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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달디단 _ 웡카, 폴 킹 감독

그냥_ 2024. 3.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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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초콜릿

초콜릿

 

 

 

 

 

 

 

 

폴 킹 감독,

『웡카 :: Wonka』입니다.

 

 

 

 

 

# 1.

 

움파룸파의 것을 훔쳐간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것이 순진한 웡카의 짓이든, 악독한 슬러그워스의 짓이든 괴팍한 주황색 소인은 괘념치 않죠. 웡카는 자신을 찾아온 누구나에게 초콜릿을 만들어 줍니다. 그것이 소버린을 지불한 도시의 사람들이든, 친절을 베푼 누들과 친구들이든, 오만한 피켈그루버든 상관없습니다. 웡카라는 이름을 이정표 삼아 극장을 찾은 관객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웡카를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웡카로부터 초콜릿을 선물 받습니다.

 

영화는 '엄마를 그리워 하는 소년 윌리가, 달콤 백화점에 가게를 차리고 초콜릿 공장을 세운 웡카가 된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 <웡카>는 그 자체로 윌리 웡카가 관객 마다마다의 입에 하나씩 넣어준 기상천외한 초콜릿입니다. 현란한 시각적 경험과 황홀한 청각적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천재 초콜릿 메이커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맛'이죠.

 

혹시 수중에 초콜릿이 있으시다면 한입 베어물어봅시다. 첫 입은 아삭하지만 이내 표면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달콤합니다. 부드럽습니다. 미묘하게 씁쓸하기도 합니다. 집히는 것에 따라 아몬드 같은 견과류가 들어있을 수도, 딸기 같은 말린 과일이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하루종일 입안에서 굴리고 싶지만, 거짓말처럼 녹아내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사라지고 난 뒷맛은 언제나 아련한 아쉬움이죠. 영화 웡카의 경험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폴 킹은 초콜릿을 먹는 경험을 분해해 영화적으로 이식하는 것,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영화를 '웡카라는 인물'이 아닌 '웡카가 나눠준 초콜릿'이라는 마법으로 기억되게 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 2.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관객은 웡카의 초콜릿을 한입 베어문 것과 같다 말씀드렸는데요. 좋습니다. 함께 맛을 음미해 봅시다. 눈을 감는 것도 썩 좋습니다. 입안에 살살 굴리며 이 녀석에는 어떤 것들이 들었는지 되짚어 보죠.

 

그래요. 분홍색 플라밍고 무리의 도움닫기 맛이 들어 있습니다. 동물원을 탈출한 아비게일의 해방감도 다섯 방울 들었습니다. 유리 천장 위를 걷는 형형색색 풍선 속 헬륨 가스 한 꼬집과, 자전거 물레를 돌려 뽑아낸 핑크색 구름 솜사탕 한 움큼도 들어있군요. 엄숙한 교회를 헤집는 어드벤처와 초록색 장부의 서스펜스도 넣었습니다. 굳게 닫힌 금고문에서 긁어낸 씁쓸함 반 스푼, 불법이 되어버린 몽상과 추악한 거래는 각각 한 스푼씩 들었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쓴맛을 잡기 위해 사려 깊은 누들의 수업시간과, 움파룸파의 사라진 6mm와, 미스터 빈의 짙은 눈썹과, 세탁실 멤버의 팀워크를 잔뜩 뿌려뒀으니까요.

 

스크러빗 부인의 권선징악을 끝으로 적절히 배합된 재료를 낙천적인 소년의 야망이라는 버너 위에 천천히 녹입니다. 눌어붙지 않도록 낭만과 음악의 주걱으로 잘 저어준 다음, 티모시 샬라메의 표정을 본 딴 틀에 찍어내면, 아하!... 아하! 완성이죠.

 

 

 

 

 

 

# 3.

 

객석에 앉았다는 것은 마법의 초콜릿을 입에 문 것과 같고, 준비는 그걸로 끝입니다. 이후론 씹을 필요조차 없습니다. 제육볶음 같은 여타의 영화들은 열심히 씹어야 하지만, 웡카의 초콜릿은 시간만 지나도 녹으니까요. 잘게 잘게 쪼개둔 요소들은 저절로 녹을 만큼 친절하기에 구태여 글로 설명하는 것조차 무의미합니다.

 

메시지는 간질간질 부드러운 뮤지컬 넘버처럼 편안하게 녹아내립니다. 고전적인 캐릭터, 안정적인 주제의식, 편안한 메타포와, 그보다 더 편리한 사회 비판, 허구의 세계라는 씁쓸함과, 어른이 되어버린 나의 페이소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낙관과 낙천과 낭만이 신기루처럼 솜사탕처럼 녹아내리고 나면, 그래서 괜스레 객석을 일어서는 엉덩이가 가볍게 느껴진다면 로맨틱, 성공적입니다. 그 순간 당신은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아닌, 웡카와 초콜릿 공장의 세계 속 존재로 승화됩니다. 조심하세요. 오늘 밤엔 움파룸파가 찾아올지도 모르니까요.

 

 

 

 

 

 

# 4.

 

특별하게 뛰어난 작품도, 애초에 그런 특별함을 지향하는 작품도 아닙니다. 로알드 달의 오리지널리티는 없습니다. 팀 버튼의 그것만큼 독창적이지도 않습니다. 데미언 셔젤의 라라랜드만큼 근사한 뮤지컬 영화도 못됩니다. 디즈니의 명작들만큼 동화적이지도 못하구요, 웨스 앤더슨의 것들만큼 환상적이지도 않고, 노아 바움백의 프란시스 하처럼 드라마틱하지도 못합니다. 다만, 특별함을 포기한 대신 높고 안정적인 저점으로 승부를 본 가족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평론가들의 느슨한 호평에 얹은 별 3개 행렬은 기획 단계의 성공을 착실히 증명합니다. 흔히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 일컫기도 하는데요. 문득 마지막 형형색색의 초콜릿을 만들어내는 초콜릿 공장은 그 자체로 영화 산업의 단상 같아 보이기도 하는군요. 

 

단점 혹은 개선 가능성이 없는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영화가 스스로 초콜릿을 자처하는 순간 단점을 지적하는 행위 자체의 의미가 상실됩니다. 요소요소가 너무 뻔하고 손쉬운 아는 맛이지 않니? 원래 초콜릿 맛은 다들 아는 맛이고 그걸 배합하는 게 실력입니다. 너무 달지 않니? 초콜릿은 원래 단데요. 매일 먹으면 물릴걸? 초콜릿은 원래 매일 먹으면 물립니다. 유치하지 않니? 원래 초콜릿은 유치하고, 무엇보다 어른이 된다 해서 유치하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폴 킹 감독, <웡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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