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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습작의 정석 _ 쇼트피스, 모리모토 코지 감독 외 4인

그냥_ 2021. 5.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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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한 마디로 깔끔하게 소개할 수 있을 작품입니다. 그림 즐기는 영화. 며칠 전 <대학살의 신>에서 메시지고 나발이고 연기를 즐기시라 말씀드렸는데요. 이 작품은 메시지고 나발이고 영상미를 즐기시라 말씀드려야겠네요.

 

 

 

 

 

 

 

 

'모리모토 코지' 감독 외 4인,

『쇼트피스 :: ショート・ピース』입니다.

 

 

 

 

 

# 1.

 

'모리모토 코지' 감독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오프닝입니다. 신사 앞에 엎드린 소녀가 토깽이 따라가더니 신시사이저 음악에 맞춰 옷 갈아입습니다. 언제나처럼 뭔 의미인지는 쥐뿔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나처럼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거겠죠. 특유의 가슴 뛰게 하는 분위기와 이미지, 그거면 충분합니다.

 

이어 '모리타 슈헤이' 감독의 <츠쿠모 九十九>, '오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화요진 火要鎮>, '안도 히로아키' 감독의 <감보 GAMBO>, '카토키 하지메' 감독의 <무기여 잘 있거라 武器よさらば>의 네 옴니버스 단편이 이어집니다.

 

 

 

 

 

 

# 2.

 

흔히 '제페니메이션 Japanimation' 하면 떠올리실 이미지에 대단히 충실한 작품들입니다. <츠쿠모>는 전통적 아이템. 수채화풍 색감. 흘러가 버린 과거에 대한 미련과, 전통에 대한 보수적 태도. 일본 특유의 만담풍 코미디와, 문화권 특유의 장인 정신과 수고로움에 대한 높은 가치 평가 등을 버무려 만들어낸 작품이죠. 이야기로서의 특별함은 없다 해야겠으나 부드럽고 수려한 배경디테일에 입체감을 더한 3D 오브젝트들고전적 소재에도 불구하고 조화롭게 엮어내는 애니메이터의 역량이 눈을 즐겁게 하는 작품입니다. 아, 물론 '우산 개구리'도 귀엽구요.

 

 

 

 

 

 

# 3.

 

<화요진>은 에도 시대 소방수에 대한 민담을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꺼무위키'에는 이 작품의 모티브를,

 

"소방수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에도에 대화재 방화사건을 일으켰다가 사형을 당했다는 야채가게 집 오시치(八百屋お七) 민담과 어릴 적부터 화재를 좋아해서 집안의 가업을 잇지 않고 소방수가 되고 싶다고 해서 집안과 의절하고 떠난 아들이, 몇 년 후 그 집 가게 근처에 불이 났는데 소방수가 된 아들이 와서 가게 종업원을 구해내고 부모와 재회한다는 인정담인 고전 라쿠고 '火事息子(화재 아들)' 이야기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라 기록하고 있는데요. 뭐, 적당히 그렇구나 하면 좋은 거겠죠.

 

 

 

 

 

 

# 4.

 

'우키요에' 라고 하던가요. 넓게 펼쳐놓은 판화 속 인물들이 직접 움직이는 것만 같은 화풍과 연출의 일체감이 인상적입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앞선 <츠쿠모>와는 대조적인 작품인데요. 따뜻하고 편안한 소재, 뛰어난 입체감, 섬세한 디테일, 강한 역동성에 집중한 연출, 선명하고 쨍한 색감의 앞선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은 육중하고 비극적인 서사, '우키요에'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면적인 표현과 과감한 생략, 구도의 통제에 집중한 연출, 부드럽고 건조한 느낌의 물 빠진 색감 등이 인상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일부러 노리기라도 한 듯 상반된 표현의 두 작품입니다만 그럼에도 둘 모두 그림 보는 맛이 참 좋은 단편이군요.

 

 

 

 

 

 

# 5.

 

'안도 히로아키' 감독의 <감보 GAMBO>는 우주선 타고 나타난 피부질환으로 고생 중인 것 같은 빵실한 엉덩이의 외계인과 사람 말 알아듣는 똘똘한 빨간 눈 백곰이 더블 K.O 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부터 특유의 무자비한 폭력성이 가미됩니다. 베고 썰리고 찌르는 표현뿐 아니라 외계인에게 강간당해 아이를 배게 된 여자에 대한 묘사 등 수위가 상당한 작품이죠. 미래를 위한 희생과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사명감. 무찔러 마땅한 잔혹 무도한 공통의 적의 등장과 이에 대적하기 위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해야 함을 주장하는 전체주의적 맥락의 비극적 메시지는 1990년대 전후 제페니메이션에 대한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백곰 감보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자세에 대한 묘사와 과격한 격투신을 그려내는 질감 역시 훌륭한 단편이죠.

 

 

 

 

 

 

# 6. 

 

마지막 <무기여 잘 있거라>는 이번 옴니버스 영화 중 유일하게 메시지다운 메시지, 서사다운 서사를 가진 작품입니다. 코스 요리로 치자면 이전까지 각양각색의 맛있는 <요리>들이 올라오다가 마지막에 <식사>가 올라온 셈이랄까요. 실제 런타임 역시 1/3 가량을 이 작품 혼자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후 디스토피아 속 남은 무기를 제거하던 군인들이 무인 로봇과 교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무장한 파워슈트와 전차의 디테일한 펜선 묘사. 이전 작품과 차별화된 화기를 동원한 다이내믹한 액션 연출을 즐기고 나면 독특한 메시지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군인들과 같이 무인 로봇 역시 '무기를 없애기 위해' 존재했다는 점이죠. 서로 평화를 지키려 무기를 없애기 위해 싸우는 아이러니. 명확한 선악 관계가 허물어지는 일련의 결말은 강력한 화력의 무기와 평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재고해 볼 것을 효과적으로 제안하며 작품에 여운을 더합니다.

 

 

 

 

 

 

# 7.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리뷰할 때면 간혹 '이건 그저 자신의 애니메이션 기술 자랑에 불과하지 않나.'라는 식의 리뷰를 하곤 했는데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냐 라는 반문에 대한 대답이 될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림쟁이들이 쓱쓱 그려 자기 그림실력 자랑을 하고 싶다면 딱 이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누차 말씀드린 대로 <그림 맛보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야기가 후지다거나 없다거나 한 것까지는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안락한 이야기 위에서 뛰노는 제페니메이션 특유의 펜 선. 과거에 대한 여러 층위의 상념과 특유의 허무주의적 분위기. 3D를 활용한 그래픽 요소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기술적 접근을 1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맛본다. 영화 제목의 유래처럼 뛰어난 애니메이터들의 작품집을 엿본다. 정도의 느낌으로 본다면 적당하겠네요. <쇼트피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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