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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조진웅 쇼 _ 퍼펙트 맨, 용수 감독

그냥_ 2020. 8.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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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명확한 증거도 없이 당사자가 부정하는 상황에서 작품에 '표절'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게 그리 보기 좋은 모습 같진 않습니다만, 사실 여하와는 별개로 이 작품이 관객으로 하여금 기시감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는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는 거겠죠. 굳이 '올리비에르 나카슈', '에릭 톨레다노' 감독의 『언터처블 : 1%의 우정』을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 조폭 코미디물과 JK 식 공장제 영화의 승리 공식에 대한 기시감을 너무 많이 불러일으킵니다.

 

 

 

 

 

 

 

 

'용수' 감독,

『퍼펙트 맨 :: Man of Men』입니다.

 

 

 

 

 

# 1.

 

늘 그렇습니다. 훌륭한 성취를 거둔 외화 두어 편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다행스럽게도 감독은 해당 작품을 일절 알지 못합니다. 어차피 외국에 팔 것도 아니니 국내 관객 어필용 현지화를 노골적으로 강행합니다. 연기력과 흥행력을 겸비한 네임드 주연 배우는 몸값이 너무 비싸 가성비가 나오지 않으니 차라리 그 돈으로 반 티어 정도 낮은 배우를 둘 혹은 셋 캐스팅 해 라인업을 구성합니다.

 

인지도와 연기력은 출중하지만 아직 단독 주연작을 흥행으로 이끌 정도의 경쟁력을 검증받진 못한 '조진웅'. 한때 '송강호', '최민식'과 더불어 자타공인 충무로를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였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이전까지 연이은 흥행 실패로 완만한 하락세를 탔던 '설경구' 정도면 최선의 캐스팅이라 할 수 있겠죠.

 

 

 

 

 

 

# 2.

 

주인공은 연기력으로 조질 수 있는 과장된 만화적 캐릭터여야 합니다. 그래야 소위 '배우 빨'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시나리오의 허점들을 적당히 가리기에도 용이하구요. 사투리 질펀하게 쓰고 말장난 잘 치는 촌스럽지만 감성적이기도 한 한탕주의식 부산 양아치 정도면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맘껏 뛰놀기에 적당합니다. 또 다른 주연은 지적이고 시니컬하고 숨겨진 사연이 있는 세련된 완벽주의식 로펌 변호사 정도의 극단적으로 대칭된 인물을 준비합니다.

 

'조진웅'이 다양성과 역동성을, '설경구'가 균형과 중량감을 채워 준다면 연기력은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합니다. 남은 건 눈요기 및 마케팅용 여배우 자리 뿐이죠. 이런 역할엔 대부분 필요하다면 노출도 감수 할 법한 기회가 고픈 무명 신인이나, 인지도는 넘치지만 연기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필모그래피가 꼬이며 메인스트림에서 살짝 밀려난 배우가 캐스팅되곤 합니다. 이 영화에선 『런닝맨』의 '하하'를 어엿한 영화배우로 만들어준 띵작 『누가 그녀와 잤을까』의 히로인 '김사랑'이 낙점을 받았군요.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계기나 노력이 있지 않는 한 작품을 오래 쉰 배우의 연기력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만, 어차피 감독이 '김사랑'으로부터 기대하는 건 연기력은 아녔을 겁니다. 그저 또 어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혀볼 것이냐라는 것과, 그녀의 복귀작과 관련해 기자들이 얼마나 기사를 써줄까만 중요할 뿐이죠.

 

 

 

 

 

 

# 3.

 

캐스팅과 캐릭터 배치만 봐도 영화가 어떻게 굴러가게 될는지 훤히 보입니다. 초반부 적당한 캐릭터 설명이 끝나면 이후 단편적 말장난 혹은 몸개그 코미디 콩트로 분량을 때우겠죠. 황령산 자락에서 죽은 엄마에게 소리를 지른다거나, 버려진 쇼핑카트를 타고 광안대교를 내달리는 식의 억지로 뭉클하게 만드는 의기투합 브로맨스를 중반부에 살짝 챙기고, 후반부 피 줄줄 흐르는 비장미 넘치는 액션을 한바탕 땡기고 나면, 마지막 10여분 정도 동안 혼신을 갈아 넣은 감동 신파를 쏟아낼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냐구요?

 

 

이게 바로 전형적인 2000년대 초반 범람하던 

조폭 코미디물의 승리 공식이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두사부일체』를 보죠. 당대 1티어는 아니지만 수준급의 인지도와 연기력을 갖춘 '정준호', '정웅인'에 무명의 개성파 배우 '정운택'으로 라인업을 꾸립니다. 주인공 '두식'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야 하는 싸움 잘하지만 멍청하고 나이 많은 교복 핏의 조폭 중간보스 라는 과장된 만화적 캐릭터. '상두'는 '두식'과 '대가리'에 의식적으로 대칭되는, 똑똑하지만 싸움은 못하고 검도를 하는 부하 로 등장하죠. 초반엔 캐릭터 소개, 중반부는 학교 생활과 조폭 생활 배경의 말초적 개그 콩트, 후반부엔 물량을 동원한 패싸움, 결말엔 눈물 쥐어짜는 감동 코드로 정리됩니다.

 

『조폭마누라』나 『가문의 영광』, 『신라의 달밤』 등 모두 이와 같은 형식으로 양산된 조폭 미화물들이었죠. 

 

 

 

 

 

# 4.

 

그리고 여기까지가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20년 전 조폭물의 상업 공식을 재연하기 위한 큰 틀만 잡아 놓고 나머지 이야기는 대충 손가는 데로 만든 티가 나도 너무 많이 납니다. 개연성은 미국 가고 없는 가운데 이야기가 붕괴된 영화는 그저 배우들이 연기력으로 때우는 개인기 쇼로 전락합니다.

 

 

 

 

 

 

# 5.

 

대표적인 누더기 캐릭터는 '조진웅'의 '영기'입니다.

 

'영기'의 표현양식은 기본적으로 3류 양아치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뒷받침하고 있는 설정은 이사니 대표니 하는 거대 폭력 조직 간부죠. 이 인물이 양아치인 건 그래야 남 간병하러 가는 사회봉사를 할만한 자잘한 사고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폭 간부인 건 그래야 큰 돈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건설업을 추진할 정도의 대형 조직의 간부라면, 업점을 몇개씩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후배에게 역전을 당했다 한들 기본적으로 가난할 수가 없습니다만 '영기'는 가난합니다. 왜? 그래야 돈이 필요해지니까요.

 

돈이 급해져야 하니까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설정을 덧댑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대표가 되어 횡령을 하면 돌아다니면서 '장수'를 만날 수가 없으니, 횡령을 대리해줄 '진선규'의 '대국' 캐릭터를 만들어 붙입니다. 횡령 규모는 고작 7억이랍니다. 7억, 물론 큰돈이지만 회사 돈을 횡령해 주식 투자를 했다고 하기엔 액수가 적어도 너무 적죠. 그럼 왜 하필 7억일까? 그래야 생명보험금을 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억, 30억을 넘어가게 되면 개인의 생명보험금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니까 억지로 금액을 줄인 거죠.

 

 

 

 

 

 

# 6.

 

두 주인공이 충분히 친해진 시점에서 돈이 급하게 필요한 '영기'에게 '장수'가 돈을 주면 안 되니까 영화 초반 굳이 죽기도 전에 전재산을 기부하게 만듭니다. 영화 내내 무진장 살벌한 폼을 잡던 '허준호' 역시 말미에 가선 그냥 몇 대 패는 걸로 빚을 퉁 쳐줍니다. '영기'를 살려서 죽기 전의 '장수'에게 보내긴 해야 하겠는데 이 부분의 합리적인 이야기를 만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거죠. '영기'의 다리를 절게 만들고 배에 칼침을 놓는 건, 억지로 나마 '영기'가 치열한 대가를 치르는 것만 같은 착시를 만들기 위해 파편적으로 덧붙인 설정일 뿐 이야기에 있어 이 부상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습니다.

 

꼬인 설정을 풀기 위해 새로운 설정이 끊임없이 덧붙여지고 덧붙여지는. 누더기 시나리오의 전형이죠.

 

 

 

 

 

 

# 7.

 

파편적인 개연성 붕괴는 짚기 버거울 정도로 많습니다.

 

'장수'는 유능한 변호사입니다. cctv 지천에 널려있는 요양시설에서 야밤에 보험 수령인 '영기'와 바닷가로 나왔다가 물에 빠지면 보험금이 절대 나올 수가 없다는 걸 알아도 너무 잘 알법한 직업이죠. 드림카를 사기 위해 전 세계를 뒤질 정도로 차를 좋아하는, 페라리 모형 하나 보고서 브랜드의 특성과 모델을 줄줄이 읊는 로펌 대표의 위시리스트에 '스포츠카 타기'가 있다는 걸 관객이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성폭행 피해자의 아빠 '석현'이 가해자도 아닌 변호사에게 왜 복수를 하나요. 막말로 변호사는 가해자나 가해자의 친인척이 아닌 생판 남인데요. 자기 일을 한 변호사는 또 왜 사과를 하나요. 보상은 대체 왜 하나요. '장수'는 '석현'에게 왜 죄책감을 느끼는 건가요. '악인'을 변호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가요. 이건 사건의 모양새가 이쁘냐 이쁘지 않느냐하는 감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변호사라는 직업의 의의, 헌법상에도 규정된 기본권인 '변호인 선임권'을 통째로 부정하는 멍청한 서사죠.

 

더군다나 '장수'와 '석현'의 만남 후 '영기'는 강간을 하고도 대형 로펌 써서 덮어버린 재벌 회장 자재인 의사를 찾아가 대낮에 후드려 팹니다. 근데 너 집행유예 중 아니냐? 이거 수습 가능할 리가 없을 텐데? 하지만 이 부분은 마치 없었던 일인 것마냥 넘어가버립니다. 왜냐면 감독의 머릿속에 작품의 완성도 따위 보단 그 순간 관객이 느꼇을 '강간범을 한대 패 줬으면 좋겠다'싶은 심정을 대리 만족이나 시켜주자는 생각만이 가득했기 때문이죠.

 

 

 

 

 

 

# 8.

 

중반부의 사직구장 드립이나 광안대교 달리기, 마린시티 앞에서 술 마시기 따위의 짓들은 초반에 말씀드린 부산 경남 지역 관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로컬라이즈의 일환입니다. 이 분야 끝판왕인 JK 가 역작 『해운대』에서 야구장을 찾았던 것과 정확히 같은 이유의 얄팍한 속셈이죠. 아, 그러고 보니 거기서도 '설경구'가 나왔었네요.

 

감독은 데스노트라도 들고 있는 건지 영화에서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죽입니다. 조진웅 아빠 죽었죠. 엄마 죽었습니다. 설경구 아내 죽었죠. 딸 죽었습니다. 본인도 죽죠. '석현'의 딸도 죽었답니다. 다 죽이다 보면 누구 하나쯤은 슬퍼하지 않을까? 싶었던 걸까요. 이러지 말고 솔직하게 슬퍼해 달라고 자막을 다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 9.

 

문자 그대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만, 그럼에도 '조진웅'의 연기만큼은 빛납니다.

 

영화를 배우 혼자 멱살 잡고 질질 끌고 갑니다.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감수성이 지루한 영화에 유의미한 완급을 만들어 냅니다. 웃기지 않은 뇌절 개그는 꾸역꾸역 개인기로 살려내고 웃긴 개그는 곱절로 키워냅니다. 선구안이 아쉽긴 해도 역시 기대되는 배우, 신뢰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증명합니다. '설경구'와 '허준호', '진선규', '윤상화' 등 역시도 연기는 훌륭합니다만 각자의 캐릭터 자체가 워낙 제한적이라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 10.

 

배우 '조진웅'을 좋아하셔서 『조진웅 코미디 원맨쇼』 한편 보고 싶다하시는 분들께는 나쁘지 않은 영화일 수 있습니다. 20년 전 낡은 조폭 코미디물에 대한 향수에 젖어들고 싶다 하시는 분들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언터처블 : 1%의 우정』을 너무도 감명깊게 봐서 하위 호환으로라도 비슷한 영화를 꼭 봐야겠다라 하시는 분들이라면 보실 수도 있습니다.

 

만, 그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 영화는 아닙니다. '용수' 감독, 『퍼펙트 맨』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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