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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안경을 흘러내리는 그림자 _ 할아버지 할머니의 봄, 박재인 감독

그냥_ 2021. 4.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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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살찐 고양이입니다. 녀석, 선풍기에 발이라도 넣었던 듯 붕대가 메여 있네요. 초여름의 기분 좋은 족욕입니다. 쓰다듬 듯 커튼을 흔드는 바람입니다. 빵 종이의 바스락 거림입니다. 화분을 어루만지는 햇살입니다. 녹아내려 달그락 흔들리는 설탕입니다. 안경을 흘러내리는 그림자입니다.

 

 

 

 

 

 

 

 

'박재인' 감독,

『할아버지 할머니의 봄 :: Our Spring』입니다.

 

 

 

 

 

# 1.

 

문득 올려다보는 가을의 높은 하늘입니다. 책장에서 삐져나오는 낙엽입니다. 소담하게 나누는 차 한잔입니다. 겨울의 바게트와 수프. 오늘의 저녁거리는 고구마 대신 단호박입니다. 매일같이 산책하던 길에 걸터앉아 즐기는 가을의 낙엽. 한점 한점 나눠 먹는 샤부샤부. 눈사람의 코가 되어버린 당근입니다. 남겨진 발자국입니다. 신중하게 고르는 수박. 조심스레 멈춰 선 발걸음. 몰래 훔쳐보는 가벼운 장난과,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시선입니다.

 

# 2.

 

따뜻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 다소 익숙하지만 그래도 완성도 높은 수려한 그림체를 빚어낸 '손'입니다. 일상 속에서 디테일을 찾아내는 친절한 '눈'입니다. 디테일한 것들 속에 숨은, 보다 디테일한 변화를 감지하는 '코'입니다. 때론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지기도 하는 침묵으로 대화하는 '입'입니다. 관객을 영화 안으로 이끄는 멋진 음악을 들려줄 '귀'입니다. 평범한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섬세한 상상력으로 그린 '마음'입니다.

 

특별한 메시지나 희소한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단단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제에 닿아있는 만큼 시간감에 대한 묘사가 좀 더 풍부했더라면 싶은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일상의 디테일과 변화만큼은 충실히 담아낸 애니메이션입니다. 짧은 단편이 이정도면 차고 넘칠만큼 좋은 드라마라는 거죠. '박재인' 감독, <할아버지 할머니의 봄>이었습니다.

 

 

 

 

 

 

# +3. 조금 사족을 달자면, (비단 이 작품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겠습니다만) 완성도나 메시지의 선의와는 별개로 많은 작품들에서 노인을 습관적으로 죽이는 결말이 썩 바람직한 것인가는 한 번쯤 재고해 볼 법합니다. 코미디 장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노인 영화들은 어쩌고 저쩌고 해서 그래서 죽었다.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러면 자칫, 노인 = 곧 죽을 사람. 노인 = 이쁘게 죽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인 것만 같아 보이거든요.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을 <청춘의 에너지>이라는 특정한 관념을 박제하는 듯 소비하는 것처럼. 젊은 사람들 역시 노인들을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이상적 모형으로서만 손쉽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면... 어쩔 수 없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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