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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눈보라빛 향기 _ 플레이온, 고동환 / 송하연 / 강선우 감독

그냥_ 2022. 7.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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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그대 모습은 눈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고동환, 송하연, 강선우 감독,

『플레이온 :: PLAY ON』입니다.

 

 

 

 

 

# 1.

 

최근 왓챠는 단편에 진심입니다. 자의 반 타의 반의 생존전략이긴 하겠지만요. 여하튼 매주 양질의 단편을 10여 편 이상 꾸준히 추가하고 있는데요. 참 잘했어요. 이번 주에는 10분 안쪽의 애니메이션이 왕창 올라왔네요. 30년 차 게임 폐인의 니즈를 자극하는 작품이 보이길래 즐거운 마음으로 골라 보았습니다.

 

# 2.

 

균형이 돋보이는 말랑말랑 애니메이션입니다. 직관적인 인상은 라이엇의 롤과 블쟈의 하스, 슈퍼셀의 클래시 시리즈의 중간 어딘가의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실제 그런 게임들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겠으나, 한국과 일본 등 동양 애니메이터의 표현보다는 북미의 스타일에 조금 더 가깝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테죠.

 

치열한 게임 환경에서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다 중간중간 현실로 이탈하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방식은, 블리자드 애니메이션의 기시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게끔 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에 답답해하던 플레이어가 현실의 겜방에서 무안해하는 시퀀스에서는, 지금은 망겜이 되어버린 고오급 시계의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것만 같죠.

 

 

 

 

 

 

# 3.

 

완성도는 뛰어납니다. 기계적으로 스타일을 차용하는 것에 성패를 올인하는 작품들도 많습니다만, <플레이온>은 플레이어와 캐릭터 모두의 동세와 표정과 환경을 나태한 표현 없이 성실하게 구현합니다. 디자인뿐 아니라 샷을 배분하는 방식이라거나 시선 이동 따위의 영화적 관점에서의 컷 구성도 탄탄해 관객의 집중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합니다.

 

색감도 특기할만합니다. 많이들 게임 특유의 화려한 표현에 취해 오브젝트와 이펙트를 남용하다 시인성을 해치는 실수를 범하곤 합니다만, 이 작품은 다양한 색감과 광원을 과감하게 동원함에도 상황을 따라가는 데 번잡하다는 느낌 없이 편안하게 전달합니다. 미술적 감각이 좋은 것이죠. 인디 단편의 경우 도전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은 많아도 능숙하다는 인상의 작품은 흔치 않다는 걸 고려한다면 조금 더 넉넉히 평가받아도 좋을 겁니다.

 

사운드는 그보다 더 준수합니다. 퀄리티도 인상적이거니와 영상과 연동되는 리듬감이 훌륭합니다. 게임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맞아떨어지는 소스들이 적절히 동원되어 있구요. 게임 안에서의 소리와 게임 밖에서의 소리와 에코가 들어가야 하는 순간과 그러지 않아야 하는 순간 등 질감 구분도 디테일하죠. 제작 여건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단편에서 가장 희생당하기 쉬운 부분이 사운드일 텐데요. 이 정도의 전달력을 구현했다는 건 놀랍습니다.

 

 

 

 

 

 

# 4.

 

훌륭한 표현에 비해 구성은 다소 아쉽습니다.

 

시작부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는 걸 공개하는 건 너무 자신감 없는 선택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입니다. 학생과 캐릭터의 구도를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연결시키는 것이 작품의 한방이었을 텐데요. 초반부터 공개된 아빠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는 너무 노골적이죠. 절정에 도달하기 앞서 이야기 구조에 대한 감을 잡은 관객들은 중반도 채 지나기 전에 서사적 재미에서 이탈하고 말았을 겁니다.

 

차라리 진동 소리를 복선으로 깔면서 영화 내내 관객의 집중을 게임 안에다 묶어 놓고, 마지막 겜방을 나서는 플레이어의 발자국에 노란 불빛이 새겨지는 앤딩 위로 전화 넘어 들려오는 부모의 잔소리 같은 걸 들릴락 말락 작게 까는 식으로 처리하는 쪽이 정석적이고 무난하지 않았을까요.

 

 

 

 

 

 

# 5.

 

캐릭터와의 갈등을 인게임 스토리 라인으로 녹여내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냥터로 가게 하는 데 옆에 보인 꽃을 향해 달려가고, 고기 얻으러 토끼 사냥하려는 데 귀여운 토끼라 차마 그러지 못하고, 낚시를 하려는 데 무기 공방으로 달려가고 싶어 하는 식으로 말이죠. 방향성을 부여하는 것이 훨씬 통제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용이했을 텐데요.

 

상황을 2차 전직에 종속시키는 건 게임에 익숙한 사람에겐 너무 편의적인 구성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목숨 몇 개씩 갈아가며 전직 뛰는 걸 몰입하라는 건 솔직히 무리한 요구죠. 물론, 캐릭터를 인게임에 던져놓으려면 환경을 구현하는 데 들어가는 일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거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감안하긴 해야 할 테지만요.

 

여담으로 부모의 개입과 통제를 더 나은 방식으로 묘사할 수는 없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솔직히 전화 8번 씹으면서까지 게임하고 있는 거라면 애도 문제가 있다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니까요. 냉정하게 말해서, 게임 내 캐릭터는 치열하게 자기실현을 하고 있지만 플레이어의 상황은 자기실현과는 무관합니다. 설득력이 부족한 비유는 냉소적인 관객에게 비웃음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걸 늘 조심해야 하죠. 고동환, 송하연, 강선우 감독, <플레이온>이었습니다.

 

# +6. 탱보단 원딜이 진리인데요. 캐릭터가 뭘 좀 모르네.

# +7. 사소하긴 하지만 굳이 성과 이름의 순서를 바꿔 적어야 했을까요. 이름은 고유명사인데 말이죠.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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