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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소년의 앞날에 축복을 _ 창 너머 춤을, 랄프 마치오 감독

그냥_ 2019. 8. 1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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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할머니 손에 맡겨진 아이는 창 너머의 댄서를 봅니다. 댄서의 유려한 자태를 동경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움직임을 사랑합니다. 보지 못하는 날이면 슬픔에 잠깁니다. 슬퍼할 때면 함께 가슴 아파합니다.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합니다. 눈빛을 보고 싶어 합니다. 댄서와의 춤을 꿈꾸며 좁은 방 음악도 없이 홀로 춤을 춥니다.

 

댄서를 보고 난 후 아이는 그 전까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갑니다. 사랑과 동경과 질투와 슬픔과 분노와 호기심과 꿈. 이 모든 정서들의 총합을 한마디로 정의하라 한다면 '성장'이라 할 수 있겠죠. 네. 이 영화는 부모의 그늘에서 보살핌 받던 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하는 영화입니다.

 

 

 

 

 

 

 

 

'랄프 마치오' 감독,

『창 너머 춤을 :: Across Grace Alley』 입니다.

 

 

 

 

 

# 1.

 

곁눈질로 엿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소년의 소심함을 은유합니다. 건물 사이 거리감이 소년의 주저함을 형상화합니다. 용기 내 달려간 소년의 눈 앞엔 굳게 닫힌 문과 키가 곱절은 될법한 남자가 서있습니다. 줄곧 같은 눈높이일 것만 같던 댄서를 현실의 거리에서 마주하는 순간, 소년은 자신의 미숙함을 자백하게 됩니다. 부모의 이혼은 소년이 얼마나 준비되었는 가와 상관없이 반드시 맞이 해야 하는 성장을 구체화합니다.

 

댄서와 춤을 추는 장면은 노골적입니다. 턱시도를 억지로 입히는 대신 소년의 동경은 관객의 상상에 맡겨뒀어도 좋았을 텐데요. 반면 웃옷을 벗어던진 비루한 몸매의 꼬마가 음악도 들리지 않는 좁은 방에서 오롯이 몰입한 움직임으로 춤을 추는 장면이 더 울림이 있습니다. 건강하고 솔직한 에너지가 가득 메우는 감각을 느낍니다. 어설픈 춤사위와 표정 너머 소년이 느끼고 있을 감정과 내가 오래전에 느꼈을 감정을 회상하게 됩니다. 이런 게 좋죠.

 

 

 

 

 

 

# 2.

 

음악과 관련된 형이상학적인 대사는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할머니 캐릭터는 쓸데없이 거대하죠. 주변 캐릭터에 낭비하기엔 넉넉하지 않은 런타임이었을 텐데요. 차라리 할머니의 분량은 확실히 줄이고 이혼을 앞둔 엄마와의 전화 따위로 '아이'의 무력함과 자녀를 미숙한 존재로만 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묘사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이혼을 앞둔 부모를 둔 손주에게 "넌 최고의 교향곡이란다." 따위의 말을 위로랍시고 건네는 할매가 어딨나요.

 

아역의 이쁘장한 마스크와는 별개로 연기를 너무 못하기는 합니다. 분명 영화 속 아이는 수동적으로 행동하거나 정서적으로 공허한 캐릭터가 아닐 텐데요. 성장을 앞두고 안간힘을 쓰며 알을 깨고 나오는 존재여야 했을 텐데요. 충분한 감정적 표현이 곁들여져야 할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대사를 소화하고만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군요. 소년이 영화의 조연, 아니 공동 주연 정도만 됐어도 모를까, 이 단편의 주제부터가 소년의 풍부하고 섬세한 표현 하나로 밀고 나가야 하는 작품이라는 걸 감안할 때, 감독은 아역에게 이것보다는 더 나은 디렉팅을 제시했어야 했습니다.

 

 

 

 

 

 

# 3.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한 사려 깊은 친절함이 묻어나는 영화입니다. 단순하고 명확한 상황으로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어떤 지점을 포착해 묘사하는 작품입니다. 다만 길지 않은 런타임을 생각할 때 차라리 댄서에 대한 소년의 복합적인 감정에 정밀하게 카메라를 들이다면, 곁가지를 최대한 배제하며 그의 성장을 묘사하는 데 조금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심화시켰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만, 그럼에도 전 언제나 단편에 관대합니다. 통상 단편들의 제작 여건과 규모를 생각할 때, 이만하면 훌륭하죠. '랄프 마치오' 감독, 『창 너머 춤을』 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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