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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Humanism

다시 만나는 자연 _ 다이에나 케네디, 엘리자베스 캐롤 감독

그냥_ 2023. 9.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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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과카몰레(스페인어: Guacamole)는 멕시코 요리의 소스로, 으깬 아보카도에 다진 양파, 토마토, 고추, 라임즙 따위를 넣어 만든다. 콘칩과 유사한 '토토포(Totopo)'라고 하는 튀긴 토르티야 조각으로 퍼서 먹는다. '과카'는 멕시코에서 아보카도를 뜻하는 '아과카테(Aguacate)'에서 온 것이며, '몰레'는 멕시코 원주민 어로 '소스'를 뜻한다.

 

 

 

 

 

 

 

 

엘리자베스 캐롤 감독,

『다이애나 케네디 :: Nothing Fancy Diana Kennedy』입니다.

 

 

 

 

 

# 1.

 

다이애나 케네디의 전기 다큐멘터리입니다. 멕시코 전통 요리 전문가이자, 다수의 저술 활동을 펼친 작가이기도 한 인물인데요. 독특하게도 태생은 이름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영국인이죠. 1923년생으로 작품이 공개된 당시에도 이미 아흔이 훌쩍 넘은 노령이었던 탓에, 결국 정정한 화면 속 모습이 믿기지 않게도 2022년 7월 24일 아흔아홉의 일기로 작고하였다 합니다.

 

다큐멘터리 속 인물은 상당히 직설적인, 보다 정확히는 직선적인 사람처럼 그려집니다. 말과 행동을 따라가노라면 여타의 배경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죠. 주인공은 사실상 세 가지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요리하거나, 이동하거나, 말하거나. 각각은 단순히 인터뷰 과정에 얻어걸린 무의미한 상황이 아니라, 작품이 포착하고자 하는 인물의 입체성을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효과적인 키워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 2.

 

다이애나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으며 힘차게 걷는다거나, 운전하며 이 마을 저 마을 넘나 든다거나 하는 등 운동성은 내내 강조되는데요. 그녀가 증언하는 인생 역정 역시 영국과 멕시코와 뉴욕이라는, 전혀 다른 세 공간을 쉴 새 없이 넘나드는 것이었죠.

 

인생 막바지에 다다른 그녀의 마지막 바람 역시 먹고 싶은 음식 따위가 아닌, 악마와 거래해도 좋으니 조금 더 세상을 돌아다닐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상 각기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구성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며 표류하는 인물의 비극을 의미하기도, 전혀 달라 보이는 공간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거대함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이번 경우는 후자라 해야겠죠. 태생과 환경을 넘어서는 인간성의 가장 밑바닥을 떠받치는 열정은 가히 압도적입니다.

 

뉴욕과 멕시코를 넘나드는 영국인 요리 전문가라는 특질은 전통성과 정통성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실제 이방인으로서의 정통성 시비를 겪었던 것을 주변인들이 회고하기도 하죠. 우리로 치면 글쎄요. 카메룬계 프랑스인 소리꾼 마포 로르의 사례를 생각할 수 있다면 썩 훌륭할 겁니다. 사람들은 문화의 뿌리에 가까울수록, 고유의 정서가 깊게 투영된다 여길수록 배타적이게 됩니다. 그래봐야 네가 멕시코의 전통 음식을 얼마나 알겠어? 혹은, 그래봐야 흑인인 네가 한국인의 한을 어떻게 알겠어?라는 식이죠. 하지만 정작 그 배타의 실체는 당사자들조차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검증 가능한 진정성은 충분한 시간이 담아낸 노력의 크기일 뿐이죠.

 

 

 

 

 

 

# 3.

 

그녀의 말하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서는 괴팍하다, 심지어 고약하다 해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요리할 때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야 한다 말하면서도 차를 타고 가다 길이 막히면 육두문자를 날린다거나, 인터뷰어에게 건네는 톡 쏘는 독설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죠.

 

Nothing Fancy. 거침없고 솔직하다는 것은 꾸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때론 '순하다'라거나, '부드럽다', '포용적이다' 심지어 '수동적이다'라는 말과 유의어인 것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닐 겁니다. 순리에 따른 결과 본질적으로 그러하다는 의미의, 훨씬 품이 넓은 가치중립적인 개념이죠. 아흔이 넘은 당시의 성격이 나이 듦으로 인해 특별히 변화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과거 영상자료들은, 이 인물의 기질이 본연의 것임을 증명합니다.

 

끊임없이 이동하고 싶은 것도, 멕시코 전통 음식에 몰두했던 것도 모두 '순리에 따른 결과 본질적으로 그러했다'는 의미에서의 자연스러움일 뿐임을 반복적으로 묘사합니다.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았다. 재혼하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짧은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수차례 반복되는 데요. 그녀의 삶은 흔히 고정관념으로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자연스러운 여성의 삶'에 위배될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그러고 싶었고 그래서 그렇게 살았을 뿐입니다. 작품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삶,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죠.

 

 

 

 

 

 

# 4.

 

그리고 요리사입니다. 거의 한 세기에 달하는 긴 시간 평생을 증명해 온 멕시코 전통 요리에 대한 사랑은 자연스럽게 생태주의적 철학으로 확장됩니다. 런타임 2/3 즈음 생태주의적 관점에 따른 가치관, 교육관, 직업관, 인생관 등을 거침없는 어투로 쏟아내는 장면은 본인의 실천적 삶으로 말미암아 상당한 호소력을 가진 메시지로 승화됩니다. 전통주의, 자연주의 주제의식의 작품들은 흔히 안빈낙도식 낙관주의나 보수주의적 견지로 흘러가기 마련인 데요. 작품의 톤은 이례적일 정도로 상당히 진취적이라는 것은 특기할만합니다. 자연은 곡선, 인공은 직선이라는 선입견을 정면에서 거절하는 강렬한 직선성은, 그야말로 새롭게 다시 만나는 자연이라 할 수 있겠죠.

 

... 영국인이라는 출신의 아보카도를 반으로 갈라 관성이라는 씨앗을 제거하고 본질이라는 과육을 퍼냅니다. 볼에 솔직함의 과육을 넣고, 멕시코 전통 음식의 매력과 같은 레몬을 짜 넣은 다음 덩어리가 적당히 씹히도록 으깹니다. Fancy 한 씨를 제거한 솔직함의 토마토와 마늘을 잘게 다집니다. 볼에 쏟아 넣고 가식의 이파리만 떼어내 잘게 썬 열정의 고수를 넣고, 위트라는 소금으로 간을 하여 잘 버무립니다. 과카몰리. 다이애나 케네디라는 이름의 과카몰리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캐롤 감독, <다이애나 케네디>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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