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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꿈과 광기의 세계 _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 히라오 타카유키 감독

그냥_ 2024. 9.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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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ようこそ。夢と狂気の世界へ。

 

 

 

 

 

 

 

 

히라오 타카유키 감독,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 :: Pompo, The Cinephile』입니다.

 

 

 

 

 

# 1.

 

제목처럼 진솔한 영화는 말랑말랑한 표현과 달리 영화 제작의 세계를 진지하게 묘사한다. 우연히 기회를 얻은 젊은 영화인의 이야기 이면엔, 예술과 상업의 균형, 이상과 현실의 조율, 협업과 성장의 가치 등이 폭넓게 다뤄진다.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작품은 비단 영화뿐 아니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통용될 선량한 응원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작품이 정의하는 영화를 만들고 보는 행위의 의의로 환원된다.

 

폼포는 '날'리우드가 주목하는 천재 프로듀서다. 그녀는 예리한 직관과 산업에 대한 통찰을 가진 인물로, 진과 진의 눈을 빌린 관객들로 하여금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리드한다. 진은 폼포의 조수다. 다크서클 가득한 그는 내성적이지만 순수한 열정과 성실함이 돋보인다. 아직 세공되지 않은 재능을 눈여겨본 폼포의 지원 아래 자신의 꿈을 펼친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 골자다. 무명 배우 나탈리는 진의 데뷔작을 통해 자신의 진정성과 잠재력을 시험받는다. 둘에 비해 프로젝트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 못지않게 절실한 인물임에 분명하다.

 

15초 예고편으로 테스트를 통과한 진은, 폼포가 집필한 신작 <마이스터>의 감독을 맡는다. 영화는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친절하게 따라간다. 기획, 시나리오 개발, 캐스팅, 촬영, 연출, 편집, 마케팅 등의 단계를 적당히 구체적이면서 적당히 편의적으로 묘사한다. 초짜 감독의 데뷔작은 짧은 두근거림을 지나 예정된 위기에 봉착한다. 날씨나 소품이 어긋나는 식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추가 촬영, 예산 부족, 기한 문제 등 프로젝트가 좌초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난관들을 처절하게 경험한다.

 

 

 

 

 

 

# 2.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편집실의 시퀀스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작중작 마이스터 역시 다르지 않다. 편집은 감독 고유의 시간으로 고독하고 잔인한 창작자의 고뇌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한다. 샘솟는 영감과 그로 인한 고양감을 시각화하는 연출이라거나, 추가 촬영을 요청하는 장면에서 영화 속 캐릭터와 영화 밖 연출자가 중첩되는 구성은 눈부신 것으로, 이 작품이 굳이 애니메이션이어야 했던 이유를 넉넉히 설득한다. 최종 편집본의 시사회 장면으로 작품은 절정에 달한다. 기쁨과 불안에 뒤엉켜 폼포의 반응을 살피는 진의 얼굴은 당신에게 전달될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다.

 

이상과 예술로서의 영화에서 출발해, 현실과 비즈니스로서의 영화를 경험하다, 본연의 순수한 예술로 다시 돌아가는 구성은 히라오 타카유키의 철학을 엿보게 한다. 순수한 예술성만을 숭배하던 소년이 현실을 알아가는 것은 타락이 아닌 성장이다. 수첩에 빼곡히 적힌, 영화를 너무 좋아하던 초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다만, 추가 촬영으로 인한 위기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 위기를 동창 친구와 클라우드 펀딩으로 돌파하는 방식은 다소 유치하다. 특히 임원들의 현실적 우려를 회장의 결단으로 제압하는 것은 식상한 클리셰다. 일련의 방식은 이전까지 영화를 지탱하던 리얼리티를 떨어트리는 데, 그 리얼리티를 '실수로 떨어트린' 것인지 '일부러 던진' 것인지는 모호하다. 혹시 만드는 사람의 억눌린 스트레스를 집어던진 것처럼 느껴졌다 말한다면,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의 너무 억지스러운 변호일까.

 

 

 

 

 

 

# 3.

 

친절하고 안전한 이야기를 떠받치는 미술의 만족감은 큰 재미다. 밝고 생동감 넘치는 색채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들되, 작화는 너무 낙천적이거나 유치해 보이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한다. 때론 과장된 표현을 통해 영화인들의 예술가적인 직감과 통찰을 극대화하기도 하는 등 만드는 사람에 입각한 스타일리시한 연출 역시 흥미롭다. 몇몇의 장면은 전혀 다른 화풍의 회화나 펜선으로 표현되어 있어 작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함께 영화를 만드는 듯한 감각은 우에다 신이치로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8) 이후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만들고 보는 그 모든 것까지가 영화라는 결말은 우에다 신이치로의 인간 피라미드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초보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의 제목이 <마이스터>라는 아이러니, 비워진 시사회장과 채워진 시상식장의 대비는 꿈과 광기가 공존하는 영화의 세계(夢と狂気の世界)다. 극중 폼포는 나름의 구체성을 가진 개인이라기보다는 영화 미학의 의인화에 가깝다. 작품의 우리말 제목은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 내가 말하는 영화 너무 좋다는 말을 듣는 존재는 다름 아닌 영화다. 영화에게 당신이 있어 너무 좋다 고백하는 우리들의 세레나데다.

 

관객이 관람한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 역시 영화로서 현실의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면에서 메타 영화적이다. 관객이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이면에 진으로서의 히라오 타카유키와 그를 돕는 스텝, 어쩌면 J. D. 페터젠이었을 곤 사토시가 지켜보고 있다 생각하면 뭉클하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편집실에서 날밤을 새웠을 히라오 타카유키에겐 어쩌면 대단히 감상적이고 자전적인 경험이지는 않았을까.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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