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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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72

100년전 코미디 _ 황금광 시대, 찰리 채플린 감독

# 0. 좋은 작품들은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점점 많은 사람들이 만족을 표할수록 인지도는 높아집니다.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면 명작 혹은 걸작이라 불리게 되죠. 작품들이 명작이나 걸작으로 평가받는 근거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감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가치 역전이 일어나게 된다는 건데요. 사람들이 좋아해서 좋은 작품인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이기 때문에 좋아해야만 하는 작품이 되는 것이죠. 그때부턴 작품에 대한 감상과 작품의 가치는 이미 결정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감상평은 일종의 사상검증으로 전락하죠. '찰리 채플린' 감독, 『황금광 시대 :: the Gold Rush』입니다. ..

Film/Comedy 2019.09.13

HOMAGE _ 카우보이의 노래, 코엔 형제 감독

# 0. 지금 어딘가에 또 한 명의 아이가 있다. 노래와 총질을 배우며 전설이 되길 꿈꾸는 아이 언제가 그는 그 아이를 만날 테고 다르고도 같은 이야기가 또 생겨날 것이다. 코엔 형제 감독, 『카우보이의 노래 :: The Ballad of Buster Scruggs』입니다. # 1. 죽음의 춤판이 벌어집니다. 한껏 멋 부린 총잡이들이 낡은 기타를 둘러메고 흥겨운 노래를 부릅니다. 어차피 한번 살다 가는 인생. 죽기밖에 더하겠냐는 식의 능동적 허무주의가 6개의 옴니버스를 관통합니다. 부유하는 정체성입니다. 대부분의 인물들에겐 이름이 없습니다. 이름 있는 몇몇 카우보이들은 이름으로 불리기보단 어떤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속 '버스트 스크럭스'는 '샌사바의 노래하는 새'로 불리길 원하지..

Film/Comedy 2019.09.02

독일의 용기, 독일의 자신감 _ 그가 돌아왔다, 데이비드 우넨트 감독

# 0.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시종일관 진지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언변에 감화되기도 하고 심지어 사랑한다 소리치기도 합니다. 독일 영화에서, 그것도 군복을 입고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의 히틀러에게 말이죠. 아시다시피 독일을 비롯한 다수의 유럽 국가에선 나치식 경례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됩니다만, 히틀러에겐 알 바가 아닙니다. 경례를 하지 않는 2014년의 요즘 사람들을 예의 없다고 불평하는 히틀러의 모습을 담은 간결한 오프닝으로 감독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금기에 거침없이 도전하겠노라 선언합니다. 영화 속 히틀러는 원래 자신의 모습 그대로 행동하지만 사람들은 알아서 최대한 선의로 해석합니다. 과격한 표현은 메서드 연기로 시대착오적 언동은 풍자로 받아들여집니다. 정신..

Film/Comedy 2019.04.10

단편영화가 외면받는 이유 _ 차장님은 연애 중, 안지희 감독

# 0. 단편영화를 권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강제규 감독의 을 리뷰했었는데요. 이 영화는 그와 정반대 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단편영화에 대한 선입견들이 없지 않죠. 이 영화는 그 모든 부정적인 선입견들의 집합이라 할 법합니다. '안지희' 감독, 『차장님은 연애 중 :: Boss in Love』입니다. # 1. 좋은 퀴어영화는 몰입해 보다 보면 어느새 퀴어로서의 속성이 느껴지지 않도록 만든 영화들입니다.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감정의 보편성이 육체적, 정신적 성별이나 지향성을 아득히 극복한다는 것을 정서적으로 증명함으로써 막연한 선입견과 차별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영화들이죠. 평등은 결과의 양적 균형만을 위해 다양성이 말살된 세상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의 ..

Film/Comedy 2019.03.11

개콘식 공감물 _ 어쩌다 로맨스, 토드 스트라우스 슐슨 감독

# 0. 원래 계획은 를 리뷰하려 했습니다. 근데 관뒀어요. 창밖 미세먼지를 보자니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기 싫었기 때문이죠.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편서풍대라고 대놓고 서해안 쪽에다 온갖 공단에 쓰레기 소각장까지 몽땅 몰아다 지어놓고 우리더러 국내 요인이나 찾아보라 말하는 중국의 뻔뻔함에 없던 암까지 생길 것 같습니다. 안 되겠네요. 오늘은 중국과 미세먼지가 없는 이세계물이나 하나 봐야겠습니다. '토드 스트라우스 슐슨' 감독, 『어쩌다 로맨스 :: Isn't It Romantic』입니다. # 1. 인기 없는 건축가였던 내가 이세계에선 로코 히로인?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극혐 하는 뚱실한 건축가 주인공이 훤칠한 소매치기를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명치에 꽂힌 팔콘 펀치와 중요부위 어퍼컷을 맞교..

Film/Comedy 2019.03.08

파국이다 _ 이제 그만 이혼해, 클리어 듀발 감독

# 0. 적당히 제한된 공간 보통은 누군가의 집이죠. 얼추 예닐곱 명 정도의 인물들을 한데 몰아넣고 옹기종이 주야장천 수다만 떨게 하다가 끝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적당한 몸값의 배우들 우르르 불러다가 반쯤 즉흥적인 대사를 서로 쏟아내는 걸로 런타임을 때우는 식의 이런 독립영화들을 멈블코어인지 덤블도어인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만, 뭐 역시 그런 어려운 건 잘 모르겠네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알아서들 꺼무위키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클리어 듀발' 감독, 『이제 그만 이혼해 :: The Intervention』입니다. # 1.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로 기깔나는 미장센에 쏟아지는 대사와 낭자하는 피를 끼얹으면 , 기발한 SF적 상상력을 동반한 심도 있는 종교철학과 벽난로를 끼얹으면 , 센스 ..

Film/Comedy 2019.02.25

걸작보다 뛰어난 범작 _ 스트레인저 댄 픽션, 마크 포스터 감독

# 0. 앞날을 알고 싶으신가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겪으며 어떤 사람과 사랑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 궁금하신가요? 자신의 삶이 어떻게 굴러가게 될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직 찾아오지 않은 내일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모르긴 몰라도 사는 게 훨씬 안전하게 느껴지겠죠. 물론 혹시나 엉망진창이면 어쩌나 하고 살짝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보단 역시 아는 게 낫다 싶기도 합니다. 더구나 그렇게 쓰여질 자신의 앞날이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의 완벽한 걸작이라면 어떨까요. 기승전결이 완벽한 서사와 훌륭한 내러티브로 짜여진 소설과도 같은 삶. 사람들이 두고두고 회자할 만큼 멋들어진 그런 삶을 살아낸 인간이라니. 더할 나위가 없을 것만 같네요. 네? 근데 그 걸작이 비극이라..

Film/Comedy 2019.02.06

빌 머레이의 옥중일기 _ 사랑의 블랙홀, 해럴드 래미스 감독

# 0. 한국어 제목은 대체 누가 지은 걸까요? 어느 분이신지는 몰라도 영화의 개봉 연도를 생각하면 연배가 제법 되실 것 같긴 합니다만, 실례를 무릅쓰고 여쭤보건대 선생님은 좀 맞아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에... 사랑의 블랙홀이라니. 아니, 의사 양반, 이게 무슨 소리야! '해럴드 래미스' 감독, 『사랑의 블랙홀 :: Groundhod Day』 입니다. # 1. 원제는 입니다. 우리에겐 성촉절이라 번역되는 기념일이죠. 북미산 마멋의 다른 이름인 그라운드 호그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동굴에서 나오다 자신의 그림자를 뒤돌아보면 겨울이 6주 더 이어지고 그냥 나오면 봄이 온다는, 뭐 그런 설화의 날입니다. 어쨌든 겨울과 봄의 경계 즈음에 있는 날이니까 우리로 치면 '경칩' 정도 되겠네요. Groundhog day..

Film/Comedy 2019.01.24

성인용 인사이드 아웃 _ 펀치 드렁크 러브,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 0. 이란 영화를 아시나요? 2015년 혜성같이 나타나 다 죽어가던 픽사를 구해낸 2010년대 애니메이션사를 돌아볼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될 명작이죠. 주제의식과 아이디어, 이를 구축하는 이야기의 풍부함과 치밀함, 표현의 창의력과 유려함에 있어서 호평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만 뭐 이건 평론가들이 하는 얘기구요. 어느새 예비군도 끝난 찌들대로 찌들어 버린 아저씨에겐 장르 자체에서부터 심심하지 않을 도리는 없는 영화였죠. 아이디어는 신선하고 재밌는데... 이런 인사이드 아웃 비슷한 느낌의 매운 맛 영화는 어디 없을까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펀치 드렁크 러브 :: PUNCH-DRUNK LOVE』 입니다. # 1. 그 영화 여기 있습니다. 뒤집어 까놓은 양말 같은 영화입니다. 주인공 머릿속에..

Film/Comedy 2019.01.14

HELLO, HOW ARE YOU, WHO ARE YOU _ 김씨표류기, 이해준 감독

# 0.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키덜트 한진우 박사를 데려다 살을 뒤룩뒤룩 찌우게 만들어 성전환 수술을 꿈꾸는 트랜스젠더 씨름 선수로 만든 미친 영화죠. 짝사랑하는 선생님은 초난강, 씨름부 감독은 백윤식, 쿵짝을 맞추는 동료는 개그맨 문세윤입니다. 막장 영화 아니냐구요? 전혀요. 주연 류덕환은 천하장사 마돈나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7개의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게 되는걸요. 이 골 때리는 영화를 만든 사람이 2009년 차기작이라고 가져온 영화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천만명이 사는 서울 한복판에 표류된 남자를 다룬 케스트 어웨이. '이해준' 감독, 『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입니다. # 1. 남자 김씨는 신용불량자입니다. 부모의 무모한 기대, ..

Film/Comedy 2018.12.17

다시보기만 50번째 _ 첫 키스만 50번째, 피터 시걸 감독

# 0. 특별한 영화는 아닙니다. 꼭 봐야 할 명작도 흥행에 성공한 대작도 영화사에 남을 걸작도 아니죠. 매년 대여섯 편씩은 나오는 흔해빠진 할리우드식 가족형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하나일 뿐입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아역 출신 배우 드류 베리모어 최고의 영화도, 미국식 코미디 드라마의 대가 아담 샌들러 최고의 영화도 아니죠. 국내 관객은 겨우 22만. 이 정도면 적어도 한국에선 망했다고 봐야겠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글의 제목처럼 이 영화를 셀 수 없을 만큼 보고 또 봤습니다. 좋아하니까요. '피터 시걸' 감독, 『첫 키스만 50번째 :: 50 First Kisses』입니다. # 1. [주인공]은 [저주]에 걸려 있습니다. 저주는 금기와 의식 따위로 연결됩니다. 저주는 본인의 과오로 인해 생긴 ..

Film/Comedy 2018.12.15

아시발꿈 _ 완벽한 타인, 이재규 감독

# 0. 시작부터 독특합니다. 누구나 유해진들이 나올 줄 알았을 텐데 웬 아이들이 물고기 낚시를 하거든요. 늦은 밤 강가에 모여 물고기를 구우며 월식을 구경하면서 그곳이 강인지 바다인지로 다툼을 벌입니다. 쉽게 규정할 수 없는 타인과 개인의 경계를 슬며시 은유하며 이후 어른이 된 캐릭터들도 은근히 들이밉니다. 능구렁이 같네요. 재밌습니다. '이재규' 감독, 『완벽한 타인 :: Intimate Strangers』입니다. # 1. 수십 년이 지나 친구들이 모입니다. 석호의 집들이 겸 월식 구경 겸 식사 모임이네요. 유해진과 염정아, 조진웅과 김지수, 이서진과 송하윤 등의 낯익은 얼굴들이 앞다퉈 스크린에 등장해 무섭게 대사를 쏟아냅니다. 바삐 대화가 오가는 사이 인물들의 배경과 관계, 성격에 대한 소개가 이루..

Film/Comedy 2018.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