배타감을 말합니다.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잃는 데 대한 프랑스 백인들의 박탈감과 공포감을 말합니다. 시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노인 인구의 빈곤을 묘사합니다. 모아둔 노후 자산이 없다면 노령 연금만으로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지적합니다.

 

하루하루 늘어만 갈 은퇴 인구의 삶의 질과 지루한 복지관에 몰아넣기만 하는 무신경한 복지 시스템의 한계를 말합니다. 프랑스에 스며들고 있는 마약 문제와 암시장에 대해 비판하구요. 타락한 유럽 가톨릭을 통렬히 조롱하고, 예의와 관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공동체 문화에 대해 묘사하며, 무능한 국가 권력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다른 EU 국가에 정착하는 자국민의 현실에 대해 자조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동화 풍 공감물로 마케팅한다구요?

 

 

 

 

 

 

# 11.

 

레볼루숑입니다. 매운맛 할매가 악셀 밟는 순간의 다이내믹함과, 그 사이사이에 숨은 풍자를 발견하며 노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60살까지 주 35시간을 일하는 고통스러운 노후(우리 입장에선 조금 다르게 들리긴 하네요.)를 살 바에야 마약을 팔겠다 말하는 호연지기입니다. 한평생 금기를 뛰어넘어온 누벨바그의 여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세상 쿨하고 힙한 작별 인사입니다.

 

허접스럽기 그지없는 포스터와 소개 멘트에 낚여 <말랑한 힐링 드라마>나 <유쾌하고 따뜻한 한 편의 동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보신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만, 그것만 주의하신다면 누구나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결론? 불만이면 할매가 마약 팔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든가! '제롬 엔리코' 감독,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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