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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존재의 지평선 _ 썸머 고스트, 라운드로 감독

그냥_ 2023. 10.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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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추락하는 삶과 부유하는 죽음의 경계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라운드로 감독,

『썸머 고스트 :: サマーゴースト입니다.

 

 

 

 

 

# 1.

 

피아노 샤랄랄라, 석양 샤랄랄라 하는 짭카이 마코토류 갬성충만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금수저 모범생, 번지점프 미수범, 금발의 정대만이 모여 여름 방학을 분신사바에 꼬라박습니다. 귀신이랑 4인팟 짜서 익스트림 레저 스포츠 즐기다 보물 찾기에 성공, 경품으로 목걸이를 득템 합니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기 전에 정대만은 요단강을 건너고. 남은 둘이서 다시 분신사바에 매진하며 막을 내린다는, 고런 내용의 작품이죠.

 

# 2.

 

네 명의 주요 캐릭터는 삶과 죽음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됩니다. 이를테면 토모야는 '살 이유가 없는 사람', 아오이는 '죽고 싶은 사람', 료는 '죽어 가는 사람', 아야네는 '이미 죽은 사람'의 순서라 할 수 있겠죠. 상대적으로 삶에 가까운 토모야와 아오이는 죽음을 경험하는 쪽으로, 죽음에 가까운 료와 아야네는 삶을 경험하는 쪽으로 영화는 전개됩니다.

 

인물들의 뒤를 받치는 일종의 환경으로서 삶과 죽음은 두텁게 은유됩니다. 특히 선향불꽃, 일본어로 센코하나비(線香花火)는 그 자체로 삶을 상징합니다. 생각보다 짧고 연약하지만 황홀하고 눈부신 시간인 것이죠. 선향불꽃을 피우는 동안에만 썸머 고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은, 그들의 만남이란 죽음이 아닌 삶을 지향하는 시간임을 암시합니다. 밝게 빛나다 떨어져 버리고 마는 선향불꽃의 연약함은 높은 곳을 비행하다 추락하는 이미지로 연결됩니다. 하늘은 선향불꽃과 같은 삶의 영역이라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하늘과 대비되는 땅 속은 죽음의 영역을 의미합니다. 아오이가 충동적으로 자살하려던 방식이 땅을 향해 뛰어드는 것이었던 이유이자, 아야네의 몸이 든 가방이 깊은 땅 속에 묻혀 있었던 이유입니다.

 

 

 

 

 

 

# 3.

 

인물들의 주요한 공통점이라면 역시나 10대 말의 소년들이라는 점일 텐데요. 이들이 지나고 있는 시점은 날아오르기 직전의 활주로이자, 이제 막 봄을 지나온 여름입니다. 그렇게 소중한 여름을 유령(죽음)을 찾는 데 보냈다는 것은, 이들의 상황이 그만큼이나 위태롭다는 뜻인 거겠죠.

 

네 사람의 비극 모두 외부 요인에 의한 비극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열과 이지메와 시한부, 심지어 유령 아야네의 비극조차 타인의 잘못에 의한 사고였죠. 피동적이었던 존재들이 나는 왜 살아있는 걸까, 왜 살아야 하는 걸까, 남은 시간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끝나버린 내 삶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추락하는 삶과 부유하는 죽음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 눈부신 시간이었던 것이죠.

 

영화 <썸머 고스트>의 가치는 죽음을 무턱대고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살아라 말하며 죽음을 비난한다면 죽어가는 사람인 료나 이미 죽은 아야네는 상처받게 될 테니까요. 짧을지언정 눈부시고 치열한 벚꽃 같았던 료의 삶과, 엄마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목걸이로 남을 아야네의 삶 역시 소중합니다. 영화는 삶과 죽음을 대결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적인 관계라 규정합니다. 앤딩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는 토모야와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 아오이뿐 아니라, 그들에게 소중한 친구로 기억될 료까지 함께하는 이유라 할 수 있는 것이죠.

 

 

 

 

 

 

# 4.

 

감상의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밋밋합니다. 죽음을 고민하는 미숙한 청춘들이 달려가는 이야기라면, 당연히 삶의 가치를 절실하게 깨우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걸 관객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건 치명적입니다.

 

볼륨은 40분이 채 되지 않아 제한적인데요. 풀어내야 할 주인공은 넷이라 필수적인 분량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제법 버겁습니다. 때문에 극을 주도하는 토모야와 소통하는 감각은 그것대로 약한데, 그렇다고 다른 인물들과 복합적으로 교감하기에는 이들 모두는 들러리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어느 누구도 주인공이라 할 수 없게 만들어 부유하는 정체성의 추상성을 상황과 공간에 투사하던가, 그게 어렵다면 아싸리 토모야에게 더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균형이 아쉽다는 것이죠.

 

10대의 미숙함을 해석하는 감독만의 인사이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할 수 있을 겁니다. 특유의 경음악과 햇살의 갬성은 신카이 마코토가 생각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비슷한 테마를 통해 존재론적인 고찰을 풀어내는 신카이 마코토의 존재는 영화를 더욱 얕아 보이게 합니다.

 

 

 

 

 

 

# 5.

 

그래도 스타일적인 면에서는 성취가 있습니다. 특유의 투박한 펜선과 거칠고 서투른 듯한 인물작화가, 화려한 배경 묘사와 대비되어 작품의 주제의식을 미술적으로 구현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아키라 코세무라의 피아노 선율도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죠. 끝까지 하나의 감정선을 잡아 밀고 나가는 힘만큼은 분명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다소 과격하게 전개되는 감은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한 결말의 파괴력 또한 칭찬받아도 좋은 거겠죠. 라운드로 감독, <썸머 고스트>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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