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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로코풍 스릴러 _ 맨해튼 미스터리, 우디 앨런 감독

그냥_ 2021. 1.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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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소름 돋게 만드는 서늘한 감각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의지하게 만드는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끔찍한 살인마의 잔혹함도 필수요소인 듯하고, 살인 사건에 얽힌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의 웅장한 마무리 또한 생각이 납니다.

 

 

 

 

 

 

 

 

'우디 앨런' 감독,

『맨하탄 미스테리 :: Manhattan Murder Mystery』입니다.

 

 

 

 

 

# 1.

 

대체로 위와 같은 접근들은 모두,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가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정석적 방법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요하고 오싹해야 관객이 긴장감을 가지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 테구요. 주인공에게 카리스마가 있어야 감정이입이 수월하겠죠. 살인마가 잔혹해야 사건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조바심이 생길 테고, 사건의 실체가 웅장해야 이야기를 따라온 관객이 찝찝함 없이 영화관을 나설 수 있을 겁니다.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꼭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혹시 그와 정반대의 접근법으로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는 어디 없을까요? 나름의 퀄리티도 갖추면서 말이죠.

 

 

 

 

 

 

# 2.

 

그 영화 여기 있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맨하탄 미스터리>.

 

이 영화는 분명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무려 셋씩이나 죽어 나갑니다. 제법 스펙터클한(?) 액션 시퀀스도 등장하구요, 흥미진진한 추격씬과 첩보 작전, 서스팬스도 등장합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논리적 추론 과정도 있구요, 범인을 앞지르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모험수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지배하는 감수성을 딱 하나 꼽아야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달콤함>을 꼽겠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코미디의 색채가 가미된 로맨스 영화'라 정의한다면. 이 작품은 '스릴러의 색체가 더해진 로맨틱 코미디', 즉 <로코풍 스릴러>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 3.

 

쏟아지듯 비 오는 차 안에서의 일탈과, 내심 마음이 있는 친구와 걷는 추억이 깃든 산책로, 오래된 부부간의 침대 머리에서의 대화와, 서툰 카드게임과,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흥미진진한 수다를 떠는 동안의 포근함이 가득합니다. 귀여운 잠옷바람으로 펼치는 첩보 스릴러와, 거짓말을 할 때면 손발이 오들오들 떨리는 중년 남자의 소심함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말장난과, 세상 짓궂은 장난 전화와, 능청스러운 거짓말의 귀여움이 가득합니다.

 

당사자일 땐 세상 진지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 보면 마냥 귀엽기만 한 꼼냥 거림이 배역을 가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여느 멜로 영화 부럽지 않은 멋들어진 브라스 편곡의 재즈 음악과, 향수를 자극하는 흑백 영화가 미스터리 영화에서조차 '우디 앨런' 특유의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 4.

 

아내와 유독 친해 보이는 '테드'에 대한 '래리'의 질투심과, 자신에겐 소개해 주지 않은 책을 소개받은 '마샤 폭스'에 대한 '캐롤'의 질투심은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영화에는 셋이나 되는 사람이 죽어나가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라 한다면 <권태기에 빠지려던 찰나의 부부가 흥미진진한 사건을 겪으면서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한다>라는, 로맨스의 메시지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 5.

 

영화를 보는 내내 오래된 영화, 혹은 소설들에 대한 오마쥬나 패러디스러운 무언가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긴 합니다. 만, 솔직히 뭔진 잘 모르겠습니다. 정리해서 알려드릴까 싶은 생각을 잠시 동안 하긴 했습니다만, 이 영화는 퀴즈풀이와 어울리는 작품은 아니라 생각했기에 관두기로 했습니다. 그런 영화와 동떨어진 잡지식을 떠올릴 시간에, '우디 앨런'이 빚어낸 '래리'와 '캐롤'의 유쾌한 수다를 한번 더 즐기고, 둘러앉아 나눠 먹는 음식을 눈으로 한번 더 즐기고, 순간순간마다 녹아내리게 만드는 음악을 한번 더 즐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 6.

 

여기까지만 들으면 칭찬일색으로 들릴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래서 이 영화가 무슨 대단한 걸작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찌되었든 로맨스와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간극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살인사건이 주요 서사에서 분리되어 겉도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서스팬스 또한 좋게 말하면 안전하고 박하게 말하면 빈곤하기도 하구요.

 

주제의식을 위해서 주인공의 안전을 필연적으로 확보해야 했기에, '래리' - '캐롤' 부부가 영화 내내 한 모험이라곤 사건의 뒤를 졸졸졸 따라다닌 것 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때문에 사건의 전개와 실체가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 역시 단점이라 할 수 있겠죠. 관객에게 살인사건을 이해시키는 데 대한 자신이 없었던 감독은, 결국 '마샤 폭스'이라는 이름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동원해 무려 2차례나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대사로 풀어놓게 됩니다.

 

 

 

 

 

 

# 7.

 

런타임 내내 사람들이 모일 때면,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따라가는 게 버거울 정도로 각기 다른 수다를 쏟아놓는데요. 노골적인 코미디 드라마였다면 들을 건 듣고 흘린 건 흘리면서 편안하게 대화를 즐겼겠습니다만, 미스터리에 발을 걸치고 있는 작품이기에 관객의 입장에서 집중력을 가지고 대화를 쫓을 수 밖엔 없습니다. 말인즉, 대사는 무지막지하게 많은데, 수다의 대부분이 말장난과 사소한 세상살이들이라 피곤함에 걸맞은 유의미한 정보가 대사에 담겨있지 않다는 뜻이고. 이는 곧 관객을 먼저 지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맙니다. 어느 순간부터 미행 - 수다 - 미행 - 수다라는 정형화된 패턴이 반복되기에 그 지루함이 배가되기도 하구요. 

 

 

 

 

 

 

# 8.

 

다만, 애초에 이 영화가 <완성도로 승부를 보는 영화이긴 한걸까?> 하는 생각은 하게 됩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장난 같기만 하다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애초에 이 영화는 장난꾸러기의 개구진 감각으로 만들어진 작품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장난'으로 만든 영화가 '장난 같다' 소리를 듣는 건 어떤 면에서 칭찬이죠.

 

무수히 많은 대사들과 꾸역꾸역 채워넣은 위트들을 보노라면, 감독에게 이 영화는 일종의 작가적 유희를 펼쳐놓는 놀이터가 아녔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지적 허영을 자극하는 것만 같은 유머러스한 문학적 수사들이 너무 많아서 되려 하나하나 기억나지 않는 엽기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직접 주인공 배우로 등장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캐릭터에 '우디 앨런' 특유의 소심하고 나약한 찐따스러움을 얹고. 심지어 자신이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었던 모습을 집합시켜둔 것만 같은 애증의 캐릭터로서 작가 '테드'를 만든 것 역시, 같은 이유처럼 보이기도 하군요.

 

 

 

 

 

 

# 9.

 

이전까지 스릴러 영화를 리뷰할 때면, 사건의 전말과 사건을 추적하는 동안의 개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하우스 부인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조금 허전하기는 하네요.

 

다만, 이는 '살인사건'이 서사를 풀어나갈 소재로서만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부부의 탐정 놀이조차 데이트를 하는 것만 같은 연출로 표현되어 있는 마당에 사건 이야기를 하는 게 썩 무의미하다 싶었기 때문이죠. 애초에 감독의 관심이 살인사건에 있지 않은 데 그 이야기를 공들여할 이유가 있을까요.

 

 

 

 

 

 

# 10.

 

따라서 관객 역시 이 영화를 볼 때면 비슷한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 보입니다. 각 잡고 혼자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보다는, 머그잔에 담아낸 따뜻한 티와 사랑하는 연인의 무릎베개와 온몸을 덮고도 넉넉히 남을 두툼한 담요 쪽에 훨씬 어울리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봐도 좋을 스릴러 영화라는 난해한 조건을 충족하는 몇 안 되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끝이 범인을 잡는 순간의 통쾌함이 아니라,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 불 붙이는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는 점은 영화의 장르를 명확하게 합니다. 결국, 서로의 관심과 흥미와 걱정에 귀 기울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는 영화라는 거죠. 영화를 보게 될 커플에게 이 영화가 '하우스 부인 살인사건'과 같은 강렬한 일탈이 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함께 이야기할 공통의 관심사 정도만 되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캐롤'의 모험은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리라는 생각입니다. :) '우디 앨런' 감독, <맨하탄 미스테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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