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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뱀파이어 힐스 _ 죽어야 사는 여자,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그냥_ 2024. 4.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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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50대 중년에겐 두 갈래 길이 있다.

40대처럼 보이려 발버둥 치거나, 혹은 포기하거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죽어야 사는 여자 :: Death Becomes Her』입니다.

 

 

 

 

 

# 1.

 

가끔은 아쉽다. 50대 중년에게 '멋진 50대가 된다'라는 선택지는 정녕 없는 걸까. 만약 그런 선택지가 있었다면 40대처럼 보이려 발버둥 치는 사람은 조금 덜 괴롭지 않았을까. 자조적으로 포기해 버린 사람도 조금 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예로 든 것일 뿐 비단 50대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젊어 보인다는 말이 칭찬으로 통용되는 것은 세대를 막론한다. 40대는 30대로 보이고 싶어 하고, 30대는 20대로 보이고 싶어 하고, 20대는 10대로 보이고 싶어 한다. 이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은 이미 충만한 젊음보다 만만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10대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효리를 좋아한다. 20대엔 사랑스러운 20대였고, 30대엔 멋지고 자유로운 30대였던 그녀는, 40대가 된 지금 자신만의 여유로운 40대를 그려나가는 듯 보인다. 이효리를 동경하는 팬들이 그녀가 쓰는 코스메틱 브랜드보다 강아지를 키우게 된 사연과 남편과의 농담을 더 궁금해하며 '나도 저런 40대가 되고 싶다' 생각게 하는 것은 슈퍼스타에게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영향력이다. 비슷하게 윤여정 선생의 팬이기도 하다. 만개하고 있는 말년의 필모그래피와 별개로, 구태여 60대처럼 보이려 애쓰지 않는 그녀는 어쩌면 저렇게 근사할까 싶을 정도로 멋있는 70대다. 50대, 60대 그 이상의 이효리는 어떤 사람일까. 80대, 90대 그 이상의 윤여정은 어떤 사람일까를 궁금해하는 건 썩 가슴 설레는 기대다.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반가움에 악수를 청해버릴 것만 같을 정도로 말이다.

 

 

 

 

 

 

# 2.

 

왠지 모르게 아침드라마 제목 같은 <죽어야 사는 여자>는 1992년 개봉한 호러 블랙 코미디다. <백 투 더 퓨쳐>,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키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메릴 스트립, 골디 혼, 브루스 윌리스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열연한다. 젊음에 집착하는 매들린 애쉬튼(메릴 스트립)과, 매들린에게 복수를 꿈꾸는 헬렌 샤프(골디 혼), 두 여자 사이에 끼인 어니스트 멘빌(브루스 윌리스)까지 세 사람이 뒤엉켜 벌이는 판타지 소동극으로, 영원한 젊음에 대한 허무한 집착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비꼰다.

 

영화는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처럼 전혀 다른 장르의 두 파트가 접붙여진 구성이다. 첫 번째는 개개인의 어둠이 묻어나는 심리적인 파트다. 매드의 외도에 투영된 젊음에 대한 욕망, 어니스트의 자존감 붕괴와 소외감, 헬의 자기 학대적 열패감 따위다. 두 사람이 살기엔 지나치게 넓은 공허한 저택과, 정신병원에 갇힌 헬렌의 편집증적 반응, 외도와 살해 음모 따위는 충분히 진지하고, 일련의 어둠은 핑크빛 베버리 힐스를 정의한다. 두 번째 파트는 리즐 폰 루만(이사벨라 로셀리니)의 검은색 저택으로 욕망이 이루어지는 판타지의 영역이다. 컬트적 상상력의 보호 속에서 매드는 젊음을 다시 얻고, 헬은 열패감을 극복하고, 어니스트는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액션과 어드벤처와 섹스어필과 요절한 유명인의 농담은 썩 유쾌하다. 리즐의 외모나 고딕풍의 저택 디자인은 뱀파이어의 요소를 끌고 들어온 듯 보인다. 영생을 얻은 매드와 헬의 망가지는 몰골은 좀비 영화에서 끌고 들어온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 3.

 

베버리 힐스와 리즐의 저택은 같은 욕망이 이어진다는 면에서 상호 연결된다. 야유를 외면하는 뮤지컬 무대 위 매들린과, 뭉텅이로 시간이 흐른 후 젊음을 갈구하는 매들린과, 물약의 저주에 빠져 머리통만 남은 매들린은 같은 사람이다. 정신병원에서 매들린에게 집착하는 헬렌과, 배에 구멍이 뚫린 헬렌 역시 같은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어니스트의 직업인 성형외과 의사와 망자 화장 전문가는 본질을 공유하는 같은 직업으로 해석된다. 감독은 베버리 힐스를 핑크빛 지상낙원이 아닌 탐욕만이 가득한 검은색 뱀파이어 성에 불과하다 조롱한다. 성형과 코스메틱을 비밀리에 주고받는 사교계 역시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좀비에 불과하다 조소한다.

 

영화는 집착하는 인물들에게 불변을 쥐어준 후 그 불변을 부정하는 과정으로 점철되고, 그 과정에서의 파괴적 카타르시스는 작품의 장르적 매력으로 승화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파괴되는 작품에서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는 단 하나 '불변에 대한 집착'이다. 깨지듯 조각난 두 여인의 처참한 몰골은 불변하는 집착을 상징한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나이 들어가는 외면'이 아니라 '나이 듦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면'이다. 이는 영원히 살고 싶지 않다는 어니스트의 솔직한 대답과, 장례식에 울려 퍼지는 '진정한 영생'이라는 축복으로 증명된다.

 

 

 

 

 

 

# 4.

 

당대에는 다소 저평가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B급 컬트 영화의 계보에서 자기 자리를 얻은 작품으로 기념되고 있다. <터미네이터 2> 등과 함께 90년대 초 CG의 영화적 실험을 이끈 작품 중 하나로, 시각적 상상력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의의가 있다. 그것을 기술적 과시나 아이디어의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제의식과 호환되는 재미요소로 환원한 것은 감독의 뛰어난 창작력을 엿보게 한다.

 

한편, 폭력적이고 고딕적인 디자인에 팀 버튼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팀버튼이 일련의 감성을 서정성으로 발전시킨다면, 로버트 저메키스는 생동감으로 풀어낸다. 덜렁거리는 머리와 산탄총에 작살난 복부는 고약한 농담이다. 마법의 물약으로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은 두 존재가 치고받는 액션 역시 미친 유머감각이다. 포스터를 통해 경고하고 있음에도 다소 잔인한 것은 사실이나, 일련의 B급 컬트 영화에게 호불호란 훈장일 뿐이다. 세 주연의 화려한 연기 또한 매력 포인트다. 아직 머리카락이 남아있는 브루스 윌리스의 쫄보 연기와 다이하드의 가닥을 엿볼 수 있는 깨알 액션도 즐겁지만, 메릴 스트립의 흔치 않은 노골적인 몸개그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쯤 볼 가치는 충분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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