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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저비용 고효율 _ 강박이 똑똑,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

그냥_ 2021. 1.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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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저명한 심리 치료 전문가 '팔로메로' 박사를 만나기 위해 상담소를 찾은 중증 강박증 환자! 약속 시간이 되었건만 예기치 않은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박사는 나타나지 않고! 심지어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동시에 여섯이나 되는 환자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이 스스로 그룹치료를 통해 강박증을 극복하고자 하는데!!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이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웃음과 감동이 가득한 저예산! 휴머니즘! 메디컬! 코미디! 블랙유머! 캐릭터 쇼! 스페인 영화!!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

『강박이 똑똑! :: Toc Toc』입니다.

 

 

 

 

 

# 1.

 

영화라기보다는 연극의 냄새가 짙게 풍깁니다. 신기하다 싶어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원작이 연극이었군요. 연극에서 영화로 재구성하는 과정 일체를 생략하기라도 한 것마냥 극장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 담은 듯한 인상입니다. 흔히 멈블코어Mumblecore라고도 불리는 요런 비슷한 류의 컬트적 영화들이 대체로 그러하긴 합니다만 이 영화는 유독 특유의 착착 달라붙는 대사의 합과, 닫힌 공간 안에서의 무대 동선이 특징적입니다.

 

여섯의 중증 강박증 환자가 풀어놓는 대환장파티입니다. 계산 강박과 저장 강박을 동시에 앓고 있는 '에밀리오', 강박적 외설어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뚜렛 증후군 환자 '페데리코', 반복적으로 성호를 긋는 확인 강박증 환자 '마리아'와, 반복 강박의 '릴리'. 결벽증의 '블랑카'와, 선을 넘지 못하고 대칭에 집착하는 정리벽을 가진 '오또'가 그들이죠.

 

일반적인 행동양식과는 거리가 아주 먼 만화적 인물들이 다수 등장해 각자의 증상에 해당하는 대사와 행동을 무자비하게 쏟아냅니다. 파편화된 대화가 쉴 새 없이 이리저리 날뛰는 동안 생기는 아이러니와 언어유희를 즐기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 2.

 

독특한 캐릭터들의 이질적인 표현들로 인한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감독은 각 인물들에게 강렬한 색감과 디자인을 메이킹합니다. 에밀리오에게는 붉은색과 콧수염의 이미지를. 페데리코는 희망이라 이름 붙여진 형이상학적 색과 정갈한 중년 남성의 이미지를. 마리아는 파란색과 뿔테 안경을 끼고 성경을 든 중년 여성의 이미지를. 블랑카에게는 흰색과 도도한 전문직 금발 여성의 이미지를. 릴리에게는 회색과 초코송이 모양의 깜찍한 헤어스타일을. 오또에게는 녹색과 깔끔하고 댄디한 젊은 남성의 이미지를 공들여 메이킹합니다.

 

각 인물들이 만드는 개성적인 표현은 두 사람씩 짝지어 만나는 순간마다 15개의 각기 다른 상호작용으로 확대됩니다. 세 사람씩 모이게 되면 다시 20가지의 상호작용으로 파생되게 되겠죠. 네 사람, 다섯 사람, 여섯 사람. 누구와 어떤식으로 대화하느냐에 따라 관계 설정은 계속해서 변화하게 되는데 일련의 무수한 경우의 수야 말로 이 작품의 아이템이 가지는 잠재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파격적인 캐릭터들이 서로의 강박증을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접수원 티파니까지 간간히 개입하노라면 그 변화는 관객의 예측을 아득히 벗어나게 되죠.

 

 

 

 

 

 

# 3.

 

매칭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호작용 사이사이로 뚜렛 환자 페데리코의 앵무새와 접수원 티파니의 뼈 있는 대사들과 블랑카의 눈물 나는 화장실 나들이와 오또의 아크로바틱 한 몸개그가 펼쳐집니다. 상황을 일거에 정리해버리는 페데리코의 막말 한마디와 만화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만 같은 마리아의 호들갑과 릴리의 반복 강박을 활용한 말장난 개그가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효과적으로 충족합니다.

 

캐릭터의 상호작용을 활용한 코미디라는 뼈대 위에, 강박증 환자들의 행동 원리와 고충을 설명함으로써 당위를 확보합니다. 중증 강박 장애 환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구원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메시지로 삼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상황 전반에 얽힌 간단한 반전까지 하나 마련해 둠으로써 다양한 맛을 즐긴 관객의 입맛을 정리하는 디저트를 준비해 두는 것 역시 잊지 않습니다. 100분 채 되지 않는 런타임에 담아낸 것치곤 상당히 풍부한 내용이죠.

 

 

 

 

 

 

# 4.

 

현장감 높은 캐릭터들이 쏟아내듯 주고받는 대사의 위트를 즐기는 작품이니만큼 캐릭터들을 설득하기 위해 하나같이 만화적이라 말씀드렸는데요. 강렬한 캐릭터성을 구연하고 엮어내야 할 때 연극에서는 보통 실제 배우와 함께 호흡하는 동안의 현장감을 활용한다면 이 영화는 음악을 통한 리듬감으로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과장된 캐릭터들과 음악을 매칭하는 구성은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작된 극처럼 보이게 만들어 장애라는 아이템으로 코미디를 만듦으로 인한 불편함을 완화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짚어 볼까요. 표면적 장르는 코미디 영화입니다만 조금 호들갑을 떨자면 음악 영화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각 씬들의 성격, 구성, 플롯 상 역할, 인물의 특성, 관계들 뿐 아니라 각 인물들의 세세한 움직임과 대사 하나하나까지 모두 배경음악의 리듬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습니다. 제한된 언어, 반복적인 대사, 닫힌 공간이라는 상황적 한계를 음악을 통해 극의 템포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극복하고자 합니다.

 

말이 쓸데없이 어려운데요. 쉽게 말해 톰과 제리스러운 연출 방식을 연상하신다면 적당할런지도 모르겠군요. 영화를 감상하시는 동안 대사와 특유의 색감에 매료되기 쉬운데요. 음악과 음향에 집중하며 작품을 즐기셔도 썩 흥미로우실 듯합니다.

 

 

 

 

 

 

# 5.

 

이색적인 소재 이색적인 테마의 작품들이 으레 그러하듯 아쉬운 점들은 대부분 위의 장점들에 대한 반대급부라 할 수 있습니다. 연극과 유사한 구성이 매력적이라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럼에도 어찌 되었든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작품 특유의 영화화 과정이 누락된 듯한 시나리오로 인한 이질감을 관객에 따라선 이물감으로 느끼신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수 있어 보입니다.

 

제한된 공간으로 인한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다채로운 음악과 압도적인 대사랑을 동원한 물량전, 즉 정면돌파라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지루함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필연적으로 피로도를 동반하게 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킬링 타임 코미디 영화에 있어 피로감이 든다는 점은 제법 치명적인 단점이죠. 특히나 인물에 몰입하는 데 실패한 관객이라면 지루함은 지루함 대로 느끼면서 피곤하기까지 한 이중고를 겪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과장된 만화적 묘사는 관객에 따라선 도덕적 불편함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는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꼭 올바른 것인가라는 보다 고차원적인 문제와 연계될 수 있기에 단점이라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장난치듯 놀다가 "우리 나았답니다! 와츠앱에서 만나요! 안녕!" 하는 식의 후반부 전개가 무책임한 면도 없잖아 있어 보이고, 나름 회심의 한방이였을 반전 역시 영화를 좀 본 사람들이라면 중반부 즈음에 눈치챌 수 있을 만큼 허술하다는 점 또한 아쉽습니다.

 

 

 

 

 

 

# 6.

 

그럼에도 썩 유쾌하게 잘 만든 코미디 영화라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즐겁게 웃으며 영화를 보고 난 후 강박증 환자에 대해 친근감을 보상으로 들고 나올 수 있다면 저예산 코미디 영화가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치게 한 셈이죠.

 

아, 캐릭터와 이야기 얘기에 시간을 옴팡 쓰느라 놓치긴 했습니다만 공간의 미감 특히 색감도 훌륭합니다. 음악, 캐릭터, 소재, 그림까지 저예산 치곤 주는 게 많은 영화군요. 음악, 캐릭터, 소재, 그림까지 저예산 치곤 주는 게 많은 영화군요.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 <강박이 똑똑!>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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