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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거의' 완벽한 단편 _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윌 맥코맥 감독

그냥_ 2020. 11.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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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굉장히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영화인데... 다들 아실 거라 믿어요... 너무 크~은 단점을 갖고 있어요. 그 큰~ 단점이 장점들을 다 먹어요(?)"

 

 

 

 

 

 

 

 

'윌 맥코맥', '마이클 고비어' 감독,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입니다.

 

 

 

 

 

# 1.

 

거의 완벽한 단편입니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펜선의 질감이 인상적입니다. 화풍은 특별히 과장되지도 특별히 빈곤하지도 않아 정서와 서사에 편안하게 안착하도록 돕습니다. 물리적인 움직임과 이면에 담긴 심정을 표현한 그림자가 분리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는 연출은 능숙합니다. 현실의 공간과, 기억 속 공간과, 심리적 공간을 문학적으로 넘나들고 교차하고 어우러지는 모습이 유려합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분노와 스트레스가 아닌 슬픔과 공감에 명확히 포지셔닝 할 수 있도록 연출자의 통제력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음악의 활용 역시 집중을 환기하면서 동시에 십여분 남짓의 짧은 런타임 안에서 쳅터를 구분지어 불륨감을 더합니다.

 

 

 

 

 

 

# 2.

 

학교 총기사고로 인해 아이를 잃은 부모의 절망감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의 엄중함. 삭막한 총성과 불안한 비명소리들 가운데 스마트폰에 띄워진 메시지의 힘은 작품의 존재 가치를 효과적으로 증명합니다.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 우리에게 총기사고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이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세월호 참사, 조금 더 멀리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와 같은 비극적 사건을 마음 깊이 기억하고 있기에 함께 가슴이 철렁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충분히 공유하게 됩니다. 문제의식과 정서를 함께 나누게 됩니다.

 

 

 

 

 

 

# 3.

 

다만, 모든 것을 갖춘 듯한 이 작품에 딱 하나 아쉬움이 있습니다.

바로 방향성의 부재죠.

 

'사건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묘사하겠다!' 라고 하기엔 사고 자체가 아예 생략되어 있구요. '사례를 취재해 남겨진 부모의 사정을 디테일하게 포착하겠다!' 라기엔 너무 많은 분량을 무난한 회상 씬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정서를 추적하겠다!' 라고 하기엔 심정에 대한 규정이 너무 단편적이고, '문제의식을 담론으로서 제시하겠다!' 라고 하기엔 마무리가 너무 비겁하죠.

 

총기사고를 여타 드라마 영화의 반전포인트처럼 소비하는 것 역시 관객의 동요를 극적으로 불러일으킨다는 기능적인 면에서 유효하긴 합니다만 실제 벌어진 비극적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서 적절한 것인가에는 의문이 따릅니다. 설마하니 이 소재로 장르물을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닐테니까요.

 

 

 

 

 

 

# 4.

 

특히나, 감독이 떠나간 아이를 소환해 부모를 이어주는 결말은 관객에 따라 선을 넘은 무례한 연출로 비춰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상실을 극복하길 바라는 선의善意 그 자체는 십분 이해하나 생판 남인 감독이 대충 그림 그려서 가져다 붙인다고 뚝딱 해결될만큼 가벼운 상처는 아니기 때문이죠.

 

이와 같은 결말은 자칫 "힘내요. 지나간 일이잖아요. 산 사람은 살아야죠. 아이도 그러길 바랄꺼에요. 화이팅!" 이라는 투로 쉽게 말하는 것만 같은 기분을 주어, 관객으로 하여금 불쾌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 5.

 

차라리 시작부터 진득하게 총기사고로 인해 딸을 잃은 부모의 상황이라는 걸 담담히 공개하고서 런타임을 알뜰이 투자해 부모의 정서를 포착했더라면 어땟을까요. 그리움과 상처와 후회와 사랑과 그 이상의 죄책감과 미안함이 한데 어우러진 깊은 정서를 최대한 묘사한 후 마지막에 조심스럽게 극복을 기도하고 응원하는 정도로 정리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랬더라면 그저 아름답고 선량한 작품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보다 정갈하고 선명하기도 한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윌 맥코맥', '마이클 고비어' 감독,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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