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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노 아담 플리즈 _ 노 하드 필링스, 진 스텁닛스키 감독

그냥_ 2024. 4.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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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아담 샌들러가 꼭 필요한 거야?

 

 

 

 

 

 

 

 

진 스텁닛스키 감독,

『노 하드 필링스 :: No Hard Feelings』입니다.

 

 

 

 

 

# 1.

 

죽지도 않고 또 오는 게 엿장수만은 아니다. 세상엔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것이 너무나 많지만, 할리우드식 로맨틱 코미디는 그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수도 없이 반복된 탓에 레시피도 공개된 것과 진배없다. 배경은 보통 휴양지인데 기왕이면 바닷가가 좋다. 부자를 시기하고 부러워하는 서민이 주인공이지만, 연기하는 배우들이 그 시기와 질투의 대상인 백만장자라는 것은 괘념치 않는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통속적인데, 철없는 주인공과 비슷한 수준의 친구 하나가 옆에 붙어 코미디를 전담하는 동안 주변을 배회하는 노년의 현자가 틈틈이 교훈을 토해낸다.

 

영화는 뜬금 이벤트 당첨이나, 우연한 헌팅, 비현실적 거래 따위의 판타지적 기회로부터 시작된다. 첫 만남은 대체로 시니컬하지만, 미취학 아동도 즐길 수 있을 법한 몸 개그와 화장실 개그를 계기로 점점 가까워진다. 착실히 누적된 두 주인공의 애정이 완성되려는 찰나 앞서 이야기한 판타지적 기회로 말미암아 엇갈린다. 갈등의 절정을 지나 양극단에 있던 폐쇄적인 두 사람이 결국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며 인간적 성장에 도달한다.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되지만 지향하는 사랑은 멜로의 그것이라기보다는 가족주의적인 완결성 강한 사랑에 가깝다.

 

여자 주인공은 인지도와 호감도가 겸비된 할리우드 대표 스타를 캐스팅한다. 환한 웃음에 백치미가 흘러내리는 금발의 백인이 제격이되 메인스트림 정통 멜로를 소화하기엔 슬슬 애매하기 시작한 30줄 여배우가 물망에 오른다. 망가지는 연기를 시키기에도 좋고 예비 엄마로서 가족주의를 소화하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드류 베리모어나, 제니퍼 애니스턴, 카메론 디아즈 등인데 이 라인업에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제니퍼 로랜스가 합류했다는 것은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도 맞은편은 고민할 것 없이 편리하다. 아담 샌들러 불러다 쓰면 되니까. 이 같은 방식으로 평생 장사를 해온 할리우드 영감들에게 어느 날 문득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담 샌들러가 꼭 필요한 거야?'

 

 

 

 

 

 

# 2.

 

샌들러식 코미디의 유효기간이 슬슬 끝물이라는 것은 최근의 성적들이 증명하고 있다. 당사자 또한 <언컷 잼스>,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허슬> 같은 작품을 연달아 찍으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고, 제법 성공적인 변신인 탓에 상을 주지 않으면 패악질을 부리겠노라 말할 정도로 콧대도 높아졌다. 도박판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잘 따는 사람이 아니라 잘 죽는 사람이고, 할리우드 영감들은 돈을 버는 데 도가 튼 인간들이다. 그렇다. 샌들러를 손절한다면 지금이다.

 

다 먹으려고 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 여배우에게 같은 값에 2인분을 하라고 하면 말을 들을 리가 없으니 샌들러에게 줄 돈을 조금 덜어 웃돈을 쥐어주긴 해야 한다. 정가에 가짜 스프레이를 맞고 물벼락을 뒤집어쓰는 것쯤이야 시킬 수 있지만, 나체로 1:3 맞다이를 까는 짓을 시킬 수 있을 리가 없다. 물론 능구렁이 할리우드 영감들도 만만치는 않다. 돈을 더 준만큼 빡세게도 굴렸다. 영화는 사실상 제니퍼 로렌스 쇼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원피스와 드레스와 수영복과 평상복과 잠옷과 전라와 자연스러운 묶은 머리와 웨이브의 긴 머리와 운전과 스케이트와 수영과 달리기와 슬랩스틱까지 모조리 시켰다. 웃고 울고 화내고 슬프고 진지한 인간사 희로애락 애오욕도 모조리 다 들어있다.

 

매디(제니퍼 로렌스)가 흑심을 가지고 퍼시(앤드류 바스 펠드먼)에게 접근하지만 점점 진정으로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둘의 인간적 사랑이 충분히 무르익는 순간 거래가 발각되며 상처받은 퍼시는 돌아서고 매디가 가슴 절절하게 사과할 것이라는 건 2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다. 관객이라 한들 뭐 얼마나 참신한 이야기를 보겠다고 이 영화를 보겠는가. 아무튼 제니퍼 로렌스만 원 없이 볼 수 있다면 만족이고, 그 니즈의 충족만큼은 더없이 충실하다.

 

 

 

 

 

 

# 3.

 

양산형 로맨틱 코미디의 작법이라는 것이 지루한 것은 사실이나, 역으로 수없이 반복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격한 섹스 코미디에서 시작된 영화는 쿵짝 맞추는 버디무비를 지나 각자 온전한 인격으로 나아가는 성장 영화로 선회한다. 부모의 부제와 과보호라는 양극단의 가정환경으로 말미암아 진정한 의미에서의 어른스러움에 도달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던 인격의 홀로서기는 나름 감동적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현재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일정한 안정성을 보장한다.

 

견인되는 자동차에서 시작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 마무리되는 작품답게 자동차 역시 인생을 빗대는 중요한 은유다. 그런 면에서 차량이 견인되거나 거래되거나 파괴되거나 수리되는 변화를 인물의 상황과 연결시켜 보는 것은 흥미롭다. 자동차 앞유리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두 사람의 시퀀스 또한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유쾌하면서 애잔하다.

 

배경이 되는 몬토크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와 별개로 그 자체로 유년기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앞으로 나아감을 이야기하면서도 상처받은 유년기를 상징하는 몬토크를 굳이 비하하지 않고 아름답게 그린다는 것에도 의미는 있다. 결말의 마약 탐지견 마일로의 재등장이나, 시원하게 뻗은 롱아일랜드의 전경은 밀린 숙제를 해치우는 듯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어차피 개 싫어하고 풍경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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