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Thriller

설명충이 반전물을 만들면 _ 대최면술사, 진정도 감독

그냥_ 2021. 5. 4. 06:30
728x90

 

 

# 0.

 

엄청 극단적인 영화입니다. 진짜 괜찮은 시나리오인데 진짜 못 만들었거든요.

반전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들기엔 감독이 너~~무 소심하고 너~~무 순박하고 너~~무 착합니다.

 

 

 

 

 

 

 

 

진정도 감독,

『대최면술사 :: 催眠大師』입니다.

 

 

 

 

 

# 1.

 

캐릭터 괴랄합니다. 디렉팅을 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의사랑 환자가 상담하는 영환데 톤은 무협물에 맞춰져 있습니다. 논리와 호소로 대화하고 소통해도 모자랄 판에 주인공 둘이서 몸만 안 썼다 뿐 영화 내내 싸우고 있죠. 연기, 과장되고 어색합니다. 볼살 빵빵한 동안의 계란 머리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센 척을 하는데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그냥 웃기기만 합니다. 책상에 다리 올리고 신문 펴 보는 등장 씬은 감독의 부실한 연출 역량을 가늠케 하기 충분하죠.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막문위 누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모델 워킹하기' 외에 나름의 감정 연기를 선보이긴 합니다.

 

동선도 작위적입니다. 공간 연출은 뭔가 최면최면하려고 용쓴 티가 나긴 하는데 그럼에도 촌스럽습니다. CG 또한 저예산이라는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차마 좋다고는 말 못 할 것 같구요. 군데군데 배치도 어색하고 구도도 관습적입니다. 사운드 또한 서사와 함께 간다는 느낌이 희미합니다. 전반적으로 감독이 관객의 호흡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엉성한 편집점도 발견되구요. 전반적인 구성 역시 불필요하게 늘어집니다. 20분쯤 잘라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제한적인 영화를 100분으로 만든 거지? 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 와중에 그 이유라는 게 혹시나 관객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할까 싶어 하나하나 설명하느라 그랬다 라는 게 어처구니를 승천시킵니다. 화끈하게 한방 딱! 때려 관객으로 하여금 오~~~ 하는 감정을 가진채 현실로 돌려보내야 할 후반부 반전 역시 질질질질 늘어집니다. 늘어진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 역시 나태하죠.

 

 

 

 

 

 

# 2.

 

그런데 볼만합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법 재미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늘어지는 몇몇 순간들을 버틸 수만 있다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이야기, 보다 정확히는 이야기의 설계가 괜찮기 때문이죠. 호러에서 출발한 영화가 미스터리 스릴러를 거쳐 반전 한방 딱 찍고 드라마적 메시지로 귀결되는 데요. 그 과정에서의 설득력이 훌륭합니다. 두 주인공의 과거와 트라우마. 둘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의 방향이 뒤엉켜 재조립되는 반전. 고장난 벽걸이 시계와 흘러 넘치는 세면대 물에서부터 시작된 떡밥들이 (너무 많긴 하지만) 나름 창의적이면서 놓치는 바 없이 깔끔하게 회수됩니다. 어떻게 괜찮은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려면 반전을 죄다 깔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상 반전이 전부인 영화라... 음, 적당히 대륙 버전의 보급형 인셉션? 혹은 셔터 아일랜드? 정도의 힌트만 남기고 넘어가야겠네요.

 

물론 최면이 영화를 끌고가기 위한 정신분석학적 수단이 아니라 능력자 배틀물 같아져 버린 감은 있습니다. 핵심 전개가 최면의 최면의 최면의 최면으로 넘어가는 탓에 블리치식 턴제 게임화 된 면도 있구요. 다만 이 정도는 장르물로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범주 안이라는 생각입니다. 앞선 단락에서 말씀드린 대로 유사 장르 명작들의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합습니다만 소장르로서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빼다 박은 건 아니기에 이 역시 단점이라고 말하는 건 가혹하다는 생각입니다.

 

 

 

 

 

 

# 3.

 

되려 시나리오의 단점을 꼽으라 한다면 눈썰미가 좋은 관객이라면 진즉 눈치채고도 남을 쓸데없이 자세한 복선과 구구절절 읊어대는 친절한 반전 설명을 이야기 할 수 있겠죠. 해당 부분은 관객이 스스로 영화를 곱씹어 볼 수 있게끔 남겨뒀어야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소심쟁이 감독은 극한의 설명충을 자처하고 맙니다. 그 외에 소소하게 반전의 사고 상황이 좀 나이브하다는 것과 귀신 이야기부터 시작해 맥거핀이 너무 남용되어 있다는 점, 결말을 꼭 평이한 교훈극으로 받아내야만 했을까 정도도 아쉬움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관객 개개인이 반전 스릴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역치를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반전물에 익숙하지 않아 충분한 떡밥과 친절한 설명에 도움을 느낄 관객은 만족스러우실 가능성이 높구요. 반전이 공개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전까지 쌓아온 영화의 떡밥들을 척척 떠올릴 수 있는 소위 '짬'이 좀 되는 관객에겐 감독의 오지랖이 걸리적거리는 싱거운 영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킬링타임 영화라는 기준에서는 차고 넘칠 만큼 넉넉합니다. 혹여 중국 영화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있으시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막돼먹은 중화사상이나 돈지랄물과는 무관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일반적인 영화의 기준에서라면 하자가 좀 있지만 중국 영화다? 어휴... 이 정도만 해주셔도 감사하죠. 진정도 감독, <대최면술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