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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달이 아름답네요 _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리 토시오 감독

그냥_ 2020. 7.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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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코스프레에 재능 있는 아내와 연기파 직장인 남편입니다. 저 정도 손재주와 미모면 그냥 직장 생활 관두고 유튜버로 전직하면 떼돈 벌거 같은데요. 아직 한창인 3년 차에 이혼 같은 뻘소리 하지 말고 저랑 골드 버튼이나 노려보는 게 어때요?

 

 

 

 

 

 

 

 

'리 토시오' 감독,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

家に帰ると妻が必ず死んだふりをしています』입니다.

 

 

 

 

 

# 1.

 

범용성 높은 가족 코미디를 늘어놓은 후 마지막 신파의 폭풍으로 한방을 노리는 한국식 드라마 영화들에 반해, 일본의 드라마 영화들은 만화적인 모에캐의 카와이かわいい한 덕후 감성으로 분량을 때운 후 안분지족安分知足식 교훈극으로 승부를 보고자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보편적인 일본 드라마 영화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네요.

 

혹자는 이와 같은 안전한 접근법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비단 비겁하게 '혹자' 타령을 하지 않더라도 저 역시 이런 안전 제일주의식 영화들을 제법 고까워하는 편이죠. 다만 개인적인 호불호와는 별개로 무언가가 무수히 반복되었다는 건 역설적으로 그만큼 효과에 있어서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우리나라 신파극들이 아무리 욕은 쳐 먹을 지언정 눈물 줄줄 빼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하는 것처럼 말이죠. 주인공의 귀여움으로 밀고 나간 후 흐뭇한 교훈극으로 마무리되는 구성 그대로 이 영화는 충분한 귀여움과 충분한 흐뭇함을 만들어내는 데는 분명 성공합니다.

 

 

 

 

 

 

# 2.

 

가출한 전처를 둘러싼 이혼의 아픔을 가진 '준'. 어려서 엄마를 잃은 상처로 인해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치에'. 어느새 달콤한 신혼도 지나가고 3년 차에 접어든 '준'과 '치에'의 부부 생활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아내 '치에'의 귀여운 사망 이벤트들과 이를 접수하는 남편 '준'의 리액션 코미디로, 후반부는 부부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며 이전보다 높은 차원의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로맨스로 구성됩니다.

 

드라마라고 말씀을 드리긴 했습니다만 사실 적절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라마의 핵심인 '이야기'라고 할만한 게 딱히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저 어느 날부턴가 자꾸 죽은 척하는 아내와, 이를 의아하게 느낀 남편이 장면적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왜 저러지?"로 출발해 "아, 그래서 저러는구나!"와 함께 끝나 버린달까요. 과정이라고 할만한 게 없으니 내러티브 역시 당연히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 존재하는 건 그저 인물들 간의 구도뿐이죠.

 

 

 

 

 

 

# 3.

 

주요 인물 구성은 세 부류로 나눠볼 수 있을 듯합니다.

 

  1. 주인공인 '준'과 '치에' 부부.
  2. 주인공의 갈등 해결 실패의 예시로서의 '소마' 와'유미코' 부부와, '준'과 전처 부부.
  3. 주인공 부부의 조언자로서의 '준'의 장인과, 직장 상사와, 세탁소 할아버지.

 

 

 

 

 

 

# 4.

 

'준'의 장인은 자신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이성적 판단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 선 공감의 가치를 조언합니다. 직장 상사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을 벗어던지고 결핍에 대해 존중할 것을 조언합니다. 세탁소 할아버지는 완벽과 이해 따위를 쫓으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을 조언합니다.

 

장인의 조언과 같이 상대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결과, '준'은 전처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불현듯 집을 나가버린 이유도 다시 돌아온 이유도 돌아온 이후 헤어지자 말한 이유도 그 어느 것도 이해하지 못하죠. 직장 상사의 조언과 같이 상대방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인정하지 못한 '소마'의 부부 역시 결국 헤어지고 맙니다. '유미코'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주지 않는 남편에게 울먹이며 절규하지만, 그녀 역시 2세를 가지기 힘든 남편 '소마'의 절망과 치욕을 알진 못합니다. 이들 부부에게 있어 이상적이지 않은 자신과 결혼 생활은 흠으로 이해됩니다.

 

세 어른의 조언과 두 부부의 반면교사에 힘입어 '준'과 '치에'는 서로의 사랑을 새롭게 확인하며 아름답고 건강한 부부생활을 이어가며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 5.

 

아내 치에는 걱정되는 남편을

응원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라는 결말은 기대보다 더 감동적입니다. 앞서 늘어놓은 '결핍'이니 '소통'이니 하는 거창하고 관념적인 가치들을 모조리 관통하는 '치에'의 순수함과 솔직함과 사려 깊음이 인상적입니다. 더 나은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기술적인 능숙함 이전에 마음을 담은 적극성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감독은 증명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역으로 죽은 척하는 남편 '준'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는 '치에'의 당황한 표정은 어릴 적부터 누군가를 응원하기만 했을 뿐 한 번도 응원받아보지 못한 존재의 어색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안쓰럽죠.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앞으로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가며 자신을 응원해줄 남편을 만났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기도 합니다. 

 

 

 

 

 

 

# 6.

 

괴기하고 과격한 표현, 누적된 내적 갈등과 사연, 깊게 내면화된 결핍은 장르를 불문한 일본 영화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코드 중 하나입니다. 버블 붕괴 이후 정체되고 퇴화하는 듯한 불안감과 무기력함에 휩싸인 일본인들의 멘탈리티를 어루만지는 좋게 말하면 응원, 나쁘게 말하면 진통제 같은 영화들 말이죠. 소박하고 소담한 것들 속에 담긴 진심과 결핍된 인물 그 자체에 대한 존중과 인정을 말하는 대단히 희망적인 영화들입니다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런 소박한 것들로부터 밖에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체념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 7.

 

너무 좋은 얘기들만 한 걸까요? 작품 최대의 단점은 지루하다는 점입니다. '치에'의 귀여운 코스프레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남은 시간 동안엔 급격히 수다스러워지면서 늘어집니다. 안 그래도 전개가 전혀 없는 지겨운 영화가 심지어 런타임은 2시간에 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건강한 결혼 생활을 위한 메시지 자체의 가치는 분명 유효합니다. 하지만 '소통'과 '진심', '공감'과 같은 가치들이 '특별'하지는 않죠. 누구나 공감할 평범한 메시지를 향해 평범하게 달려가다 보니 영화는 더더욱 지루해 집니다. 평범한 메시지 탓에 고작 남편 응원을 위해 아무런 말도 없이 죽은 척이나 하고 달 타령이나 하는 '치에'가 다소 답답해 보이고 말았다는 점은 덤이구요.

 

 

 

 

 

 

# 9.

 

누군가에게 꼭 권하고 싶을 만큼 잘 만든 영화까지는 애매하다는 생각입니다. 대신, 어딘가 제목을 적어 뒀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함께 다시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영화 자체가 특별히 감동적이라기보단 마중물 삼아 부부 간의 진솔한 얘기를 나누기에 참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죠. 물론 결혼을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ㅠㅠ '리 토시오' 감독,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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