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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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Mystery & Thriller 109

주인공만 3명 _ 조안, 김지산 / 유정수 감독

# 0. 이젠 제법 익숙한 소셜 미디어 까는 영화입니다. '김지산', '유정수' 감독, 『조안 :: Joan』입니다. # 1. 일반적으로 떠올릴 법한 소셜 미디어의 비판적 문제의식을 소집해 하나의 이야기 속에 녹여낸 단편입니다. 제프 올롭스키의 나, 츠노 메구미의 와 유사한 문제의식 위로 불쾌하고 섬뜩한 미스터리 호러의 장르적 재미를 살짝 더한 작품 정도로 이해하시면 적당하겠군요. 영화에는 총 세 인물이 등장합니다. 조안과, 소개팅남, 그리고 이름 모를 내레이터죠. 이야기는 조안이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데이팅 어플을 통해 새로운 남자와 소개팅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과정을 소셜 미디어의 의인화로서 내레이터가 전개하는 구성이죠. 각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소셜 미디어의 폐해를 비판적으로 대변합니다. '조안'..

미장센의 배신 _ 우먼 인 윈도, 조 라이트 감독

# 0. 미장센이 어쩌구... 메타포가 저쩌구... '조 라이트' 감독, 『우먼 인 윈도 :: The Woman In The Window』입니다. # 1. 요즘의 영화들 특히 과 의 웨스 앤더슨이나, 와 의 박찬욱 감독의 그것처럼 엄격한 규칙과 과감하면서 관능적인 색감이 만들어내는 인공적 미감의 미장센이 대두된 이후, 영화판의 메타가 마치 누가 더 아름다운 미장센을 뽐내느냐를 경쟁하는 카드게임화 되어버린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오프닝에서 주인공이 가운데 있으니 1점! 화면을 두꺼운 선이 가로지르고 있으니 1점! 하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기하학적 구도에 대한 감화가 쉽게 되는 탓에 온갖 리뷰를 미장센에 대한 호들갑으로 떡칠하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희극적이기는 하지만요. # 2. 이 영화 역시 ..

통제력의 상실 _ 리틀 조,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 0. 꽃가루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연인과 꽃구경하는 대신 고고하고 시크한 싱글 라이프를 택한 이유죠. 애인 사귈 능력은 되냐구요? 그게 중요한가요? 누가 너랑 사귀겠냐구요? 손님, 싸울래요?!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리틀 조 :: Little Joe』입니다. # 1. 굳이 말하자면 공포 스릴러 영화... 이긴 한데요. 솔직히 무섭다기보다는 '찝찝한 영화' 쪽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각기 다른 세 층위의 정서가 하나의 이야기 속에 중첩되어 있는데, 그 실체는 구체적 공포보다는 일련의 과정이 낳게 될 미래에 대한 잠재적 공포에 닿아있기 때문이죠. 가장 표면의 테마라 한다면, 역시 유전자 조작 기술과 과학자의 윤리적 일탈로 인한 리스크가 될 테구요. 그다음은 확인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강요된 판단과 ..

설명충이 반전물을 만들면 _ 대최면술사, 진정도 감독

# 0. 엄청 극단적인 영화입니다. 진짜 괜찮은 시나리오인데 진짜 못 만들었거든요. 반전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들기엔 감독이 너~~무 소심하고 너~~무 순박하고 너~~무 착합니다. 진정도 감독, 『대최면술사 :: 催眠大師』입니다. # 1. 캐릭터 괴랄합니다. 디렉팅을 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의사랑 환자가 상담하는 영환데 톤은 무협물에 맞춰져 있습니다. 논리와 호소로 대화하고 소통해도 모자랄 판에 주인공 둘이서 몸만 안 썼다 뿐 영화 내내 싸우고 있죠. 연기, 과장되고 어색합니다. 볼살 빵빵한 동안의 계란 머리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센 척을 하는데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그냥 웃기기만 합니다. 책상에 다리 올리고 신문 펴 보는 등장 씬은 감독의 부실한 연출 역량을 가늠케 하기 충분하죠. 그나마..

원 히트 원더의 딜레마 _ 낙원의 밤, 박훈정 감독

# 0. 감정이든 행위든 합리성이 부재하다 느끼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겉멋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겉멋이냐 간지냐를 구분짓는 건 사소한 디테일을 물고 늘어지는 식의 개연성 진단과는 무관합니다. 오히려 직관의 영역에 가깝죠. '박훈정' 감독, 『낙원의 밤 :: Night in Paradise』입니다. # 1. 엄태구 입니다. 역시 멋있어요. 감독 생각하면 당연히 범죄 누아르일 테고 당연하다는 듯 양복 입은 주인공의 멋있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시한부 설정의 이부 누나가 때마침 생일인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조카를 데리고 등장합니다. 어째 벌써부터 지루하네요. 다행히 전개는 초고속으로 이뤄집니다. 주인공은 역시나 조폭이구요. 도 회장이라는 경쟁자가 있다는군요. 사랑해 마지않는 누나와 조카가 석동출 당하고, 빡..

악마인 듯 악마아닌 악마같은 너어어 _ 나인 마일즈 다운, 앤소니 월러 감독

# 0.  악마인 듯 악마 아닌 악마 같은 너어어바람인 듯 바람 아닌 바람 같은 나아아        앤소니 월러 감독,『나인 마일즈 다운 :: Nine Miles Down』입니다.     # 1.  덮어놓고 반전 한방 딱!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는 영화입니다. 주머니 사정을 가늠케 하는 지극히 단출한 세트와, 이를 가리면서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기 위한 다양한 광원과 화각의 연출. 그리 비싼 개런티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만 같은 많아야 세명 안쪽의 주인공 라인업과 이들의 개인기를 사골처럼 쥐어짜는 걸로 간신히 버티는 수다스러운 진행. 2/3 지점에서 터지는 반전 한방과 그 반전을 최대한 거창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후반부 호들갑으로 채워집니다. 작품의 성패는 당연히 반전의 퀄리티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반..

세 가지 질문 _ 녹터널 애니멀스, 톰 포드 감독

# 0.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배우들이 있습니다. 봐야겠다 싶어 리스트에 올려놓더라도 당장 보기엔 지칠까 두려워 한참 동안 묵혀 두게 되는 영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껏 충전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각오를 담은 긴 심호흡과 함께 조심스레 꺼내 드는 영화. 고런 영화들을 주로 만드는 배우들 말이죠. '톰 포드' 감독, 『녹터널 애니멀스 :: Nocturnal Animals』입니다. # 1. 이 분야 끝판왕은 단연 '호아킨 피닉스'입니다만 굳이 한 명 더 꼽아야 한다면 전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의 주인공 '제이크 질렌할'을 꼽겠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작품들이 대체로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형이상학적 메시지를 둘러싼 극단적인 감정 소모를 불러일으킨다면, 제이크 질렌할의 경우 대단히 디테일한 현실적..

차라리 게임을 하자 _ 12피트, 맷 에스칸다리 감독

# 0. 자매가 수영장에 갇혔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스릴러군요. '맷 에스칸다리' 감독, 『12피트 :: 12 Feet Deep』입니다. # 1. 이 같은 영화들은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극단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강하게 추적하는,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의 나 대니 보일 감독의 같은 심리극 스타일을 들 수 있을 테구요. 또 다른 타입은 관객과 함께 생존 방법을 논리적으로 모색하는 재난 영화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알폰소 쿠아론의 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을 떠올리셨다면 적절하겠네요.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지 간에 장르가 작동하기 위한 1차적인 기반은 감정이입입니다. 내가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참... ㅈ같겠다. 라는 감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탐정놀이의 목적 _ 레베카, 벤 휘틀리 감독

# 0. 히치콕 감독의 리뷰 말미에 말씀드린 대로 불필요한 선입견 없이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보려 노력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레베카가 아닙니다. '벤 휘틀리' 감독, 『레베카 :: Rebecca』입니다. # 1. 히치콕 감독의 작품이 원작으로서 완벽하기에 이후 창작되는 는 모두 1940년 작품 속 설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의 순혈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레베카가 아니다라는 표현은 레베카라는 인물의 존재를 극의 중심에 놓고 전개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뜻이죠. 이 영화는 오히려 입니다. 릴리 제임스가 연기한 '나' 말이죠. 영화에는 무수히 많은 부실함이 발견되는데요. 그 대부분은 이야기는 레베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_ 레베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넷플릭스의 를 보려 했습니다. DELING님의 댓글 덕에 뮤지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요. 살펴봤더니 리메이크 작이더군요. 원작은 무려 1940년 작, 그것도 히치콕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기에 까흠짝 놀랬더랬죠. 더 놀라운 건 그 마저 1939년에 출간한 다프네 뒤 모리에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역시 무식하면 놀랄 일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80년 전 책을 찾아보기엔 너무 게으르고 뮤지컬은 볼 방법이 없다는 핑계로 작품에 대한 감상은 영화 두 편 연이어 보는 것으로 적당히 갈음하려 합니다. 기대되는군요. 오래전 명곡을 리메이크 버전과 비교해 듣는 재미가 있듯 영화 역시 같은 서사를 다루는 두 창작자의 시각을 적절히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까요.        알..

인싸식 영화관람법 _ 저수지의 개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사흘 전 올린 리뷰에 뜬금없이 베아트릭스 키도를 거론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갑자기 꽂혀서 타란티노를 정주행하고 있었거든요. 현재 , , , , , 은 왓챠에서, 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왜 때문인지 은 양쪽 모두에서 서비스하고 있구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에 가 걸려 있었던 덕에 두 OTT 플랫폼만으로도 를 제외한 타란티노를 모조리 볼 수 있었습니다만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군요. 범인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누가 되었든 순순히 할리우드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게 좋을 겁니다. 면도칼을 든 미스터 블론드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저수지의 개들 :: Reservoir Dogs』입니다. # 1. 익히 알려진 타란티노. 그중..

천재사용설명서 _ 더 프로디지, 알렉스 호게이 / 브라이언 비달 감독

# 0. 2018년에 개봉한 테일러 실링 주연, 니콜라스 맥카시 감독 작 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그보다 한해 앞서 개봉한 동명의 다른 작품에 대한 리뷰죠. '알렉스 호게이', '브라이언 비달' 감독, 『더 프로디지 :: The Prodigy』입니다. # 1. 영화뿐 아니라 대부분의 서사 중심 창작물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캐릭터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 1순위는 천재 캐릭터일 겁니다. 여타 모든 종류의 캐릭터들과는 달리 설정이나 연출로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죠. 슈퍼맨보다 더 쎈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냥 쎄다고 하면 됩니다. 까짓 거 한 대 맞자마자 날아가는 슈퍼맨을 보여주기만 해도 설득은 충분하죠. 플래시보다 더 빠른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면 플래시를 앞지르는 모습만 연출하면 됩니다. ..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_ 레드 닷, 알라인 다르보리 감독

# 0.  오로라 보러 하이킹 떠난 부부가 저격당하는 영화입니다. 장르적 재미는 사냥당하는 사람의 살 떨리는 긴장감과, 중후반 공개되는 소소한 반전잼, 갈등이 정리되는 결말의 카타르시스가 전담합니다. 주제의식은 '업보 청산'이라는 한마디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서사와 장르와 주제가 제각기 따로 놀거나 충돌한다는 점이죠. 복수극, 그거 그렇게 적당히 만들어지는 게 아닐텐데요.        '알라인 다르보리' 감독,『레드 닷 :: Red Dot』입니다.     # 1.  모르긴 몰라도 영화를 보신 분들 중 상당수가 제법 답답해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사냥하는 쪽이든 당하는 쪽이든 어느 편으로도 감정 이입이 어렵구요. 카메라가 따라붙는 여주는 영화 내내..

더 클래식 _ 12인의 성난 사람들, 시드니 루멧 감독

# 0.  짧게 할게요. 얼른 써 놓고 자기 전에 한번 더 볼꺼거든요.        '시드니 루멧' 감독,『12인의 성난 사람들 :: 12 Angry Men』입니다.     # 1.  명성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제법 오랫동안 미뤄뒀던 영화입니다. 고전 영화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특유의 이물감이 관람을 짐짓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연출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히치콕의 영화들만 하더라도 부분적으로나마 어색한 점이 느껴될 정도니,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거라 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릅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고전영화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뭘 하고 싶었는지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으나 기술적-경제적 한계 혹..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ⅱ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이전글 :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유독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 morgosound.tistory.com # 12.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죠. 일련의 연출법은 난해한 아이템을 이해시키는 덴 성공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장르와 합치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압박감의 성격보다 더 우선시되는 압력의 크기. 인물을 포위하는 듯한 엄격한 연출의 통제.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보다 심미성에 더 많이 할애되는 듯한 메타포. 사건이 고조되는 순간의 과격한 표현 따위 등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작법들인데 반해 이 영화의 메시지는 누가 뭐래..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시 볼 정도로 좋았었는데요. 단독 주연작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거겠죠. 영화가 뭐 어떻다구요? 그래서 므요, 으쯔라구요. 1시간 30분 여신 영접했으면 된 거 아닌가요?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스왈로우 :: Swallow』입니다. # 1. 영화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잠시 치워두고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주연 배우 얘기부터 해 봅시다. 제 아무리 작가주의적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캐스팅만으로 주저 없이 티켓값을 지불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다들 몇 명씩은 있죠. 저는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선 '전도연'과 '문소..

유망주는 유망주 ⅱ _ 콜, 이충현 감독

유망주는 유망주 ⅰ _ 콜, 이충현 감독 # 0. 연출이 능숙합니다. 포인트마다 연출자의 의도와 대화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감각이 전달됩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이 연상되지 않을 수는 morgosound.tistory.com # 13. 후반부 아쉬운 서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구요. '영숙'을 거론한 김에 배우와 배역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단편 영화 으로 주목받았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이목이 집중되긴 했습니다만. 영화에서 활용하는 공간 연출과,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 논란의 결말부와 같이 감독의 존재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이런 류의 영화는 늘 배우의 영화, 특히 '악역'의 영화가 됩니다. 이 작품에선 '전종서'죠..

유망주는 유망주 ⅰ _ 콜, 이충현 감독

# 0. 연출이 능숙합니다. 포인트마다 연출자의 의도와 대화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감각이 전달됩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이 연상되지 않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이 정도면 아이템의 구성과 테마의 차별점 역시 충분히 참신해 보입니다.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음악도 불필요한 이물감 없이 작품에 잘 녹아들고 있으며 배우의 연기 또한 대부분 탁월합니다. 반면, 서사는 아이템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려냈다 할 수 있을 만큼 미려하지는 못합니다. 편의적인 전개 역시 다수 발견됩니다. 적지 않은 아이템들이 작품과 따로 놀고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줘야 할 결말은 다소 실망스러우며 쿠키 영상은 그 실망스러운 결말만큼도 못합니다. 감각은 살아 있지만 보고 싶지 않은 ..

변호사 사무소의 의자 _ 세 번째 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0. 통상의 범죄물은 관객을 형사의 발 위에 올려놓습니다. 흉악 범죄 사건을 오프닝에 배치해 물리적 폭력성을 직관적인 긴장감으로 연결한 후 이 포악한 범인과 열혈 형사의 쫓고 쫓기는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징검다리 삼아 서사를 전개해 나가죠. 4885 씬으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세 번째 살인 :: 三度目の殺人』입니다. # 1. 범죄 스릴러의 수작 를 예로 들었듯 이 방법이 잘못된 방식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많은 감독들이 비슷한 장르물을 만들며 같은 선택을 하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스릴러는 기본적으로 긴장감을 즐기는 장르고 2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며 사람들은 보통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서..

악행은 합리화될 수 있는가 _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안토니오 캄포스 감독

# 0. 테마는 선명합니다. 정당한 악행의 연쇄. 명분과 정의가 악행을 합리화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죠. 영화에서 지칭하는 '사라지지 않는 악마'는 악의에 가득 찬 특별한 살인마가 아닙니다. 자기 명분에 한껏 충전되어 정의로운 악행을 저지르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어느 시골마을 사람들의 살인사건으로 배경을 제한하고 이를 위해 기꺼이 오프닝 시퀀스를 할애한 건 이후 벌어지게 될 무수히 많은 선량한 악행들에 보편성을 불어넣기 위함입니다. '안토니오 캄포스' 감독,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The Devil All the Time』입니다. # 1. 주요 인물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배경과 다른 동기와 다른 성격과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들입니다만, 단 한 가지. 자기 나..

싸가지 _ 에놀라 홈즈, 해리 브래드비어 감독

# 0.  무례합니다. 영화가 싸가지가 없어요. 메시지, 보다 정확히는 특정한 이념을 위해 서사와 캐릭터와 표현과 연출 심지어 관객 경험까지 복무시키는 영화입니다. 이럴 거면 왜 굳이 힘들게 영화를 하나요. 그냥 시민운동을 하시지.        '해리 브래드비어' 감독,『에놀라 홈즈 :: Enola Holmes』입니다.     # 1.  현시대의 성갈등에 대한 개개인의 가치판단 여하와는 별개로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자기실현은 충분히 창작자의 구미를 당길법한 소재임엔 분명합니다.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레이디 맥베스』와 같은 영화들은 다시 봐도 강렬하고 매혹적이죠. 하지만 당위만으론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가치를 어떻게 쟁취하고 실현하고 설득할 것인가가 본질이죠. 드라마의 감동은 특정 가치와..

히치콕의 고양이 -2- _ 39계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이전글 : 히치콕의 고양이 -1- [39계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10. 좁은 공간에서 속도감 있게 몰아붙이는 전개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더 이상은 넌센스죠. 감독은 의도적으로 대조적인 도시 외곽으로 장소를 옮깁니다. 역동적인 어드벤처에서 적막 속 스릴러로의 이동이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해석의 차이'라는 작품의 테마는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농가에서 역시 각 인물들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기준은 모두 다릅니다. '해니'의 머릿속은 자신을 쫓는 경찰들로 가득합니다. 아낙은 매정한 남편과는 달리 잘생기고 신사적인 '해니'에 대한 이성적 호감에 기반한 막연한 선의를 가지고 있죠. 남편은 이들을 불륜에 빠진 남녀라 오해하고 있구요. # 11. '해니'가 경찰의 추격이라는 물리적 압박에 집중하는 ..

히치콕의 고양이 -1- _ 39계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비판하기 위하여 슈뢰딩거(E. Schrödinger, 1887-1961)가 1935년 고안한 사고 실험이다. 중첩으로 설명할 수 있는 양자 대상이 측정장치(일반적으로는, 인과적으로 연결된 고전 대상)를 함께 고려하면 결국 측정장치도 중첩을 일으켜야 한다는 역설이다. 중첩된 파동 함수가 측정하는 순간 환원된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출처 [물리학백과 : 슈뢰딩거의 고양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39계단 :: The 39 Steps』입니다. # 1. 사실 없는 해석은 무의미합니다. 해석되지 않은 사실은 지루합니다. 사건은 개인적 입장에 따른 주관적 관점을 통해 해석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생명력을 가집니다. ..

카드놀이와 드라이빙 _ 조용한 남자의 분노, 라울 아르바로 감독

# 0. 강도 사건으로 아내를 잃게 된 남자가 범인들을 찾아 복수하는 영화입니다. 건조한 제목만큼이나 담백한 영화죠. 다만, '라울 아르바로' 감독, 『조용한 남자의 분노 :: Tarde para la ira』입니다. # 1. '조용'하기만 할 뿐 '남자'답지도 '분노'에 차 있지도 못합니다. 복수는 허술합니다. 묘사는 빈곤합니다. 감정은 희미합니다. 영화의 단점 대부분은 '쿠로'가 수감된 8년의 시간을 전혀 활용하지 못해 파생되는 문제들입니다. '척 노리스' 닮은 분노의 남자 '호세'가 8년 동안 카드놀이나 즐긴 등신이 되어버리는 순간, 영화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기정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 2. 쿠로가 출소할 때까지 죽치고 있다가 감옥을 나오면 범인들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겠다!!!! ... 라..

영화에 관한 영화 ⅱ _ 이창,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영화에 관한 영화 ⅰ _ 이창,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유명 감독의 대표작들을 볼 때면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살짝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무언가 이 대단한 영화가 왜 대단한 건지를 알아 모셔야만 할 것 같은 압력 같은 게 느껴진 morgosound.tistory.com # 4. 대단히 엄격한 구조의 작품입니다만 동시에 대단히 '파괴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종(縱)적인 레이어들과 각각의 레이어 안에서 다시 횡(橫)적으로 분절되는 물리적-서사적 프레임들이 만드는 입체적인 볼륨 위를 주요 인물들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동안 대단한 속도감과 긴장감이 구현됩니다. 명징하게 직조된 일련의 구조를 일탈적으로 넘나드는 순간 마다마다 관객 역시 대단한 해방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각자 장르를 대변..

영화에 관한 영화 ⅰ _ 이창,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유명 감독의 대표작들을 볼 때면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살짝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무언가 이 대단한 영화가 왜 대단한 건지를 알아 모셔야만 할 것 같은 압력 같은 게 느껴진달까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주제 파악 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스스로 영화와 관련된 소양이 한없이 빈곤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죠. 아는 것도 없고 통찰할 능력도 없는 인간의 글이라는 걸 솔직하게 고백하고서 마음 편하게 거장이 만든 오래된 테마파크를 즐겨보겠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이창 :: Rear Window』입니다. # 1.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다리를 다친 사진작가 '제프리'가 치료하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창밖의 이웃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이웃 '쏜월드'의 행동에 의아함을 ..

S급 짝퉁 _ 언더 워터, 자움 콜렛 세라 감독

# 0. 재난 영화입니다. 단독 여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가슴 아픈 개인사가 있다네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마음을 닫은 채 무기력에 빠져 있답니다. 압도적인 바다의 에메랄드빛 눈뽕이 등장합니다. 소통과 관련된 코드가 등장하구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에서 펼쳐지는 절망적 재난 상황 속에서의 고립 공포가 펼쳐집니다. 생존을 위한 인간 본연의 투쟁을 지나오는 동안 주인공은 삶에 대한 강렬한 갈증을 경험하며 성장하게 되는군요. 결국 아슬아슬하게 재난을 극복한 후 제2의 탄생에 대한 은유와 함께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네. 어디선가 '조지 클루니'의 섹시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죠 :) '자움 콜렛 세라' 감독, 『언더 워터 :: The Shallows』입니다. # 1. 물론 기본적으론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실신 주의 _ 베리드,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 0. 압도적 콘셉트의 영화입니다. 파격적 발상의 영화입니다. 그 어느 작품보다 도발적입니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발견한 후 그 안에서의 심리상태를 추적하는 동안의 집중력이 어마어마합니다. 감독은 배우 한 명 섭외해 관짝에 냅다 집어넣는 걸로 무려 95분을 멋들어지게 비벼내는 데 성공합니다. 심지어 개봉 직후 선댄스와 토론토까지 훔칠 뻔했다죠. 꺼무 위키에 따르면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는 과호흡으로 7번이나 실신했다고 하는데요. 겨우 7번 밖에 실신하지 않은 배우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베리드 :: Buried』입니다. # 1. 노골적인 공간에 주인공과 관객을 한데 구겨 넣어 대단히 직관적인 몰입감을 유도하는 데 성공합니다. 한 발자국은커녕 몸..

절친 인싸들을 사냥하는 짱 센 킬러 _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 0. ... 가 전부인 영화입니다. 가오가 몸을 지배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말초적 간지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엽기적일 정도로 서사의 볼륨은 좁습니다.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제목에서 말씀드린 대로 졸라 짱 센 먼치킨 킬러가 힙한 슬럼가 인싸들을 사냥한다가 정말 영화의 전부입니다. 그 외 모든 요소들은 빈곤한 서사를 지탱하기 위한 억지와, 몇몇 주요 인물들을 멋있어 보이게끔 하기 위한 치장에 불과합니다. '윤성현' 감독, 『사냥의 시간 :: Time to Hunt』입니다. # 1. 주인공 '준석'이 교도소를 다녀온 건, 이 인물에게 온갖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줄 '교도소에서 알게 된 형님들'이라는 도라에몽을 쥐어주기 위해서입니다. 헌신적인 짱친 형님들이..

줄리아 폭스 ⅱ_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줄리아 폭스 -1-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 0. 매운 닭발을 스스로 사 먹어 놓고 매워서 별로라고 별점 테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람쥐통에 제 발로 올라 놓고 멀미가 심해 쓰레기라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morgosound.tistory.com # 10. 복잡 미묘한 감각적 연출과 별개로 메시지 자체는 명쾌합니다.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라. 남의 가능성에 자기 인생을 걸었다간 패가망신한다. 가 그것이죠. '하워드'가 베팅하는 대상은 언제나 타인의 가능성입니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를 돌려 막기 식 부채의 불안정성으로 대처합니다. 세공조차 되지 않은 블랙 오팔에 위기 극복을 전적으로 기대고 있구요. 전문 평가사가 매긴 십만여 달러보다는 정체모를 감정사의 백만 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