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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신발 튀김 _ 콩나물, 윤가은 감독

그냥_ 2019. 12.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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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화면은 정갈하니 좋습니다만 이야기의 완성도는 글쎄요. 솔직히 별로입니다.

 

아이의 모험에 자연스러움이라곤 없습니다. 발로 뛰어 아이들의 하루를 취재하고 관찰한 것을 엮었다기보다는, 어른인 감독이 테이블에 앉아 상상한 후 무신경하게 이어 놓은 느낌에 훨씬 가깝습니다. 인과는 완전히 박살 나있고 모든 상황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가며 감독의 의도에 편리하게 복무하고 있죠. 앞뒤가 맞는 대목이 없다 보니 인물의 설득력 역시 망가집니다. 관객은 아이를 보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아이의 하루를 상상한 어른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았을 텐데요.

 

 

 

 

 

 

 

 

'윤가은' 감독,

『콩나물 :: Sprout』 입니다.

 

 

 

 

 

# 1.

 

영화가 시작되기 위해 아이는 심부름을 나섭니다. 모험 같아 보이기 위해 오토바이가 한대 지나갑니다. 개한테 던져줄 간식을 받기 위해 임산부 아줌마를 만납니다. 모험에 의외성이 필요한 부분에서 공사 현장이 등장합니다. 매여 있지 않지만 목줄은 하고 있는 개가 등장합니다. 그래야 충분히 무서워하다 간식을 주며 피할 수 있거든요. 매여 있는 개라면 굳이 무서워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냥 동네 개라고 하기엔 너무 큰 개거든요. 어때요, 편리하죠?

 

모험을 만들기 위해 애엄마는 심부름을 시키면서도 어디서 사야하는 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영화의 런타임이 남았기 때문에 슈퍼엔 콩나물이 없습니다. 목적지가 사라진 아이를 출발시키기 위해 하필 동네 사람 누군가가 야채트럭에서 장을 보고, 세상 편리하게도 슈퍼 아줌마는 마치 들으라는 듯 떠들어 댑니다.

 

잠깐의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아줌마는 빨랫감을 떨어트립니다. '낯선 어른 따라가면 안된다'는 상황극을 만들기 위해 택배 아저씨가 동원됩니다. 동네 아이들 틈에 박혀 딴 애가 산 아이스크림을 냅다 먹는 데 이 억지는 대체 왜 부린건지 모르겠습니다.

 

 

 

 

 

 

# 2.

 

계속 가 봅시다. 어드벤처에 감성을 추가하기 위해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할머니가 야채가게에 데려다 줘 버리면 곤란하니까 할머니는 소리를 듣지 못해야 합니다. 귀여운 아이 춤추는 거 한번 보겠답시고 애한테 술을 먹입니다. 6~70년대 촌에서 새참 머리에 지고 다니던 시절 감성을 2010년대 도시에 가져와서 우기는 건데요. 이야기가 얼마나 편의적인지 엿보게 하는 백미라 할법하죠.

 

이쯤 왔으면 할 만큼 했나 봅니다. 찍고 싶은 거 다 찍었고 분량도 채울 만큼 채웠고. 이제 이전까지 분위기와는 전혀 교감이 없는 할아버지와 해바라기가 등장하며 허겁지겁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갑니다. 뭔가 영화스럽게 마무리하기 위한 반전을 등장시킬 쿨타임이 돌았다고 판단했나 보군요. 

 

 

 

 

 

 

# 3.

 

감독 편의에 따라 무신경하게 늘어놓다 보니 주변에 상식적인 어른들이 하나도 없어져 버리고 맙니다.

 

온갖 어른들이 애 혼자 쫄래쫄래 다니는 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립니다. 돌아다니는 동안 해가 떨어진 걸 생각하면, 더운 날 목이 말라 허덕거리는 걸 생각하면 콩나물을 사기 위한 시장까지의 거리가 제법 된다고 봐야 하는데요. 그럼 적어도 슈퍼 아줌마는 말렸어야죠. 애 무릎이 깨진 걸 보고 데려다 약까지 발라주는 정 많은 할머니가 그냥 가라 그러지는 말았어야죠.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술을 먹이지는 말았어야죠. 특히나 애 부모는 진짜 정신이 나간 거죠. 심부름을 보내도 될지 말지 고민하고 보낸 아이가 중천에 떠있던 해가 다 떨어질 때까지 안 들어오는데 안 찾아 나섰다구요?

 

아이가 심부름을 갔다? 그래서? 그 순간의 어떤 정서를 포착하고 싶었는데?

 

라는 질문에 영화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발랄한 어드벤처라고 하기엔 후반부 할아버지 제사 부분이 완전히 따로 놀구요. 할아버지로 투영된 가족 간의 사랑과 보살핌을 테마로 잡았다고 하기엔 앞부분의 내용과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습니다. 때문에 마지막의 반전은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죠.

 

 

 

 

 

 

# 4.

 

"아, 그럼 영화가 재미는 없겠네?"

 

라 물으신다면... 솔직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뇌의 전원을 내리고 보면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왜냐, 아이템이 좋으니까요.

 

아이의 심부름. 이거 온갖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예능에서 울궈 먹을 데로 울궈 먹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오고 또 나오는 건 나오는 족족 먹히기 때문입니다. 사랑스러운 아역 배우가 날씨 좋은 날 세상 귀여운 심부름 가방 목에 울러 매고 골목길을 걸어가는 순간 무조건 평타는 친다는 거죠. 애가 이쁜 걸로 모든 걸 퉁쳐버릴 수 있는 아이템. 어지간하면 중박은 먹고 들어가는 아이템. 이를테면 소재가 치트키인 셈입니다.

 

'최연석' 쉐프였던가요. 언젠가 TV에서 그러시더만요.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고. 이렇게 만들어도 '심부름 가는 아이'라는 아이템은 여기서도 맛있긴 합니다만, 신발 튀김이 잘 만든 요리가 될 수 없듯 차마 이 영화를 좋은 영화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윤가은' 감독, 『콩나물』 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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