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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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163

돈과 시간을 아끼세요. ⅰ _ 자전차왕 엄복동, 김유성 감독

# 0. 추위 타는 걸 끔찍이도 싫어해 겨울철이면 평소만큼 영화관을 자주 찾지 않습니다만 이 영화만큼은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올해는 요놈이네요. 스크린 쿼터제가 필요한 것일까라는 비판에 대한 강력한 근거. 여신 김러브 최악의 흑역사 『누가 그녀와 잤을까』 감독 연출. 제대로 된 필모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월드 스타 주연배우. 불순한 의도가 가득한 개봉 타이밍. 애저녁에 뒤져버린 개연성과 폭력적 국뽕과 억지 신파의 환장하는 콜라보. 공중분해된 투자자들의 멘탈과 관객의 어처구니. 이 모든 것들이 총 동원된 매년 분기마다 꼬박꼬박 등장하는 한국영화의 '똥'들. '김유성' 감독, 『자전차왕 엄복동 :: Race to Freedom : Um Bok Dong』 입니다. # 1. 사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Film/Drama 2019.03.01

단편영화를 권하는 이유 _ 민우씨 오는 날, 강제규 감독

# 0. 아직도 나는 당신의 모습 보지 못하고 당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내 집 문 앞을 지나시는 당신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를 들었을 뿐입니다. '강제규' 감독, 『민우씨 오는 날 :: Awaiting』 입니다. # 1. 쉽지 않네요. 리뷰마다 없는 글재주 짜내느라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만, 이 작품은 평소의 그것보다 조금 더 힘든 느낌입니다. 단편영화들은 아무래도 간결한 이야기 속에 선명한 메시지를 담는 작품들이 많은데요. 생각나는 얘기를 함부로 했다가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과 이 이야기에 얽힌 삶을 사시는 분들께 폐가 될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죠.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가급적 글을 읽지 마시고 영화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이 영화는 소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 보아도 아깝지 않은 완..

Film/Drama 2019.02.08

렌타~ 네코! _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0. 렌타~~~~~~~ 네코! 렌타~~~~~~~ 네코! 네코, 네코!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렌타~~~~~~~ 네코! 렌타~~~~~~~ 네코! 네코, 네코!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 レンタネコ』 입니다. # 1. 벌써 1월도 다 지나고 음력설이 찾아왔네요. 글을 쓰는 지금은 연휴의 시작인 토요일입니다만, 올라가는 월요일이 되면 연휴도 반환점을 넘어 지나가겠군요. 언제나처럼 한 것 없이 시간은 참 빠릅니다. 후다닥 첫 달이 지나기 무섭게 티비에선 특선영화 광고를 하고 예능에선 조카들에게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 같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겠죠. 커뮤니티에선 불편한 자리에 대한 취준생들의 투덜거림과 모처럼만..

Film/Drama 2019.02.04

20% 부족할 때 _ 아메리카 타운, 전수일 감독

# 0. 미군부대 근처에 만들어진 기지촌, 그곳에서 자의 반 타의 반의 성매매를 했던 소위 '양공주'들과 그런 양공주에게 첫사랑을 느낀 사진관 소년의 비극입니다. 오프닝의 콘돔이 버려진 차갑고 건조한 벌판, 그 위를 가르는 찢어질 듯한 비행기 소리처럼 일관되게 삭막하고 투박합니다. 모든 순간에 온기도 정서도 없습니다. 다들 나름의 절실함을 살지만 그들 모두는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줄만 알았던 시대,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줄만 알았던 공간을 다룹니다. 아이템은 매력적이죠. 아이템만 매력적이란 게 문제지만요. 전수일 감독, 『아메리카 타운 :: America Town』 입니다. # 1. 냉정히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진 못할 것 같습니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의 억양이나 대사처리에..

Film/Drama 2018.12.18

언젠가 4월이었을 당신에게 _ 4월 이야기, 이와이 슌지 감독

# 0. 일본 영화 좋아하시나요? 일본 영화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뇨, 애니메 말구요. 아뇨, 빌어먹을 코스프레 특촬물 말구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혹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나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영화들 말이죠. 글쎄요. 저는 말보다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약간은 게슴츠레하게 뜬 눈을 슬쩍 사선으로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회상하는 사람. 피식 웃는 입꼬리는 한쪽만 가볍게 올라가고, 마음속 깊이 쌓인 무언가를 숨에 담아 긴 호흡에 내보내는 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 언제든 자리를 뜰 수 있다는 듯 어설피 걸터앉은 엉덩이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한가로운 오후 하늘을 올려..

Film/Drama 2018.12.13

역설로 빚은 잔혹동화 _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

# 0. 빈방이 있습니다. 각진 빈방을 노려보던 감독은 창문과 문이 거꾸로 매달리게끔 방을 뒤집습니다. 침대를 거꾸로 천장에 붙입니다. 협탁과 수납장 역시 천장에 뒤집어 붙입니다. 책상도 의자도 붙입니다. 이불과 배게, 카펫, 거울, 그 외 사소한 장식 모두 빠짐없이 거꾸로 매답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앨리스를 방에 들여보냅니다. 눈 앞에 모든 것이 뒤집힌 세상이 보입니다. 어지럽네요. 다행히 감독의 생각을 이해한 성실한 주인공은 스스로의 몸도 천장에 거꾸로 매답니다. 그랬더니 어머나. 모든 것이 뒤집힌 세상이 잔인하리만치 똑바르게 보이지 뭐예요. '안국진' 감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 Alice In Earnestland』 입니다. # 1. 모든 것을 뒤집어 세상을 적나라하게 비추려 드는 ..

Film/Drama 2018.12.10

밀려나 버린 것들, 지워져 버린 것들 _ 이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 0. 전쟁이 할퀴고 간 참혹한 상처. 원래의 길에서 밀려나 버린 것들, 지워져 버린 것들. 그들이 만들어 낸 공백입니다. 세상은 정적이고 엄숙하고 삭막하며 육중합니다. 색과 온기를 잃습니다. 사람들은 얼굴만 겨우 보일 정도로 밑바닥으로 끝으로 밀려납니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이다 :: Ida』 입니다. # 1. 어디서 뭘 하는지 원망스러운 신을 모시는 수도원입니다. 대화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귀퉁이로 밀려나는 동안 빈자리는 건조하고 차가운 여백이 차지합니다. 카메라는 픽스되어 있습니다. 인물들은 전시되어 있습니다. 최소한의 목소리는 앵글 밖에 있는 사람에게 맡깁니다. 생동감은 극단적으로 제한됩니다. 관객은 메마르게 정지된 시간을 관찰하게 됩니다. # 2. '안나'는 정식 수도자가 될 서원식..

Film/Drama 2018.11.22

그냥 퀸이 깡패임 _ 보헤미안 랩소디, 브라이언 싱어 감독

# 0. 전기 영화는 늘 어렵습니다. 눈 시퍼렇게 뜬 마니아들이 영화가 좋으면 누가 깔까 봐 화가 나 있고, 영화가 안 좋으면 감독을 조지느라 화가 나 있거든요. 실화 영화처럼 대상이 서사면 좀 수정해도 넘어 가지지만, 실존 인물의 전기는 까딱 잘 못 건드리면 부두술사 빙의한 팬들의 저주를 맨몸으로 받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실패하면 인생 조지는 거 한 순간이죠. 그럼에도 전 역적이 될 각오를 했습니다. 백만 퀸덕들이 죽일 듯 한 눈으로 죽창을 들고 있겠지만 이불 안에서라면 제 절개는 쉬이 꺾이지 않죠. 미리 말씀드리건대 전 이 영화에 불만이 많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 『보헤미안 랩소디 :: Bohemian Rhapsody』입니다. # 1. 우선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어요. 보헤..

Film/Drama 2018.11.04

물이 반이나 있네 _ 스타 이즈 본, 브래들리 쿠퍼 감독

# 0. 약쟁이 록스타 남편이 마누라 키워놓고 승천하자 마누라가 이제 다신 사랑 안 해 하는 영화입니다. 1937년 처음 시작한 뮤지컬 영화의 4번째 작이라고는 하는데요. 제일 최신작이 1976년 작이라는군요. 그러니까 일제강점기 때 처음 만들어서 박정희 총 맞기 3년 전에 리메이크하고 이번에 새로 만들었단 거네요.... 이 정도면 사실상 새 영화라 봐야겠죠. 브래들리 쿠퍼 감독, 『스타 이즈 본 :: Star is born』입니다. # 1. 감독은 섹시가이 브래들리 쿠퍼입니다. 돈이 썩어 나는 배우가 포커페이스 누나 데리고 영화 찍었습니다. 결과물은 뭐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애매합니다. 본인이 스타라 그런지 화려한 셀럽의 삶과 이면의 어둠을 섬세하게 표현하기는 하는데 연출에서의 장점은 딱 그거밖엔 없..

Film/Drama 2018.10.27

방치된 사람들에 대한 진중한 시선 [미쓰백, 이지원 감독]

영화는 소외된 사람들의 상처, 그리고 그 모두에 대한 연민을 이야기합니다. 주요 인물들은 모두가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들입니다. 미쓰백과 지은은 물론이거니와, 미쓰백에게 절망적인 유년기를 물려준 엄마 정명숙, 심지어 지은의 아비 김일곤과 그 애인 주미경도 악인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의지할 곳을 상실한 사람들이죠. 그들의 서로에 대한 폭력과 냉소의 연쇄, 대물림의 참상이 이어집니다. 그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감독 나름의 대답을 이야기의 형식으로 풀어갑니다. '이지원' 감독,『미쓰백』 입니다. 지옥같은 연쇄를 끊어낼 수 있을까 감독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위태로운 삶을 이야기합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상처받은 인물들 사이사이로 각자의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

Film/Drama 2018.10.16

범죄 3, 드라마 7 [암수살인, 김태균 감독]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본,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들 중에선 이게 의심의 여지 없이 1등, 1등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영화도 한 해를 대표할 최고의 영화... 라고 하기면 좀 빠지는 점들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거보다 나은 영화는 없었다. 라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끽해야 뒤를 이을 괜찮은 영화라면 공작, 안시성, 버닝, 곤지암, 너의 결혼식 정도 될까요? 지갑에 수북이 쌓인 도장 찍힌 티켓들을 보며, 한국영화에 때려 박은 티켓값을 생각하니. 새삼, 씨X이네요. 여튼, 그런 이유로 이 영화는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리뷰하려 합니다. 같은 돈 써야 한다면 이런 영화에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김태균' 감독,『암수살인』 입니다. 웰-메이드 범죄 드라마 스스로 살인을 저질렀다..

Film/Drama 2018.10.06

땅의, 땅에 의한, 땅을 위한 _ 명당, 박희곤 감독

# 0. 월세 15만 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에서 종부세 기사들을 읽으며 현타가 오던 차에, 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아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되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돈 많은 인간과 권력 잡은 인간과 왕손 금수저가 비싼 땅을 놓고 2시간 동안 싸우는 영화를 만들었다기에 보고 왔습니다. 역시 현실도피엔 대리만족만 한 게 없죠. 문제는 이 영화가 대리만족도 제대로 못시켜주는 영환 줄은 몰랐단 거지만요. '박희곤' 감독, 『명당 :: FENGSHUI』입니다. # 1. 요약이랄 것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그냥 땅이에요. 모든 게 땅입니다. 이원근이 고생하는 이유도 땅 때문이고, 조승우가 망한 것도 땅 때문이고, 백윤식이 잘 나가는 것도 땅 때문이고, 김성균이 막 나가는 것도 땅 때문이고, 지성이 고종..

Film/Drama 2018.09.24

욕망의 항아리 _ 아이 엠 러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 0. 캐스팅만으로 영화가 예상되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김명민이 아빠랍니다. 재난 터지고 가족 구하러 발버둥 치겠죠. 류승룡이 주연입니다. 약자를 바보로 묘사하다 얻어터지면서 눈물 짜내는 영화겠군요. 강하늘, 박서준 같은 배우들은 감독이 강요하는 '건강한 젊은이'를 기계적으로 연기할 겁니다. 조진웅은 바바리에 올백머리로 등장할 테고, 김윤석은 면도 안 하고 2시간 내내 뛰어다니겠죠. 임원희는 얼굴개그를 할 테고, 박철민은 말장난을 할 테고, 김정태는 누군가를 때리다가 마지막엔 역관광 당할 테고, 뭐가 됐든 고창석은 그 옆에서 귀엽게 웃고 있을 겁니다. 갑수 옹은 돌아가실 타이밍을 재고 있을 테고, 이경영은 두 상영관에 동시 출현 중일 테고, 김민교와 정상훈은 굳이 스크린에서까지 SNL을 찍고 있겠죠. ..

Film/Drama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