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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무섭지 않아 _ 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그냥_ 2021. 4.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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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감독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심지어 이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으시는 분들도 적지 않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이웃집 토토로 :: となりの トトロ』입니다.

 

 

 

 

 

# 1.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을 안정적인 소재, 뛰어난 완성도의 작품입니다. 만, 의외로 "무슨 이야기의 영화야?" 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음... 아빠랑 딸 둘이 시골집에 이사 가서... '토토로'라는 다람쥔지 뭔지 모를 푹신한 애를 만나는 데... 아니, 엄마 있어, 근데 아파서 병원에 있지. 어쨌든, 음... 나중에 고양이 모양 버스도 나오고... 아니, 그냥 니가 직접 봐! 진짜 재밌어!" 라는 식으로 얼버무려 본 분들 제법 있으실 테죠.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사실상 <이야기>가 없다시피 하거든요.

 

 

 

 

 

 

# 2.

 

이례적일 정도로 서사에 비해 묘사의 비중이 높은 작품입니다. 새로 이사 간 낡은 나무집. 아빠와 함께 하는 늦은 저녁의 목욕. 노을 지는 언덕을 내달리는 자전거. 상쾌한 바람이 부는 드넓은 들판. 비 오는 버스정류장과 마을의 사당. 커다란 나무 위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전경. 동생과 함께 수업을 들었던 학교 등. 서정성을 발견하게 하는 특별한 순간에 대한 섬세하면서 풍부한 묘사가 작품이 제공하는 감동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3.

 

작품의 마지막, 병원에 입원한 엄마가 퇴원하는 장면을 구태여 스탭 롤이 올라가는 동안의 <에필로그>로 미뤄둔 구성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엄마를 병원에 둔 채 영화를 정리하고 싶어 했음을 유추할 수 있게 합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사츠키'와 '메이'와 '토토로'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누군가들의 인생 속 어떤 시점을 아름답게 가다듬어 사진처럼 찍어두고 싶어 한 듯하죠.

 

 

 

 

 

 

# 4.

 

따라서 이 영화의 핵심 역시 <묘사로 표현하고자 한 감수성을 포착할 수 있느냐>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 소년기의 과장된 감정을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선명하게 그려내는 능력이야 말로, 감히 대체할 수 없는 '미야자키 하야오' 만의 특별함이라 할 수 있죠.

 

아이의 눈에 웅장해 보이는 나무는 정확히 아이의 눈에 걸맞은 웅장함으로 그려집니다. 넘쳐흐르는 목욕물은 정확히 아이가 느끼는 만큼 과장되어 흘러넘칩니다. 소름 끼치는 장면은 명확히 소름 끼치게 그려집니다. 따뜻한 순간은 확실히 따뜻하게 그려지죠. 감독의 영화 속 묘사들에는 대부분 특유의 과장된 비현실감이 있는데요. 그것이 단순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초현실적 판타지가 아니라, 짙은 노스탤지어로 연결될 수 있는 데에는 표현의 논리적 근거가 동심에 닿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 5.

 

관객마다 느낄 내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뼘만큼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내는 예리함입니다. 시간의 필터에 옅어져 미화되어 있을 각자의 과거들을, 미화된 그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덧칠하는 유려한 손길입니다.

 

'토토로'를 만난 '메이'에게 아빠는 구박 대신 "거짓말을 했다 생각하지 않는단다. 숲의 주인을 만났나 보구나." 라 말하죠. 아주 오래전 그 말을 엄마 아빠로부터 직접 듣고 싶었을, 나이 든 어린이들에게 감독이 대신 전하는 늦은 대답입니다.

 

 

 

 

 

 

# 6.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중에서도 특별히 <이웃집 토토로>는 보고 나면 하염없이 눈물이 나는 영화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이웃집에 살고 있는 '토토로'의 영화가 아닙니다. 이웃집에 '토토로'가 살고 있다 상상하고 믿을 수 있었던, 지금은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마쿠로 쿠로스케'가 보였던 '사츠키'와 '메이'의 시간에 대한 동화죠.

 

# 7.

 

풍부한 묘사로 그려낸 핵심 정서는 <무서움>입니다. 구태여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라 한다면, <무언가가 무서운 아이들이 그 무서움을 극복하는 순간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을 정도죠.

 

영화는, 새롭게 이사한 집에 대한 무서움, 낯선 이웃집 할머니에 대한 무서움, 먼지 낀 2층 다락방의 무서움과, 휘몰아치는 바람에 덜컥거리는 창문의 무서움과,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숲의 무서움과, 학교 간 언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의 무서움과, 비 오는 날 늦게 들어온 아빠에 대한 무서움과, 길 잃은 동생에 대한 무서움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에 대한 무서움입니다.

 

무서움에 울음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순간. 짠! 하고 나타나 빙긋 웃으며 도토리를 건네주기에, '토토로'는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 7.

 

지나고 보면 별 게 아닐 수도 있는 일들을 그토록 두려워했던 과거의 당신처럼, 지금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을 당신 역시 훗날 지금의 두려움을 흐뭇하게 회상하게 될 거라 말하는 작품입니다. 커서도 여전히 무서운 것들이 많은 당신들은, 과거에도 무수히 많은 무서움을 이겨낸 사람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작품입니다. 당신의 무서움을 이해하고 구원해 줄 '토토로'가 늘 곁에 있음을 응원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니 어느새 몸만 훌쩍 커버린 소년과 소녀들이 아이처럼 눈물 흘릴 수밖에요.

 

 

 

 

 

 

# 8.

 

마지막 '메이'를 찾아 고양이 버스가 지나가는 시퀀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버스가 지나가며 갑자기 바람이 분다거나, 새가 날아오른다거나, 허공에 대고 강아지가 짖는 장면. 감독의 선량한 의도는 마지막 고양이 버스를 통해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데요. 숲과 시골 등의 풍경으로 일관하던 영화가, 마지막에서야 어느 시대의 사람들과도 연결할 수 있는 '일상적 아이템'에 작품 경험을 연결하기 때문이죠.

 

덕분에 영화를 본 사람들은 문득, 모자를 날려버릴 정도로 바람이 몰아치거나, 전깃줄에 줄지어 앉은 새가 이유 없이 날아오른다거나, 허공에 대고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들을 때면. '사츠키'와 '메이'를 태우고서 엄마를 찾아 병원으로 날아가고 있을 고양이 버스와, 어딘가의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쓰고 웃고 있을 '토토로'와, 영화 <이웃집 토토로>를 보았던 나의 순간을 떠올리게 할 현악 ost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떠올렸을 과거의 나와, 과거와 현재에 공존하고 있을 두 명의 나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 9.

 

타고나길 시니컬한 냉혈한이라 눈물이 거의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볼 때마다 주책스러울 정도로 소리 내 펑펑 울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두 편 중 한편입니다. 가끔 너무 지쳐 눈물 펑펑 쏟아내는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봐도 좋을 작품이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이웃집 토토로>였습니다.

 

# +10. 그래서 나머지 한편은 뭐냐구요? 당연히 <짱구는 못 말려 : 어른 제국의 역습>이죠. :)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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